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8화

Penulis: 서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10 18:12:22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해외 본사 담당자는 두 명이었다.

협력업체 상무가 난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대로라면 전문 통역사가 동석한 상태에서 신규 자재 제안 미팅을 진행해야 했지만, 갑작스럽게 일정이 당겨지면서 준비가 꼬인 상황이었다.

“통역이 삼십 분 정도 늦는다고 합니다. 회장님, 잠시 휴식하셨다가…….”

“그럴 필요 없어요.”

태블릿을 내려놓은 사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수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왜.”

“제가 하면 되잖아요.”

사라는 너무 당연한 말을 한다는 얼굴이었다.

“영어 할 줄 아나?”

“네.”

“어느 정도.”

사라가 잠깐 고민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안 굶어 죽을 정도?”

한정민이 미간을 짚었다.

“민사라 씨.”

“왜요. 진짜인데.”

강수는 말없이 사라를 바라봤다.

회의실 안에서까지 장난기가 사라지지 않는 여자였다. 그러나 조금 전 납품 일정 문제를 해결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빠르게 자료를 파악했다.

“해봐.”

허락이 떨어지자 사라는 곧바로 해외 담당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입을 연 순간.

정민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겨우 여행 회화나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사라의 영어는 자연스러웠다. 상대의 빠른 말에도 머뭇거리지 않았고, 농담이 섞이면 웃으며 받아쳤다. 3년 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부딪쳐온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투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신규 외장재의 내구성과 공급 조건에 관한 설명이 시작되자 사라는 상대의 말을 듣는 동시에 핵심을 정리해 강수에게 전달했다.

“기존 제품보다 내후성이 강화됐고, 이번에 제안하는 제품은 고온이나 습도 변화에 따른 변형률을 낮춘 제품이래요. 국내 현장 적용 전에 샘플 테스트도 가능하고요.”

강수가 물었다.

“최소 발주 수량은.”

사라는 즉시 영어로 질문을 전달했다.

상대의 대답이 이어졌다.

“기본 조건은 오천 제곱미터인데 CH건설과 장기 공급계약을 전제로 하면 첫 발주는 삼천까지 낮출 수 있답니다.”

“납기는?”

또다시 질문이 오갔다.

“계약 후 여섯 주. 대신 선적 일정이 맞으면 최대 일주일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통역은 빨랐고 정확했다.

사라는 단순히 말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길게 늘어지는 설명에서는 필요한 부분을 먼저 추렸고, 숫자나 계약 조건은 빠뜨리지 않고 따로 확인했다.

강수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천천히 두드렸다.

시선은 사라에게 머물러 있었다.

“장기 공급계약 조건부터 확인해.”

“네.”

사라는 다시 상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상대 담당자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던졌다.

사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회장님.”

“말해.”

“저쪽에서 먼저 제안하는데요. 국내 독점 공급권까지 포함하면 단가를 추가로 조정할 수 있대요.”

협력업체 상무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그 부분은 저희도 처음 듣는 내용입니다.”

사라는 해외 담당자를 바라보며 몇 가지를 더 확인했다.

계약 기간.

최소 구매 물량.

단가 조정 폭.

독점권 적용 범위까지.

대화가 길어질수록 강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조금 전 납품 일정을 다시 짠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사라는 머리가 빨랐다.

상황을 이해하는 속도도 빨랐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아는 척하지 않고 바로 확인했다.

그동안 강수가 본 사라는 늘 웃고 있었다.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서희가 3년 내내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던 자유분방한 친구.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라 씨.”

정민이 낮게 불렀다.

사라가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고개만 살짝 돌렸다.

“네?”

“여행하면서 영어 배웠습니까?”

“영어만 배운 건 아닌데요.”

정민이 눈을 좁혔다.

“또 뭘 하는데요?”

사라가 웃었다.

“비밀.”

“……그걸 왜 비밀로 합니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야죠.”

사라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해외 담당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미팅이 끝났을 때는 예정됐던 통역사도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할 일은 거의 끝난 뒤였다.

해외 담당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에게 악수를 청했다. 사라 역시 웃으며 손을 맞잡았고, 마지막 인사까지 자연스럽게 마쳤다.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사라는 다시 태블릿을 챙겼다.

“끝났죠? 배고프다.”

정민이 헛웃음을 흘렸다.

“민사라 씨.”

“네.”

“대체 외국어 몇 개 합니까?”

사라가 손가락을 접으며 잠시 세는 척했다.

그러다 귀찮다는 듯 손을 내렸다.

“몇 개.”

“몇 개가 몇 개인데요.”

“여행 가서 현지 남자 꼬실 정도?”

정민이 결국 고개를 저었다.

“물어본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라가 키득거리며 먼저 걸어갔다.

그때까지 말이 없던 강수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

“민사라.”

사라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네, 회장님?”

강수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물었다.

“너, 보조 비서로 들어온 이유가 뭐냐.”

사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불온한 정착   외전21 마지막화

    식사는 거의 끝나 있었다. 테이블 위 음식은 대부분 식었고, 처음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세 사람 사이에 놓인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사라는 여전히 서희를 용서하지 않았다. 서희 역시 사라를 용서하지 못했다. 강수와 서희 사이에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누구도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없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은 한 테이블에 끝까지 앉아 있었다. 5년 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서희는 맞은편을 바라봤다. 진이는 강수의 품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커다란 팔 안에 작은 몸이 완전히 묻혀 있었고, 강수는 대화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아이의 자세를 고쳐 안았다. 그 옆에서 사라는 남은 밥을 먹고 있었다. 강수의 손이 움직였다. 사라 앞에 반찬 하나를 당겨놓았다. 사라는 쳐다보지도 않고 집어먹었다. “이거 맛있다.” “더 시켜?” “아니. 배불러.” “그만 먹어.” “방금 더 시키냐며.” “배부르다며.” “말이 그렇다는 거지.” 강수의 미간이 좁아졌다. 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서희

  • 불온한 정착   외전20

    사라는 눈을 깜빡였다. 질문이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내가 널 이해를 왜 해?” 서희의 표정이 멈췄다. 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품에 잠든 진이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릴 뿐이었다. “……왜라니?” “왜 이해해야 되는데?” 사라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너는 나 이해하려고 1년이나 돌아다녔다며.” “응.” “나는 그런 생각 안 해봤어.” 너무 단순한 대답이었다. 서희가 헛웃음을 흘렸다. “너답다.” “응. 나 원래 이래.” 사라는 태연하게 국을 한 숟갈 먹었다. 조금 식어 있었다. 강수가 그걸 보고 호출 버튼을 누르려 하자 사라가 손등을 잡았다. “됐어. 그냥 먹어.” 강수는 버튼에서 손을 떼었다. 사라는 다시 서희를 봤다. “네가 왜 그랬는지 생각은 해봤지.” “그게 이해하려고 한 거 아니야?” “아니.” 사라가 고개를 저었다. “궁금한 거랑 이해하는 건 다르잖아.” 서희가 말이 없어졌다. “네가 왜 나를 밀었는지.” 사라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왜 그렇게까지 망가졌는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 남아 있었다.

  • 불온한 정착   외전 19

    사라는 멈췄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서희를 한동안 바라봤다. “말했잖아.”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때 미안하다고.” 거기까지였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다시 사과하지도 않았다. 강수의 품에서는 진이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작은 등을 받친 커다란 손만 일정하게 움직였다. 서희가 물었다. “그게 끝이야?” “응.” 사라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컵을 내려놓으며 되물었다. “너는?” “뭐가.” “너도 있잖아.” 사라의 눈이 서희에게 똑바로 향했다. “나한테 미안할 일.” 서희의 손가락이 물컵에 멈췄다. 둘 사이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강수는 끼어들지 않았다. 이건 사라와 서희가 해야 할 이야기였다. 진이가 품에서 조금 움직이자 작은 뒤통수를 받쳐 자세만 고쳐줬다. 서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지.” 사라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많이.” “그래.” 그 한마디였다. 서희가 허탈하게 웃었다. “넌 안 물어봐?” “뭘.” “뭐가 미안한지.” 사

  • 불온한 정착   외전 18

    로비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희가 돌아오고 싶었다는 말을 꺼낸 뒤 누구도 쉽게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먼저 움직인 건 사라였다. “밥 먹었어?” 서희가 눈을 깜빡였다. “뭐?” “점심.” “……아니.” 사라가 강수를 올려다봤다. “오빠.” “왜.” “같이 먹자.” 강수의 눈이 서희에게 한번 갔다가 다시 사라에게 돌아왔다. 마음에 든다는 얼굴은 아니었다. “왜.” “나 배고파.” “너만 먹으면 되잖아.” “차강수.” 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강수는 몇 초 바라보다 진이를 한쪽 팔에 고쳐 안았다. “가자.” 그걸로 끝이었다. 회사 근처 한식당의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강수 옆에는 사라가 앉았고 서희는 맞은편에 자리했다. 진이는 강수의 품에서 아직 자고 있었다. 음식이 하나씩 들어왔다. 사라는 젓가락을 들자마자 갈비찜부터 집었다. “맛있겠다.” 강수는 말없이 사라 앞에 있던 작은 접시를 당겼다. 갈비의 뼈를 발라 살만 올려놓고 다시 밀어줬다. 사라는 익숙하게 집어먹었다. “맛있어.” 강수는 대답 대신 다른 반찬

  • 불온한 정착   외전17

    사라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다시 멈췄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었다. “사라야.”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붙잡으려는 목소리도, 강수를 만나게 해달라는 말도 아니었다. 사라가 돌아봤다. 서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강수도 걸음을 멈췄다. “왜.” 사라가 물었다. 서희는 잠시 강수를 바라봤다가 다시 사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 사실.”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이혼하고 5년 동안 외국에 있었어.” 사라의 눈이 조금 커졌다. 강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시선이 서희에게 머물렀다. 둘 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여행했어.” 서희가 작게 웃었다. “여기저기.” 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희가 이혼 뒤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찾아보지도 않았다.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5년이었다. “왜?” 사라가 물었다. 서희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너처럼 가면 알 수 있을 것 같았어.” 사라의 표정이 굳었다. “뭘.” “네가 했던 말들.” 서희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

  • 불온한 정착   외전 16

    강수는 망설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사라에게 걸어갔다. 서희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시선이 오래 머물지도 않았다. “왜 안 올라와.” “가려고 했지.” 강수의 눈이 사라의 얼굴을 한번 훑었다. 화가 난 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시선이었다. 그러다 아기띠 안에서 잠든 진이에게 내려갔다. “줘.” 사라가 눈을 깜빡였다. “진이?” “어.” “잘 자는데.” “알아.” 강수는 이미 손을 뻗고 있었다. 사라가 아기띠를 풀어주자 커다란 손이 진이의 목과 뒤통수를 먼저 받쳤다. 작은 몸을 조심스럽게 빼내 제 품에 붙인 뒤 자세를 고쳐 안았다. 진이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수의 손이 등을 천천히 쓸었다. “쉬.” 작은 몸이 다시 힘을 풀었다. 사라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내가 잘 안고 있었거든?” “알아.” “근데 왜 뺏어.” “무겁잖아.” “안 무거워.” 강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비어버린 아기띠를 사라 몸에서 풀어냈다. 끈이 어깨에서 내려오자 사라가 그제야 목을 한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