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rtir

제2화

Autor: 잠꾸러기
곧바로 강하선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됐다, 수연아. 그럼 우리도 수속 밟을게. 아, 수속을 마친 뒤에는 번복할 수 없는 거야.]

안수연은 휴대폰을 꽉 쥐었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지만, 이내 단호하게 대답했다.

“번복하지 않을게요.”

강하선은 전화를 끊으려다가 문득 생각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네 남자친구는? 오랫동안 쫓아다닐 정도로 네가 좋아했잖아.]

‘남자친구’라는 말이 가시처럼 안수연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안수연의 머릿속에 병실에서 들었던 날카로운 웃음소리와, 침대에 느긋하게 기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하재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자신을 조롱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로 스쳤다.

송단희를 위해 3년이나 자신과 연애하며 복수를 해왔다는 하재윤의 잔인함에 안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꽉 움켜쥔 듯 고통스러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제 안 좋아해요.”

그 말을 하는 안수연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놀라울 만큼 담담했다.

“다시는 안 좋아할 거예요.”

전화를 끊은 안수연은 길가에 가만히 서 있었다. 찬바람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져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익숙한 공기가 안수연을 감쌌다.

안수연은 현관에 서서 익숙한 거실 풍경을 바라보다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이곳은 하재윤의 집이었다.

하재윤이 안수연의 고백을 받아 준 날 열쇠를 건네주었던 바로 그 집이었다.

그날 하재윤은 문가에 기댄 채 무심하게 말했다.

“동거하자.”

그때 안수연은 부끄러우면서도 기뻤다.

동거가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믿었다.

언젠가는 이곳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서 평생을 함께할 거라고 남몰래 상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그저 자신의 환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살자고 한 것도 그저 복수를 더 편하게 하려는 속셈이었겠지.’

‘송단희를 얼마나 좋아했기에 안수연에게 3년이나 시간을 쏟으며 함께 살고, 잠자리까지 수없이 함께했을까?’

하재윤은 그 모든 행동으로 안수연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게 만들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 후 3일 동안 안수연은 하재윤을 보러 병원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저 집에 틀어박혀서 하재윤과 관련된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짝사랑하던 시절에 썼던 두꺼운 일기장을 꺼냈다.

그 일기장 페이지마다 자신의 속마음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하재윤을 마주쳤다. 흰 셔츠를 입었는데 정말 멋있었다.]

[오늘 하재윤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그저 물건을 건네 달라는 예의상의 부탁이었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하재윤이 나와 사귀겠다고 했다. 나 지금 꿈꾸는 건가?]

안수연은 일기장을 한 장씩 넘겨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는 미련 없이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그 일기장을 버리자, 하재윤에게 품었던 사랑이 왠지 조금은 작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은 하재윤에게 선물했던 물건들이었다.

목걸이, 손목시계, 아우터...

물건 하나하나에는 당시의 기쁨과 기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수연이 몰래 찍어 두었던 하재윤의 사진을 전부 꺼냈다.

사진 속 하재윤은 무대에서 연설하기도 하고, 농구를 하기도 했다. 복도에 기댄 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안수연을 설레게 했던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안수연은 그 사진까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마치 그런 방식으로 지난날의 자신에게 작별을 고하는 듯이.

3일째 되는 날 저녁, 안수연은 마지막 물건까지 모두 다 정리했다.

거실 한가운데 서서 텅 빈 집을 바라보자, 오히려 속박에서 벗어난 듯 마음이 가벼웠다.

그때 하재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재윤은 휑해진 집 안을 둘러보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뭘 버렸어?”

안수연은 고개를 들어 하재윤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그저 평온했다.

“별거 아니야, 이제 필요 없는 것들이야.”

하재윤이 다가왔다. 말하는 목소리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왜 병문안도 안 왔어?”

자신의 앞에서 연기를 하는 하재윤이 가증스러웠는지, 안수연은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답했다.

“벌써 퇴원했잖아,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수 있었어?”

하재윤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설명했다.

“네가 나한테 피를 많이 수혈해 줬다고 들었어 걱정돼서 보러 온 거야.”

말을 마친 하재윤은 안수연의 팔을 바라보며 드물게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프지 않아?”

안수연은 팔을 거두며 담담히 대답했다.

“안 아파.”

하재윤은 안수연의 냉담한 태도를 알아차리고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요즘 무슨 일 있어? 며칠 입원했다고 사람이 이렇게 달라져?”

안수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뭐가 달라졌는데?”

하재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뭐가 달라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예전의 안수연은 하재윤을 바라볼 때마다 애정이 가득했다.

하재윤이 감기에만 걸려도 큰일이라도 난 듯 걱정하며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하재윤이 사흘이나 입원해 있었는데도 안수연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으니 이상할 법도 했다.

하재윤은 잠시 안수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표정에서 뭔가를 읽어 내려는 듯하더니, 이윽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요즘 좀 지쳤어? 친구들이 나 퇴원했다고 자리를 마련해 줬는데, 같이 가자.”

Continúa leyendo este libro gratis
Escanea el código para descargar la App

Último capítulo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23화

    반면 안수연의 옆에 선 하재윤은 유난히 긴장한 모습이었다.안수연과 결혼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다.안수연이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유골이라도 끌어안고 결혼식을 올릴 생각까지 했었다.하씨 집안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반대하고 나서야 하재윤은 겨우 그 생각을 접었다.그리고 오늘에서야 마침내 그 꿈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해 왔고, 자신 역시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앞으로는 반드시 안수연에게 잘해 주고,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사회자의 진행에 따라서, 안수연과 하재윤이 서로에게 전할 말을 나누는 순서에 들어갔다.원래는 안수연이 먼저 말할 차례였지만, 안수연은 마이크를 맞은편의 하재윤에게 건넸다.하재윤은 평생 수많은 사람 앞에서 연설해 왔지만, 이번만큼 긴장한 적은 없었다.미리 원고까지 준비했지만, 막상 입을 열려는 순간 머릿속에 남은 말은 단 한 문장뿐이었다.“수연아, 사랑해. 내 생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너만 사랑할게.”짧고 단순한 한마디에 안수연의 눈가가 문득 붉어졌다.안수연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자, 깜짝 놀란 하재윤은 서둘러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런데 어쩐지 안수연의 눈에서 짙은 슬픔이 느껴졌다.확실히 안수연은 그저 서글펐을 뿐이었다.그때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안수연은 정말 하재윤의 아내가 되어 평생을 함께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그 모든 일들을 겪은 뒤, 안수연은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밤잠도 제대로 이루기 어려웠다.안수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하재윤의 손에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재윤아, 지금 너에게 주고 싶은 깜짝선물이 있어.”그 말을 들은 하재윤의 눈에 놀라움과 기쁨이 스쳤다.하지만 하재윤은 곧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잠시 후 직원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오더니, 안수연에게서 USB를 건네받아서 컴퓨터에 연결했다.곧이어 결혼식 무대 중앙에 있던 커다란 스크린에서 영상이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22화

    송씨 집안의 송단희와 송단아는 쌍둥이였다.언니 송단희는 안하무인에 성질이 사나웠고, 늘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혔다.반면 동생 송단아는 극도로 냉정하고 절제력이 강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남의 손을 빌려서 일을 처리했다.송씨 집안은 처음에는 모든 기대를 언니 송단희에게 걸었다.하지만 송단희가 하재윤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랑에 눈이 멀었다는 사실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하재윤 때문에 죽네 사네 하며 소란을 피우는 일도 잦았다.결국 송씨 집안은 어쩔 수 없이 모든 지원을 동생 송단아에게 집중했다.송단아가 16살이 되던 해부터, 송씨 집안에서는 미국으로 보내 엘리트 교육을 받게 했다.30살이 되기 전에 송씨 집안의 사업을 전부 물려받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가업을 하루라도 빨리 물려받기 위해서 송단아는 그동안 한 번도 귀국하지 않았다.그래서 안수연은 지금껏 송단아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조차 없었던 것이었다.이번에 하재윤이 송단희를 감옥에 보내고 송씨 집안마저 하씨 집안의 보복을 받게 되자, 그제야 송단아가 귀국해서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나섰다.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송단아는 송씨 집안이 이런 지경에 처하게 된 근본 원인을 밝혀냈다.송단아는 자기 쌍둥이 언니인 송단희가 저지른 잘못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었기에, 송단희가 감옥에 간 것도 개의치 않았다.단 하나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진짜 원흉이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간 채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심지어 그 원흉이 이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까지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송단희가 이 복수를 제안한 것은 맞았지만, 수차례 직접 행동에 나선 사람은 하재윤이었다.하재윤의 수십 차례에 걸친 복수 아닌 복수로 안수연은 목숨을 잃을 뻔했다.이 모든 범죄를 합치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살아야 할 정도였지만, 하재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그리고 송단아는 이 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하재윤의 죄를 폭로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하씨 집안은 지금 한창 잘 나가고 있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21화

    그 한 달 동안 안수연이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하재윤은 마치 위치 추적 장치라도 달아 놓은 것처럼, 안수연이 어디를 가든 귀신같이 찾아냈다.심지어 안수연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무용단 활동마저 중단시켰다.물론 엘렌에게 댄 핑계는 예전처럼 모질지는 않았다.오랜만에 다시 만났으니, 둘만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고 했을 뿐이었다.결혼하고 나면 안수연도 자연스럽게 무용단으로 돌아갈 거라고 덧붙였다.다른 것도 아닌 결혼이라고 했다.당시 기자회견에서 하재윤은 안수연이 죽은 척하고 떠났다는 사실만 발표한 것이 아니라, 한 달 뒤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소식까지 공개했다.안수연은 이 모든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하재윤과 격렬하게 다퉜다. 정말로 둘 중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날 것처럼 격렬하게 싸웠다.하지만 그럼에도 하재윤이 결혼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꺾게 만들지는 못했다.오늘 하재윤이 안수연을 명품 매장에 데려온 것도 결혼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고르기 위해서였다.웨딩드레스 같은 것은 이미 맞춤 제작을 맡겨 둔 상태였다.그때 계산을 마친 하재윤이 다시 VIP룸으로 들어와서, 안수연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가자.”안수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하재윤에게 손을 잡힌 채, 명품 매장을 나와서 차에 올랐다.차창 밖으로는 거리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지만, 안수연의 눈에 가득한 근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안수연은 하재윤과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고 결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하재윤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었다.‘설마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모습을 뻔히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걸까?’무릎 위에서 맞잡은 안수연의 두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너무 세게 움켜쥔 탓에 손가락 관절마저 하얗게 도드라졌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안수연의 불안함은 점점 커져 갔다.안수연이 결혼식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한 하재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함께 외출했다. 그런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20화

    자신의 눈앞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하재윤을 바라보며, 안수연은 그저 어이가 없고 가소롭다는 생각뿐이었다.“하재윤, 입만 열면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왜 송단희가 나를 모함했을 때 진실부터 밝히지 않았어?”“왜 송단희가 나에게 보복하려는 계획에 동의했어?”“왜 나한테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변명은 하지 마. 나는 너한테 기회를 줬어.”“그 불길 속에서 내가 너한테 돌아올 거냐고 물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그때 네가 곧바로 돌아서서 나를 불길 속에서 끌어내 준다면,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었어. 그런데 너는 그때 어떻게 했어?”안수연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들에 하재윤은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화재가 일어난 지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하재윤조차 당시의 상황을 거의 잊을 뻔했다.하지만 그때 안수연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끝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버렸다.“불길 속에서 나를 버리고 떠날 수 있었던 너였어. 근데 내가 너를 위해 남아 줄 거라고 생각해?”안수연은 그 말을 남기고 하재윤을 지나쳐서 그대로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정신을 차린 하재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막아!”그 두 글자에 안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하재윤!”하재윤에게 조금이라도 죄책감이 남아 있다면, 더는 자신을 막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재윤은 천천히 안수연에게 다가왔다.이번에는 마침내 손을 뻗어 안수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애원했다.“수연아, 예전에 내가 잘못했던 일은 전부 인정할게. 내가 받아야 할 벌도 이미 받았잖아.”“그러니 이제 과거는 덮어 두고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네가 아직 나한테 화가 나 있다는 거 알아. 앞으로 천천히 보상해 줄게. 그러면 안 될까?”“싫어!”안수연은 거칠게 고개를 돌리면서 하재윤의 손길을 피했다.너무나 크게 실망을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19화

    안수연에게 뺨을 맞은 하재윤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참 뒤에야 천천히 손을 들고 붉게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만졌다.“꿈 아니야?”영문 모를 일로 하루 종일 기분이 상해 있던 안수연은 곧바로 차갑게 비웃었다.“꿈이라고? 당연히 꿈이지. 이런 악몽 같은 일을 겪다니, 나도 참 재수가 더럽게 없네.”안수연은 더는 하재윤을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수연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재윤이 황급히 뒤따라 내려갔다.두 사람이 서로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안수연은 발을 헛디디며 그대로 아래로 넘어졌다.“조심해!”하재윤은 당황한 얼굴로 반사적으로 안수연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대신 안수연을 품에 감싸안으며 바닥에 강하게 넘어졌다.하재윤이 안수연을 감싸 준 덕분에, 안수연은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반면 바닥에 누운 하재윤의 뒤통수에서는 가느다란 핏줄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사장님!”저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문근호가 황급히 두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갔다.이 소동으로 인해서 며칠이 또 훌쩍 지나갔다.하재윤이 아직 병원에 입원해 있는 틈을 타서 안수연은 몰래 떠날 생각이었다.그런데 막 저택 문 앞에 도착하자, 도우미들이 안수연을 가로막았다. 안수연의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물었다.“지금 이게 대체 무슨 뜻이죠?”도우미 두 사람이 난처한 표정으로 안수연을 바라보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아가씨. 사장님의 허락 없이는 나가실 수 없으세요.”그 말이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안수연은 코웃음을 쳤다.“사람을 가두려는 거면 그냥 그렇다고 말하세요.”도우미들이 잠시 멈칫하며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 안수연은 도우미들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재윤이 아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터라, 도우미들도 감히 안수연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는 못했다.결국 뒤따라가며 안수연을 말리는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아가씨!”“정말 나가시면 안 되세요!”차라리 말하지 않았다면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18화

    그 후 보름 동안 안수연은 공연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당연히 하재윤에게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마지막 공연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야 안수연은 오랜만에 휴가를 맞았다.안수연이 차를 렌트해 여행을 떠나려던 순간, 구재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기 너머의 구재희는 하재윤에게 일이 생겼다는 말만 반복하며, 저택으로 한번 와 달라고 애원했다.하재윤의 성격을 잘 아는 안수연은 이번에도 어김없는 복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굳이 진실을 들춰낼 마음도 없었기에 그저 차분하게 대답했다.“저는 의사가 아니라서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요.”말을 마친 안수연은 상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상대가 다시 귀찮게 굴지 못하도록 친절하게 전화번호를 차단 목록에 추가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내던지듯 내려놓고 렌터카 업체로 가기 위해서 택시를 불렀다.택시에 올라 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 준 안수연은 뒷좌석에 기대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한참 뒤, 기사가 차를 세우고 안수연을 깨웠다. 그런 뒤 그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말뿐이었다.안수연은 별다른 의심 없이 요금을 지불하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차에서 내렸다.눈앞의 건물을 제대로 확인하고 나서야 기사가 목적지를 잘못 듣고 자신을 하씨 집안의 별장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안수연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면서도 화가 났다.휴대폰을 꺼내서 다시 택시를 부르며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별장의 대문이 열렸다.집사인 문근호가 도우미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안수연을 발견한 문근호 집사는 놀라면서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 사모님! 아니, 아가씨! 드디어 오셨네요!”말을 마친 문근호는 여러 도우미와 함께 안수연을 둘러싸듯 별장 안으로 안내했다.다시 이 별장에 발을 들인 순간, 안수연의 눈빛에 잠시 아련한 기색이 스쳤다.당시 안수연은 너무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많은 물건을 챙기지 못했다.그랬기에 별장 안은 안수연이 떠나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한 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는 듯한 착

Más capítulo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