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Author: 초향
고지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재빨리 대답했다.

“바로 갈게.”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하지율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지후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밤늦게 고지후가 임채아의 ‘위독’ 전화를 받고 달려나간 게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하지율은 정리한 캐리어를 끌고 떠날 준비를 했다.

고윤택의 방 앞을 지나갈 때 하지율의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 잠깐 생각하다가 떠나기 전에 고윤택을 보고 가기로 했다.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라 고윤택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하여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모든 것을 직접 챙겼다.

고윤택은 고지후를 많이 닮았고 성격이 냉랭한 것까지 비슷했다.

오늘은 주말이라 유치원에 가지 않고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녀가 들어오는 걸 보고는 평소처럼 인사한 다음 다시 고개를 숙여 숙제하고 있었다.

하지율은 고지후를 쏙 빼닮은 고윤택의 옆모습을 보며 말했다.

“윤택아, 엄마 간다. 아프지 말고.”

“네.”

고윤택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임채아가 나타난 후 그녀를 대하는 고윤택의 태도가 점점 싸늘해졌다.

전에 임채아가 SNS에 이런 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다. 영상 속에서 고윤택은 솜사탕을 입에 문 채 웅얼거렸다.

“난 예쁜 누나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예쁜 누나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줘요.”

임채아가 물었다.

“윤택아, 엄마 너한테 잘해주지 않아?”

“엄마는 맨날 이것도 하지 말고, 저것도 먹지 말래요.”

“윤택이는 누나랑 엄마 중에 누가 더 좋아?”

“당연히 예쁜 누나죠. 엄마가 예쁜 누나처럼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하지율은 고윤택이 엄격한 엄마보다 마음껏 어리광부리게 해주고 모든 것을 허용해주는 예쁜 누나를 더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하지율은 매일 밤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도록 했다. 그리고 위가 약했기에 밖에서 파는 음식을 먹지 못하게 했다.

다행히 그녀의 세심한 보살핌 덕에 고윤택은 건강을 되찾았고 예전처럼 자주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그녀에게서 멀어져갔다.

하지율이 막 나가려던 그때 고윤택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엄마.”

그녀가 돌아보자 고윤택이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엄마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내가 예쁜 누나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럼 엄마도 예쁜 누나를 좋아하겠죠?”

순간 멍해진 그녀는 마지막 남은 감정의 끈마저 끊어지고 말았다.

하지율은 천천히 눈을 감고 소리 없이 웃었다.

“윤택아, 너 예쁜 누나 지켜주고 싶다고 했잖아. 이제부터는 아빠랑 같이 그 누나를 지켜주면 돼.”

고윤택은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율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갔다.

...

절친 유소린의 차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소린은 하지율의 캐리어를 차에 싣고는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지율아, 정말 이혼하려고?”

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결정했어.”

“그럼... 윤택이는?”

“내가 양육권을 주장해도 고씨 가문을 이길 수 없어. 게다가...”

하지율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윤택이도 나랑 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지금 윤택이한테는 예쁜 누나가 최고니까.”

유소린이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윤택이를 얼마나 힘들게 낳았는데. 거의 죽다 살았잖아. 그리고 항상 옆에서 윤택이를 돌봤고 엄청 많은 걸 희생했어. 근데 어떻게 아빠랑 엄마 사이를 망친 내연녀를 더 좋아할 수 있어?”

하지율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서 둘이 부자야. 여자를 보는 눈도 똑같고.”

“고지후는? 네가 떠나는 거 알아?”

하지율이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도 첫사랑이랑 같이 있을걸?”

결혼 전 하지율에게 아파트 한 채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쭉 비워두었다. 청소를 마친 후 유소린은 그녀를 데리고 시내로 나갔다.

“지율아, 네가 윤택이를 낳고 나서부터 우리 한 번도 같이 쇼핑 못 했어. 이따가 쇼핑하면서 기분 전환하자.”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다. 고윤택을 낳은 후 하지율에게는 집과 아이뿐이었다. 자신도, 삶도, 시간도 모두 잃어버렸다.

하지율은 유소린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문득 과거의 자신도 유소린처럼 활기 넘쳤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5년간의 결혼 생활에 그녀는 생기 없는 노인이 되고 말았다.

하지율의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

“그래.”

그때 유소린의 휴대폰이 울렸다. 상대가 뭐라 했는지 유소린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잠시 후 말했다.

“알았어. 바로 갈게.”

그녀는 전화를 끊고 하지율에게 말했다.

“지율아, 네가 악기랜드에 맡긴 바이올린 있잖아. 여름밤의 별. 그걸 비싼 값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 점장님이 그러는데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거절하기 어렵대. 오늘 시간 되니까 같이 가보자.”

‘바이올린...’

하지율은 벌써 5년이나 바이올린을 켜지 않았다. 그동안 고윤택을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바이올린에 관한 모든 것을 유소린에게 맡겼다.

유소린이 갑자기 그 이름을 꺼내니 다른 세상 얘기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

하지율은 유소린과 함께 악기랜드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발걸음을 멈췄다.

훤칠하고 키가 큰 잘생긴 남자와 가녀리고 아름다운 여자가 판매 불가라고 적힌 진열장 앞에 서 있었다.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설 속의 여름밤의 별, 정말 너무 예뻐. 지후야, 내가 바이올린 켜는 거 제일 좋아하잖아? 마지막으로 연주회를 열고 싶은데 이 여름밤의 별로 연주하면 어떨까?”

남자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

“그래.”

점장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들의 뒤를 따르며 식은땀을 닦았다.

하지율과 유소린이 들어오는 걸 본 점장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안색이 밝아졌다.

“유소린 씨, 드디어 왔군요. 이분이 여름밤의 별을 사고 싶어 하시는데 가격은 부르는 대로 주겠다고 하시네요...”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10화

    단성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단종건의 영향력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단종건의 말에 관중석에 앉아 있던 강씨 가문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강영주는 장난스레 얘기했다.“아빠, 한발 늦으셨네요. 단종건 할아버지도 하지율 씨를 아주 아끼는 것 같은데...”강수로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어르신은 그저 하지율을 제자로 들인다고 했지 손녀로 들인다고 하지 않았어.”단종건이 하지율을 이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강영주는 그런 하지율과 꼭 가까워지리라 마음먹었다.공연이 끝난 뒤 사람들은 연회장으로 모였다.강영주는 빠르게 뛰쳐나가 하지율을 찾으려고 했다.연정미는 하지율이 급하게 뛰어나가는 것을 보고 물었다.“영주야, 그렇게 급하게 어딜 가는 거야?”강영주는 그제야 아직 연정미와 인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돌아간 강영주가 연정미에게 얘기했다.“하지율 씨를 찾으려고. 너도 알다시피 그 사람은 우리 오빠의 후배잖아.”강영주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우리 아빠는 하지율 씨를 양딸로 들일 생각인가 봐. 그전에 하지율 씨와 좀 친해지려고.”연정미가 약간 굳은 표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연정미가 중얼거렸다.“양딸로 들인다고?”강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강영주는 연정미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다.게다가 강영주는 입이 가벼운 편이었다.“우리 아빠가 오빠한테 돌아오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오빠가 거절했대. 아마 그 후배가 걱정되는 모양이야.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커서 남매 같은 사이거든. 하지율 씨가 금방 이혼해서 아마 그게 걱정되는 모양이야. 게다가 우리 아빠는 오빠가 하지율 씨랑 결혼할까 봐 걱정하고 있어. 그래서 양딸로 들이면 은혜에 보답도 하고, 우리 오빠의 결혼 생각도 막을 수 있고. 일석이조지.”강영주는 신나서 쉬지 않고 얘기했다. 연정미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어가고 있다는 것은 모른 채 말이다.연정미는 멍하니 서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연태훈과 연재영은 아직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09화

    “게다가 하지율의 선배는 강씨 가문의 아들이니 손대기 어려워. 그러니 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자.”임채아는 그 말을 듣고 또 굳어버렸다.“강씨 가문의 아들이요? 강병주가요?”주용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의 하지율은 모르고 있지만 아마 곧 알게 될 거야. 하지율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하지율은 강병주한테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라고 하겠지. 그럼 강병주는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 후계자가 될 거야.”주용화의 눈동자가 의미심장하게 굴러갔다.“단씨 가문, 강씨 가문과 고씨 가문이 있는 곳에서 하지율을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해. 지금 하지율의 배후는 그 누구보다 더 강해. 아무나 함부로 짓밟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주용화는 아직 하지율이 연씨 가문의 핏줄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시간을 확인한 주용화가 이어서 얘기했다.“시간이 늦었네. 난 얼른 가봐야겠어.”주용화는 가볍게 윙크를 날리고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내가 오늘 한 얘기는 꼭 비밀로 해줘야 해. 알겠지?”말을 마친 주용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났다....연회장.연씨 가문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무대 위의 단종건을 쳐다보았다.연태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소영이가 단종건 어르신과 아는 사이라고? 어떻게 알게 된 거지?”단종건은 젊을 적부터 성격이 괴팍했다. 아내를 잃은 후에는 더욱 이상해졌다.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봐주는 법이 없었다.그래서 그동안 단종건의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그리고 단종건이 다른 연회에 참석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다.연재영이 의아해했다.“연소영이 어떻게 단종건 어르신한테서 이런 대접을...”연정미는 고민하다가 얘기했다.“아버지, 혹시 소영이가 단종건 어르신한테 연씨 가문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고 도움을 청한 것이 아닐까요?”연정미의 말에 연태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연재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연씨 가문 명의로 함부로 도움을 요청하다니. 우리는 단종건 어르신한테 빚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08화

    임채아는 불현듯 생각했다.하지율은 “백월광”을 자주 연주했다.아마 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모방하기로 한 것이 아닐까?5년 동안 가정주부로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음악적 재능이 있겠는가.심다희는 하지율이 A대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사람이라고 했다.임채아는 그 생각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아마 단종건의 체면을 봐주느라고 그렇게 얘기한 것 같았다.단종건이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니 누가 감히 하지율을 얕잡아 보겠는가.임채아는 하마터면 하지율이 정말 대단한 실력자인 줄로 착각할 뻔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럭저럭이었다.임채아는 그렇게 자기를 위로하면서, 하지율이 임채아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부정했다.적당히 합리적인 이유를 찾았으니 기분이 좋아졌다.임채아는 그제야 주용화를 쳐다보았다. 주용화는 생각에 잠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임채아의 말을 믿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몰랐다.주용화가 좋아하는 건 임채아가 아닌, 뒷마당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사람이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만약 원한다면 원곡을 모방해서 연주해 줄게요. 아니면... 그날 밤 연주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주용화 같은 사람 앞에서는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보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편이 나았다.주용화는 미소를 짓고 임채아를 보면서 얘기했다.“의심스럽긴 해. 너한테는 증거가 없으니까 말이야.”임채아한테는 그 귀걸이가 없었다.주용화는 그때 미친 듯이 그 연주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날 밤 뒷마당에 나타난 사람이 임채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많은 사람들이 뒷마당에서 연습하던 사람이 임채아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고, 임채아 또한 인정했으니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게 아니라면... 그런 기막힌 우연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임채아는 저도 모르게 호흡이 떨렸다.주먹을 꽉 쥐었다가 편 임채아가 얘기했다.“확실히... 제가 그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수는 없네요. 만약 믿지 못하겠다면 그만할게요. 그동안 도와주셔서...”임채아가 고개를 숙이고 작별 인사를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07화

    주용화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채아야, 내가 예전에 너 대신 하지율을 죽여주겠다고 했을 때, 넌 반대했잖아.”임채아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사실이었다.주용화가 하지율을 죽여주겠다고 했을 때 임채아는 거절 했었다.임채아의 목적은 고지후와 결혼하는 것이다.그러니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하지율에게는 단종건이라는 배후가 생겼다. 아무리 주용화라고 해도 단씨 가문과 싸우는 건 힘들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그 싸움의 원인인 하지율을 없애는 것이 좋았다.임채아는 변명을 찾으려는 듯 입술을 뻐끔거렸다.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지금의 임채아는 예전의 임채아와 달리 표독스러워졌다.어두워진 표정의 임채아를 보면서 주용화는 그저 웃어넘겼다.어차피 임채아가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주용화에게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그건 내가 처리해 줄게. 하지만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뭘요?”주용화가 검고 깊은 눈동자에 임채아를 담고 물었다.“왜 그동안 한 번도, 그때 같은 실력으로 ‘백월광’을 연주하지 못한 거야?”임채아는 약간 멍해졌다.그리고 주용화가 이렇게 질문하는 이유가 바로 하지율이 연주한 “백월광”을 들어서라는 것을 떠올렸다.사람마다 연주 스타일이 달랐다.주용화가 들은 연주는 임채아의 연주가 아니었다. 그러니 임채아가 그 느낌을 살리기 어려웠던 것이다.아무리 그 사람을 따라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비슷한 느낌을 내는 것은 아예 다른 일이었다.임채아는 주용화가 들은 그 느낌이 대체 어떤 느낌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임채아는 저도 모르게 변명부터 시작했다.“그날 밤은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임채아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주용화가 임채아의 말을 끊었다.“하지만 오늘 하지율의 연주를 들어보니 내가 그날 들었던 것과 아주 비슷하더라고.”임채아는 멍해졌다.“원곡... 말하는 거죠?”“원곡?”임채아가 해명했다.“하지율의 연주는 원곡 스타일과 아주 비슷하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06화

    임채아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떨렸다.임채아는 단종건이 그저 미친 늙은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단종건의 의술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전혀 몰랐다.어쩌면 단종건은 임채아의 꾀병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아무리 임채아의 반응 속도가 느리다고 해도, 지금 생각해 보면 단종건의 그 행동들은 모두 임채아를 놀리기 위함이었다.하지율은 어쩌면 임채아의 꾀병에 대해 진작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율이 그런 임채아의 거짓말을 까밝히지 않은 것은 고지후의 손에서 그 2천억을 손에 넣기 위함일 것이다.단종건이 만약 아무 권력도 없는 늙은이에 불과하다면 고지후는 단종건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단종건은 단아 그룹의 창시자다. 그렇다면 고지후가 단종건의 말을 믿을지도 몰랐다.임채아의 거짓말이 곧 들통날 것이다.임채아는 고지후를 힐긋 쳐다보았다. 고지후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긴장감에 임채아의 심장이 쿵쾅거렸다.이윽고 임채아는 주용화를 떠올렸다.주용화라면 임채아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고지후가 무대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임채아는 얼른 주용화에게 문자를 보냈다.복도에 선 주용화는 임채아의 문자를 받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답장을 보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주용화의 약속에 임채아는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어떻게 해결하려고요?][복도로 와.]임채아는 약간 흠칫하고 주변을 돌아보았다.주용화가 이곳까지 왔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까는 못 본 것 같은데.’임채아는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지후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고지후는 무대 위의 사람한테 정신이 팔려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임채아는 빠르게 복도로 나왔다.키가 큰 한 남자가 복도의 창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그 나른한 자태는 아주 우아하고 고귀해 보였다.임채아를 발견한 주용화는 보석 같은 눈을 반짝이면서 미소를 지었다.“채아야, 오랜만이야.”그 목소리는 아주 맑고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505화

    하지율과 그들의 연주가 끝난 후, 네 사람은 같이 무대에 올라 마지막 인사를 했다.떠나려고 하던 때, 사회자가 하지율을 붙잡았다.하지율은 약간 의아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사회자가 웃으면서 얘기했다.“오늘 70세 생신을 맞으신 주인공, 단종건 어르신을 모시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단종건이 단진서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무대로 올라왔다.무대에 오른 후 단진서는 조용히 하지율을 살펴보고는 바로 시선을 돌렸다.단종건은 깔끔한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율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은 단종건이 바로 마이크를 잡았다.“다들 바쁠 텐데 시간을 내주어서 감사합니다.”단종건은 예의상 몇 마디 한 후 화제를 돌렸다.“다들 이 친구의 연주를 잘 감상했죠? 정식으로 소개하죠. 이 친구의 이름은 하지율, 제 유일한 제자입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지율이를 소개해 주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지율이한테 부모님이 안 계신다고 괴롭히거나 얕잡아보지 말길 바랍니다. 앞으로 내가 지율이의 가족이 될 거니까요. 개나 소나 와서 지율이를 건드린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단종건은 장하준과 고지후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연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단종건이 오랫동안 잠적했다가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고작 하지율을 사람들한테 소개해 주기 위해서라니.덕분에 다들 단종건이 하지율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게 되었다.‘단종건 어르신의 사생아인가? 숨겨둔 손녀?’다들 하지율의 출신을 궁금해했다.아무리 친손녀라고 해도 이 정도로 큰 장소에서 밝힐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무대 위의 단종건을 본 장하준은 깜짝 놀랐다.장하준뿐만이 아니라 고지후와 임채아도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임채아가 겨우 입을 열었다.“이 어르신이 바로... 단씨 가문의 창시자야?”임채아는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명문가를 모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단종건일 수밖에 없었다.최혜은은 임채아의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채아야, 너도 단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