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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뒷문에서 일어난 소란

Autor: 花柳響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0-16 05:01:10

“아니야, 괜찮아. 민준이가 저렇게 예쁜 아가씨를 숨겨 놨다니. 어머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신 것도 이해가 되는군.”

 태건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두껍고 뜨겁고 어딘가 축축한 손에 본능적인 혐오감이 들어 등이 오싹했다.

 그의 웃음은 호탕해 보였다. 그러나 눈은 웃지 않았다.

 값을 매기는 듯, 더 정확히는 약점을 찾는 듯 끈적한 시선이었다.

“민준이도 보통이 아니야. 예전부터 여자에게는 관심 없는 고지식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이런 ‘보물’을 찾아오다니.”

 보물.

 골동품이라도 이야기하는 투였다.

“그나저나 오늘 밤은 기대되는군. 민준이가 회사 운명을 걸고 준비한 파티잖나. 음식도 연출도 완벽하겠지?”

 태건이 과장되게 홀을 둘러보았다.

“특히 메인 요리! 프랑스에서 초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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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수하려고 빌린 남자가 알고 보니 나만 사랑하는 CEO였다   제58화 살롱 앞에 있어

    “네. ……민준 씨가 GPS 앱을 깔아 놨어요.”“어머. ……그 아이답네요.” 어머님은 기막히면서도 어딘가 그리워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어릴 때부터 소유욕이 강했지요. ……아끼는 장난감 숨긴 곳을 아무에게도 안 알려 주던 아이였어요.” 장난감. 지금의 나는 그에게 유일한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장난감’일까. 아니면 없어서는 안 될 생명줄일까.“그럼…… 레시피는요?”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어머님이 가방에서 낡은 공책 한 권을 꺼냈다. 그날 온실에서 본 것과 같은 색바랜 원예 일지……는 아니었다. 더 얇은 요리 공책이었다.“이거예요.” 내민 공책을 받았다. 표지에는 ‘Minjun's Favorite’라고 유려한 필기체가 적혀 있었다. 이서영의 글씨일까. 혜진 어머님의 글씨일까. 장을 넘기자 손으로 쓴 레시피가 빽빽했다.‘함박스테이크(양파는 캐러멜색이 될 때까지)’‘옥수수 수프(체에 두 번 거를 것)’‘푸딩(캐러멜은 쌉쌀하게)’ 시간과 사랑이 듬뿍 들어간 요리뿐이었다. 그 안에 있었다.‘특제 데미글라스 오므라이스’“……이거군요.”“네. ……생일이면 꼭 만들어 달라고 하던 메뉴예요.” 어머님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렸다.“핵심은 데미글라스 소

  • 복수하려고 빌린 남자가 알고 보니 나만 사랑하는 CEO였다   제57화 외출의 핑계

     다음 날 아침. 초고층 레지던스 최상층은 팽팽한 현 같은 긴장감에 싸여 있었다.“……나간다고?” 아침 커피잔을 놓던 민준의 손이 딱 멎었다. 그 시선만으로 실내 온도가 몇 도 내려간 것 같았다.“응. ……살롱에 급한 문제가 생겼대.” 최대한 곤란한 얼굴을 만들어 보였다. 거짓말은 잘 못한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옷 너머로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직원이 실수해서 꼭 내가 처리해야 해. ……미안해, 모처럼 쉬는 날인데.” 민준은 말없이 계속 바라봤다. 표정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지, 눈은 얼마나 깜빡이는지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나를 살폈다. 의심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며칠 동안 내 행동에 과민해져 있었다. ‘달콤한 감시’는 때로 ‘냉철한 심문관’의 얼굴을 드러냈다.“……무슨 문제.” 낮게 깔린 목소리.“드레스 발주 실수야. 다음 주 예식 건이라 급히 제조사와 조정해야 해.” 미리 준비한 설명을 막힘없이 말했다. 민준은 한동안 눈을 보더니 이윽고 시선을 돌려 태블릿을 내려다봤다.“……그렇구나.” 허락한 걸까? 아니었다.“나도 가.” 태연하게 말했다.“데려다줄게. ……차에서 기다릴 테니 끝나면 바로 돌아와.”“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뒤집혔다.“아,

  • 복수하려고 빌린 남자가 알고 보니 나만 사랑하는 CEO였다   제56화 생일의 그림자

    “뭐……”“엄마는 내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무리하다가…… 그 때문에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어. 내가 엄마를 죽인 거야.” 충격적인 말에 숨이 막혔다.“그러니 내 생일은 엄마 기일이나 마찬가지야. ……이 집에서는 축하 같은 건 허락되지 않아.”“그럴 수가……”“매년 이때면 할머님과 어머님이 ‘생존 확인’을 하러 와. 올해도 죄를 짊어진 채 살아남았는지 확인하려고.” 그 눈에 짙은 어둠이 퍼졌다.“생일이 싫어. ……태어난 게 죄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아서.” 무릎 위에서 손이 떨렸다. 견디지 못하고 그를 세게 안았다.“아니야. ……죄가 아니야.” 태어나 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떨려 말이 되지 않았다. 품 안에는 누구의 축하도 기다릴 수 없게 된 사람이 있었다. ‘생일’이라는 말의 밝음이 그에게는 얼마나 멀까. 늘 하던 ‘축하해’를 이번만은 상투적인 인사로 건네고 싶지 않았다. 상처는 상상보다 훨씬 깊고 어두운 곳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혜진 어머님이 목숨 걸고 숨겨 온 진실. ‘그 아이를 지키려고.’ 하지만 서투른 보호가 그를 이렇게 몰아세우고 있다니.‘……바꿔야 해.’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생각이 솟았다. 올해 생일은 지금까지처럼 절망의 날로 만들 수 없다. 진심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라고

  • 복수하려고 빌린 남자가 알고 보니 나만 사랑하는 CEO였다   제55화 생일의 초대

    ‘너도 그쪽 사람이었어?’ 그날 밤 상처 입은 눈이 떠올랐다. 배신. 그렇게 받아들여도 할 말이 없었다. 가슴이 욱신했다. 순수한 사랑을 받을수록 죄책감은 부풀어 마음을 갉아먹었다.“……하아.”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샜다. 그때였다. 쾅! 탕비 공간 쪽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큰 소리가 났다.“민준 씨!?” 튕기듯 일어나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민준이 커피잔을 떨어뜨린 채 서 있었다. 바닥에는 도자기 조각과 검은 액체가 흩어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저 커피를 타러 왔을 뿐이었다. 그 평범한 시간과 눈앞의 참상이 잘 이어지지 않아, 깨진 잔의 흰색만 묘하게 선명했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떨리는 손을 벽에 짚었다.“민준 씨…… 왜 그래? 다쳤어……?” 다가가려는 나를 보자 유령을 본 듯 눈을 크게 떴다. 다음 순간 부서질 만큼 강한 힘으로 안았다.“……!” 너무 세서 갈비뼈가 삐걱거렸다. 작게 떨리는 몸의 진동이 내 피부까지 전해졌다.“……없었어.” 귓가에서 잠긴 목소리가 중얼거렸다.“응?”“돌아봤는데…… 책상에 네가 없었어.”“……” 불과 몇 초였다. 칸막이의 사각지대에 가려 모습이 안 보였을 뿐. 그것만으로 공황에 빠져 잔을 놓칠 만큼 동요한 것이다.“&hellip

  • 복수하려고 빌린 남자가 알고 보니 나만 사랑하는 CEO였다   제54화 무릎 위에서 듣는 보고

     임페리얼 드래곤 호텔 최상층의 CEO 집무실. 서울을 발아래 두는 그 방은 하늘의 성이었다. 묵직한 문을 열고 민준과 들어서는 순간 비서들의 얼굴이 놀라 굳었다.“아,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옆의 분은……”“내 약혼녀 윤아린입니다. 오늘부터 당분간 여기 있을 거예요.” 민준이 태연히 말했다.“네, 네……? 여기서 말씀이십니까?” 나이 지긋한 비서가 안경을 고쳐 쓰며 당황스럽게 나를 보았다. 당연하다. 엄숙한 일터에 외부 여자를 데려오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나는 민망해서 그의 뒤로 숨듯 몸을 움츠렸다. 살롱에서 고객을 맞을 때는 이름도 용건도 내가 먼저 말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서류로 달려가는 비서들의 시선을 보니, 치밀하게 짜 둔 아침 일정에 내가 갑자기 끼어든 것 같았다.“……소란 피워 죄송합니다.”“아린이 자리를 준비해 주세요. 내 책상 바로 옆에.”“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비서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민준은 손을 잡고 방 한가운데의 거대한 마호가니 책상으로 향했다.“여기 있어.” 자기 의자 바로 옆에 고급 의자를 놓게 했다. 거리는 겨우 오십 센티미터쯤. 손만 뻗으면 바로 닿고 숨소리까지 들릴 가까움이었다.“……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깝지 않아?”“이것도 멀어.” 민준은 불만스럽게 코를 울리고 곧바로 책상에 서류를 펼쳤다. 업무에 들어가자 순식간에 ‘냉철한 C

  • 복수하려고 빌린 남자가 알고 보니 나만 사랑하는 CEO였다   제53화 비밀과 샤워

     잠결에 피부에 달라붙는 듯한 온기를 느꼈다. 묵직했다.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무게와 온몸을 빈틈없이 감싼 체온이 깊은 안정감이 되어 의식을 천천히 현실로 끌어 올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드니 익숙한 남자의 잠든 얼굴이 시야를 채웠다. 강민준. 임페리얼 드래곤 호텔의 젊은 수장이자 내 고용주. 그리고 지금은 종이뿐이던 계약을 고치고 어쩌다 연인 놀이를 막 시작한, 서툴고 사랑스러운 내 약혼자.“……음.” 조금 몸을 움직인 순간이었다. 허리를 안은 팔에 꽉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를 필사적으로 붙들려는 듯 절실하고 아픈 힘이었다.“……어디 가.” 귓가에 잠에서 막 깬 낮고 잠긴 목소리가 울렸다.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에 등이 저릿했다. 폭풍 같은 격정에 떠밀려 선을 넘은 날로부터 두 밤이 지났다. 어젯밤에도 서로의 외로움을 채우듯 몇 번이고 가까워졌다. 그 온기가 아직 손끝과 피부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아무 데도 안 가. ……잘 잤어, 민준 씨?” 얼굴을 들여다보며 웃자 민준이 겨우 조금 눈을 떴다. 어젯밤 날카롭게 나를 바라보던 눈은 지금 잔잔한 바다처럼 조용했다. 하지만 깊은 곳에는 엄마를 찾는 미아처럼 궁지에 몰린 빛이 배어 있었다.“……잘 잤어.” 확인하듯 이마와 눈가, 입술에 여러 번 입을 맞췄다. 가벼운 아침 인사는 아니었다. 숨결 하나까지 붙잡으려는 듯 집요하고 정 깊은 입맞춤이었다. 창호지 너머 아침 햇살을 받으며 어젯밤의 열기가 몸속에서 은근히 되살아났다. 자신이 정한 ‘업무 외 접촉 금지&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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