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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일설연우
그날 저녁, 군영에서 돌아온 고장훈은 먼저 난향원을 찾았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유소영이 몸이 불편하여 일찍 탕약을 복용하고 잠에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안방.

유소영은 침상에 기대에 의서를 읽고 있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방 안에 가득했다.

밖에서 돌아온 아민이 말했다.

“아씨, 장군은 제가 말해서 잘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장군을 피하는 것도 일은 아니에요.”

유소영은 손등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기침을 했다.

“최대한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해야지.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보다는 나아.”

고개를 든 그녀가 물었다.

“내가 당부한 일은 어찌 되었느냐?”

아민이 웃으며 답했다.

“안심하세요, 아씨. 소인이 이미 세자를 청우각으로 모셨습니다. 비록 술 저장고가 지하에 있지만 아씨의 분부대로 대나무 통과 실로 본채와 연결시켜서 안채에서 나는 소리가 모두 저장고 쪽에서 또렷이 들을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

“쿨럭….”

유소영은 세게 기침을 하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씨, 풍한이 든 것 같은데 오늘 저녁은 침술을 잠시 미루는 것이 어떤가요?”

유소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난 괜찮으니 부축 좀 해주거라.”

청우각은 임유정의 거처로, 은밀한 추태를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도록 고 부인은 내원의 시종들을 모두 물리고 오직 임유정의 측근 시녀만 남아서 시중을 들도록 했다.

그러고는 대외적으로 세자가 조용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오히려 유소영에게 편리를 제공한 셈이었다.

한밤중이 되자, 그녀는 아민과 함께 청우각 지하실에 도착했다.

지하실에 있는 술 저장고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평소에는 아무도 오지 않고 또 지하에 위치해 있어 더욱 은밀했다.

세자 고준형의 시신은 바로 이곳에 놓여 있었다.

희미한 촛불이 한옥관 속 사내의 얼굴을 비추자, 옥처럼 고운 피부와 맑고 우아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민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아씨, 세자는 참으로 빼어난 용모를 갖고 계시군요. 마치 잠든 선인 같아요!”

유소영은 한옥관을 등지고 침술 도구를 꺼냈다.

아민의 말이 과장된 건 아니었다.

고준형은 여섯 살 나이에 천하에 명성을 떨친 신동이었다.

그가 장원급제하여 말을 타고 거리를 누비던 날, 수많은 소녀들이 그의 풍채를 보려 모여들었고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투기까지 했다.

그는 황제의 측근 신하로 지냈고, 또한 책사의 신분으로 군을 따라 북부로 출정해 빛나는 전공을 세웠다.

하늘이 그의 재능을 시기했던 걸까, 고준형은 어릴 적부터 병약해서 번거로운 정무를 감당하기 힘들어졌고 북부 전쟁이 끝난 후로는 저택에 머물며, 황제가 필요할 때만 입궁하여 조정의 중요 사안을 논의했다.

그의 능력이 출중하지 않았다면 임 재상이 굳이 딸을 병약한 그에게 시집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유소영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옷을 벗겨라.”

아민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씨, 저더러 세자의 옷을 벗기라는 말씀인가요?”

유소영은 뒤를 돌아보며 반문했다.

“그럼 누가 해?”

아민은 바짝 긴장하며 간신히 손을 내밀어 사내의 허리띠를 잡았다가 다시 놓았다.

“안 되겠어요, 아씨. 소인은 못 하겠습니다. 세자께서 살아 계시다는 생각이 들면 제가 세자의 순결을 더럽히는 것 같단 말입니다!”

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마음에 잡념이 없다면 무엇이 두렵겠느냐?”

아민은 입꼬리를 비틀며 뒤로 물러섰다.

“아씨, 소인은 범부라 마음에 잡념이 많습니다. 차라리 제가 나가서 망을 볼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밖으로 도망가 버렸다.

아민이 도망쳤으니 유소영은 부득이하게 고준형의 옷을 직접 벗겨야 했다.

침을 놓아야 할 위치는 모두 상반신에 있었기에 상의만 내리면 될 일이었다.

그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손을 뻗었다. 사내의 허리띠를 푸는 건 처음이라 다소 손놀림이 서툴렀다.

하지만 침술을 시행하는 과정은 매우 순탄했다.

미리 서역에서 사온 약물에 담가두었던 은침은 경맥을 소통시키는 동시에 해독 효과가 있었다.

유소영의 침법은 정확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반 시진 후.

그녀는 침을 모두 뽑고 아민을 불렀다.

그녀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맺히고 손목은 시큰거릴 정도로 지쳐 있었다.

“아씨!”

아민이 서둘러 그녀를 부축했다.

유소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괜찮으니 먼저 나가자꾸나.”

말을 마친 그녀는 관 옆에 놓인 대나무통을 돌아보았다.

청우각.

임유정은 목욕을 하고 있었고 시녀 춘화가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부인, 세자는 술 저장고로 모셔졌습니다. 마님께서는 시신의 부패를 늦추기 위해 안에 얼음을 들여놓았으니 부인께서는 후사를 보는 일에 지장이 없도록 절대 그곳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하셨어요.”

“알겠다.”

임유정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세자는 이제 죽었고 그녀는 앞을 보고 살아야 했다.

“도련님은 돌아오셨느냐?”

“예, 장군께서는 바깥방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잠시 후, 목욕을 마친 임유정은 얇은 베치마를 입고 나왔다.

그 모습을 본 고장훈은 저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고 눈빛이 뜨거워졌다.

임유정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비단 장막이 뜨겁게 겹쳐진 두 사람의 모습을 가렸다.

임유정은 고장훈의 허리를 꽉 안고 그의 귓가에 대고 그의 이름을 속삭였다.

황홀에 취한 고장훈의 표정이 그녀를 만족스럽게 했다.

그녀는 결코 유소영 같은 천한 출신이 자신의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임유정은 회임만 하면 바로 유소영을 쫓아낼 생각이었다.

고장훈이 자신에게 더욱 깊게 빠져들게 하기 위해, 그녀는 더 간드러지게 교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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