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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일설연우
다음 날, 영향원.

유소영과 임유정은 함께 아침 문안을 왔다.

고 부인은 다정하게 임유정의 손을 잡으며 관심을 표하면서도 유소영은 한 켠에 세워두고 무시로 일관했다.

아민은 고 부인이 속물이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대놓고 편애하며 둘째 며느리의 체면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

유소영은 이미 익숙한 상황이라 고 부인의 태도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홀로 차를 마시며 고 부인과 임유정의 대화를 들었다.

“장훈이에게 작위를 하사한다는 교지가 어찌하여 지금까지 내려오지 않는 거지?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게 아니야?”

임유정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안심하세요, 어머니.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이번 작위 선정에 조정에서 거의 대부분 관원들이 도련님을 추천했다 하십니다. 폐하께서는 대신들의 의견을 가장 중시하시니 거의 확정이나 다름없죠. 생각건대 예부에서 교지를 작성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니, 조급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고 부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장훈이를 추천한 관원들은 재상 나으리의 안면을 봐주신 것이겠지.”

‘봤지? 이게 바로 귀족가 규수의 능력이야. 조정의 일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고 있지. 어디 상인의 딸 따위가 감히.’

임유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친정에 가서 어머니를 뵈려 합니다. 들렀던 김에 아버지께 언제 교지가 내려질지 여쭤보고 오려고요. 그래야 어머니께서도 잔치 준비를 하시죠.”

고 부인은 너무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 그래야지.”

곧이어 고 부인은 유소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서 형님에게 감사드리지 않고 뭐 하고 있느냐.”

유소영은 찻잔을 내려놓고 미소 띤 얼굴로 유유히 말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형님.”

재상부.

서출인 임유정이 병든 적모에게 문안을 드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녀는 먼저 아버지의 서재로 찾아갔다.

세자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녀를 대하는 임 재상의 태도는 늘 냉랭했다.

“아버지, 고장훈이 작위를 하사받는 건 이미 확정된 일이겠지요?”

임유정은 아버지의 책상으로 다가가며 다정하게 물었다.

임 재상의 얼굴빛이 차가워졌다.

“네 언니가 곧 입궁하게 될 터이니, 앞으로 재상부와 후부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너도 이제부터 분수를 좀 지켜야지. 고장훈이 작위를 받든 말든,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임유정은 아버지가 적녀인 언니를 편애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도 친딸인데 억울했다.

“아버지, 고장훈은 제 아이의 아버지가 될 사람입니다. 어찌 제가 관심을 안 할 수 있겠어요?”

쾅!

임 재상이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했다.

“어리석은 것! 너를 고준형에게 시집보낸 것은 그가 능력이 출중하여 이 아비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가 죽었는데 내가 후작부를 도우리라 기대하는 것이냐? 내가 무슨 이득을 볼 게 있다고!”

외손자니, 후작부의 작위이니 하는 것들은 재상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임유정은 서러움이 북받쳤다.

“고장훈은 혁혁한 전공을 세운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입니다.”

임 재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음을 터뜨렸다.

“혁혁한 전공?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 평담 전쟁은 2년이나 지속되었고 여러 대군이 함께 싸워서 이루어낸 성과이니, 결국엔 군량과 병력이 승부의 관건이었다. 이 기회에 네 큰 오라비의 길을 닦아주려 했는데, 결과는 어찌 되었지? 고장훈의 군량이 먼저 도착했어! 실력을 따지면 그자에게 무슨 재능이 있다고?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지. 네 지아비인 고준형은 계략으로 정주를 탈환하고 병상에 누워서도 전장을 지휘하며 무수한 군공을 세웠으니, 그게 진짜 재능이야! 안타깝게도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구나. 그런 대단한 사위가 내 편에 섰더라면, 내가 조정에서 더 활개를 펼칠 텐데 말이다.”

임 재상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조정의 일을 어리석은 딸에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누가 고장훈의 군량 운송을 도왔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감시관 쪽은 분명히 미리 언질을 해두었는데 누가 포위를 뚫고 고장훈을 도왔을까?

“아버지, 전에 많은 대신들이 고장훈을 추천하였다고 하셨는데 이건 틀림없겠지요?”

임유정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래.”

확답을 들어서야 그녀는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그럼 문제없어!’

“그럼 저는 이만 어머니께 문안드리러 가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임 재상이 일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작위 문제로 근래 황제는 오랫동안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이는 신흥 귀족과 세가의 이익이 얽힌 복잡한 문제였다.

며칠 전 조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장훈을 추천했지만 요 며칠 사이 갑자기 풍향이 바뀌었다.

임유정에게 이를 말하지 않은 이유는 아녀자가 조정의 일을 세세히 알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임 재상은 한창 적녀의 입궁 문제에 신경을 쏟고 있어 후작부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후작부로 돌아온 임유정은 고 부인에게 불려갔다.

유소영도 함께 있었다.

고 부인이 대놓고 물었다.

“유정아, 재상께선 뭐라고 말씀하셨느냐?”

임유정이 웃으며 답했다.

“안심하세요, 어머니. 변고는 없습니다.”

곧이어 고 부인은 못마땅한 눈으로 유소영을 노려보았다.

“보아라. 이 일은 결국 네 형수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았니. 너희 유씨 집안이 아무리 부유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 조정의 정보조차 캐내지 못하면서.”

임유정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 부인을 말렸다.

“어머님, 그런 말씀 마세요. 사람마다 각자 할 일이 있는 법이죠. 유씨 집안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죠.”

고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피곤할 테니 먼저 돌아가 쉬거라.”

이때, 유소영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머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교지가 여태 내려오지 않으니, 저는 여전히 마음이 불안합니다. 하여 저도 한몫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혼수를 모두 꺼내 형수께 드려, 이 일을 위해 힘써주셨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 말이 나오기 바쁘게 고 부인의 표정이 굳었다.

유소영의 혼수 중 몇몇 점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 부인의 손에 있었다.

애당초 유소영이 사치를 부린다는 구실로 혼수를 봉인해 지금까지 영향원의 창고에 보관해두었는데 고 부인은 암묵적으로 그것을 자신의 소유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유소영이 전부 임유정에게 내준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멈칫하던 임유정이 이내 얼굴을 펴며 웃었다.

“동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이 천한 것이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지? 장훈이 곧 작위를 받을 텐데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불안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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