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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Author: 정대천
이도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는 것을 보자 신수빈은 그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음을 알아차렸다.

신수빈이 옅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왕야께서는 지금, 제가 왕야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첩이 되든 측비가 되든 누구도 감히 저를 괴롭히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한데… 과연 척희가 총애를 받지 못해서 그런 결말을 맞은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왕야께서는 언젠가 반드시 정비를 맞이하셔야 할 겁니다. 정비가 어질다면 왕부의 후택에는 그나마 숨 쉴 곳이 있겠지요. 한데 만약 정비가 질투가 많은 사람이라면요? 그때가 된다면 왕야께서 제게 베푸신 총애는 곧 제게 씌워지는 가장 큰 죄가 될 것입니다.”

이때 촛불이 툭 하고 소리를 내며 튀기 시작했다. 신수빈은 이내 탁자 위의 은침을 들어 촛심을 살짝 건드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사내들은 늘 밖의 일을 돌보느라 바쁩니다. 제가 후택에서 모욕을 당한다 한들, 그런 사사로운 일들을 매번 왕야 앞에 들고 나와야 할까요? 게다가 훗날 제가 서자나 서녀를 낳게 된다면 그 아이들은 왕비에게 보내져서 길러지겠지요. 열 달을 품어 낳은 아이가 다른 여인을 어머니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본다 생각하면 저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혹여 제가 총애를 믿고 분수를 넘기면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로 어사들이 줄줄이 나서 왕야를 탄핵할 겁니다. 내실을 단속하지 못하고 첩을 총애해 정실을 업신여긴다고요. 그때면 왕야께서는 어찌하시겠습니까? 결국은 제가 일을 키웠다 여기시며 왕야와 저 사이에 남아 있던 그 얼마 안 되는 정마저 소진되어 버리겠지요. 차라리 화이를 하고 평범한 사람에게 재가해서 정실이 되더라도 왕부의 첩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도현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촛불에 비친 그의 눈빛은 어둠에 잠겨 속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신수빈이 이토록 많은 말을 꺼낸 것은 두 사람 사이에 불편을 만들기 위함도, 그를 노하게 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이도현을 화나게 한다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은 없을 테니까. 신수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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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6화

    그녀들 역시 모두 딸을 둔 엄마였다. 그런데, 지금 윤서령 하나 때문에 부내의 모든 규수들이 혼처를 잃은 셈이 되었으니, 원망이 얼마나 깊겠는가? 그들은 속으로 이를 갈며 그녀를 미워하고 있었다.이제는 사람이 죽었어도 소용이 없었다. 딸들을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는 일은 더 이상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나란히 자기 처소로 돌아가는 길에 셋째 마님이 둘째 마님을 힐끗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요즘 집안이 어찌 된 건지 영 불안하기만 하네요. 조만간 절에 가서 제대로 한 번 빌어야겠습니다.”둘째 마님은 예전에 신수빈에게 크게 한 번 당한 기억이 있어 그 말을 듣자마자 냉소를 흘렸다.“뭐긴. 집에 화근이 들어온 게지. 그 신 씨가 문에 들어선 뒤로 집안에 제대로 된 일이 하나라도 있었는가?”그러자 셋째 마님이 깜짝 놀라며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그런 말은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신 씨는 일품 고명이고, 배 속에는 세자의 유일한 아이가 있습니다. 장차 이 후부를 물려받을 아이인데 괜히 그녀에게 밉보였다가는 우리만 손해입니다.”둘째 마님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 씨 앞에서는 감히 욕을 못 했지만 말이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 겐가?! 원이가 이렇게 된 마당에 다시 일어설 리도 없고, 몇 해나 더 살지도 모를 일이네. 신 씨는 그저 여기 남아서 생과부로 늙어 가는 게지! 게다가 배 속의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지도 미지수고. 설령 태어난다 해도 딸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 이 후부의 주인이 누가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네!”셋째 마님은 둘째 마님보다 한 수 더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곧장 화제를 틀었다.“설령 배 속 아이가 딸이라 해도 대방에는 아직 수혁 도련님께서 계시잖습니까. 엄밀히 따지면 그가 적장자이기도 하고요.”그 말에 둘째 마님의 얼굴에 경멸이 스쳤다.“그 애? 체면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 애에게 가업을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네. 이 씨 집안의 일은 족로들조차 입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5화

    그의 두 눈에 공포가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촛불의 열기가 살을 파고들수록 눈동자 속의 고통은 급격히 짙어졌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달아나고 싶어 몸부림쳤지만,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반면, 신수빈의 눈은 여전히 깊은 연못처럼 고요했다. 그가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두려움에서 증오로, 그러다 다시 애원으로 변해 가는 표정을 그녀는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아파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정한 부인처럼 극히 부드러웠다. “분명 몹시 아플 거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가장 잘 알거든요. 불에 타는 고통은…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고 차라리 이 살과 가죽을 모조리 벗겨 내고 싶게 하거든요. 그런 고통을 저와 연우는 꼬박 일곱 해를 견뎌야 했어요.”신수빈은 고개를 숙여 그를 내려다보았다. 겉으로는 웃는 듯했으나 눈동자 깊은 곳에 검고 짙은 냉기가 고여 있었다.“한데 서방님께서 느끼는 이 정도의 아픔이 뭐가 대수라고 그러십니까?”전생에서 그녀는 죽은 뒤에도 벗어나지 못했다. 쇄혼루의 멸령화진은 육신을 떠난 뒤에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혼백마저 날마다 불에 그슬리듯 고통받았다. 그의 팔 전체가 촛불에 그을려 새까맣게 변했을 즈음에서야 신수빈은 비로소 촛대를 치웠다.“걱정 마세요. 저는 서방님을 죽이지 않을 거예요. 후부께서 또다시 명의를 불러오셨다지요. 중풍과 반신불수를 가장 잘 다룬다는 분이라 들었어요. 저도 아는 의원인데 제법 수완이 있습니다.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해도 말을 하게 하고, 걷게 만드는 정도는 어렵지 않다더군요.”그러자 윤서원의 고통에 찬 눈동자 속에서 희망의 빛이 번뜩였다. 하지만 신수빈은 곧바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데 제가 있는 한 서방님께서 말을 하게 두지는 않겠지요. 침상에서 내려와 걷게 두겠느냐 말입니다? 지금은 하인이 부주의로 촛대를 엎질러 서방님께 화상을 입힌 것처럼 꾸미면 되겠네요. 부인이 된 제가 서방님을 곁에서 직접 모셔야 할 테니까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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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후는 마음이 아픈듯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이 일은 너와 오라버니께서 알아서 결정하거라. 나는 피곤하니 이만 돌아가겠다.”최 씨는 태후의 마음이 편치 않음을 알고 더는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예를 올린 뒤 서난각을 나섰다.요 며칠, 신수빈은 큰 오라버니에게서 전갈을 받았다. 형수가 얼마 전 딸을 낳았는데 신수빈을 쏙 빼 닮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름은 유진이라 지었고, 내년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경성으로 데려와 보여 주겠다고 했다. 전생에서 신수빈은 그 작은 조카를 끝내 보지 못했고 집으로 온 편지로만 그 소식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신수빈은 후한 예물을 마련했다. 그러나 신 가가 보지 못했을 물건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 결국 손수 아이의 작은 옷과 백복으로 감싼 포대기를 지어 예물과 함께 항주로 보냈다.그 소식을 듣고 신수빈은 며칠이나 마음이 들떠 있었다. 다만 윤 가의 분위기가 지금은 잿빛이었으므로 사람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표정을 숨겨야 했다.윤서원은 지금 요양 중이었는데, 의원이 몇 차례나 바뀌었지만 여전히 차도는 없었다. 하나같이 모두 때를 놓쳤다고만 할 뿐이었다.그 탓에 윤 가 안팎에서는 주서화에 대한 원망이 더욱 짙어졌다. 특히 서 씨는 사정을 모두 알게 된 뒤로 날마다 주서화의 거처를 찾아가 고함치며 매질을 했다. 본래 서 씨는 금족을 당했으나 자식들로 인한 충격에 정신이 온전치 않아 더는 제지하는 이도 없었다.“불이야!”그날 밤, 신수빈이 잠자리에 들려던 찰나, 바깥에서 누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원의 노복들과 시녀들이 이내 우르르 밖으로 달려나갔다.신수빈도 창을 열어 확인해 보았는데, 동쪽 하늘에 검붉은 연기가 치솟더니, 불길이 번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창틀을 꽉 움켜쥔 채, 하늘 한쪽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곧 금자가 달려 들어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마님, 윤서령 아가씨의 마당에 불이 난 것 같습니다! 한데… 불길이 너무 세서 아무도 들어가지 못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3화

    정양왕비 최 씨는 태후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뜻을 곧바로 알아차렸다.“신첩이 돌아가 왕야와 상의한 뒤, 문화를 향해 서신을 보내겠습니다.”태후는 짧게 응답했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싸늘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정양왕비는 오늘 이곳에 온 본래의 목적을 떠올리며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태후께서 요 며칠 크게 편찮으셔서 바깥 사정을 잘 모르실 듯하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섭정왕의 새 총애가 요즘 몹시 기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섭정왕께서 직접 그녀를 데리고 유람을 나가셨는데 수레와 말이 화려하여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고 합니다.”그 말에 태후는 잠시 굳어버렸다.“새 총애라니…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전부터 행궁에 머물던 진 씨 성을 가진 여인이요. 이름은 하빈이라 하더군요. 섭정왕의 후원에 들자마자 극진한 총애를 받았고 그 일로 섭정왕께서 이틀이나 조회를 파하셨습니다.”태후는 익숙한 이름에 곧바로 기억해 냈다. 마구간에서 열린 마상 구경 자리에서 그 여인을 본 적이 있었다. 용모가 매우 빼어났고 몸매 또한 수려했다.태후의 마음은 한층 더 가라앉았다. 신 씨 하나만 해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또 다른 진 씨 여인이 생겨 이렇게 떳떳하게 그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욱씬거렸다.역시 세상 사내들은 다 한결같았다. 누구나 좌우에 여인을 거느리고 싶어 했다. 최 씨는 태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울해 있는 것을 보고는 조심스레 위로의 말을 건넸다.“섭정왕께서는 지금 천하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계십니다. 조정의 관원 임면과 군정의 조율 모두 그 분의 손에 달려 있지요. 비록 지금은 충심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어 보이지만… 이처럼 지존의 권세를 쥐고 있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만약 섭정왕의 곁에 우리 사람을 두어 때때로 말 한마디씩 건넬 수 있다면 섭정왕 또한 신하로서의 분수를 잊지 않을 것이며, 태후께서도 섭정왕의 정무 판단과 내택의 사정을 수시로 알 수 있으실 것입니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2화

    ”지방 관원들과 하도 관아 역시 선을 지키고는 있습니다. 대규모로 범람해 큰 수해가 나지 않게 막으며, 극히 일부 백성들만 피해를 입히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큰 문제로 번질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신도연이라는 자가 굳이 단번에 근본부터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일이 꼬여버린 것이지요. 게다가 그는 섭정왕이 직접 지명한 인물이라 여기저기에 제약이 많습니다.”어쨌든 장 가가 가장 큰 몫을 챙긴 상황에서 이 일을 잘못 처리했다가는 불길이 제 몸을 태우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정양왕비의 말을 들은 태후는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역시나 오라버니가 말하던 대로였다. 중원의 몇몇 큰 가문들의 두터운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왕조가 몇 번이나 바뀌어도 그들의 뿌리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조정의 요직과 자원이 여전히 몇몇 명문가의 손에 쥐어져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던 것이었다.이제 막 벼슬길에 발을 들인 최문화 같은 인물, 그리고 내택에 머무는 최 씨 같은 부인이 관직의 이치를 훤히 꿰뚫고 있으니 오라버니가 이 재가한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한 선택이 참으로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신도연이라… 어떤 자냐?”태후는 조정에서 그런 이름을 가진 관리가 있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정양왕비는 태후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차분히 답했다.“항주 출신입니다. 항주의 거상, 신병호의 셋째 아들이지요.”거상의 아들이라는 말에 태후는 잠시 멈칫했다. 이윽고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듯 그 신도연이 바로 신 씨의 셋째 오라비라는 사실이 떠올랐다.다른 이들은 몰라도 신 씨와 이도현 사이의 은밀한 관계를 태후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이도현에 대해서 잘 안다고 여겼다. 그가 아무리 여인을 총애한다 해도 결코 그 여인들이 그의 결정을 좌우하게 두지는 않을 인물이었다.그런데 이 신 씨라는 여인은 달랐다. 관직 하나 없는 백정 신분에, 그것도 상인의 집안 출신인 신도연을 단숨에 하도 감찰사로 만들어 놓다니.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1화

    신수빈이 마음 편히 지내는 것과 달리 태후는 소영이 처형된 이후 크게 앓아누웠고 열흘이 훌쩍 지나서야 겨우 차도를 보였다.태후의 오라버니인 정양왕은 두 차례나 입궐해 문안을 드렸고 그녀가 기운 없이 축 처진 모습을 보자 부인에게 서난각에 자주 들러 태후의 곁을 지키라고 일렀다.오늘의 태후는 비교적 상태가 좋아, 화랑 앞에 앉아 두 마리 사자고양이가 공을 쫓으며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내시 하나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보이자 누군가 찾아왔음을 알아차린 태후는 눈빛이 순식간에 서늘해졌다.“혹시 섭정왕이더냐?”내시는 고개를 한껏 숙인 채 조심스럽게 아뢰었다.“태후 마마, 정양왕비께서 오셨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태후의 눈빛이 곧바로 어두워졌다.태후는 문득, 조정의 중대한 일이 아니면 이곳에는 오지 않겠다고 했었던 이도현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가 이토록 오래 병석에 누워 있었는데도 그는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들라 하거라.”태후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곁에 서 있던 여관 황상궁에게 다시 물었다.“내가 병석에 있던 동안 섭정왕이 사람을 보내 안부라도 물은 적이 있느냐?”비록 황상궁이 소영만큼 태후의 곁에서 중용되던 인물은 아니었으나 오래된 심복으로 태후의 속내를 잘 알고 있었다.“없었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태후의 얼굴에 있는 쓸쓸함이 더욱 가려지지 않았다.이윽고 정양왕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태후의 안색이 한결 좋아 보이자 그녀 역시 마음을 놓는 기색이었다. 지금의 천자는 아직 나이가 어렸고 장 씨는 외척이었기에 일가의 모든 영광은 태후 한 사람에게 달려 있었다. 태후에게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곧 장 가의 가장 큰 손실이나 마찬가지였다. 예를 마친 뒤, 태후는 정양왕비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녀는 재가하여 장 가로 들어온 몸이었지만 최 씨 가문은 중원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이자 인재가 끊이지 않는 집안의 사람이었다. 비록 지금 장 가가 권세를 누리고 있긴 하지만, 뿌리가 얕은 만큼 최 씨와의 혼인은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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