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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딸기팝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8 20:25:01

강민재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멈춰 있던 일들이 거짓말처럼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엉켜 있던 인허가는 다시 흐름을 찾았고, 막혀 있던 자금 라인도 그의 지시 한 번으로 방향이 잡혔다.

흔들리던 현지 파트너 역시, 직접 나선 그의 한마디에 태도를 바꿨다.

처리는 빠르고, 판단은 정확했다.

불필요한 과정은 과감히 잘라내고, 핵심만 남기는 방식.

짧은 시간 안에 상황은 눈에 띄게 정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강민재는 알고 있었다.

지금 해결되고 있는 것들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일 뿐이라는 걸.

이 사태의 뿌리는 더 깊숙이 박혀 있었고, 한 번의 정리로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겉을 정리하는 것과, 완전히 잘라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는 창가에 서서 잠시 도시를 내려다봤다.

차갑게 정돈된 유럽의 풍경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들이 얽혀 움직이고 있었다.

“……”

짧게 숨을 내쉰 그는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이번 건은 단기간에 끝낼 일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빠르게 수습하고 있었지만, 남아 있는 문제들까지 완전히 도려내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최소 몇 달.

그는 머릿속으로 일정을 다시 정리했다.

본사와의 조율, 현지 라인 정리, 새로운 구조 재편까지.

모든 걸 끝까지 잡으려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강민재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미 선택한 일이었고, 시작한 이상 끝을 내는 성격이었으니까.

“정리한다.”

짧게 중얼거린 말처럼,

그의 시선은 다시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이번에는 단순한 해결이 아니라, 완전히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늦은 밤, 일정이 겨우 끝난 뒤였다.

강민재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창가에 섰다.

하루 종일 이어진 회의와 정리, 끝없이 이어지는 보고들로 몸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

그는 말없이 위스키를 한 잔 따랐다.

잔에 부딪히는 얼음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낮게 울렸다.

한 모금.

목을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감각이, 쌓여 있던 피로를 조금씩 눌러내렸다.

창 너머로는 유럽의 밤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정돈된 가로등, 잔잔하게 이어지는 불빛들,

어딘가 고요하면서도 낯선 도시의 풍경.

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 풍경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문득 파티에서 스쳐 지나갔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또렷하게 남아 있는 얼굴.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나쳤던 그날 이후로, 그녀의 인상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강민재는 잔을 든 채 잠시 시선을 떨궜다.

“…하.”

짧게 내쉰 숨 끝에, 묘하게 조급한 감정이 스쳤다.

지금 이 도시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머릿속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생각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

하루라도 빨리, 그날 스쳐 지나간 그 여자를 찾아내고 싶다는 욕구.

이성적으로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감정은그걸 따르지 않았다.

강민재는 다시 위스키를 한 모금 넘겼다.

차갑게 식어 있어야 할 판단이, 그 순간만큼은 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창밖의 불빛이 잔잔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그의 시선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리고 그 밤 강민재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

회진시간.

유봄은 차트 파일을 들고 교수 뒤를 따라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늘 하던 일상이었고, 감정이 개입될 여지는 없는 익숙한 루틴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병실 안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입원 환자—하지만 첫인상은 전혀 환자 같지 않았다.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흐트러짐 없는 이목구비, 그리고 상황을 여유 있게 바라보는 눈빛까지.

“오늘 상태는 어떠십니까.”

교수의 질문에 그는 짧게 답하며 시선을 옮겼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멈췄다.

유봄.

차트를 확인하며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서 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남자의 표정이 아주 미묘하게 변했다.

그저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시선이 아니었다.

확실히 ‘인식한’ 눈이었다.

“…괜찮습니다.”

대답은 교수에게 했지만, 시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유봄이 차트를 넘기며 간단한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에도 그의 눈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회진이 끝날 즈음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생님.”

교수가 아닌, 유봄을 향한 말이었다.

유봄이 시선을 들었다.

“네.”

“회진 끝나고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말투였다.

부담스럽지 않게, 하지만 분명한 의도를 담은 질문.

교수가 잠시 그를 쳐다봤고, 유봄은 아주 짧게 말을 정리했다.

“필요하신 부분은 담당 의료진 통해 말씀해 주세요.”

딱 선을 긋는 대답.

하지만 남자는 웃으며 물러나지 않았다.

“그럼… 제가 더 회복되면 따로 식사라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노골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직진이었다.

병실 안의 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흔들렸다.

유봄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차트를 정리하며 시선을 거두었다.

“회진 마치겠습니다.”

짧게 정리된 말과 함께 그녀는 돌아섰다.

그날 오후.

그 상황을 전해 들은 이진성의 표정은 눈에 띄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담담하게 묻는 말.

하지만 그 안에는 평소와 다른 결이 섞여 있었다.

“그 환자, 계속 유봄선생님 찾는다고 하던데요.”

옆에서 들려오는 말에, 이진성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회진.

같은 병실 앞.

이진성은 자연스럽게 동선을 맞춰 그곳에 섰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병상에 앉아 있던 남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짧은 눈맞춤.

서로를 한 번에 파악하는 종류의 시선이었다.

이진성은 차트를 넘기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다.

“상태는 안정적입니다. 큰 문제 없으면 예정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업무적인 말투.

그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아, 그리고.”

남자의 시선이 다시 올라왔다.

이진성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그분은… 결혼할 상대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중한 말투.

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순간 병실 안의 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남자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내 가볍게 웃었다.

“그렇습니까.”

짧은 대답.

하지만 그 눈빛에는 여전히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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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재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멈춰 있던 일들이 거짓말처럼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엉켜 있던 인허가는 다시 흐름을 찾았고, 막혀 있던 자금 라인도 그의 지시 한 번으로 방향이 잡혔다.흔들리던 현지 파트너 역시, 직접 나선 그의 한마디에 태도를 바꿨다.처리는 빠르고, 판단은 정확했다.불필요한 과정은 과감히 잘라내고, 핵심만 남기는 방식.짧은 시간 안에 상황은 눈에 띄게 정리되고 있었다.하지만 강민재는 알고 있었다.지금 해결되고 있는 것들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일 뿐이라는 걸.이 사태의 뿌리는 더 깊숙이 박혀 있었고, 한 번의 정리로 완전히 끝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겉을 정리하는 것과, 완전히 잘라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그는 창가에 서서 잠시 도시를 내려다봤다.차갑게 정돈된 유럽의 풍경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들이 얽혀 움직이고 있었다.“……”짧게 숨을 내쉰 그는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이번 건은 단기간에 끝낼 일이 아니었다.겉으로는 빠르게 수습하고 있었지만, 남아 있는 문제들까지 완전히 도려내려면 시간이 필요했다.최소 몇 달.그는 머릿속으로 일정을 다시 정리했다.본사와의 조율, 현지 라인 정리, 새로운 구조 재편까지.모든 걸 끝까지 잡으려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강민재는 망설이지 않았다.이미 선택한 일이었고, 시작한 이상 끝을 내는 성격이었으니까.“정리한다.”짧게 중얼거린 말처럼,그의 시선은 다시 냉정하게 가라앉았다.이번에는 단순한 해결이 아니라, 완전히 정리하기 위해서였다.늦은 밤, 일정이 겨우 끝난 뒤였다.강민재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창가에 섰다.하루 종일 이어진 회의와 정리, 끝없이 이어지는 보고들로 몸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그는 말없이 위스키를 한 잔 따랐다.잔에 부딪히는 얼음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낮게 울렸다.한 모금.목을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감각이, 쌓여 있던 피로를 조금씩 눌러내렸다.창 너머로는 유럽의 밤거리가 펼쳐져 있었다.정돈된 가로등, 잔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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