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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딸기팝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8 20:10:22

강민재는 한 번 보면 시선이 그냥 지나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키가 큰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비율, 모델보다도 더 완성된 듯한 피지컬에 정제된 선으로 떨어지는 얼굴까지.

무심하게 서 있기만 해도 주변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

누군가는 그를 한 번 보고 지나쳤다가도, 이상하게 다시 고개를 돌려 한 번 더 보게 된다.

과하게 꾸민 티는 없는데도, 오히려 그래서 더 눈에 들어오는 외모.

단정하게 정리된 헤어, 깔끔한 수트, 그리고 필요 이상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표정까지.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배우 같다”는 말을 가볍게 꺼내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그보다 더 현실감 없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런 강민재가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삼진건설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회장의 하나뿐인 손자인 그는 이미 국내를 넘어 해외 사업까지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해외 지사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움직여야 하는 상황.

삼진건설이 진출해 있는 국가는 여러 곳이었지만,

이번 문제는 규모와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단순한

현지 해결로 끝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삼진건설의 유럽 지사.

동유럽 대규모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던 현장에서 문제가 터졌다.

당초 계획했던 인허가 절차가 갑작스럽게 지연되었고, 현지 정부와의 계약 조건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금 흐름까지 막히면서 공사 전체가 멈출 위기에 놓였다.

단순한 현장 문제가 아니었다.

정치와 자본, 그리고 현지 세력까지 얽혀 있는 복잡한 상황. 

“민재야, 네가 직접 가라.”

회장의 한마디.

강민재는 짧게 상황을 정리한 뒤, 더 묻지 않았다.

이미 자신이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

겉으로는 안정적이고 세련된 시장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철저한 계산과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곳.

그곳에서 흔들린 사업을 바로잡는다는 건 단순한 실무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민재는 망설이지 않았다.

서류를 정리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출국 준비를 마치는 그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차가운 판단, 빠른 결단.

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현지에서 벌어질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아주 짧게 스치는 한 생각.

파티에서 스쳐 지나갔던 그 얼굴.

아직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존재.

강민재는 그 생각을 길게 붙잡지 않았다.

지금은 일이 먼저였다.

하지만

‘돌아오면…’

끝까지 생각을 이어가진 않았지만,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췄다.

곧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방을 들어 올렸다.

***

동유럽 지사에 도착한 순간부터, 공기의 결이 달라졌다.

강민재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곧장 차량에 올라탔고, 이동하는 동안 이미 보고서의 핵심만 빠르게 짚어냈다. 불필요한 감정은 배제한 채, 필요한 정보만 머릿속에 정리하는 속도가 남달랐다.

지사에 도착했을 때, 회의실 안에는 긴장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며칠째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 엇갈린 보고, 그리고 서로 눈치를 보는 임원들.

문이 열리고 강민재가 들어오는 순간, 그 흐름이 단번에 끊겼다.

그는 말없이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류를 한 장 넘겨보며 짧게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 다시 정리해 보시죠.”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 말을 이어갔지만, 중간에 강민재가 가볍게 손을 들어 끊었다.

“그건 이미 보고서에 있습니다. 제가 묻는 건, 왜 그렇게 됐냐는 겁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고, 표정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말을 고르게 되었다.

강민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를 천천히 밀어내며 시선을 들었다.

“인허가 지연, 자금 동결, 현지 파트너 이탈 조짐.”

짧게 핵심만 짚어낸 뒤, 한 박자 쉬었다.

“이건 개별 문제가 아니라, 하나로 묶인 구조입니다.”

그의 눈빛이 한 사람씩을 스쳐 지나갔다.

“누가 건드린 겁니까.”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강민재는 그 반응을 잠시 지켜보다가, 의자를 끌어 앉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정리하죠.”

그 순간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필요한 지시만 짧고 명확하게 내렸다.

“현지 법무팀 바로 호출하세요. 계약 조항 다시 검토합니다.”

“자금 라인, 본사 통해 우회 경로 확보합니다.”

“파트너 쪽은 제가 직접 만나겠습니다. 일정 잡으세요.”

말은 길지 않았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머뭇거림도, 재확인도 없었다.

결정을 내리는 속도,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확신.

그것이 회의실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지만, 강민재는 시선을 고정한 채 짧게 답했다.

“책임은 제가 집니다. 진행하세요."

그 한마디로 모든 망설임이 사라졌다.

회의가 끝나고도, 아무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방금 전까지의 혼란 대신

정리된 방향과 묵직한 긴장감이 남아 있었다.

강민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류를 정리하며 문을 나섰다.

그의 등 뒤로,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본사에서 직접 보냈군.”

그 말에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이미 모두가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 사람이 직접 와야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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