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연태훈이 연정미를 도운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심수현은 지금 연정미가 결혼할 수 있는 최고의 상대였다.만약 심씨 가문에서 쫓겨난 데다가 아이까지 심수현의 친자가 아니라는 추문이 터진다면 이미 온갖 악재에 시달리는 연씨 가문에는 또 한 번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그때 유소린이 턱을 괴고 의아한 듯 물었다.“단성훈이 그렇게 대단해? 단보현까지 제치고 친자 확인 결과를 손댈 정도로?”하지율이 말했다.“단성훈 본인은 그 정도 능력은 없어. 하지만 아버지가 단아 그룹에서 입지가 꽤 탄탄해. 손에 쥔 인맥이나 자원도 만만치 않아.”“그런 노련한 사람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정도로 따지면 단보현 못지않지.”그러자 유소린이 다시 물었다.“그런데 단성훈의 아버지가 왜 직접 나서서 연정미를 도와주는 거지?”하지율이 웃었다.“단성훈이 연정미 뱃속의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말했다면? 그러면 아버지도 도와주지 않을까?”유소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 너무 복잡한데? 하지만 단씨 가문은 사생아를 인정하지 않는 거 아니야?”하지율이 담담하게 말했다.“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어. 그 사생아가 훗날 다른 명문가의 가주가 될 수도 있다면 욕심이 생기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유소린은 그제야 이해했다.“아... 단성훈 쪽에서는 그걸 노린 거구나.”...얼마 뒤, 연정미는 딸을 낳았다.누군가에게 떠밀려 넘어지는 바람에 조산하게 된 데다가 출산 과정도 매우 위급했다.자칫하면 수술대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고 의료진은 연정미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연정미는 앞으로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됐다.연정미가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있다는 소식에 연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병원으로 달려왔다.아이가 먼저 밖으로 나왔을 때조차 모두 잠깐 얼굴만 확인했을 뿐, 다시 연정미의 수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하지율은 화장실로 가던 길에 갓난아이를 품에 꼭 감싼 한 산모와 마주쳤다.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산후조리 문화는
단종건은 하지율에게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어찌 됐든 하지율이 자기 집에서 아이를 잃었기 때문이다.물론 단종건이 직접 벌인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하지율은 단종건을 믿었기에 그곳에서는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았고 단종건 역시 함우민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했다.결국 그 일로 하지율은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그런 상황에서 하지율이 도움을 청하자 단종건은 거의 망설이지 않고 승낙했다.헤이서 가문의 가주를 진찰한 단종건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기력이 다한 상태라 살릴 방법은 없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길어야 몇 달 정도 수명을 늘려 주는 것뿐이라네.”그러자 헤이서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몇 달이면 충분해요... 그 안에 적당한 남편감을 골라 결혼할 수 있으니까요.”그 말을 들은 하지율이 헤이서를 바라봤다.“헤이서 씨, 아직도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헤이서는 병상에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그래야 아버지가 안심하실 테니까요.”그러다가 헤이서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아버지께서는 자신이 돌아가신 뒤 제가 가문 내부의 분쟁을 정리하지 못하고 가주 자리를 제대로 이어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세요.”“헤이서 가문도 세력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솔직히 저 혼자서는 감당할 능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요.”하지율은 헤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면 만약에 아가씨가 무사히 가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면 그래도 서둘러 결혼하고 싶어요?”헤이서는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아마...”하지율이 말을 끊으며 미소 지었다.“그냥 대답만 하세요. 결혼할 건지, 안 할 건지 말이죠.”헤이서도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하지율의 말에 다른 뜻이 있다는 걸 금세 알아챘다.순간 헤이서의 눈에 희망이 떠올랐다.“당연히 안 하죠! 속셈이 뻔한 남자들은 이제 정말 지긋지긋해요.”그러자 하지율이 말했다.“그런 이유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할 필요는 없어요. 제
연재영은 명실상부한 정식 후계자였다.그런 연재영이 이런 추문을 터뜨렸으니 연정미가 약혼식장에서 망신을 당했던 사건보다도 훨씬 충격이 컸다.애초에 사교계에서 가주급 인물이 이런 낯이 뜨거운 추문을 터뜨린 전례는 거의 없었다.설령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해도 곧바로 덮여 버렸지, 이렇게 추하게 퍼진 적은 없었다.특히 헤이서는 연재영과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다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닌 직후였다.그런데 곧바로 연재영이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잡게 되었으니 연재영은 순식간에 모든 관심의 중심에 섰다.연경 그룹 주주들의 얼굴도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연상진이나 연정미가 추문을 일으켰을 때는 화가 나기는 했어도 어쨌든 두 사람은 연경 그룹의 후계자가 아니었다.하지만 연재영은 달랐다.어릴 때부터 큰 기대를 받으며 자랐고 사실상 연경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나 다름없었다.교통사고만 아니었다면 하지율과 지지율이 비슷했더라도 여전히 연씨 가문의 차기 가주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그런데 의식을 되찾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회사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하며 여자와 추문을 만드는 일이었다니 연재영에게 아직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던 주주들마저 완전히 실망하고 말았다.결국 연경 그룹은 기업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내부 논의를 거친 뒤, 단서현과 연재영이 원래부터 사귀던 사이였으며 아직 약혼만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공식 발표했다.그리고 헤이서와 관련된 소문도 최대한 눌러 보려 했다.하지만 사교계 안에서 퍼지는 뒷말까지 막을 수는 없었고 남의 입까지 틀어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렇게 연재영과 헤이서, 단서현의 삼각관계는 사교계 전체에 떠들썩하게 퍼졌다.헤이서는 그날 그렇게 큰 망신을 당한 데다가 과거 자신을 구해 준 사건마저 연재영이 꾸민 일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처음부터 자신의 집안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진실을 알게 되자 연재영을 뼛속까지 증오하게 됐다.주변 친구들도 계속 옆에서 연재영을 욕하며 헤이서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심지어 로라까
그때 하지율이 말했다.“연재영은 연상진처럼 결혼 상대를 대충 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 차라리 집안과 조건이 비슷한 상대를 붙여 주는 게 나아.”“연재영은 연경 그룹의 차기 후계자인 만큼 능력도 있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나 숨겨 둔 카드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거야.”“그러니까 정략결혼으로 다시 일어설 가능성은 아예 막아 버려야 해. 최근 연재영이 움직인 걸 보면 정말 계획대로 됐으면 헤이서 가문까지 통째로 손에 넣었을 가능성이 높아.”그러자 옆에 있던 고지후도 말했다.“헤이서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했으니 앞으로 연재영이랑 단서현 씨를 뼛속까지 미워하겠지. 헤이서의 성격이라면 두 사람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지후는 말하다가 문득 궁금한 듯 물었다.“그런데 어떻게 연재영을 중독되게 만든 거야? 단서현은 몰라도 연재영은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이 아니잖아.”그러자 하지율이 대답했다.“맞아. 연재영은 가주급 인물이니까 함정을 파는 데 꽤 손이 많이 갔어. 그래서 이번 계획에는 연상준이랑 연상진뿐 아니라 헤이서 아가씨의 친구까지 이용했어.”“먼저 헤이서 친구를 시켜서 헤이서 아가씨가 연재영에게 향수를 선물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그 친구가 약을 섞어 둔 향수로 몰래 바꿔치기한 다음 연재영에게 보내게 했지.”“택배가 도착하기 전에 연상준이 연재영을 찾아가게 했고 소아린 씨에게 연상진의 휴대전화로 연재영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했어.”“어쨌든 연재영을 속이는 건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어. 그래도 큰 문제 없이 계획대로 끝났으니 다행이야.”고지후는 하지율을 바라보며 말했다.“연재영도 바보가 아니야. 이번 일이 네가 꾸민 거라는 건 결국 알아챌 거야.”하지율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상관없어. 나랑 연재영은 이미 거의 대놓고 적대하는 사이니까 연상준만 이번 일에서 빼내서 당분간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면 돼.”그때 유소린이 궁금한 듯 물었다.“연재영이 연상준을 의심할까?”하지율은 고개를 저었다.“장담
분노로 이성을 잃은 헤이서는 연재영에게 달려들어 마구 할퀴기 시작했다.그러자 연재영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피가 날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하지만 연재영은 남자였고 체계적인 훈련까지 받아 온 사람이었기에 헤이서가 다시 달려들기 전에 곧바로 팔을 막아 낸 뒤 그대로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그 모습을 본 헤이서의 친구들도 가만있지 않고 곧바로 목청껏 소리치기 시작했다.“사람 때려요! 여기 누군가가 사람 때려요!”“보안! 보안요원은 어디 있어요?”고함이 울려 퍼지자 순식간에 프라이빗 룸 앞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이런 고급 업소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력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외국인도 많았지만 사교계 유명 가문의 자제들을 알아보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사람들은 곧바로 연재영을 알아봤다.“어? 저 남자는 연씨 가문의 장남 연재영 아니야?”“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라던데 왜 여기 있지?”“깨어났다는 소식도 못 들었는데... 나타나자마자 이런 대형 사고를 터뜨리네.”“역시 남매는 남매인가 봐. 얼마 전에는 연정미의 추문이 터지더니 알고 보니 연재영도 사생활이 이 모양이었어?”“그러게 말이야. 여태 연재영은 여자 문제 하나 없다고 들었는데 연정미랑 똑같이 놀 줄은 몰랐네.”“현장에서 들킨 것도 모자라 옷도 제대로 안 입고 있으니... 진짜 못 봐주겠다.”“연씨 가문 남매들은 집에서 맨날 이런 것만 연구하는 거야?”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며 휴대전화를 꺼내 연재영을 마구 찍어 댔다.그러다 누군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주인공인 단서현을 알아봤다.“잠깐만... 저 여자는 단서현이 아니야?”“고지후를 좋아한다고 대놓고 떠들고 다니던 사람이 왜 연재영이랑 저러고 있어?”“연정미의 절친이잖아. 뭐... 다들 알 만하지?”헤이서의 친구들은 넘어진 헤이서를 부축해 일으킨 뒤, 연재영이 양다리를 걸쳤다며 동시에 만났다며 큰 소리로 따져 댔다.그러다 단서현까지 끌어내 머리채를 잡고 뒤엉켜 싸웠다.단서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
그러자 헤이서가 미간을 찌푸렸다.“로라, 지금 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로라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아까 너희가 그렇게 칭찬하던 연재영 씨를 봤거든. 방까지 잡을 필요도 없이 여기 프라이빗 룸에서 여자랑 아주 난리가 났던데?”헤이서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로라, 계속 헛소리하면 네 입을 찢어 버릴 줄 알아!”하지만 로라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못 믿겠으면 직접 따라와 봐.”헤이서는 순간 망설였다.만약 로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은 완전히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그때 옆에 있던 친구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난 연재영 씨가 그런 사람일 리 없다고 봐. 헤이서, 직접 가서 확인하고 로라 코를 납작하게 해 주자!”“맞아. 로라가 원래 동양인 얼굴 잘 구분도 못 하잖아.”“그냥 네가 부러워서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은데?”“오늘 확인 안 하면 나중에 밖에서 너랑 연재영 씨를 어떻게 헐뜯고 다닐지 몰라.”친구들의 말을 듣고도 망설이던 헤이서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을 구해 주고도 약점을 이용하지 않았던 연재영이었다.헤이서는 연재영의 인품을 믿었다.헤이서는 로라를 차갑게 바라봤다.“거짓말인 게 밝혀지면 그때는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일행은 로라를 따라 한 프라이빗 룸 앞에 도착했다.나중에 로라가 딴소리를 할까 봐 누군가는 아예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시작했다.헤이서의 친구 한 명이 곧바로 문을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방 안에서는 한 남녀가 주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정신없이 뒤엉켜 있었다.헤이서는 처음에는 멍하니 굳어 버렸다.그러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아악!”헤이서는 바로 어제 자신과 연인이 된 남자가 다른 여자와 저런 짓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때 옆에 있던 친구들의 수군거림이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세상에... 저 사람이 연재영 씨 맞지?”“여자 문제가 깨끗하다며?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