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절친의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을 기념하는 잔칫날, 남편 박지환은 그 친구에게 저택 한 채를 선물했다. 선물을 잘못 가져온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태연했다. "나영이 아이, 내 아이야. 집은 그 보답으로 준 거고." 온몸이 얼어붙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물었다. "언제부터였어?" 남편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중요해?" "앞으로도 내 아내는 너야."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면서, 직접 낳을 고생도 없이 엄마가 되는 건데 뭐가 나빠?"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심각한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View More신나영은 계속 북쪽 저택에 갇혀 있었다.박지환은 그토록 귀하게 여기던 아이도 외국으로 보냈다.아이에게는 죄가 없었다. 하지만 신나영은 달랐다.박지환은 날마다 저택에서 신나영을 괴롭혔다.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처음에는 남자 비서가 돌아와 자신을 구해 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름과 신분을 바꾼 채 종적을 감췄다는 걸 알고는 그 희망마저 놓아 버렸다.몸도 마음도 짓밟힌 끝에, 신나영은 정신마저 온전치 못하게 됐다.다시 만났을 때는 몰라볼 만큼 말라 있었다. 박지환이 찻잔 하나를 엎었을 뿐인데, 곧바로 기어가 바닥의 찻물을 깨끗이 핥았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박지환에게 웃어 보였다."지환아, 봐. 바닥 깨끗하게 치웠지?""아이 한 번만 보게 해 주면 안 돼? 말 잘 들을게."내 눈을 의심했다. 대체 얼마나 끔찍한 학대를 당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그다음 일주일 동안 외삼촌은 온 힘을 다해 백원그룹을 압박했다. 박지환은 순식간에 모든 걸 잃은 처지가 됐다.빚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저택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사람 몰골이 아닌 신나영만 남아 있었다.박지환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남은 돈을 챙겨 외국으로 달아났다고들 했다. 그런데 어느 깊은 밤, 박지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내용은 짧은 한마디였다.[창밖을 봐.]나는 경계하며 고개를 돌렸다. 창밖에서는 불꽃이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화려한 불꽃놀이는 밤새 이어졌다.박지환은 도망친 게 아니었다. 남은 돈을 전부 폭죽을 사는 데 쓴 것뿐이었다.박지환이 내게 고백하던 밤이 떠올랐다. 그때도 우리는 산 정상에서 밤새 불꽃놀이를 봤다.그날 밤의 불꽃은 오직 나를 위해 터지는 거라고 했다.불꽃이 빛나던 산 정상에서 박지환은 평생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늙고 병들어도, 가난하든 부유하든, 죽음조차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했다.하지만 결국 우리를 갈라놓은 건 기구한 운명이 아니었다. 욕망 하나 이기지 못하는 그 알량한 자제력이었다.문득 우스워졌다.뒤늦게 쏟아 내는
불과 석 달 전, 나를 거듭 짓밟고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리 쉽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닫았다.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박지환은 퇴근해 돌아온 외삼촌이 발견할 때까지 문 앞을 지켰다.박지환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외삼촌은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박지환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입가에 핏거품이 맺혔는데도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외삼촌! 유진이가 용서만 해 준다면, 절 때려 죽이셔도 괜찮아요!""유진이 없이 지내는 동안 사는 게 죽는 것만도 못했어요...""제발 믿어 주세요. 저, 유진이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외삼촌은 더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사람을 시켜 박지환을 내쫓았다.그 뒤 며칠 동안 박지환은 자주 문 앞에 나타났다. 지난 추억을 들먹여 내 마음을 흔들어 보려 했다.내가 밖에 나가기만 하면 내 앞으로 달려와 옛이야기를 꺼냈다. 바닷가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날까지 입에 올렸다.앞으로 걸어가려던 나는 잠시 발을 멈췄다.제 말이 통했다고 여긴 박지환은 더 가까이 다가와 우리가 나눴던 맹세를 꺼냈다."박지환..."나는 박지환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물었다."그해 바닷가에서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있었지.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아니었어."먼저 약속을 저버린 건 박지환과 신나영이었다.그 말을 들은 박지환은 그 자리에 굳었다.그날 이후로 며칠 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외삼촌 말로는 귀국한 것 같다고 했다.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모습을 감춘 지 닷새째 되던 날,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함께 살던 남쪽 저택이었다.진실을 알게 된 날 내가 찢고 부순 물건들이 영상 속에서는 하나하나 다시 붙어 있었다.결혼사진부터 함께 만들었던 물건까지, 하나같이 그대로였다. 거실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있었고, 베란다에는 내 옷이 널려 있었다. 마치 내가 떠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영상 끝에서 박지환이 말했다."유진아, 이것도 마음에 안 든다면 네가 납득할 만한
그 국을 먹고 싶었다. 서유진도 몹시 보고 싶었다.집 안은 석 달 전 그대로였다. 먹다 남긴 만두가 든 도시락통마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석 달이 지나 겉모양은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여전히 불룩했다.박지환은 홀린 듯 다가가 만두 하나를 집어 들었다.손끝이 따끔했다. 그제야 썩은 음식 사이에 섞인 수많은 유리 조각이 보였다.서유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만두소에는 정말 유리 조각이 들어 있었다.'그런데 난 무슨 짓을 한 거지?'문득 서유진이 멀지 않은 곳에서 웃으며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지환아, 국 먹어..."다가갔지만 아무도 없었다.뺨이 간질거려 손을 댔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어느새 눈물이 흥건했다.박지환은 예전에 검사를 맡았던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이미 그 방문을 예상한 듯했다."당시 결과가 나왔을 때, 아내분께서는 남편분이 상처받으실까 봐 본인의 문제라고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완치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아이를 가지실 확률은 1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마침 친자 확인 검사 결과도 나왔다.신나영의 아이는 박지환의 친자가 아니었다.밖은 햇살이 눈부셨지만, 박지환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쫓아내고, 석 달 동안 남의 아이를 키워 준 거야?'체면 따위는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힘없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사탕을 빼앗긴 아이처럼 울었다.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중얼거렸다."유진아, 대체 어디 있는 거야?""내가 꼭 찾아낼게."...그 무렵, 머나먼 타국에서 석 달 동안 치료를 받은 나는 마침내 목소리를 되찾았다."외삼촌..."관자놀이에 흰머리가 희끗한 남자를 보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의 친동생인 외삼촌 김태성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사업을 해 왔다.엄마와 내가 넉넉하게 살 수 있었던 건, 엄마가 일찍이 외삼촌 사업에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신나영이 떠들던 그런 더러운 일을 해서가 아니었다.엄마가 돌아가신
가는 내내 서유진에게 어떻게 따져 물을지만 생각했다.하지만 저택 문을 여는 순간, 박지환은 그 자리에 굳었다.먼지 냄새가 짙게 밀려왔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이 석 달 전 그날 그대로였고, 바닥에는 핏자국까지 남아 있었다.'유진이가 여기 없다고? 그럼 어디로 간 거야?'어쩐지 비서는 서유진의 소식을 수시로 전하면서도 사진 한 장 찍어 준 적이 없었다.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박지환은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남쪽 저택으로 와."비서는 말로는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지환이 정오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저택에서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는 통화 중 신호만 울렸다.곧바로 사람을 시켜 행적을 알아봤다. 비서는 이미 30분 전에 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 뒤였다.그제야 자신이 놀아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환은 가장 빠른 날짜로 검사를 예약했다.결과를 받아 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검사 결과에는 심각한 무정자증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믿을 수 없어 병원을 몇 군데나 더 찾았지만, 결과는 같았다.'그럼 나영이 아이는 대체 뭐야?'의문을 품은 채 박지환은 다시 북쪽 저택을 찾았다.신나영에게 직접 물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다시는 안 나타나겠다고 약속했잖아.""박지환은 이제 아기가 자기 아이인 줄 알아.""그런데 왜 왔어? 나랑 아기까지 죽일 셈이야?""뭘 그렇게 서둘러? 넌 외국에서 얌전히 기다려. 나랑 아기가 돈만 손에 넣으면 바로 갈게.""그럼 우리 셋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잖아. 그게 좋지 않아?"신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지환이 문을 밀어 열었다.박지환은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악귀처럼 살기를 뿜고 있었다.박지환은 단숨에 신나영의 목을 움켜쥐었다."말해. 너랑 붙어먹은 놈, 누구야?""그리고 유진이는? 지금 어디 있어?""지환아, 무슨 소리야?""유진이는 남쪽 저택에 있잖아. 붙어먹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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