Masuk조비는 복도 너머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들었다. 셀레네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오스틴이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설명하는 소리도 들렸다. 제인은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의 하루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온전히 그 순간에 함께하고 있었다.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자신의 관심을 애타게 구하던 아내를 두고도.조비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부드러운 카펫이 무릎을 감쌌지만 방 안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한때 제인은 자신을 그렇게 사랑했다. 세상에 자신밖에 없는 것처럼 바라보곤 했다. 네리사를 떠나 자신을 선택했고, 바다 건너까지 따라왔으며, 언제나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다.그런데 이제는 돌아서서 떠나 버렸다.조비는 아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손으로 입을 막았다. 울음소리마저 삼키려 애썼다.제인은 여전히 쌍둥이들을 사랑해.하지만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그녀는 홀로 울었다.복도에서 셀레네는 제인의 오른손을, 오스틴은 왼손을 잡고 있었다. 두 아이는 오늘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마커스가 내가 누구보다 공을 세게 던진대요.” 오스틴이 말했다.“릴리는 내 바이올린 소리가 노래 같대요.” 셀레네가 덧붙였다.제인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 지었다. 아이들이 들려주는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그러다 셀레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아빠.”“왜, 우리 예쁜 딸?”“사생아가 뭐예요?”제인의 몸이 순식간에 굳었다.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빠르게 스쳐 갔다. 혹시 조비와 다투던 말을 아이들이 들은 걸까? 생각만으로도 두려웠다. 아이들만큼은 그 모든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오스틴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누나를 올려다보았다.“뭐라고?”“제이콥이 선생님한테 물어봤어. 우리보고 사생아라고 했어. 그게 무슨 뜻이야?”제인의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는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한 손은 셀레네의 팔에, 다른 손은 오스틴의 팔에 올렸다. 손은
“쌍둥이들 얘기를 했어. 내가 없는 데서. 우리 애들을 사생아라고 불렀어. 우리가 친구를 배신했으니 아이들도 자라서 똑같은 짓을 할 거라고 했어. 친구의 등에 칼을 꽂는 사람들처럼 될 거라고.”조비가 고개를 들어 제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상처가 뒤엉켜 있었다.“자기네 아이들과 같은 반에 있을 자격조차 없대.”제인의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왔다. 그는 조비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고 등을 쓸어내렸다.“미안해.” 그가 낮게 속삭였다. “정말 미안해.”조비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오늘 나한테 준 모욕보다 두 배는 더 큰 굴욕을 안겨 줄 거야.”제인의 몸이 굳었다.그는 조비를 완전히 놓지는 않은 채 천천히 몸을 떼었다.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만 거리를 두었다.“그게 무슨 뜻이야?”“그 여자들을 무너뜨릴 거야. 평판도, 그토록 아끼는 자식들의 미래도 전부 망가뜨릴 거야. 싱클레어 가문이 아직 어떤 집안인지 보여 주겠어. 우리를 함부로 대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똑똑히 가르쳐 줄 거야.”제인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안 돼.”“뭐라고?”“안 된다고, 조비. 이제 복수는 그만하자. 더는 아무것도 망가뜨리지 말자. 난 정말 지쳤어.”조비의 눈이 커졌다.“지금 그 여자들 편을 드는 거야?”“누구 편도 들지 않아. 난 그냥 지친 거야. 서로 속이고 계략을 꾸미는 것도, 끝없이 싸우는 것도. 너와 네 아버지가 무슨 일이든 전쟁으로 만들어 버리는 걸 지켜보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해.”조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 여자들이 우리 아이들을 모욕했어.”“그 여자들이 틀렸어. 하지만 맞서 싸운다고 해서 그게 옳은 일이 되는 건 아니야. 상황만 더 나빠질 뿐이야.”“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우리를 마음껏 짓밟게 내버려 두라고?”“쌍둥이들에게 집중했으면 좋겠어. 우리 가족에게, 아이들
레스토랑의 이름은 르 레브였다. 수정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은은하게 빛났고, 짙은 원목 패널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새하얀 재킷을 입은 웨이터들은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능숙하게 테이블 사이를 오갔다.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2층의 프라이빗 룸에는 이미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로널드 싱클레어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더니,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맞은편에는 제인이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는 가죽 포트폴리오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몇 달 동안 매달려 완성한 작업물이 담겨 있었다. 스케치와 설계도, 제안서까지. 그는 몇 주째 밤늦게까지 깨어 모든 선과 각도를 다듬었다.“그분은 오실 거다.”로널드의 말은 안심시키려는 말이 아니었다. 명령에 가까웠다.제인은 굳은 어깨를 바로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채 2분도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알리스터 해링턴이 안으로 들어섰다. 은빛 머리카락에 짙은 색 정장, 날카로운 눈매.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가 들어서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해 거대한 사업 제국을 일군 남자였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이루었는지 결코 잊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로널드.”그가 손을 내밀었다.로널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나눴다.“알리스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해링턴의 시선이 제인에게 옮겨갔다.“설리번 씨. 오랜만이군요.”제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링턴 씨.”“앉으시죠.”세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곧 웨이터가 다가와 와인을 따랐다. 해링턴은 잔에 손도 대지 않았다. 제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널드만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내려놓았다.“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로널드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새로 추진하는 워터프런트 개발 사업에 관심이 있습니다. 제 사위가 직접 준비한 계획이 있는데, 선생님께서도 흥미롭게 보실 거라 생각합니다.”그는 제인에게 눈짓했다.제인은 포트폴리오를
밝은 미소와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주최자가 빈자리를 가리켰다.“앉으세요, 앉으세요. 마침 봄 자선 모금 행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조비는 자리에 앉았다. 곧 그녀 앞에 샴페인 잔이 놓였다. 그녀는 잔을 받아 들었지만 입술을 대지는 않았다.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학교 예산과 교사들에 대한 불만, 돈값을 하는 과외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 그리고 재능이 뛰어난 아이와 그저 ‘최선을 다하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까지.어머니들은 쌍둥이의 학교생활에 관해서도 물었다.잘 적응하고 있느냐고, 선생님은 마음에 들어 하느냐고, 친구는 사귀었느냐고.조비는 그때마다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운이 좋으시네요.”한 어머니가 말했다.“쌍둥이가 어쩜 그렇게 얌전하고 예의도 바른지.”조비는 미소를 지었다.“고맙습니다.”“우리 아들과는 정반대예요.”다른 어머니가 한숨을 쉬었다.“우리 애는 5분도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한다니까요.”테이블 위로 웃음이 번졌다. 조비도 함께 웃었다.오랜만에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자신도 이곳에서 평범한 어머니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한 시간쯤 지났을 때, 조비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복도는 조용했다. 그녀는 끝까지 걸어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돌아왔을 때, 웃음소리는 사라져 있었다.어머니들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목소리는 한층 낮아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들을까 조심하는 것처럼.“제 딸이 저 아이들과 같은 반이라는 게 솔직히 마음에 걸려요.”조비는 문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틀에 얹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아이들은 괜찮아 보이던데요. 예의도 바르고 조용하고요.”다른 어머니가 말했다.“지금은 그렇겠죠. 하지만 그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들 알잖아요. 그 스캔들 말이에요. 전남편이 밴스 블랙우드라면서요? 자기 아버지 회사까지 망가뜨린 그 남자요.”“새 남편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던데요. 건축가라고 했던가? 내세울 만한 집
아침 햇살이 싱클레어 저택의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셀레인은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옆에는 바이올린 케이스가 놓여 있었고, 새 교복은 구김 하나 없이 말끔했다. 오스틴은 야구 글러브를 겨드랑이에 낀 채 문가에 서서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아빠는 어디 계세요?”셀레인이 물었다.조비는 딸 앞에 무릎을 꿇고 블라우스의 깃을 정돈해 주었다.“할아버지와 함께 가셔야 할 곳이 있대. 중요한 회의가 있거든.”“그런데 약속했잖아요.”“알아, 우리 아가. 아빠가 나중에 꼭 시간을 내 주실 거야.”셀레인의 아랫입술이 가늘게 떨렸다.“아빠는 항상 약속만 해요. 그런데 한 번도 곁에 있어 주지 않아요.”오스틴이 문틀을 발로 걷어찼다.“할아버지는 왜 맨날 아빠를 데려가시는 거야?”조비의 손이 멈췄다.딸의 옷깃을 매만지던 손끝이 허공에서 잠시 굳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곧 차가 도착했다.셀레인은 바이올린을 들었고, 오스틴은 야구 글러브를 챙겼다. 두 아이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조비는 아이들 옆에 앉아 셀레인의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학교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과 담장을 타고 오른 담쟁이덩굴이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갔다.셀레인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이들이 우리를 좋아할까요?”오스틴은 대답하지 않았다.“물론이지.”조비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너희답게 행동하면 돼.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두 아이는 함께 차에서 내려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교실은 밝고 알록달록했다. 벽에는 태양계 그림과 구구단 표가 붙어 있었고, 한쪽의 작은 책장에는 그림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아이들은 새로 온 전학생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친절한 눈매와 따뜻한 미소를 지닌 젊은 여교사가 셀레인과 오스틴을 자기 옆으로 불렀다.“얘들아, 오늘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들이 왔어요. 셀레인과 오스틴이에요. 둘은 쌍둥이
검은색 고급 세단의 창밖으로 도시의 풍경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로널드 싱클레어는 뒷좌석에 앉아 굳게 다문 입술로 앞길을 응시했다. 운전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걸기 전에는 입을 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배웠기 때문이다.로널드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화면을 확인한 그의 눈에 아스테라라는 이름이 들어왔다.“보고해.”수화기 너머에서 낮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가 이사회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밴스 블랙우드가 이사회에 합류했습니다.”로널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어떻게?”“아내의 자금입니다. 천육백오십만 달러요. 호라이즌 글로벌의 지원과 윌리엄 블랙우드의 영향력까지 더해져 연합을 구성할 만큼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중립적인 이사들이 밴스 쪽으로 돌아섰고, 원로 이사 중 한 명도 마음을 바꿨습니다.”“누구지?”“제러미입니다. 턱이 두툼한 사람 말입니다.”로널드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빌어먹을. 자기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또 다른 소식도 있습니다. 그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임원 급여를 60퍼센트 삭감하고, 본인도 앞으로 6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위 직급 직원들의 충성심을 얻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로널드는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들은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했다.이내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짧고 날카로운, 상대를 비웃는 웃음이었다.“자기 손으로 회사를 산산조각 내겠다는 거군.”로널드가 비웃듯 말했다.“임원들이 반발할 거야. 유능한 인재들은 전부 떠나겠지. 몇 달만 지나면 아스테라는 피를 흘리다 쓰러질 거다.”“계획을 앞당길까요?”로널음은 웃음을 거두었다. 하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아니. 당분간은 움직이지 마. 숨어서 지켜봐. 스스로 무덤을 파게 내버려 둬. 회사가 무릎을 꿇는 순간, 우리가 들어가 남은 것들을 전부 가져가면 된다.”“알겠습니다.”전화가 끊겼다.로널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