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화

Penulis: 정대천
이도현의 등장으로 신수빈은 놀라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다 날이 샐 무렵에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청하가 그녀를 깨우러 왔을 때, 신수빈은 잠이 부족해 아린 이마를 주무르며 일어섰다.

"대공자께 전해라. 무예에 능하고 몸 쓰는 데 익숙한 아씨 둘을 구해보시라 하여라."

지난밤 이도현이 왔다 간 일을 아무도 몰랐던 탓에 신수빈은 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청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신수빈의 세수를 거든 뒤 안채로 서씨 부인께 문안을 드리러 갔다.

서씨 부인은 본래 성질이 까다로웠다. 시집왔을 적 시어머니께 갖은 시집살이를 받았던 만큼 이제 며느리를 대함에 있어 더욱 엄하였다.

병을 앓는 중이라 하였지만 신수빈의 조석 문안은 면제되지 않았다. 그녀는 아침상을 들인 뒤 약을 챙겨드렸고 서씨 부인은 침상에 누워 다리가 저리다며 다리를 주물러 달라 하였다.

신수빈은 말없이 낮은 탁자 곁에 앉아 정갈히 다리를 눌러드렸다.

전생에도 이랬다. 서씨 부인은 언제나 그녀를 갈궜고 이런 행태는 늘상 써먹던 수작이었다.

이윽고 점심 무렵이 되어야 서씨 부인은 진정되었고 이어서 점심상을 차려야 했다.

한참 뒤, 서씨 부인이 낮잠에 들고 나서야 청하는 속상한 듯 입을 열었다.

"마님, 부인께서 주무시는 사이 잠시 눈을 붙이시지요."

신수빈은 허리를 주무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씨 부인이 곧 깨어 다시 부를 것이 분명했기에 그녀는 부인의 처소 옆 귀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청하는 부채질을 하며 그녀의 눈 아래 짙게 내려앉은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저 안쓰럽기만 하였다.

무슨 권세가 집안이라지만 속은 시궁창 같은 일뿐이었다. 그녀가 친정에 있을 때는 이보다 훨씬 자유로웠는데...

다행히 오후가 되자 서씨 부인은 피곤했는지 더는 시비를 걸지 않았고 신수빈도 그제야 오래 누울 수 있었다.

청하가 그녀를 깨울 즈음 바깥에서는 울음섞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소리는 안채로 들어왔다.

신수빈은 소란에 눈을 떴고 윤서원과 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적형제인 윤서령임을 알아보자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전생에 윤서령은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많았다. 훗날 고관대작 집안에 출가한 뒤에도 친정일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며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여러 번 곤란하게 만들었다.

윤서령은 본디부터 신수빈의 출신을 깔보았다. 이번에도 그녀를 보자 코웃음을 치고는 곧장 서씨 부인의 안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오늘 저 사람들한테 아주 치일 뻔했습니다!"

그러곤 훌쩍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서씨 부인은 이미 깨어 있었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윤서령의 시녀가 더듬더듬 오늘 있었던 일을 전하였다. 신수빈도 문밖에서 대강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 경성의 귀한 규수들이 여름 잔치를 연다고 하였다. 평양 후부는 상가 집안으로서는 권세를 자랑할 만하나 경성 전체로 보자면 그리 대단한 지위는 아니었다.

본래 말단 문벌에 불과한 데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속은 텅 비었기에, 윤서령이 입고 간 옷가지며 장신구가 근래 사대부 규수들 사이에서 이미 한물간 양식이라 조롱거리가 되었고 그 수치심에 겨워 울며 돌아온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서씨 부인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 딸, 울 일이 아니다. 어서 네 형수에게 알려 주거라."

신수빈은 속으로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발을 들였다.

서씨 부인은 손짓하며 웃었다.

"마침 잘 왔다. 네 혼수 중에 보기 드문 보석과 좋은 옷감이 많았던 걸로 아는데 다 입고 쓰기도 어려울 터. 그러니 네 동생이 몇 가지 골라가게 하거라. 꽃봉오리 같은 나이 아니냐. 마침 혼사도 있어 만약 친왕이나 귀한 집안에 시집을 간다면 너나 서원이한테 다 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 말, 신수빈은 전생에 수없이 들었다. 윤서령은 결국 정국공부 세자 부인으로 출가했고 서씨 부인은 체면을 걱정해 그녀의 혼수 가운데서 절반은 윤서령에게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일상적으로도 시도 때도 없이 들고 가는 바람에 혼수품은 모조리 빼앗기다시피 했다.

지금도 아직 혼인한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았건만 윤서령은 이미 갖은 장신구며 의복을 수없이 가져갔다. 이제 또다시 옛 수법을 쓰려는 것이다.

신수빈은 맑게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공교롭습니다. 저도 마침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옷감과 장신구가 많다 해도 어차피 당장 쓰지 못하면 창고에 묵을 뿐이지요. 그래서 며칠 전 전부 옷감방과 보석방에 내다 팔아버렸습니다. 평소 쓰는 것만 두 벌 남겨두었지요. 동생께서 장신구가 필요하시다면 보석방에 가서 고르시지요. 그곳 주인과 점주는 저희 오라버니와 벗이라 전부 제 오라버니 장부에 올리시면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마치고 신수빈은 미소 띤 얼굴로 모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 속에는 웃음기라곤 없었다.

과연 너희 후부가 낯짝이 있기는 할까? 감히 신씨 집안을 빌미 삼아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가다니.

신수빈의 말에 윤서령은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았고 서씨 부인은 인상이 구겨지더니 콧방귀를 몇 번 뀌고는 기분 나쁜 어조로 말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이상하구나. 네가 우리 집안 식구들이 네 덕을 보려는 걸 꺼리는 것이냐? 혼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혼수를 팔아버리다니 남들이 들으면 우리 평양 후부가 가세가 기울어 네 혼수에 기대는 줄 알겠다. 체면이 다 뭐가 되겠느냐?"

그들의 체면 따위는 본디 바닥에 깔려 있었다.

신수빈은 겉으로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며느리가 감히 그럴 리 있겠습니까. 다만 세자께서 진휼에 다녀오신 뒤 태상사에 들어가셨는데 겨우 축문 읽는 벼슬 하나 얻었을 뿐이었지요. 조정에도 나아가지 못하고 관청에 가만히 앉아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앞으로 자리를 마련하려면 여간 품이 드는 일이 아닐 듯싶습니다. 비록 혼례 행렬은 십 리를 붉게 물들였으나 실상 가져온 은전은 그리 많지 않아 쓸모없는 물건 몇을 팔아 은전을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서방님께서 인사치레에 쓰시게 하려는 것이었지요."

신수빈의 말은 조리 있었고 그 속뜻 또한 분명하였다. 서씨 부인은 더는 꼬집을 말이 없어 못마땅한 기색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앞으로는 뭘 하든 나와 상의하거라. 네 혼수라 하나 이제는 후부에 들어온 이상 다 집안 살림이다.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수빈은 이미 이들의 후안무치한 속셈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저 대수롭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령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발끈하며 입도 헤아리지 않고 내뱉었다.

"무슨 천하 제일의 거부댁 외동딸이라더니 이렇게나 궁상맞은 집안일 줄이야. 손에 은전이 없으면 그냥 부모님께 청하시면 될 일 아닙니까? 내 보기엔 댁네 신씨 집안의 거부란 명성도 허울뿐인 듯합니다. 그런 집안에서 우리 윤씨 집안에 시집온 건 분명 우리 집안의 체통을 빌어 보려는 수작이었겠지요."

서씨 부인은 고개를 떨군 채 찻잔을 들어 마셨을 뿐 그녀의 폭언을 막지도 않았다.

신수빈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오히려 친정에서 뭔가 더 끌어올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전생의 신수빈은 정말 그러하였다. 말 몇 마디에 마음이 무너져 혹여 친정에서 더 많은 것을 보내면 시댁이 달리 보아주지 않을까 기대하곤 했다.

그러나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들의 욕심은 끝도 없었고 그 마음은 어둡고 탐욕스러웠다.

"작은아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예로부터 사내대장은 부모께 밥 얻어먹지 않고 여인이라면 시집올 때 입었던 옷은 다시 꺼내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저와 후야는 이미 혼례를 올렸으니 이제 한집 사람이온데 후야의 벼슬자리를 구하심에 쓰이는 경비를 어찌 친정에까지 의지하겠습니까. 더구나 후부의 공금으로 충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온데... 이는 저희 부부가 감당할 일이지요.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출가한 몸인데 친정은 그저 외가일 뿐 어찌 입을 열어 손을 벌리겠습니까? 사정을 아는 이들은 ‘사돈댁에서 딸을 아끼니 제법 도와주는구나’ 하겠지만 모르는 이들은 우리 후부가 겉으론 번듯하나 속은 텅 비어 저를 맞아들인 것도 고작 친정의 재물로 구멍 난 곳을 메우려는 것이었다 오해할 것입니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610화

    장녕은 이도현이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왕야가 신수빈의 지난 일에 얼마나 깊은 응어리를 품고 있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마음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없다는 것도.잠시 침묵하던 장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감히 분수에 넘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왕야께서 마님의 과거를 마음에 두고 계신다 해도, 결국 더 놓지 못하는 사람은 왕야이십니다. 그렇다면 왕야께서 먼저 몇 걸음 더 다가가셔야 합니다.”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그날 밤처럼,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은 일을 화가 난다고 입에 담으시면 마님의 마음만 상하게 됩니다. 그렇게 상처만 주다 보면 결국 마님은 왕야에게서 더 멀어질 뿐입니다.”장녕의 시선이 차분히 이도현을 향했다.“왕야께서 바라시는 것은 마님의 앞으로의 삶 아닙니까? 그렇다면 지난 일은 이제 놓으셔야 합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신다고 생각하십시오.”사실 장녕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신수빈이 이도현에게 품은 감정은 애정보다는 필요가 훨씬 컸다.지금도 그녀가 그의 곁에 있는 이유는 상당 부분 상황에 떠밀린 결과였다.정말 선택권이 있었다면, 그녀가 기꺼이 왕야에게 시집오겠다고 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런 진심은 너무 잔인했다.신수빈은 한번 마음이 식으면 쉽게 돌이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도현이 그녀를 끝내 포기할 수 없다면, 조급하게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마음을 활짝 열고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감정만 앞세워 서로를 몰아세울수록, 두 사람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질 뿐이었다.이도현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장녕의 말을 모두 들을 뿐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마침내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물러가라는 뜻이었다.장녕은 왕야가 자신의 말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장녕이 문턱을 막 넘어서려던 순간, 등 뒤에서 이도현의 무심한 목소리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609화

    “넷째 오라버니? 여긴 웬일이세요? 오시기 전에 사람이라도 보내셨으면 좋았을 텐데요.”신태안은 짧게 한마디만 했다.“할 말이 있어서.”그의 시선은 곧장 소온별에게 향했다.수상정에 앉아 있는 신수빈과 서하랑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는 성큼 앞으로 다가섰다.“소 아가씨와 따로 이야기할 일이 있습니다.”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기세였다.“소 아가씨께서 직접 저를 따라오시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직접 모셔가야겠습니까?”신수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례하다고 한마디 하려던 순간, 소온별이 먼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따라가겠습니다, 신 장군.”신태안은 그녀의 대답을 듣자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소온별은 신수빈과 서하랑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그의 뒤를 따라 수상정을 떠났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신수빈은 고개를 갸웃했다.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 같지는 않았다.분위기가 흐트러진 탓에 서하랑도 더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신수빈은 혹시라도 신태안이 무슨 일을 벌일까 걱정되어 금자에게 몰래 뒤를 따라가 보라고 일렀다.방으로 돌아온 신수빈은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딸랑이를 바라보다가 다시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싸우는 건 싸우는 것이고, 아이까지 못 만나게 하는 건 또 무슨 심보란 말인가.생각할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그 시각.이도현은 근정전에서 상소문을 검토하다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남은 상소문을 모두 처리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왕부로 돌아갔다.왕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집사를 불렀다.“오늘 부인 쪽에서 사람을 보내온 적이 있었느냐?”“없었습니다, 왕야.”이도현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좋아. 참 잘 버티는군.”'아들까지 데려왔는데도 꿈쩍도 안 한다는 건가.'그는 이를 악물더니 낮게 말했다.“장풍을 불러라.”곧 장풍이 들어오자 이도현은 곧바로 따져 물었다.“네가 그러지 않았느냐! 사흘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608화

    한참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다 보니 서하랑은 그제야 화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걸 깨달았다.오늘 두 사람이 호국부를 찾은 이유는 경림연에서 있었던 일을 묻기 위해서였는데 말이다.서하랑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그날 경림연에서 보니 왕야께서는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요 며칠은 가는 곳마다 두 사람 이야기뿐이다. 왕야께서 그 뒤로 찾아오시진 않으셨느냐?”신수빈은 태연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며칠 동안 몸이 좋지 않아 문을 닫고 손님도 받지 않았거든요.”거짓말은 아니었다. 이도현은 정말 찾아오지 않았다.그녀는 되묻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사람들은 뭐라고들 하나요?”서하랑이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췄다.“왕야께서 너를 마음에 두셨다는 얘기지. 경림연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직접 뜻을 밝혔는데 네가 거절하지 않았더냐.”잠시 뜸을 들인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어떤 사람들은 왕야께서 순전히 미색에 마음을 빼앗긴 거라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네가 지금 장안 백성들 사이에서 워낙 명망이 높고, 이번에 고향으로 돌아간 유생들까지 입을 모아 칭송하면서 현명한 여인이라는 이름이 사방으로 퍼졌으니, 그 정도라면 왕비가 되어도 손색없다고들 하더라고.”그녀는 피식 웃었다.“심지어 저잣거리에서는 네가 왕야와 혼인할지, 한다면 언제쯤 하게 될지를 두고 돈까지 걸고 내기를 하고 있더구나.”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험한 말들은 굳이 전하지 않았다.이런 소문이 퍼지는 만큼 시기와 질투가 섞인 말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신수빈은 사람들이 내기까지 벌인다는 이야기에 어이가 없어 속으로만 혀를 찼다.'다들 참 한가하기도 하지.'서하랑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래서... 네 생각은 어떠느냐?”신수빈은 씁쓸하게 웃었다.'아이가 아직 그의 손에 있는데 내게 무슨 선택권이 있다고.'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혼인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그날 밤, 이도현은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말을 너무도 쉽게 내뱉었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607화

    소온별은 옆에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서하랑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그러게 내가 집 살 때부터 뭐라고 했어? 외성에 작은 집 하나 사서 시녀 둘에 허드렛일하는 하녀 둘 정도만 두면 충분하다고 했잖아. 정말 부군이 고생하는 게 안쓰러웠다면 차라리 마차 한 대 사 주고 마부를 두는 게 나았지.”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혀를 찼다.“헌데 넌 집을 그렇게 크게 장만하고, 금지옥엽처럼 하인들을 거느리며 살았잖아. 시댁 식구들이 그걸 보고 욕심이 안 생기겠어? 일단 집 안에 발을 들인 이상 다 윗사람인데, 하나하나 모셔야 하고 떠받들어야 하지. 조금만 실수해도 불효했다는 소리부터 들을 테고.”말끝마다 핀잔이 이어졌지만, 그 안에는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평소엔 그렇게 똑 부러지는 애가 왜 이런 데서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는지 모르겠네.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놔두고 제 손으로 골칫덩이들을 집 안에 모셔 왔으니.”신수빈은 소온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하랑이 왜 그녀를 그토록 높이 평가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세상을 보는 눈이 맑았고, 중심이 단단한 사람이었다.서하랑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와서 어쩌겠어. 이미 다 와 버렸는걸. 어머님께서는 처음에 별말 없으셨는데, 형수님 내외가 옆에서 부추기기 시작하니까 명문가 흉내를 내며 시집 규율을 세우려 하셨어. 부군이 막아 줬으니 망정이지.”“집도 앞뒤로 나눠 시부모님과 친척들은 앞채에서 지내시고, 우리 부부는 뒤채에서 따로 살게 했어. 평소 문안도 부군이 늘 함께 갈 때만 드리니, 어머님께서도 함부로 날 난처하게 만들지는 못하시더라고.”신수빈은 조용히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깨달았다. 세상에 처음부터 한 몸처럼 완벽하게 맞는 부부는 없다는 것을. 결국 누구나 시댁과 친정, 체면과 예법, 수많은 현실 사이를 지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가는 것이었다.소온별이 다시 물었다.“헌데 오늘은 또 왜 그렇게 얼굴이 어두운 거야?”서하랑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606화

    경림연이 끝난 다음 날부터 그들은 호국부를 찾아오려 했다.하지만 그 무렵 호국부는 며칠째 굳게 문을 닫은 채 손님을 받지 않고 있었다. 밖에는 부인이 연회에서 병을 얻어 몸져누웠다는 말만 전해질 뿐이었다.그렇게 칠팔 일이 지난 뒤에야 두 사람은 다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사실 신수빈이 병이 난 것은 아니었다.그날 이도현과 크게 다투는 과정에서 그의 손아귀 힘이 지나쳐 목덜미 뒤로 선명한 멍이 남아 버렸다.봄이 깊어지면서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진 때, 하필 그렇게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멍이 들어 있었으니 아무리 가려도 숨길 수가 없었다.결국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수밖에 없었다.신수빈은 사람을 시켜 서하랑과 소온별을 수상정으로 안내했다.호국부를 하사받은 뒤에도 그녀는 한 번도 대대적인 연회를 열어 손님을 맞은 적이 없었다.늘 조용하고 신중하게 지냈다.서하랑 역시 이곳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웅장한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정갈하게 배치된 정원과 굽이굽이 이어진 회랑, 물 위에 떠 있는 정자가 한눈에 들어왔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세심하게 꾸며져 있어 흠잡을 데가 없었다.이곳은 본래 전 왕조의 한 친왕이 머물던 저택이었다.수도가 장안을 떠난 뒤 오랫동안 비어 있었는데, 이도현이 이토록 귀한 저택을 통째로 하사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서하랑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세 사람이 자리를 잡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정원이 정말 아름답구나. 장안에서 강남 풍경을 가장 잘 살린 곳을 꼽으라면 이곳과 돌아가신 여비의 서란소축뿐일 것이다. 왕야께서 네가 강남 출신이라는 걸 아시고 일부러 이런 저택을 골라 주신 걸 보면 마음을 많이 쓰신 것 같구나.”하지만 신수빈은 요 며칠 그 사람 이야기만 들어도 속이 치밀어 올랐다.그 이름조차 듣기 싫었다.그녀는 화제를 자연스럽게 돌렸다.“송 대인께서 곧 명주로 부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명주는 강남이라 제 고향인 여항과도 가깝지요. 언니께서는 이번에 강남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605화

    집사는 신수빈의 안색을 슬쩍 살핀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왕야께서... 마님께서는 당분간 호국부에서 근신하시며 잘못을 반성하라고 하셨습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출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하셨고요.”뒤에 서 있던 금자와 은보는 하마터면 눈을 뒤집을 뻔했다.'와, 이건 또 무슨 수야.''정말 기가 막히네.'신수빈은 이를 악문 채 굳게 닫힌 왕부의 대문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그녀는 몸을 돌려 다시 마차에 올랐다.'그래도 친아버지인데 설마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겠어.'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집사가 안으로 돌아와 보고했을 때, 이도현은 앞채에 앉아 있었다.이준우는 어느새 잠에서 깨어 있었지만 울지도 보채지도 않았다. 작은 몸으로 이도현의 무릎에 앉아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혼자 놀고 있었다.이도현이 고개를 들었다.“뭐라고 하더냐.”“마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집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덧붙였다.“많이 화가 나신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차마 드러내지는 못하시는 눈치였습니다.”이도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곁에 서 있던 장풍이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거 보십시오. 여인이라는 게 원래 사랑을 받으면 점점 더 제멋대로 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너무 잘해 주시면 안 됩니다. 며칠만 그대로 두십시오. 그러면 부인께서도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앞으로는 훨씬 더 다정하게 왕야를 모실 겁니다. 지금처럼 왕야께 맞서려 들지는 않을 테고요.”집사는 장풍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이도현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이준우를 바라보았다.나이가 있는 그는 이런저런 풍파를 겪어 본 사람이었다.속으로 한숨이 절로 나왔다.'한 사람은 가르칠 줄 알고, 다른 한 사람은 또 그대로 배워 버리는구나.'조용히 물러난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내일 우시위를 만나면 꼭 말해 줘야겠군. 좌시위를 좀 말려 보라고. 이대로 가다가는 나중에 마님께서 이 일을 따져 묻게 될 때 가장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