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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할아버지의 거절

Author: Nayko Ayasam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9 11:49:47

정원은 아름다웠지만, 마야는 슬슬 지루해지고 있었다.

한 시간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성도 그리고, 용도 그리고, 보라색 물고기까지 그렸지만 이제는 손이 아팠다. 릴리는 점심 준비를 확인하고 윌리엄의 몸을 돌보는 직원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저택 안으로 들어간 참이었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야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마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원은 사방으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 피어 있었고, 돌로 만든 천사가 서 있는 분수도 있었다. 저택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굽이굽이 휘어져 어디론가 이어졌다.

마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저택은 마야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 양옆에는 초상화와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방들로 통하는 문이 줄지어 있었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고 천장은 높았다. 작은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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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20. 할아버지의 거절

    정원은 아름다웠지만, 마야는 슬슬 지루해지고 있었다.한 시간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성도 그리고, 용도 그리고, 보라색 물고기까지 그렸지만 이제는 손이 아팠다. 릴리는 점심 준비를 확인하고 윌리엄의 몸을 돌보는 직원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저택 안으로 들어간 참이었다. 금방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야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마야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원은 사방으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 피어 있었고, 돌로 만든 천사가 서 있는 분수도 있었다. 저택 옆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굽이굽이 휘어져 어디론가 이어졌다.마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그리고 걷기 시작했다.저택은 마야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 양옆에는 초상화와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방들로 통하는 문이 줄지어 있었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고 천장은 높았다. 작은 발걸음 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쳤다.마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아빠가 함께 그려진 초상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그림 속 남자를 바라보았다. 회색 눈동자와 엄격한 얼굴.할아버지.마야는 생각했다.아프셔서 쉬고 계신다고 했지.아이는 다시 탐험을 이어 가려고 몸을 돌렸다.바로 그때였다.낮게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욕설을 내뱉는 소리도 이어졌다. 무언가 나무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까지 났다.마야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복도 끝을 바라보니 문 하나가 살짝 열려 있었다. 소리는 그 안에서 들려왔다.마야는 천천히, 소리를 죽이며 문을 향해 다가갔다.그리고 벌어진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윌리엄 블랙우드가 바닥에 있었다.그는 무릎을 꿇은 채 한 손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움켜쥐고 있었고, 다른 손은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숨을 몰아쉬느라 어깨가 거칠게 들썩였다.방 안에는 그 혼자뿐이었다.마야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윌리엄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에 힘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19. 할머니가 기다려 온 시간

    도시로 향하는 내내 마야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마야는 차창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눈을 반짝였다. 해안가 언덕이 하나둘 뒤로 멀어지고, 교외의 주택가를 지나 마침내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건물들이 나타났다.“아빠, 아빠는 정말 부자예요? 이렇게 큰 집은 처음 봐요!”운전석에 앉은 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냥 집일 뿐이야, 마야. 그리고 저렇게 높은 건물은 아파트라고 부르는 거란다.”“정말 크다! 방이 몇 개나 있어요?”“글쎄. 아주 많겠지.”“안에서 뛰어다녀도 돼요?”“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다녀도 돼.”마야가 놀란 듯 입을 벌렸다.“정원에서도요?”“정원에서도.”조수석에 앉은 네리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삶이었다. 딸을 끔찍이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조금씩 아빠를 사랑하게 되는 딸.이제야 우리 가족이 됐구나.네리사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블랙우드 저택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뒤였다.오래된 명문가의 저택다운 위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묵직한 석조 벽과 높다란 창문, 동쪽 건물의 벽을 타고 올라간 담쟁이덩굴까지. 거대한 대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차는 길게 뻗은 진입로를 따라 부드럽게 나아갔다.마야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여기가 아빠가 살던 집이에요?”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제는 우리가 함께 살 집이란다.” 밴스가 대답했다. “할머니도 너를 기다리고 계실 거야.”차를 세운 뒤 두 사람은 마야와 함께 내렸다.현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릴리가 문간에 서 있었다.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눈을 반짝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몇 주 동안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사람이었다.“마야…….”릴리가 조심스럽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마야는 걸음을 멈췄다. 릴리를 바라보았다가 네리사를 보고, 다시 밴스에게 시선을 돌렸다.“마야, 이분이 네 할머니란다.” 네리사가 부드럽게 설명했다. “널 만나려고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18.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동행

    점심 식탁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마야는 밴스와 네리사 사이에 앉아 다리를 달랑거리며 밥을 먹고 있었다. 뺨에는 소스가 조금 묻어 있었다. 맞은편에는 샘이 편안한 미소를 지은 채 앉아 있었고, 웃을 때마다 눈가에 잔주름이 잡혔다. 그 옆에는 레오가, 식탁 상석에는 에블린이 앉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밴스는 딸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넘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그는 손을 뻗어 구운 닭고기를 한 조각 더 마야의 접시에 올려 주었다.“더 먹어, 아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지.”네리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채소도 먹어야죠.”그녀는 닭고기 옆에 초록색 채소를 조금 놓아 주었다.마야가 앓는 소리를 냈다.“엄마아…….”“채소를 먹어야 튼튼해지는 거야.”네리사가 단호하게 말했다.“아빠는 단백질을 먹어야 튼튼해진다고 했어요.”밴스가 입을 열려는 순간, 네리사가 그를 흘겨보았다. 밴스는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었다.“둘 다 먹어야 튼튼해지는 거야.”네리사가 못을 박았다.마야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처럼 한숨을 내쉬었지만, 결국 닭고기와 채소를 모두 먹었다.샘이 웃음을 터뜨렸다.“앞으로 꽤 바쁘겠는데요. 이 아가씨를 키우려면.”네리사가 미소를 지었다.“벌써 바빠요.”밴스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딸을 바라보았다.“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걸.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어.”식사가 끝나 갈 무렵, 대화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밴스가 샘을 바라보았다.“샘, 당신과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호라이즌에 관한 겁니다.”샘의 포크가 멈췄다.“호라이즌이요?”“애슈워스 씨가 나를 찾아왔어요. 호라이즌을 처음부터 함께 일군 사업 파트너죠. 그분이 아스테라와 호라이즌의 합병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적어도 지금은요. 대신 당신에게 다른 기회를 제안하고 싶습니다.”샘은 포크를 내려놓았다.“어떤 기회인데요?”“호라이즌에 합류해 줬으면 합니다. 단순한 자문역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17. 처음으로 아빠라 부른 날

    아침 햇살이 옅은 황금빛으로 물든 가운데, 밴스와 네리사는 해안 마을을 향해 차를 몰았다.엔진 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도로는 푸른 언덕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졌고, 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밴스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은 네리사의 무릎 위에 올려 두었다. 네리사는 그의 손을 감싸 쥔 채 엄지로 손등을 부드럽게 쓸었다.“마야가 너무 보고 싶어요.”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나도.”“웃고 있네요.”“그래. 우리 공주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네리사는 작게 웃었다.“당신은 정말 딸바보예요. 마야를 너무 오냐오냐해서 나중에 당신이랑 다투게 되는 건 싫은데요. 가끔은 엄하게 대할 필요도 있어요.”밴스가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리사, 제발 나한테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마. 날 기다리는 딸이 있다고. 지난번에 통화했을 때 나랑 연날리기를 하고 싶다고 했던 딸 말이야. 게다가 엄하게 대한다는 얘기는 일단 접어 두자. 마야는 정말 착한 아이잖아. 굳이 엄하게 대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당신한테는 그게 정말 중요한 일이군요?”“당연하지.”네리사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물론 나도 우리 딸이 언제나 바르게 자라길 바라요. 하지만 언젠가 내가 마야를 엄하게 가르쳐야 할 때가 오면, 지금처럼 굴면서 내 앞을 가로막지는 말아요.”“몇 주 동안이나 날 ‘아저씨’라고 부르던 아이였어. 그러다 이제는 보고 싶다고 했고, 오늘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밴스는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그러니 당연히 중요한 일이지. 그리고 부탁인데, 지금은 현재를 즐기자. 엄하게 가르치는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잖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그저 우리 딸을 꼭 안아 주는 것뿐이야.”네리사는 그의 손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췄다.“곧 만나게 될 거예요. 오늘요.”“오늘.”밴스가 그녀의 말을 되뇌었다.두 사람은 편안한 침묵 속에서 차를 몰았다. 마일이 쌓일수록 설렘도 점점 커졌다. 네리사는 마야가 무슨 그림을 그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16. 사진 한 장에 담긴 진실

    에어리는 절반쯤 비어 있었다.벽을 따라 상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책들은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옷가지도 접어서 상자에 넣을 수 있도록 정리해 두었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반짝였지만, 짐을 싸느라 어수선해진 집 안의 고요함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듯했다.네리사는 거실 한가운데서 상자를 든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한때 그녀는 이곳에서 살았다. 제인에게서, 과거에서,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것에서 도망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이곳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길 수 있는 피난처처럼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다시 이곳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아쉽지는 않았다.에어리는 한때 그녀를 지켜 준 안식처였지만, 집은 아니었다. 그녀의 집은 밴스가 있는 곳이었다. 마야가 있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집이었다.침실에서 밴스가 상자를 옮기는 소리가 들렸다. 단단한 나무 바닥을 밟는 그의 발소리는 평소처럼 여유롭고 안정적이었다. 그는 직접 짐을 싸겠다고 고집했다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네리사가 직접 짐을 싸겠다고 하자 기꺼이 도와주기로 했다.네리사는 그에게 분명히 말했다.“사람들이 내 일거수일투족까지 챙겨 주는 블랙우드 부인 생활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그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직접 싸. 내가 도와줄게.”그래서 네리사는 직접 짐을 싸고 있었다.사실 그냥 떠나도 상관없었다. 하인들이 알아서 모든 물건을 정리해 블랙우드 저택으로 옮긴 뒤, 그녀와 밴스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들을 전부 제자리에 놓아 줄 테니까.하지만 그런 생활은 네리사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남에게 맡긴 채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편이 훨씬 편했다. 이렇게 직접 상자를 채우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 더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자신다웠다.그녀는 협탁의 서랍을 열었다.오래된 영수증 몇 장, 잊고 있던 펜 하나, 몇 년 전 회의 때 적어 둔 메모가 접힌 채 들어 있었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서랍을 닫으려던 순간이었다.사진

  • 복수의 불장난 - 내 최고의 친구의 남편이 나에게 불륜을 제안했다   215. 더 나은 사람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은 팽팽하게 당겨진 실처럼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했다.밴스는 애슈워스를 바라보았다. 지난 5년 동안 자신의 스승이자 후원자였으며, 든든한 동맹이 되어 준 사람. 애슈워스가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한 적은 있어도 이토록 강하게 밀어붙인 적은 없었다.“지난 세월 동안 내가 밴스를 믿어 왔듯, 자네도 나를 믿어 주게.” 애슈워스가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자네를 지지하기 위해 나 역시 많은 것을 걸었어. 내가 아버지의 유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생각이 자네에게 얼마나 불편할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얼마나 그렇게 보일지 잘 알고 있네. 그래도 딱 한 번만…… 나를 믿어 줄 수 없겠나?”밴스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네리사가 입을 열었다.“애슈워스 씨, 왜 지금인가요? 어째서 하필 지금 이토록 강하게 밀어붙이시는 거죠?”애슈워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이지.”밴스의 미간이 좁혀졌다.“무슨 뜻입니까?”“당장 죽을병에 걸렸다는 뜻은 아니야, 밴스. 아직은 아니지. 하지만 나도 늙었네. 그리고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들을 아직 끝내지 못했어.”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게는 손녀가 있네. 이름은 셀레스트야. 첫째 딸의 딸이지. 셀레스트가 갓난아기였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그 후로 내 딸은 오랫동안 혼자 아이를 키웠지. 강해지는 법,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제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쳤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라고 말이야.”애슈워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런데 너무 잘 가르친 모양이야.”네리사는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따님께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셀레스트가 십 대였을 때 재혼했네. 사업가였지. 좋은 사람이야. 다만 새 남편이 생기면서 딸에게 쏟던 관심이 자연스레 줄어들었어. 지금도 두 사람은 함께 살고 있네. 하지만 셀레스트는 누군가를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아. 특히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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