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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딸기팝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3 19:27:39

강민재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날 파티에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조용하지만 눈에 띄던 분위기, 한치의 망설임도 없던 응급처치,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던 태도, 그리고 어딘가 단단해 보이던 눈빛까지 지금 그녀가 하는 말과 겹쳐지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그녀답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가 본 적 없는 미소를 보였다.

늘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만 보였던 그녀였지만, 자신의 일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아주 잠깐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강민재는 그 짧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그녀에게서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

유봄은 자신이 너무 자신의 이야기만 한 것 같아 살짝 미안한 듯 고개를 들었다.

“저는 제 얘기만 한 것 같네요… 혹시 강민재씨는 어떤 일 하세요?”

강민재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려다, 잠시 자신의 회사를 떠올렸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건설사였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잠깐 생각한 뒤, 가볍게 답을 골랐다.

“건설 쪽 일이에요. 현장 관리나 프로젝트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봄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건설 쪽 일이라는 말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몸을 쓰는 힘든 일을 떠올렸다. 병원 밖 세상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그녀였기에, 그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상상하지 못한 채 그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였다.

“아…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녀의 짧은 한마디에는, 그의 일을 향한 단순한 이해와 함께 자연스러운 걱정이 담겨 있었다.

강민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타이밍을 가늠하듯 짧게 숨을 고른 뒤,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 솔직히 말하면 미국에서 지내면서 아는 사람도 많지 않고 조금 외로운 편입니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친구가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담담하게 꺼낸 제안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은근히 담겨 있었다.

유봄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도 자신처럼 낯선 곳에서 지내며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떠올렸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네… 좋아요. 친구 하죠.”

강민재는 속으로 밀려오는 감정을 차분히 누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면서도, 그의 시선과 미묘한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만족감과 설렘이 은근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를 따라다니는 여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강민재는 그동안 사고로 일찍 부모를 잃은 뒤, 할아버지를 도와 회사를 지키고 키우는 데에만 집중해왔다. 최고의 건설회사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쉼 없이 달려오며, 자연스럽게 연애나 개인적인 감정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도 여자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깊이 마음을 두는 일만큼은 스스로 선을 긋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신이 이렇게 한 사람에게 빠지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를 마주한 순간부터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자신의 감정을 느끼며, 그 변화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하고 배려해주는 그녀의 세심한 태도에, 강민재는 또 한 번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작은 말 한마디, 자연스럽게 건네는 시선, 그리고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진심이 담긴 행동들까지 그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녀 역시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낯선 타지에서 홀로 지내며 느끼던 어색함과 피로가, 그와의 대화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풀려나갔다. 서로의 처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서로에게 큰 기대를 하기보다는, 그저 같은 시간 속에서 가볍게 위로가 되어주는 관계.

유봄은 그게 지금의 자신에게 꽤 괜찮은 인연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강민재는 문득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다.

이렇게 매일 저녁을 굶는다면, 자연스럽게 그녀를 만날 이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스스로도 황당한 발상이었지만, 그는 그 생각에 혼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꾸밈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눈에 담고 있었다.

그의 계획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그가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일은 실패한 적이 없다.

그에게 그녀에 대한 계획 역시도.

아마도 그녀는 이제 언제까지나 그의 곁에 설 것이고 그가 그녀의 바람막이가 될 것이고 그녀의 따뜻한 품이 될 것이다.

이런 그의 계획은 전혀 모르는 유봄은 큰 눈을 들어 그에게 살짝 미소 짓는다.

그 미소가 그의 눈에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금이라도 손을 뻗어 그녀의 하얀 볼을 얼마나 만져보고 싶은지 그녀는 짐작조차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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