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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치부인가, 환부인가?

Autor: 쭈의잔상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18 18:27:47

연서의 엉덩이 상처는 말라붙은 피와 진물로 엉겨 딱지처럼 굳어 있었다. 멍 자국은 더욱 크게 퍼져 있었고, 터진 자국마다 검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금선이 미지근하게 식힌 물에 깨끗한 무명천을 적셔 환부의 가장자리부터 아주 살살 닦아냈다.

“읏...”

연서가 이를 악물며 신음했다. 금선은 한동안 상처를 닦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

연서는 말이 없었다. 언젠가는 답해야 한다는 걸 그녀도 알고는 있었지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 일과 함께 떠오르는 감정들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금선은 그녀가 말이 없자, 무거운 침묵으로 대답을 재촉했다. 그녀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 별일은 아닙니다.”

금선이 손을 멈추고 연서를 째려보았다. 연서는 그런 금선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별일이 아닌데 태형을 30대씩이나 때리냐? ... 누굴 두들겨 패기라도 한 거냐?”

금선의 격노에 연서가 마지못해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혹시 칠복 아재 딸 기억나세요? ... 홍이라고.”

금선이 다시 그녀의 상처를 닦으며 대답했다.

“...홍이를 때렸어?”

“때리다뇨... 걔가 요새 그리 저를 괴롭혀요. 특히 제가 사기가 된 후로 더 심해졌어요.”

연서의 말에 금선이 말했다.

“걔가 엄마 없이 자라서 이상한 열등감이 있나 보다.”

“얼굴도 예쁜데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요... 아무튼, 걔가 저한테 어저께 공개적으로 시를 쓰더라고요. 아름다운 수를 삼베에 놓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저를 모욕하며 비웃었어요.”

금선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때렸니?”

“아이 참, 안 때렸다니까요! ... 아무튼 그래서 저도 화답을 해 주었지요. 꽃 주제에 누에인 나를 비웃느냐고 해 주었어요.”

금선이 피식 웃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스스로 비단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다니... 너는 부끄럼도 없냐?”

“......어머니는 누구 편이신 거예요? ...자꾸 말이나 끊고...”

금선의 말에 연서가 열받은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말에 금선은 옅은 미소로 답할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무튼 그랬더니, 제가 쓴 답시를 고이 접어서 예방에 일러바쳤지 뭡니까?”

“... 그게 무슨 죄라고 예방에 가져갔느냐? ... 기분 나쁘게 한 죄?”

금선도 슬슬 열이 받는지 그녀의 손길이 아주 잠깐 느려졌다. 드디어 얻은 공감에 연서가 열심히 대답했다.

“저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만, 동헌에서는 저의 죄를 ‘국휼 중 풍류를 즐기고 관아의 예법을 무시한 죄’로 다스렸습니다.”

“시 한 편이 풍류가 된단 말이냐? ...그렇다 한들 어찌 태를 30대나 때린단 말이냐?”

금선의 움직임이 아예 멈춰 버렸다. 그녀는 화가 나는 듯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졌다.

“처음에는 태 10도였습니다...”

연서의 대답은 금선의 의문만 더했다.

“... 그런데 어찌 30대로 바뀌었느냐? ... 그년이 형이 작다던?”

“... 제가 작다고 항변했습니다.”

금선은 무언가에 세게 맞은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연서는 얼굴을 들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

“... 첫째로, 부사 어른은 공적인 판결에 사사로운 감정을 섞어 10대만 내렸습니다. 제가 아니라 홍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필시 30대를 바로 쳤을 것입니다.”

금선은 기가 막히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둘째로, 국휼을 무시한 것은 곧 국법을 무시한 것인데, 장형도 아니고 태형을 내릴 것이라면 50대는 쳐야 지당한 것이 아닙니까? ... 셋째로, 재판 중에 홍란은 제가 부사와 아전의 총애를 받는다는 것을 대놓고 언급했습니다. 만약 그대로 10대를 맞았더라면 이는 필시 뒷말이 많았을 것입니다. 부사 어른과 아전 나리를 위해서, 그리고 사기인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일이 그대로 끝나서는 아니 되었을 것입니다.”

그녀의 조목조목한 말에 금선이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 혼자 아주 대단한 판결을 내렸구나. 네가 이토록 곧으려 하니 시기를 한 몸에 받는 것이 아니냐? 네가 대체 무엇이냐? 양반댁 규수냐?”

“어머니께서는 어찌 화를 내십니까? ...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신 건 어머니이십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또다시 엇나가며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태형 열 대로 끝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냐?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것을 정녕 모르느냐?”

“대나무는 귀해서 안 꺾이고, 갈대는 천해서 꺾입니까? 신분과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오호, 그러냐? 네 차림이 아주 설득력이 다분하다.”

엉덩이를 훤히 내놓은 연서를 보며 금선이 비아냥거렸다. 연서가 화난 얼굴로 막 대답을 하려는데 마침 어진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언니-!”

가볍고 급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마침 숨 돌릴 틈이 필요했는지 금선이 일어나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어진이 금세 코앞까지 다가와 외쳤다.

“...견우님이 돌아왔어요!”

“견우님이...?”

어진의 말에 연서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우성을 찾았다. 과연 우성이 머쓱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본 연서가 반가움에 활짝 미소 지었다.

금선은 딸의 행복한 표정을 우연찮게 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웃는 딸의 모습은 그녀에게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진 역시 언니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라 얼떨떨한 얼굴로 서 있다가, 들고 온 물동이를 마저 정리하려고 부엌으로 갔다.

하지만 연서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는 이내 웃음을 거두고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는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성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오자, 연서는 덮을 것을 찾으려 주변을 급히 더듬으며 말했다.

“어, 어머니! ...무, 문 좀 얼른!”

연서의 다급한 외침에 금선이 피식 웃었다. 연서는 그녀의 반응에 더욱 놀라고 당황해서 파닥거렸다.

“아서라, 뭘 이제 와서 숨기겠다고.”

“아- 어머니! ... 제가 잘못했어요! 굽히고 살게요 굽히고-!”

금선은 그녀의 말이 웃긴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우성은 자신의 귀환이 생각보다 화기애애하게 받아들여지는 줄로만 알고 함께 웃으며 방문 앞까지 왔다. 연서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갔다. 금선이 여전히 웃음기를 띤 채로 말했다.

“아휴, 참내... 네 볼기를 직접 치료해 준 사내한테까지 구태여 숨길 이유가 있느냐?”

순간 연서의 마음속에 천둥이 내리쳤다.

“...네? ... 제 볼기를... 누가 치료해요?”

금선이 태연하게 확인 사살했다.

“어디 그뿐이랴. 너를 살리겠다고 요천에서부터 업고 뛰어왔는데... 내가 눈물이 나서 원. 사람들이 보든지 말든지 아주 상관도 안 하고 땀 범벅이 돼서 왔다.”

연서는 혼절할 지경이 되어 고개를 푹 숙인 채, 우성을 마주 보지 못했다. 우성은 방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와 드러난 상처 쪽으로 눈을 돌렸다.

“오, 많이 좋아졌네요. 상처는 계속 닦으셨나요?”

“예. 말씀하신 대로 깨끗한 천도 갈아 가며 닦았습니다.”

금선이 웃음을 참으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우성은 상처를 살피며 말했다.

“네, 잘하셨습니다. 그다음에... 연고 같은 것이 혹시 있을까요?”

“연고요?”

“상처에 바르는 약이요.”

“아, 고약 있어요! 제가 가져올게요.”

어느새 돌아와 대화를 듣던 어진이 대답하고는 다시 부엌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연서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아잇, 깜짝이야...”

근처에 있던 우성이 놀라며 중얼거렸다. 금선과 어진도 실성한 듯한 연서의 외침에 놀라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연서가 불타는 얼굴을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왜! ... 왜 이렇게 되도록 두셨어요? 어진아, 왜 그랬니? 왜...”

그녀가 거의 울먹이듯 따졌다. 금선은 여전히 웃음기를 거두지 못한 채 대답했다.

“... 나리가 그리 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지금쯤 네 아버지를 만나고 있었을 게다.”

금선의 말에 연서가 우성을 휙 돌아보았다. 우성이 흠칫 놀라며 지레 말하기 시작했다.

“아, 그... 손으로는 안 만졌어요...”

우성이 눈치껏 말하기는 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어진은 별일 아닌 듯싶어 다시 몸을 돌려 고약을 가지러 나갔다. 그런 어진의 뒤로 금선이 소리쳤다.

“식혀 둔 물도 좀 가져오너라.”

“네-!”

멀어져 가는 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아무렇지 않은 모습에 연서는 울화가 치미는지 그대로 다시 얼굴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고통받는 연서를 가볍게 무시하며 금선이 우성에게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리는 어찌 돌아오셨습니까? 안 가시기로 한 겁니까?”

연서는 수치심 속에서 허우적대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했다.

“아... 다시 가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우성의 대답에 금선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모르겠다니요? 오는 법은 알고, 가는 법을 모를 수가 있습니까?”

“그게... 올 때는 제 마음대로 온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돌아가는 법을 알 줄 알았는데... 모르고 있었습니다.”

우성은 자기가 말하면서도 이상하다는 걸 알았지만 더 잘 설명할 자신은 없었다. 그의 개떡같은 설명에도 금선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떨어지는 것과 올라가는 것은 천지 차이긴 하니... 아무튼 못 가신다는 말씀이지요?”

“...네. 지금은 못 갈 것 같습니다.”

연서는 그의 말에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금선도 우성이 남는 것이 마음에 들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어진이 식혀 둔 물과 고약을 들고 돌아왔다.

우성은 미지근하게 식힌 물을 깨끗한 무명천에 적셔 상처 가장자리부터 조심스럽게 닦았다. 굳은 진물이 풀릴 때마다 천을 갈아 가며 환부를 정리했다. 그 사이 우성은 금선에게 고약에 든 약재를 확인한 뒤, 깨끗한 무명천 끝에 조금 묻혀 상처 위에 얇게 펴 발랐다.

“이건 누가 바르는 거예요...?”

연서가 얼굴을 파묻은 채 물었다. 우성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저요.”

연서가 또다시 얼굴을 팍 들었다. 그녀가 이를 앙다물 듯 말했다.

“만지지는 않았다면서요...”

“지금도 천으로 바르고 있잖아요.”

우성이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하며 천을 들어 살포시 덮었다. 우성이 고약이 묻은 무명천을 건네자, 금선과 어진은 사용한 물과 천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마침내 모두가 나가고 우성과 단둘이 남자, 연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저를 업고 오셨습니까? 들것이라도 구하시지...”

우성은 뜻을 헤아리는 듯 연서를 보다가 대답했다.

“음... 일단 몸이 너무 차가웠어요. 들것을 구하느라 더 지체했다면 심한 저체온증이... 아니, 심한... 심하게...”

저체온증을 대신할 말을 찾지 못해 말을 더듬어 대는 우성을 보며 연서가 헛웃음을 쳤다. 말을 지어내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할 시간을 버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심하게 몸이 차가워질 수 있어서...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게 업은 거죠.”

“...”

아무 말 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는 연서를 보며 그가 다음 이유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혼자 걸을 수 없는 상태였잖아요. 업고 이동하는 것이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할 방법이었죠.”

자세히 들어 보니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조선에서 사람의 눈과 입이 가지는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떤 사내가 대낮에 아녀자를 업고 뛸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자신은 목숨이 귀하지 않은 천민이었다. 귀하지 않은 목숨을 구하려고 예와 법을 무시하며 업어 줄 사내는 조선 팔도 그 어디에도 없을 터였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그러시면 안 됩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거든 급하시더라도 반드시 절차와 예법을 따르세요.”

우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요?”

“왜냐니요... 그러지 않으면 나리도, 저도 여기서 살 수가 없어요. 조선에 사시려거든, 조선의 예법에 순응하셔야지요. 설사 제가 죽었다 하더라도, 저 같은 천민이 죽는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연서가 단호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우성은 조금은 화가 난 듯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사람의 목숨이 위험했다니까요. 예와 법이 사람 목숨보다 귀합니까?”

“사람 목숨은 귀하지요. 허나 천민은 사람이 아닙니다. 천민은 그저 말할 줄 아는 가축일 뿐입니다. 노비는 일하는 가축, 저 같은 관기는 노래하고 춤추는 가축입니다. 가축이 죽는다고 장례를 하겠습니까? 새로운 가축을 찾아 나서겠지요.”

그녀의 말에 우성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조선이 신분 사회라는 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지만, 이토록 잔인한 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성은 연서의 그 차가운 말들이 너무도 당연한 듯 나오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저는 그럴 수 없어요.”

“...”

우성이 연서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사람은 그냥 사람입니다. 적어도 제가 사는 세계에서는요, 모든 사람이 사람이에요.”

연서의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평생 당연하게 여겨 온 가치관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다음에도 같은 일이 생긴다면, 저는 또다시 춘향 씨를 업고 뛸 거예요.”

그의 단호한 말에 연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우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자신 안에 생긴 낯선 균열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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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성은 몸을 낮췄고, 금선과 어진이 등에 업힌 연서를 조심스럽게 받아 내렸다. 두 사람이 그녀의 몸을 받치는 사이 우성은 돌아서서 다시 연서를 안았다. 그녀를 요 위에 조심스레 엎어 눕히는 동안, 축 늘어진 팔다리가 힘없이 흔들렸다. 연서의 방이 서늘한 것을 느낀 우성이 방바닥을 이리저리 만지며 말했다.“어진 씨는 이 방을 얼른 따뜻하게 해 주세요.”“네!”우성에게 업혀 오면서 체온이 다시 오르긴 했지만, 그녀의 몸은 여전히 평소보다 차가웠다. 우성의 말에 어진이 다급히 달려 나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금선은 우성이 어떻게 하려나 싶어 곁에 서 있었다. 우성은 연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금선이 그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았다.“시키시면 제가 할 테니, 말씀으로 하시지요.”금선의 제지에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우성은 황급히 손을 뗐다. 금선은 조심스레 연서의 치마를 풀었다. 치마가 연서의 엉덩이 부근을 스치자, 연서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읏…”치마가 벗겨지고, 피로 엉겨붙은 속곳이 드러났다. 참혹한 광경에 우성과 금선은 아연실색했다. 검붉게 말라가는 것을 보니, 그냥 떼어냈다가는 살점까지 함께 뜯길 것이 뻔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우성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어진이 들어와 외쳤다.“아궁이에 불 지폈어요... 으아, 세상에...”그녀가 연서의 상처를 보며 탄식했다. 깊이 생각하던 우성이 금선에게 말했다.“물을 끓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다 끓으면 미지근하게 식혀 주시고, 가장 깨끗한 무명천도 몇 장 준비해 주세요.”“상처를 씻으시려는 겁니까?”금선이 되물었다.“예. 붙은 옷부터 충분히 적셔서 떼어내야 합니다. 억지로 당기면 살이 함께 뜯길 수 있어요.”금선은 곧장 어진에게 말했다.“어진이 너는 얼른 물을 올리고, 깨끗한 무명천을 가져오너라.”“네!”어진이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우성은 연서의 방 안을 둘러보다가 침선용 가위를 발견하고 어진의 뒤를 향해 내밀었다.“이것도 끓는 물에

  • 봄 향기로 수놓다   1-11 공공연한 사사로움

    부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형방 아전의 큰 외침이 들렸다.“기생 춘향에게 태 10도요!”뒤쪽에서 사령들과 나장들이 분주하게 형벌 기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서가 고개를 들어 부사에게 말했다.“나리, 소녀의 말을 들어주소서. 태형 10도는 부당한 처사이옵니다.”그녀의 목소리가 당당하게 울리자, 형방 아전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는 눈을 부라리며 한낱 관기가 뱉은 무엄한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어허! 어디 그런 망발을 하느냐!”하지만 성 부사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성 부사는 역시 연서에게 묘수가 있었던 것이라 여기며, 기대에 찬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째서 그러하냐?”연서의 뒤에 서 있던 기생들이 다시 한 번 긴장하며 떨기 시작했다. 홍란도 식은땀을 흘리며 연서의 반격을 기다렸다. 하지만 연서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실로 뜻밖이었다.“국휼에 풍류를 즐기고, 사기로서 기생들을 올바로 이끌지 못하며 오히려 교방의 질서를 흐트린 죄는 그리 작지 않습니다.”연서의 말에 대청의 모든 사람이 기막힌 표정으로 숨죽였다. 그녀는 흐트러짐 없이 계속 말했다.“더욱이, 저의 죄가 인정되었음은 제가 거짓 증언을 했다는 뜻이 되오니, 태 50도는 되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그녀의 말은 지난겨울의 추위를 다시 불러온 듯 매섭게 사람들을 얼렸다. 태형 50대라니, 사람에 따라 죽을 수도 있는 형벌이었다.홍란과 그녀의 무리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지 못하여 어안이 벙벙했다. 구경꾼들 역시 놀라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부사의 판결을 기다렸다. 한 번만 봐 달라는 사람, 살려 달라는 사람, 억울하다는 사람만 평생을 봐 온 형방 아전 역시 할 말을 잃은 건 매한가지였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성 부사의 마음은 조여 들었다.부사는 품었던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서의 강렬한 눈빛은 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듯, 사사로운 마음에 흔들리는 안의를 정면으로 꾸짖고 있었다. 연서에 대한

  • 봄 향기로 수놓다   1-10 증거는 반드시 진실로 가는가? (1)

    조선에서의 두 번째 밥을 먹던 우성은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자박자박 다가오는 발소리와 마루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려왔다.“나리,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어진의 목소리에 우성이 음식을 빠르게 삼켰다.“네, 들어오세요.”어진이 방문을 열고 따스한 햇살과 함께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흰 무명 옷 한 벌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앉아서 우성에게 그 상복을 내밀었다. 우성은 젓가락을 상 위에 올려놓고 그 옷을 받아 들었다.“이건...”“이것은 언니의 부친께서 생전에 입으셨던 상복입니다. 일단은 이것을 입으시고, 차차 맞는 옷을 구해 보자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우성은 옷을 펼치지 못했다.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 두겠다는 금선의 의도가 선명했다. 망설이는 우성을 보고 어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그러십니까?”우성이 어진을 바라보았다.“저는 조선 사람이 아니라 쉽게 섞이지 못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아까 어진 씨도 봤겠지만, 저는 조선의 예법이나... 규율, 생활 방식 이런 걸 전혀 알지 못해요. 모두가 수상하게 여길 거예요.”“그건 그렇죠. 솔직히 지금도 엄청 수상해 보이시는 건 사실이니까요.”납득이 간다는 표정으로 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성은 애꿎은 옷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진은 그의 표정을 찬찬히 살피다가 다시 말했다.“어쨌든, 어머니의 계획은 이래요. 나리께서... 이 집의 고공(雇工)으로 일해 주시는 거예요.”“...고공?”우성은 처음 듣는 말이라 어진에게 되물었다.“예... 그러니까... 이 집에 함께 기식하시면서 저희의 일손을 도와주시는 거지요.”“머슴 같은 걸 말하는 거예요?”어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머슴...이 뭐예요?”“아... 머슴은 지금 있는 말이 아닌가?... 그럼 노비?”“예에-? 노비라뇨, 큰 오해이십니다.”어진이 놀라 손사래까지 쳐 가며 부정했다. 우성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재차 물었다.“그러니까, 어머님이 저한테 일을 시키면 저는 그 일을 하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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