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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남의 편인 남편

안녕, 남의 편인 남편

By:  풍화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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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의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을 기념하는 잔칫날, 남편 박지환은 그 친구에게 저택 한 채를 선물했다. 선물을 잘못 가져온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태연했다. "나영이 아이, 내 아이야. 집은 그 보답으로 준 거고." 온몸이 얼어붙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물었다. "언제부터였어?" 남편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중요해?" "앞으로도 내 아내는 너야."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면서, 직접 낳을 고생도 없이 엄마가 되는 건데 뭐가 나빠?" 하지만 남편은 몰랐다. 심각한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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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절친 신나영도 다가와 미안한 얼굴로 내 팔을 끼었다.

"유진아,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 거 알아."

"그래도 넌 아이를 못 낳잖아. 다른 여자가 낳는 것보단 내가 낫지 않겠어?"

"네 건 내 거나 마찬가지라고, 네가 그랬잖아..."

"솔직히 말해 줄까?"

"5년 전 네가 그 말을 한 날 밤부터, 나 지환이랑 만났어..."

나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5년 전, 박지환과 내 결혼식에 신나영은 들러리로 참석했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다.

당시 빚에 허덕이던 신나영의 빚을 갚아 주려고 나는 결혼할 때 가져온 돈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몇 번이고 거절하길래, 내 것이 곧 네 것이라며 받아 달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날 밤, 신나영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가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곳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지난 5년간 나눴던 사랑이 한낱 웃음거리처럼 느껴졌다.

박지환이 돌아왔을 때, 집 안은 이미 엉망이었다.

예상했던 말다툼은 없었다. 박지환은 전에도 수없이 다투고 나면 그랬듯 다가와 나를 품에 안고,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다친 데는 없어? 다 큰 사람이, 아직도 애처럼 이러면 어떡해?"

그러고는 내 귓가에 입까지 맞췄다.

순간 낮에 있었던 일이 전부 악몽이었나 싶었다.

꿈은 끝났고,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말이 나를 그 악몽 속으로 끌어당겼다.

"요 며칠 밤마다 아이가 보챈대. 도시 북쪽 저택에 가서 나영이랑 아이 곁에 좀 있어 줘야겠어."

"걱정하지 마. 내가 제일 사랑하는 건 여전히 너야."

"나영이는 그냥 내 아이 엄마일 뿐이야.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정 못 받아들이겠으면, 앞으로 넌 남쪽에서, 나영이는 북쪽에서 살면 되잖아. 서로 신경 쓰지 말고."

"왜?"

나는 박지환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물었다.

"왜 하필 5년 전, 우리 결혼식 날 그 여자랑 잔 거야?"

박지환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처음엔 그냥 술에 취해서..."

"그러다 알게 됐어. 너희가 아무리 친해도 잠자리에서는 완전히 다르더라고."

"유진아, 넌 너무 몸을 사려..."

"게다가 넌 걸핏하면 토라지잖아. 너랑 싸우고 나면 늘 나영이가 곁에 있어 줬어."

그때가 꽤 좋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박지환과 사귄 지 2년째 되던 해가 떠올랐다. 업무상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박지환은 새벽 5시에도 근처 호텔에서 쉬려 하지 않았다. 굳이 사람을 시켜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술김에 다른 여자와 엮일까 봐 그랬다고 했다.

평생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나 말고는 어떤 여자와도 엮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내 절친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 생각에 마음이 완전히 식어 버렸다. 우는 것조차 잊었다.

그때 박지환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고객이라는 이름을 보고도 바로 받지 않았다. 대신 내게 말했다.

"됐어, 이제 그만해."

"아직도 분이 안 풀렸으면 쇼핑이나 하고 와. 나영이랑 아이가 기다리잖아."

"아직 어린데 아빠 없이 지내게 할 순 없잖아."

"유진아, 너도 그 아이가 너처럼 되는 건 싫지?"

분노가 치밀어 눈을 부릅떴다.

아빠는 내가 세 살 때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박지환은 일부러 그 상처를 건드렸다.

"박지환... 우리 이혼하자."

그 한마디를 꺼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했다.

그런데 박지환은 그 말을 듣고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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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절친 신나영도 다가와 미안한 얼굴로 내 팔을 끼었다."유진아,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들 거 알아.""그래도 넌 아이를 못 낳잖아. 다른 여자가 낳는 것보단 내가 낫지 않겠어?""네 건 내 거나 마찬가지라고, 네가 그랬잖아...""솔직히 말해 줄까?""5년 전 네가 그 말을 한 날 밤부터, 나 지환이랑 만났어..."나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5년 전, 박지환과 내 결혼식에 신나영은 들러리로 참석했다.우리는 바닷가에서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다.당시 빚에 허덕이던 신나영의 빚을 갚아 주려고 나는 결혼할 때 가져온 돈을 아낌없이 내놓았다.몇 번이고 거절하길래, 내 것이 곧 네 것이라며 받아 달라고 했을 뿐이었다.그날 밤, 신나영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가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곳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지난 5년간 나눴던 사랑이 한낱 웃음거리처럼 느껴졌다.박지환이 돌아왔을 때, 집 안은 이미 엉망이었다.예상했던 말다툼은 없었다. 박지환은 전에도 수없이 다투고 나면 그랬듯 다가와 나를 품에 안고,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다친 데는 없어? 다 큰 사람이, 아직도 애처럼 이러면 어떡해?"그러고는 내 귓가에 입까지 맞췄다.순간 낮에 있었던 일이 전부 악몽이었나 싶었다.꿈은 끝났고,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인 것만 같았다.하지만 바로 다음 말이 나를 그 악몽 속으로 끌어당겼다."요 며칠 밤마다 아이가 보챈대. 도시 북쪽 저택에 가서 나영이랑 아이 곁에 좀 있어 줘야겠어.""걱정하지 마. 내가 제일 사랑하는 건 여전히 너야.""나영이는 그냥 내 아이 엄마일 뿐이야.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정 못 받아들이겠으면, 앞으로 넌 남쪽에서, 나영이는 북쪽에서 살면 되잖아. 서로 신경 쓰지 말고.""왜?"나는 박지환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물었다."왜 하필 5년 전, 우리 결혼식 날 그 여자랑 잔 거야?"박지환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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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혼?""서유진, 아무리 아이한테 질투가 나도 그런 농담은 하는 거 아니야.""너 올해 서른둘이야. 가족도 없고, 아이도 못 낳잖아.""나랑 헤어지면 누가 널 받아 주겠어? 갈 데는 있고?"박지환은 내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얼마나 멍하니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렸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신나영이 방금 SNS에 올린 글이었다.[우리 아기 아빠, 요리까지 척척 하는 살림꾼이네. 집에 오자마자 부엌부터 갔어.]사진 속 박지환은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가슴이 또 한 번 세게 쑤셨다.박지환은 입맛이 까다로웠다. 결혼한 뒤 5년 동안 나는 집에서 살림을 하며 남편의 먹을 것을 챙겼다.그런데 남편은 내게 흰죽 한 그릇 끓여 준 적이 없었다.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 부엌일을 모르는 줄 알았다.이제야 알겠다. 못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다음 날 동이 틀 무렵, 신나영이 도시락통을 들고 찾아왔다."유진아, 사과하려고 만두 빚어 왔어. 이제 그만 풀어 주면 안 돼?"바로 뒤를 따라온 박지환도 거들었다."유진아, 이쯤 했으면 넘어가 줘. 나영이가 너 만두 해 주겠다고 어젯밤을 꼬박 새웠어."'누가 들으면 내가 괜한 생떼라도 부리는 줄 알겠네.'"참, 지환아. 유진이 주려고 꽃도 주문했어. 차에 있으니까 좀 가져다줄래?"신나영은 더없이 순진한 얼굴로 웃었다. 하지만 박지환이 나가자마자 표정이 바뀌었다."서유진, 너 참 뻔뻔하다.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이 집에 붙어 있어?""나 같으면 그날 밤으로 나림시를 떠났겠다.""아이도 못 낳으면서 아내 자리는 꿰차고 싶어?""남자한테 버림받은 네 엄마나 너나, 똑같이 천박해...""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엄마를 입에 올려?"엄마 김혜숙은 살아 계실 때 신나영을 친딸처럼 아끼셨다. 그런 신나영이 이럴 줄은...내 말에 신나영이 웃었다."왜 말하면 안 돼? 네 엄마가 천박했던 건 사실이잖아.""남편도 없는 여자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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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만두소에는 유리 조각이 잔뜩 들어 있었다.한 입 삼킬 때마다 수없이 많은 바늘로 목을 찌르는 것 같았다.나는 고통을 참으며 만두를 뱉어 내고 신나영에게 따졌다."만두에 유리 조각을 넣어 놓고, 이게 사과라고?"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본 박지환이 의아한 눈으로 신나영을 돌아봤다.신나영은 순식간에 눈물을 쏟았다.그러더니 힘없이 박지환의 품에 몸을 기댔다."난 안 그랬어...""만두 빚는 것도 지환이가 옆에서 봤는데, 어떻게 유리 조각이 들어 있겠어?""유진아, 난 진심으로 사과하러 온 거야. 왜 그런 뻔한 거짓말로 날 모함해?""나랑 아기가 죽기라도 해야 용서해 줄 거야?"신나영의 말 몇 마디에, 박지환은 내 잘못이라고 단정했다."유진아, 정말 실망이야...""오늘은 무조건 나영이한테 사과해."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지환을 보러 회사에 갔을 때였다. 여비서가 내가 일부러 자기 서류를 더럽혔다며 뒤집어씌웠다.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없던 그때, 박지환이 나타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여비서를 해고했다.그때 박지환은 이렇게 말했다."난 내 아내를 무조건 믿어."하지만 이제 그 믿음은 다른 여자를 향하고 있었다."내 잘못도 아닌데, 왜 내가 사과해야 해?"나는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을 참으며 외쳤다.내 태도에 박지환은 더 격해진 듯했다.박지환은 미친 듯이 내 입에 만두를 밀어 넣었다.내가 피를 한 모금 토하고 나서야 박지환은 정신이 드는 듯했다."유진아, 왜 그래?"목소리가 조금 떨렸다.하지만 나는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의식을 잃기 직전, 박지환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빨리 구급차 불러!"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박지환의 걱정 가득한 얼굴이 있었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 말은 또다시 칼날처럼 꽂혔다."나랑 나영이 원망하는 건 알아.""그래도 나영이한테 뒤집어씌우겠다고 네 몸을 해치면 안 되지."입을 열어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유리 조각에 성대를 다친 건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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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의식을 잃기 직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그 사람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품에 꼭 안은 채 병실을 나섰다.오전 내내 소동을 겪고 나서야 신나영은 고비를 넘겼다.그제야 박지환은 병실에 내버려 둔 서유진이 떠올랐다.피곤한 듯 미간을 문질렀다.서유진이 아이를 받아들일 줄 알았다.'어차피 아이도 못 낳잖아. 나영이는 유진이랑 가장 친한 친구고. 이 바닥에서 안 그러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남자가 유혹에 좀 흔들리는 게 뭐 어때서? 이혼하자는 것도 아니잖아. 남쪽과 북쪽에서 따로 살면 된다고, 깔끔한 해결책까지 내놨는데.'그런데 서유진은 받아들이기는커녕 이혼하자는 말까지 꺼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아이 하나가 생긴 것뿐이잖아. 내가 더는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됐어. 일이 좀 정리되면 다시 달래 주면 되지. 성미가 좀 까다롭긴 해도, 내가 다 받아 줘서 그렇게 된 걸 어쩌겠어?'그런 생각을 하며 박지환은 서유진의 병실에 가 보려 했다.하지만 반쯤 가다가 마음이 바뀌었다.'나영이를 저렇게 만들어 놓았는데 쉽게 용서해 주면, 더 제멋대로 굴겠지. 본때를 보여 줘야 해. 혼자 좀 진정하게 둬야지.'박지환은 걸음을 멈췄다.휴대폰을 꺼내 보니 서유진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사진인 듯했다. 몇 분을 망설였지만 끝내 대화창을 열지 않았다.내용을 보면 또 마음이 약해져 용서해 줄 것 같았다.'이번만큼은 버릇을 고쳐 놓겠어.'박지환은 화면을 아래로 내려 비서와의 대화창을 찾았다.[병실에 가서 사모님 좀 봐. 괜찮으면 도시 남쪽 저택으로 모셔 가고.]그러고는 신나영의 병실로 향했다.그날 오후, 비서에게서 서유진은 괜찮다는 연락이 왔다.몸에 좋은 것 좀 사다 주라고 답한 뒤, 박지환은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 뒤 석 달 동안 박지환은 도시 북쪽 저택에서 신나영과 아이 곁을 지켰다.처음에는 서유진이 울고불고할까 걱정했다. 어떻게 달래 줄지까지 미리 생각해 두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이번에는 얌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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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가는 내내 서유진에게 어떻게 따져 물을지만 생각했다.하지만 저택 문을 여는 순간, 박지환은 그 자리에 굳었다.먼지 냄새가 짙게 밀려왔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이 석 달 전 그날 그대로였고, 바닥에는 핏자국까지 남아 있었다.'유진이가 여기 없다고? 그럼 어디로 간 거야?'어쩐지 비서는 서유진의 소식을 수시로 전하면서도 사진 한 장 찍어 준 적이 없었다.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박지환은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남쪽 저택으로 와."비서는 말로는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지환이 정오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저택에서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는 통화 중 신호만 울렸다.곧바로 사람을 시켜 행적을 알아봤다. 비서는 이미 30분 전에 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 뒤였다.그제야 자신이 놀아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환은 가장 빠른 날짜로 검사를 예약했다.결과를 받아 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검사 결과에는 심각한 무정자증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믿을 수 없어 병원을 몇 군데나 더 찾았지만, 결과는 같았다.'그럼 나영이 아이는 대체 뭐야?'의문을 품은 채 박지환은 다시 북쪽 저택을 찾았다.신나영에게 직접 물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다시는 안 나타나겠다고 약속했잖아.""박지환은 이제 아기가 자기 아이인 줄 알아.""그런데 왜 왔어? 나랑 아기까지 죽일 셈이야?""뭘 그렇게 서둘러? 넌 외국에서 얌전히 기다려. 나랑 아기가 돈만 손에 넣으면 바로 갈게.""그럼 우리 셋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잖아. 그게 좋지 않아?"신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지환이 문을 밀어 열었다.박지환은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악귀처럼 살기를 뿜고 있었다.박지환은 단숨에 신나영의 목을 움켜쥐었다."말해. 너랑 붙어먹은 놈, 누구야?""그리고 유진이는? 지금 어디 있어?""지환아, 무슨 소리야?""유진이는 남쪽 저택에 있잖아. 붙어먹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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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국을 먹고 싶었다. 서유진도 몹시 보고 싶었다.집 안은 석 달 전 그대로였다. 먹다 남긴 만두가 든 도시락통마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석 달이 지나 겉모양은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여전히 불룩했다.박지환은 홀린 듯 다가가 만두 하나를 집어 들었다.손끝이 따끔했다. 그제야 썩은 음식 사이에 섞인 수많은 유리 조각이 보였다.서유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만두소에는 정말 유리 조각이 들어 있었다.'그런데 난 무슨 짓을 한 거지?'문득 서유진이 멀지 않은 곳에서 웃으며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지환아, 국 먹어..."다가갔지만 아무도 없었다.뺨이 간질거려 손을 댔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어느새 눈물이 흥건했다.박지환은 예전에 검사를 맡았던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이미 그 방문을 예상한 듯했다."당시 결과가 나왔을 때, 아내분께서는 남편분이 상처받으실까 봐 본인의 문제라고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완치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아이를 가지실 확률은 1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마침 친자 확인 검사 결과도 나왔다.신나영의 아이는 박지환의 친자가 아니었다.밖은 햇살이 눈부셨지만, 박지환은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쫓아내고, 석 달 동안 남의 아이를 키워 준 거야?'체면 따위는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힘없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사탕을 빼앗긴 아이처럼 울었다.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중얼거렸다."유진아, 대체 어디 있는 거야?""내가 꼭 찾아낼게."...그 무렵, 머나먼 타국에서 석 달 동안 치료를 받은 나는 마침내 목소리를 되찾았다."외삼촌..."관자놀이에 흰머리가 희끗한 남자를 보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의 친동생인 외삼촌 김태성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사업을 해 왔다.엄마와 내가 넉넉하게 살 수 있었던 건, 엄마가 일찍이 외삼촌 사업에 지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신나영이 떠들던 그런 더러운 일을 해서가 아니었다.엄마가 돌아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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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불과 석 달 전, 나를 거듭 짓밟고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리 쉽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닫았다.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박지환은 퇴근해 돌아온 외삼촌이 발견할 때까지 문 앞을 지켰다.박지환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외삼촌은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박지환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입가에 핏거품이 맺혔는데도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외삼촌! 유진이가 용서만 해 준다면, 절 때려 죽이셔도 괜찮아요!""유진이 없이 지내는 동안 사는 게 죽는 것만도 못했어요...""제발 믿어 주세요. 저, 유진이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외삼촌은 더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사람을 시켜 박지환을 내쫓았다.그 뒤 며칠 동안 박지환은 자주 문 앞에 나타났다. 지난 추억을 들먹여 내 마음을 흔들어 보려 했다.내가 밖에 나가기만 하면 내 앞으로 달려와 옛이야기를 꺼냈다. 바닷가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날까지 입에 올렸다.앞으로 걸어가려던 나는 잠시 발을 멈췄다.제 말이 통했다고 여긴 박지환은 더 가까이 다가와 우리가 나눴던 맹세를 꺼냈다."박지환..."나는 박지환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물었다."그해 바닷가에서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있었지.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아니었어."먼저 약속을 저버린 건 박지환과 신나영이었다.그 말을 들은 박지환은 그 자리에 굳었다.그날 이후로 며칠 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외삼촌 말로는 귀국한 것 같다고 했다.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모습을 감춘 지 닷새째 되던 날,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함께 살던 남쪽 저택이었다.진실을 알게 된 날 내가 찢고 부순 물건들이 영상 속에서는 하나하나 다시 붙어 있었다.결혼사진부터 함께 만들었던 물건까지, 하나같이 그대로였다. 거실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있었고, 베란다에는 내 옷이 널려 있었다. 마치 내가 떠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영상 끝에서 박지환이 말했다."유진아, 이것도 마음에 안 든다면 네가 납득할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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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신나영은 계속 북쪽 저택에 갇혀 있었다.박지환은 그토록 귀하게 여기던 아이도 외국으로 보냈다.아이에게는 죄가 없었다. 하지만 신나영은 달랐다.박지환은 날마다 저택에서 신나영을 괴롭혔다.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처음에는 남자 비서가 돌아와 자신을 구해 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름과 신분을 바꾼 채 종적을 감췄다는 걸 알고는 그 희망마저 놓아 버렸다.몸도 마음도 짓밟힌 끝에, 신나영은 정신마저 온전치 못하게 됐다.다시 만났을 때는 몰라볼 만큼 말라 있었다. 박지환이 찻잔 하나를 엎었을 뿐인데, 곧바로 기어가 바닥의 찻물을 깨끗이 핥았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박지환에게 웃어 보였다."지환아, 봐. 바닥 깨끗하게 치웠지?""아이 한 번만 보게 해 주면 안 돼? 말 잘 들을게."내 눈을 의심했다. 대체 얼마나 끔찍한 학대를 당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그다음 일주일 동안 외삼촌은 온 힘을 다해 백원그룹을 압박했다. 박지환은 순식간에 모든 걸 잃은 처지가 됐다.빚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저택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사람 몰골이 아닌 신나영만 남아 있었다.박지환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남은 돈을 챙겨 외국으로 달아났다고들 했다. 그런데 어느 깊은 밤, 박지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내용은 짧은 한마디였다.[창밖을 봐.]나는 경계하며 고개를 돌렸다. 창밖에서는 불꽃이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화려한 불꽃놀이는 밤새 이어졌다.박지환은 도망친 게 아니었다. 남은 돈을 전부 폭죽을 사는 데 쓴 것뿐이었다.박지환이 내게 고백하던 밤이 떠올랐다. 그때도 우리는 산 정상에서 밤새 불꽃놀이를 봤다.그날 밤의 불꽃은 오직 나를 위해 터지는 거라고 했다.불꽃이 빛나던 산 정상에서 박지환은 평생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늙고 병들어도, 가난하든 부유하든, 죽음조차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했다.하지만 결국 우리를 갈라놓은 건 기구한 운명이 아니었다. 욕망 하나 이기지 못하는 그 알량한 자제력이었다.문득 우스워졌다.뒤늦게 쏟아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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