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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Penulis: 서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10 18:22:51

사라의 얼굴에서 아주 잠깐 웃음이 사라졌다.

언제나 장난기부터 떠오르던 눈동자가 아래로 떨어지고, 입가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씁쓸함이 스쳤다.

고작 몇 초.

정민이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만큼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강수는 봤다.

그리고 사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행 갈 돈 떨어져서요.”

밝은 목소리였다.

“3년이나 돌아다녔더니 통장이 텅텅 비었어요. 다시 벌어야 또 떠나죠.”

옆에 있던 정민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취업을 했다고요?”

“돈 없으면 벌어야죠. 실장님은 돈 많아요?”

“적어도 민사라 씨처럼 여행으로 탕진하진 않습니다.”

“그게 얼마나 재밌는데.”

사라는 태연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아무튼 CH건설 월급 괜찮더라고요. 열심히 모아서 또 떠날 거예요.”

“언제.”

강수의 질문에 사라가 눈을 깜빡였다.

“뭐가요?”

“언제 다시 떠날 거냐고.”

“글쎄요.”

사라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했다.

“돈 모이면?”

가벼운 대답이었다.

그런데 강수는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몰랐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직원이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는 게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더구나 사라는 서희에게 귀가 닳도록 들었던 여자였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사람.

마음이 가는 곳이 생기면 떠났고, 싫증이 나면 또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정착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여자.

그게 민사라였다.

“회장님.”

“왜.”

“표정 왜 그래요?”

사라가 고개를 기울였다.

“제가 벌써 퇴사한다고 할까 봐 걱정돼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맞네.”

“민사라.”

“네, 회장님.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사라는 능청스럽게 허리를 숙였다.

정민이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두 분 회사에서도 이러시면 제가 먼저 퇴사하겠습니다.”

“실장님 돈 많다면서요. 퇴사해요.”

“제가 언제 돈 많다고 했습니까?”

“그럼 같이 다녀요. 제가 여행 코스 짜드릴게.”

“싫습니다.”

“여자친구도 데리고.”

“더 싫습니다.”

사라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

강수는 벽에 기대 휴대전화를 확인했고, 사라는 정민 옆에서 아직도 여행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저 진짜 잘 다녀요. 숙소도 싸게 잡고, 맛집도 잘 찾고. 현지에서 친구 만드는 건 하루면 되고.”

“그건 알 것 같습니다.”

“왜요?”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십 년 알고 지낸 것처럼 떠드니까.”

“그게 능력이에요.”

사라는 당당하게 받아쳤다.

강수의 시선이 휴대전화 화면 위로 올라왔다.

평소의 민사라였다.

밝고, 시끄럽고, 아무 생각 없어 보일 만큼 자유로운 여자.

그래서 더 걸렸다.

조금 전 봤던 그 표정이.

호텔을 나선 뒤 세 사람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한식당으로 향했다.

사라는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부터 펼쳤다.

“저 비싼 거 먹어도 돼요?”

“회사 카드라며.”

“그래도 회장님 허락은 받아야죠.”

“먹어.”

“역시 성공한 남자는 달라.”

정민이 물을 따르다 말했다.

“회사 카드입니다.”

“실장님은 분위기를 몰라.”

사라는 망설임 없이 음식을 주문했다.

메뉴가 나오자 조금 전까지 회의실에서 전문적인 내용을 통역하던 사람과 동일인이라는 게 의심될 정도로 먹는 데만 집중했다.

강수는 그런 사라를 바라보다 물었다.

“외국어는 몇 개나 하냐.”

사라가 젓가락을 멈췄다.

“왜 다들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대답해.”

“영어는 그냥 하고. 중국어, 일본어도 꽤 하고요. 다른 건 필요한 만큼?”

정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게 보조 비서 지원서에는 왜 없었습니까?”

“안 물어봤잖아요.”

“자격이나 특기사항이 있지 않습니까.”

“그거 다 적으면 자랑 같아서.”

“자랑을 하라고 있는 항목입니다.”

사라가 아차 싶은 얼굴을 했다.

“그러네?”

정민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강수의 입가에도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알면 알수록 이상한 여자였다.

가벼워 보이는데 가볍지 않았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은데 필요한 순간에는 누구보다 머리가 빨랐다.

그리고 분명 웃고 있는데—

가끔 그 웃음 뒤에 전혀 다른 얼굴을 숨겼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순간, 사라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사라의 움직임이 멈췄다.

조금 전까지 웃고 있던 입꼬리가 천천히 굳었다.

사라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대로 화면을 꺼버렸다.

강수가 물었다.

“안 받아?”

“스팸이에요.”

너무 빠른 대답이었다.

사라는 다시 활짝 웃으며 먼저 식당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강수는 보았다.

화면이 꺼지기 직전 떠 있던 이름.

그리고 처음으로—

민사라가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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