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레일 공주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그건 제가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예요. 노아 씨가 다른 여자들이랑 같이 있는 걸 도저히 못 보겠어요. 우리 3년이나 함께했잖아요. 그렇게 많은 추억이 있는데... 정말 이렇게 쉽게 다 잊고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거예요?”노아의 미간에 짙은 피로가 내려앉았다.“엘리, 이 얘기는 이미 여러 번 드렸습니다. 그 사람들은 전부 그냥 친구였다고요. 애초에 제 휴대전화에 있던 여성 지인 연락처를 전부 지우고, 어떤 여성과도 접촉하지 못하게 막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나간 일은 그만 들추시죠. 저는 더 이상 엘리를 사랑하지 않습니다.”레일 공주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는 원망이 가득한 시선으로 하지율과 유소린을 노려봤다.“저 사람들 때문이죠? 전에 노아 씨가 말했잖아요. 동아국 여자한테 마음이 갔다고... 저 둘 중 하나죠? 변심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 없는 거죠, 맞죠?”노아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는 레일 공주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그의 두 눈에는 실망이 역력했다.노아는 고개를 돌려 하지율과 유소린을 향해 말했다.“죄송합니다. 괜한 일을 겪게 해드렸네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레일 공주의 손목을 붙잡더니 끌고 나가다시피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이 떠난 뒤, 유소린이 호기심을 못 이기고 입을 열었다.“저 여자 누구야? 노아 씨 전여친인가?”하지율이 짧게 답했다.“D국 레일 왕실 공주, 엘리야. 전에 말했잖아, 연정미가 목숨을 구해줬다는 그 공주.”유소린의 눈이 크게 뜨였다.“저 여자가 레일 공주라고? 게다가 노아 씨 전여친이란 거네?”하지율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런 것 같아.”유소린이 혀를 찼다.“와... 저런 분이 전여친이라면 정말 무섭겠다. 3년이나 저렇게 매달렸다고? 아니, 노아 씨 같은 사람이 왜 연애를 안 하나 했더니... 저런 전여친 있으면 어떻게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겠어...”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율이 전화를 막 끊은 순간, 등 뒤에서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율 씨?”하지율이 뒤를 돌아보다가 잠시 멈칫했다.“노아 씨?”유소린도 노아를 알고 있었다. 그를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노아 씨, 오랜만이에요.”노아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소린 씨, 오랜만입니다.”유소린은 하지율에게 연회장에서 노아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노아 씨도 여기 오셨어요?”노아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회사가 위엘 가문과 마침 협업 중이라서요.”말을 이어가며 그는 하지율을 바라봤다.“두 분도 위엘 가문과 협력하게 되신 건가요?”하지율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러자 노아가 다시 물었다.“얼마나 걸려서 성사하신 겁니까?”유소린이 대신 답했다.“지율이가 직접 두 달 정도 붙어서 진행했어요.”그 말을 들은 노아는 감탄이 담긴 눈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위엘 가문은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실력, 신뢰도, 평판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죠. 다만 프로젝트 매니저가 꽤 까다로운 편이라서 저희 쪽도 협업을 성사하는 데 1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런데 지율 씨는 두 달 만에 해내셨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유소린은 자신이 칭찬을 들은 것보다 더 기쁜 표정을 지었다.“그럼요. 지율이는 천재거든요. 업계에 들어온 지도 이제 겨우 1년이에요.”“지율 씨가... 이제 1년 차라고요?”노아의 눈빛에 감탄이 더 짙게 스며들었다.그는 자연스럽게 제안했다.“지율 씨, D국까지 오셨으니, 내일 제가 두 분을 위해 가이드할까요?”그 순간 하지율의 머릿속에 주용화의 얼굴이 스쳤다.하지율이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저희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유소린은 그 말을 듣고 하지율을 슬쩍 바라봤다.노아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다. 그러나 곧 다시 웃음을 띠었다.“연회가 끝나고라도... 식사 한 끼는 제가 대접해도 괜찮을까요?”하지율이 막 거절하려던 순간 키가 큰 편인 여성 한 명이 갑자기 다가와
...다음 날, 하지율은 협력사를 만나 무사히 계약을 마무리했다.이 계약은 한 달 전부터 추진해 온 것이었다. 구체적인 협력 조건은 이미 모두 조율을 끝낸 상태였다.서명이 끝나자,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매니저가 하지율을 축하 연회에 초대했다.하지율은 가볍게 웃으며 이를 받아들였다.이번 연회는 규모가 크지 않았다.협력에 참여한 몇몇 회사만 초청된 자리라, 인원이 많지 않아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강원희와 나현우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이런 자리에서는 가까이 붙어 경호할 수 없었다.그렇게 하면 하지율과 인맥을 쌓으려는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유소린이 물었다.“지율아, 오늘 끝나면 내일부터 우리 자유 시간 좀 가질 수 있는 거지?”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일주일 정도 D국에 머물 생각이야. 너 가보고 싶은 데 있어?”유소린이 막 대답하려던 순간 하지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하던 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유소린이 흘깃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지율아, 이번에 D국 온 거... 화야 씨는 알아?”하지율이 짧게 답했다.“몰라. 따로 말 안 했어.”유소린은 괜히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했다. 어디를 가든 서로에게 일일이 알릴 필요는 없었다.하지율은 계속 울리는 전화를 내려다보며 받을지 말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유소린은 그 망설임을 눈치채고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당사자가 아닌 자신이 더 이상 끼어들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하지율도 주용화에게서 받은 상처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그런데 이제는 그의 고백까지 마주해야 했으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하지율은 아직도 고지후에게서 받은 상처를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그런데도 주용화는 용서할 수 있었다.그만큼 그녀에게 주용화는 다른 의미의 사람이었다.하지율은 손에 들린 전화를 바라보다가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주용화의
손형원은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바이올린은 확실히 하지율이 더 잘 켜, 연정미보다.”손형서는 하지율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이 말만큼은 부정하지 않았다.“그건 맞지. [백월광]을 만들었잖아. 해리도 이겼던 실력인데, 연정미보다 못할 리 없지.”빔 프로젝터가 켜져 있던 터라 방 안은 어둑했다. 화면에서 쏟아지는 빛에 남자의 얼굴이 희미하게 어른거렸다.손형원이 낮게 덧붙였다.“연주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손형서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말한 대상이 연정미인지, 하지율인지 가늠되지 않았다.어느 쪽이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었다.방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오직 바이올린 소리만이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한참 뒤, 손형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 설마 후회하는 거야?”손형원이 대답하지 않자, 손형서가 말을 이었다.“오빠, 어제 연정미가 연회에서 레일 왕실 공주 구한 거, 이미 소문 다 퍼졌어. 다들 연정미 칭찬하느라 난리야. 레일 왕자가 연정미를 되게 좋게 봤다더라고...”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형원이 차갑게 끊었다.“볼일 안 끝났어? 영상 보는데 방해돼...”손형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연정미가 오빠 만나고 싶다고 한 건... 어떡할래?”손형원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해.”연정미를 만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손형서는 짧게 답했다.“알겠어.”손형원이 덧붙였다.“할 말 없으면 가. 중요한 일 아니면 찾아오지 말고.”손형서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문이 닫히는 순간, 손형서는 뒤돌아 손형원을 한 번 더 바라봤다.그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바로 하지율을 향해 ‘새언니’라고 부르는 모습이 상상됐다.순간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나까지 오빠 따라 미쳐가는 건가?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한 거지?’하지만 곧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설마 오빠가 진짜 하지율을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지금 당장은 아니라 해도 이
“정미야, 지금 당장 손형원한테 전화해서 좀 달래봐. 어떻게든 해서... 더 이상 일에 끼어들지 못하게 해.”연정미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지금 바로 전화해 볼게.”곧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몇 번 더 시도해도 결과는 같았다.예전에 단성훈이 입원했을 때처럼, 몇 번을 다시 걸어도 계속 받지 않았다.연상준이 먼저 눈치를 챘다.“예전엔 네가 전화하면 바로 받았잖아. 웬일로 오늘은 여러 번 해도 계속 안 받네. 설마... 차단한 거 아니야?”연재영도 당황한 표정으로 연정미를 바라봤다.“정미야, 손형원이 널 차단한 거야?”연정미가 고개를 저었다.“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반년 가까이 연락 안 했거든.”손형원은 연정미의 기사를 막아버리고 연락까지 끊은 상황이었다.연재영은 그 상황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정미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형원, 그 자식 한 번 만나.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직접 확인해야 해. 우리 계획, 더 이상 방해받으면 안 돼.”연정미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알겠어. 손형서한테 연락해 볼게.”손형원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손형서는 달랐다.자주 보진 않았어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다.연정미는 곧바로 손형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경 그룹과 마주 본 건물.손형서는 빔 프로젝터 앞에 앉아, 계속해서 하지율의 연주 영상을 돌려보고 있는 손형원을 바라봤다.그녀는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손형원을 향해 말했다.“오빠, 하지율이 summer 화가라는 거, 나도 충격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영상 돌려보는 건 좀 아니지 않아?”하지율이 ‘summer’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손형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할 만큼 놀랐다. 곧장 손형원을 찾아가 확인했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손형서를 처음 맞이했을 때부터 그는 이미 하지율의 쇼 영상을 보고 있었다.손형서는 그저 믿기 힘든 사실을 다시 확인하려는 것뿐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아직 어떤 기사도 올라오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연상준도 연재영의 사무실로 찾아왔다.“무슨 일이야? 왜 기사가 안 나간 거지?”연재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비서가 조사한 내용을 연상준에게 전했다.손형원의 이름이 나오자, 연상준도 잠시 굳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연정미를 바라봤다.“정미야, 손형원이 왜 네 기사를 막은 거야? 참, 어제 연회에서 손형원이랑 만났다고 하지 않았어? 설마 네가 한동안 연락 안 하니까 또 일부러 저러는 거야?”연재영도 시선을 연정미에게 옮겼다.“정미야, 어제 손형원이랑 무슨 일 있었어?”연정미는 곤란한 기색을 드러냈다.“전에 형원 오빠가 굉장히 아끼던 화가가 있었어. ‘summer’라는 화가였는데... 실체는 하지율이야.”그 말을 듣고 연재영과 연상준은 서로를 마주 봤다.하지율이 ‘summer’라는 사실은 이미 세상에 공개된 적이 있었다.당시 사람들은 하지율의 과거와 스캔들을 폭로하려 했지만, 정작 제대로 밝혀진 건 거의 없었다.오히려 하지율의 여러 활동 계정과 신분이 줄줄이 드러났다. 화가 ‘summer’도 그중 하나였다.이른바 가십이라고 해 봐야, 과거 결혼한 적이 있고 아이가 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그마저도 하지율 측에서 빠르게 정리하면서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한편으로 유소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 매체를 강하게 압박하며 SNS에 공개적으로 글을 올렸다.“도덕적으로 문제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법을 어긴 것도 아닙니다.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는 게 언제부터 욕먹어야 할 일이 된 겁니까?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이혼한 사람은 새 인생을 살 자격도 없습니까?”요즘처럼 이혼율이 높은 시대에는 이혼이 더 이상 흠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해당 기사를 낸 매체도 맞대응 기사를 내지 못했다.사람들 역시 실패한 결혼을 들춰 공격하는 건 지나치다고 여겼다.이후 하지율의 다재다능한 이력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여론은 오히려 반전됐다.지금 하지율의 업계 내 인지도
고개를 돌리자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고윤택, 고지후, 임채아, 그리고 응원차 온 장하준이 눈에 들어왔다.장하준의 손에는 임채아와 고윤택의 바이올린이 들려 있었다.임채아는 고지후를 올려다보며 놀란 듯 말했다.“지후야, 지율 씨도 바이올린을 켤 줄 알았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윤택이도 아무 얘기 없었고...”그러자 장하준이 비웃듯 말했다.“흉내 좀 내보겠다는 거겠지. 그냥 채아가 바이올린 켜는 모습이 예뻐 보여서 그 흉내 내보겠다고 따라 한 거 아니겠어?”“채아는 A대에서 소문난 음악 천재였잖아. 아무리 흉내 내도
그는 이런 의사에게 당연히 좋은 태도를 보일 수 없었다.단종건은 고지후를 바라보았다.“채아의 병은 내가 고칠 수 있다고 말했었잖아. 이런 무능한 의사의 말을 믿겠으면 날 찾아오지 마. 난 당신들 같은 거물들을 모실 수 없어.”단종건의 확신에 찬 태도에 원래 의심을 품고 있던 고지후도 어느 정도 믿음이 생겼다.이 기간에 그는 단종건의 배경을 조사해왔다. 그의 출신은 미스터리지만 의술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불치병 환자들을 실제로 치료한 전력도 있었다.성격이 괴팍해 환자들에게 별의별 요구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하지율과 단
두 사람이 떠나려는 할 때 고급 차 한 대가 곁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며 다부지고 훤칠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잘생기고 도도한 얼굴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지율 씨, 소린 씨, 오랜만이에요.”유소린은 기뻐하며 말했다.“기석 씨, 오랜만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냈어요?”“요즘은 가족에 관한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어요. 다행히 다 끝났고요.”정기석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느긋하게 웃었다.“왜요? 소린 씨와 지율 씨가 내 생각 했어요?”유소린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요! 기석 씨가 없는 동안 맛있는 걸 사주
사람을 정신 차리게 하는 건 오직 이익뿐이다.이젠 장하준도 제대로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유소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너와 고지후 씨가 이혼하기를 가장 바랐던 사람이 바로 장하준 씨가 아니야? 이제 막 이혼하려는데 왜 나서서 방해하는 거야?”하지율은 진열장의 상품을 살피며 대답했다.“아마도 내가 편히 살지 못하게 하려는 거겠지. 고씨 가문의 가정부로 계속 있길 바라는 거야.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어...”유소린이 물었다.“어떤 가능성을 말하는 거야?”“함우민이 날 속이는 거야.”유소린은 주저 없이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