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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or: 잠꾸러기
안수연이 거절할 틈도 없이, 하재윤은 여자의 손을 잡아끌면서 차에 태웠다.

차는 고급 프라이빗 클럽 앞에 멈춰 섰다. 하재윤은 차에서 내린 뒤 안수연이 앉아 있는 조수석으로 돌아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안수연은 그런 하재윤을 한 번 바라봤지만 이내 말없이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

클럽 안으로 들어선 순간, 안수연의 시선은 익숙한 한 사람에게 머물렀다.

바로 송단희였다.

흰색 원피스를 입은 송단희는 긴 머리를 어깨 위로 늘어뜨린 채, 사람들 한가운데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몇몇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송단희는 하재윤의 소꿉친구였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안수연이 하재윤과 연애한 3년 동안 송단희와 마주칠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안수연은 하재윤이 송단희를 좋아하고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손을 잡고 들어오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송단희의 눈에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의미심장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 눈빛은 송단희 역시 99번의 복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듯했다.

안수연은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했다.

하재윤도 송단희의 존재를 알아차린 모양인지, 손가락이 순간 굳어지면서 이내 안수연의 손을 놓았다.

그러면서 몸을 살짝 돌려 안수연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 좀 하고 올게. 먼저 놀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

안수연은 그 자리에 선 채 돌아서서 멀어지는 하재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차갑게 식어 갔다.

안수연이 무슨 말도 꺼내기 전에 송단희가 우아한 걸음으로 하재윤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더니 클럽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서 뭘 하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안수연은 하재윤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였다.

“수연아, 이리 와서 술 한잔해!”

다들 웃으며 안수연에게 술잔을 내밀자 안수연은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나 술 못 마셔.”

“분위기 깨지 말고 한잔해. 딱 한 잔인데 뭐 어때?”

그러나 다들 안수연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술잔을 손에 쥐여 준 뒤, 안수연을 떠밀면서 앞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그 자리가 불편해진 안수연은 남자들을 뿌리치고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그중 한 사람이 갑자기 안수연을 세게 밀쳤다.

“악!”

안수연은 비명을 지르며 균형을 잃었고, 그대로 옆에 있던 수영장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차가운 물에 빠져버렸다. 수영할 줄 몰랐던 안수연은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몸은 점점 더 깊이 가라앉았다.

물이 입과 코로 밀려들어 숨이 막히면서, 안수연은 거의 질식할 지경에 이르렀다.

의식은 점차 흐려지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안수연은 익숙한 방에 누워 있었다.

머리는 무겁고 온몸은 불에 타는 듯 뜨거웠다.

안수연이 힘겹게 눈을 뜨자, 하재윤이 침대 곁에 앉아서 물 한 잔과 알약 몇 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열이 나네, 약 먹어.”

하재윤의 목소리는 허스키했고, 말투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조금 묻어 있었다.

안수연은 몽롱한 정신으로 알약을 받아서 물과 함께 삼켰다.

지금의 안수연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목이 바싹 말랐고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간 듯했다.

안수연은 눈을 감고 다시 잠들려고 했지만, 몸은 오히려 뭔가 타오르는 것같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안수연이 힘겹게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하재윤이 방을 나간 뒤였다.

곧 안수연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이마를 짚었는데, 이마는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웠다.

안수연은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병원에 가야 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겹게 병원에 도착한 안수연은 수액을 맞고 나서야 겨우 열이 조금 내렸다.

의사는 안수연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환자분, 일찍 오셔서 다행이에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폐렴으로 번질 수도 있었어요.”

그러자 안수연은 힘없이 병상에 기댄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분명 약을 먹었는데 왜 더 심해진 거예요?”

의사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어떤 약을 드셨나요?”

그러자 안수연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서 의사에게 건넸다.

“소염제요, 남자친구가 준 거예요.”

의사는 약병을 받아서 뚜껑을 열어 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이게 무슨 소염제예요? 병만 소염제 병이지 안에 든 건 설탕으로 만든 사탕이에요. 약효도 전혀 없고 오히려 치료를 늦출 뿐이죠.”

의사의 말에 안수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바로 그때 휴대폰이 미친 듯이 몇 번이나 울렸다. 안수연은 힘겹게 손을 들어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그때 그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가 연달아 떠 있었다.

[하하하, 97번째 복수 성공!]

[이 방법 누가 생각했냐? 진짜 천재다. 우리가 먼저 실수로 수연이를 물에 밀어 넣고 재윤이 약까지 바꿔치기했으니 지금쯤 죽도록 괴로워하고 있겠지?]

그러나 곧이어 누군가 당황한 듯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미친, 단체방에 잘못 보냈어! 이 방에는 수연이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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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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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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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21화

    그 한 달 동안 안수연이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하재윤은 마치 위치 추적 장치라도 달아 놓은 것처럼, 안수연이 어디를 가든 귀신같이 찾아냈다.심지어 안수연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무용단 활동마저 중단시켰다.물론 엘렌에게 댄 핑계는 예전처럼 모질지는 않았다.오랜만에 다시 만났으니, 둘만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고 했을 뿐이었다.결혼하고 나면 안수연도 자연스럽게 무용단으로 돌아갈 거라고 덧붙였다.다른 것도 아닌 결혼이라고 했다.당시 기자회견에서 하재윤은 안수연이 죽은 척하고 떠났다는 사실만 발표한 것이 아니라, 한 달 뒤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소식까지 공개했다.안수연은 이 모든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하재윤과 격렬하게 다퉜다. 정말로 둘 중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날 것처럼 격렬하게 싸웠다.하지만 그럼에도 하재윤이 결혼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꺾게 만들지는 못했다.오늘 하재윤이 안수연을 명품 매장에 데려온 것도 결혼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고르기 위해서였다.웨딩드레스 같은 것은 이미 맞춤 제작을 맡겨 둔 상태였다.그때 계산을 마친 하재윤이 다시 VIP룸으로 들어와서, 안수연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가자.”안수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하재윤에게 손을 잡힌 채, 명품 매장을 나와서 차에 올랐다.차창 밖으로는 거리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지만, 안수연의 눈에 가득한 근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안수연은 하재윤과 결혼하고 싶지도 않았고 결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하재윤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었다.‘설마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모습을 뻔히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걸까?’무릎 위에서 맞잡은 안수연의 두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너무 세게 움켜쥔 탓에 손가락 관절마저 하얗게 도드라졌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안수연의 불안함은 점점 커져 갔다.안수연이 결혼식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한 하재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함께 외출했다. 그런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20화

    자신의 눈앞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하재윤을 바라보며, 안수연은 그저 어이가 없고 가소롭다는 생각뿐이었다.“하재윤, 입만 열면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왜 송단희가 나를 모함했을 때 진실부터 밝히지 않았어?”“왜 송단희가 나에게 보복하려는 계획에 동의했어?”“왜 나한테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변명은 하지 마. 나는 너한테 기회를 줬어.”“그 불길 속에서 내가 너한테 돌아올 거냐고 물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그때 네가 곧바로 돌아서서 나를 불길 속에서 끌어내 준다면,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도 없던 것으로 할 수 있었어. 그런데 너는 그때 어떻게 했어?”안수연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들에 하재윤은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화재가 일어난 지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하재윤조차 당시의 상황을 거의 잊을 뻔했다.하지만 그때 안수연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끝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 버렸다.“불길 속에서 나를 버리고 떠날 수 있었던 너였어. 근데 내가 너를 위해 남아 줄 거라고 생각해?”안수연은 그 말을 남기고 하재윤을 지나쳐서 그대로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정신을 차린 하재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막아!”그 두 글자에 안수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하재윤!”하재윤에게 조금이라도 죄책감이 남아 있다면, 더는 자신을 막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재윤은 천천히 안수연에게 다가왔다.이번에는 마침내 손을 뻗어 안수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애원했다.“수연아, 예전에 내가 잘못했던 일은 전부 인정할게. 내가 받아야 할 벌도 이미 받았잖아.”“그러니 이제 과거는 덮어 두고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네가 아직 나한테 화가 나 있다는 거 알아. 앞으로 천천히 보상해 줄게. 그러면 안 될까?”“싫어!”안수연은 거칠게 고개를 돌리면서 하재윤의 손길을 피했다.너무나 크게 실망을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19화

    안수연에게 뺨을 맞은 하재윤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참 뒤에야 천천히 손을 들고 붉게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만졌다.“꿈 아니야?”영문 모를 일로 하루 종일 기분이 상해 있던 안수연은 곧바로 차갑게 비웃었다.“꿈이라고? 당연히 꿈이지. 이런 악몽 같은 일을 겪다니, 나도 참 재수가 더럽게 없네.”안수연은 더는 하재윤을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수연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재윤이 황급히 뒤따라 내려갔다.두 사람이 서로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안수연은 발을 헛디디며 그대로 아래로 넘어졌다.“조심해!”하재윤은 당황한 얼굴로 반사적으로 안수연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대신 안수연을 품에 감싸안으며 바닥에 강하게 넘어졌다.하재윤이 안수연을 감싸 준 덕분에, 안수연은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반면 바닥에 누운 하재윤의 뒤통수에서는 가느다란 핏줄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사장님!”저택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문근호가 황급히 두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갔다.이 소동으로 인해서 며칠이 또 훌쩍 지나갔다.하재윤이 아직 병원에 입원해 있는 틈을 타서 안수연은 몰래 떠날 생각이었다.그런데 막 저택 문 앞에 도착하자, 도우미들이 안수연을 가로막았다. 안수연의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물었다.“지금 이게 대체 무슨 뜻이죠?”도우미 두 사람이 난처한 표정으로 안수연을 바라보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아가씨. 사장님의 허락 없이는 나가실 수 없으세요.”그 말이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안수연은 코웃음을 쳤다.“사람을 가두려는 거면 그냥 그렇다고 말하세요.”도우미들이 잠시 멈칫하며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 안수연은 도우미들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재윤이 아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터라, 도우미들도 감히 안수연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는 못했다.결국 뒤따라가며 안수연을 말리는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아가씨!”“정말 나가시면 안 되세요!”차라리 말하지 않았다면

  • 불 속에 나를 두고 간 사람   제18화

    그 후 보름 동안 안수연은 공연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당연히 하재윤에게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마지막 공연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야 안수연은 오랜만에 휴가를 맞았다.안수연이 차를 렌트해 여행을 떠나려던 순간, 구재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기 너머의 구재희는 하재윤에게 일이 생겼다는 말만 반복하며, 저택으로 한번 와 달라고 애원했다.하재윤의 성격을 잘 아는 안수연은 이번에도 어김없는 복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굳이 진실을 들춰낼 마음도 없었기에 그저 차분하게 대답했다.“저는 의사가 아니라서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요.”말을 마친 안수연은 상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상대가 다시 귀찮게 굴지 못하도록 친절하게 전화번호를 차단 목록에 추가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내던지듯 내려놓고 렌터카 업체로 가기 위해서 택시를 불렀다.택시에 올라 기사에게 목적지를 알려 준 안수연은 뒷좌석에 기대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한참 뒤, 기사가 차를 세우고 안수연을 깨웠다. 그런 뒤 그저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말뿐이었다.안수연은 별다른 의심 없이 요금을 지불하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차에서 내렸다.눈앞의 건물을 제대로 확인하고 나서야 기사가 목적지를 잘못 듣고 자신을 하씨 집안의 별장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안수연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면서도 화가 났다.휴대폰을 꺼내서 다시 택시를 부르며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별장의 대문이 열렸다.집사인 문근호가 도우미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안수연을 발견한 문근호 집사는 놀라면서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 사모님! 아니, 아가씨! 드디어 오셨네요!”말을 마친 문근호는 여러 도우미와 함께 안수연을 둘러싸듯 별장 안으로 안내했다.다시 이 별장에 발을 들인 순간, 안수연의 눈빛에 잠시 아련한 기색이 스쳤다.당시 안수연은 너무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많은 물건을 챙기지 못했다.그랬기에 별장 안은 안수연이 떠나던 그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한 번도 이곳을 떠난 적이 없는 듯한 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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