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그리고 원형의 충격파가 터져 나와, 백사성을 옆으로 튕겨내버렸다.
“…….”
백사성의 불타는 눈이 천우를 노려보았다.
눈동자가 없어, 정확히 어디를 보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틀림없이 천우의 왼팔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불은 물로 막는다.’
천우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백사성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무언가를 조용히 양손으로 붙잡고 백사성에게로 겨누었다.
검세(檢勢)였다.
천우의 손에도 백사성과 마찬가지로 한 자루의 검이 들려있었다.
손에 익은 창포검과 비슷한 길이에, 칼날이 더 넓은 것이 포교에게 지급된다던 환도와
그리고 원형의 충격파가 터져 나와, 백사성을 옆으로 튕겨내버렸다.“…….”백사성의 불타는 눈이 천우를 노려보았다.눈동자가 없어, 정확히 어디를 보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틀림없이 천우의 왼팔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불은 물로 막는다.’천우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백사성을 향해 돌아섰다.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무언가를 조용히 양손으로 붙잡고 백사성에게로 겨누었다.검세(檢勢)였다.천우의 손에도 백사성과 마찬가지로 한 자루의 검이 들려있었다.손에 익은 창포검과 비슷한 길이에, 칼날이 더 넓은 것이 포교에게 지급된다던 환도와 비슷하였으나 칼자루나 코둥이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영롱하고 특별했다.금속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무엇보다도, 천우의 검 또한 푸른 기운이 불길처럼 일렁이고 있었다.그러나 백사성의 검처럼 위험하고 사악해보이지는 않았다.물로 만들어진 검……. 바로 그것이었다.천우는 물결로 벼려진 신비한 무기를 꺼내든 것이었다.백사성의 불의 검에 대항하여.“죄송합니다.”천우가 검 끝을 백사성에게로 향한 채로 덤덤히 말했다.“제가 아버님께 큰 불효를 저지를 것 같습니다.”&ldq
“아,아버님…!”천우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2년 만에 마주한 얼굴이라고 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얼마나 고생을 했던 것인지 피골이 상접하고 광대뼈가 다 드러나 있었다.입술은 부르트고,성한 구석이 없을 정도로 부어오른 상처들로 가득했다.피부가 다 찢어져,사람이 아닌 그저 피륙 껍데기를 뒤집어 쓴 것만 같았다.풀어헤친 머리는 하얗게 새어 있었고,군데군데 불에 탄 것처럼 잿가루가 날리는데,더이상 타고 남을 것이 없어 말라비틀어진 회색 장작이 사람으로 변신했다면 아마 이런 꼴이 아닐까 싶었다.“아버님 눈에서…….불이…….”귀신같은 몰골보다도 더 기괴한 것이 백사성의 눈이었다.시뻘건 불이 이는 눈꺼풀은 이미 초점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그저 눈앞에 있는 천우를 찢어발기겠다는 지독한 살의(殺意)만이 거기에 어려 있었다.“아버님…….”“끄으으으…….”“저,저 천우입니다!천우란 말입니다!”천우가 안타까움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붙들린 팔이 끊어질 듯 아팠다.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천우는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있는
천우는 희한한 요구에 절로 헛웃음을 지었다.“어찌 말입니까?”“자네만 알 수 있는 사실을 얘기해보라는 것이지. 이 장신구 어디에 무슨 흠집이 나 있다든가…….”정연복은 천우를 의심하는 기색을 거둘 생각이 없어보였다.강인하고 뚝심있는 무인으로 보였던 그 얼굴이 어찌 이렇게 심술궂게 비쳐보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증명이라고요.”천우가 불끈한 속을 감춘 채로 장신구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2년 넘게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물건이었으니 그 무게와 감촉마저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이건 분명히 제 아버님의…….”천우의 손끝이 목걸이에 닿았다.그리고 그 다음 순간, 천우의 몸이 휙- 기울었다.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포도대장의 방 안이, 정연복이, 이포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순식간에 깊은 물속에 빠져버린 것처럼 말이다.눈앞이 새까매졌다.한순간에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한 것처럼 낯선 공기 냄새가 났다.‘뭐…….’정신을 추스를 틈도 없었다.쇠를 잡아 찢는 듯한 소리, 피눈물을 흘리며 우는 여인의 소리, 죽어가는 누군가의 단말마를 섞어놓은 것보다도 끔찍한 소음이 귓가를 가득 메웠다.&ld
“금화도감의 이영기 포교와 백천우 포교입니다.”이포교가 공손하게 자신들을 소개했다.“압류품 관찰을 하는 날이라 방문하였습니다. 아울러 포장영감께 문안을 올릴까 합니다.”“이포교였군. 그리고 새로 왔다는 포교도 함께인건가?”“그렇습니다. 영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들어오게.”굵은 목소리가 그리 대답했다.이포교가 천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스윽- 하고 열리는 문소리가 칼 가는 소리처럼 살벌하게 울렸다.어두운 방안의 형세가 눈으로 들어오는 순간, 천우는 뜻밖에도 방안 공기가 무척 뜨겁다는 느낌을 받았다.햇빛이 많이 들지도 않았는데 별일이었다.여름날이라 군불을 뗄 리도 없는데 희한했다.방의 중앙, 커다란 책상이 정 가운데에 놓여있고 상석에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주름이 깊게 팬 얼굴은 고집이 있어보였고, 꽤 왜소한 상체에 비해 관복 아래로 풍겨오는 무인(武人)의 기상은 몸집 갑절 이상은 되어 보였다.이 사람이 바로 포도대장 정연복이었다.사실상 천우가 만나본 한양 인물 중에 주상전하 다음으로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었다.“강녕하셨습니까.”책상 앞으로 다가간 이포교가 허리를 수그리며 인사했다.“잘 지냈는가.”정연복도 그런 이포
포청 앞은 아무래도 하는 일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분위기부터 사뭇 달랐다.높은 누각은 지나다니는 이들을 감시하는 듯했고, 두꺼운 벽과 지붕은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뭔가 죄를 짓지 않았어도 이 앞에만 서면 식은땀이 날 것만 같았다.그만큼 포청이라는 장소가 가진 무게는 다른 관청과는 대조적이었다.“들어가세.”천우가 머뭇거리고 서 있자, 이포교가 채근했다.천우는 조금은 가라앉은 발길로 포청 본사로 들어서는 돌계단을 올라갔다.크고 넓은 연무장 같은 마당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이 4방향으로 에워싸듯 나 있어, 바깥보다도 더 압도적인 풍경이었다.바닥을 덮고 있는 거친 모래, 기름을 발라 반질반질하게 관리되고 있는 형틀 등등에서부터 죄를 짓고 들어온 이상, 곱게 내보내지는 않겠다는 무언의 협박 같은 것이 전해져왔다.언제 추국이 끝났는지 말라붙은 핏자국 같은 것이 새끼줄과 사슬에 찐득하니 묻어 있는 풍경은 살벌하기까지 했다.“누가 장(杖)을 한 10대는 맞았나보군.”마당을 지나치던 이포교가 흘깃 보고 하는 소리였다.때마침 한 무리 포졸들이 마당에 놓여있던 거적때기를 치우고 있어 그 신뢰감은 더했다.“저 정도면 적어도 양반집 쌀이나 피륙 정도 훔친 놈일 걸세. 일개 도둑이 아니지.”“거적때기 흔적만 봐도 그걸 아는가?”“대충 짐작할 정도지.”이포교가 어깨를 으쓱했다.&
포청으로 향하는 길은 복잡했다.행인들을 지나 좁게 뻗은 골목을 몇 개 통과하다보니, 제법 널찍한 공터가 나왔고 그곳에서 다시 동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한양의 중심부로 더욱 가까워지는 길이었다.“그 곰보놈 말일세.”한발 앞서 걷던 이포교가 문득 입을 열었다.“아까 내가 유명한 놈이라고 말했던 것 기억하나?”“기억하네.”천우가 대답했다.손에 익은 창포검 대신에 옷 밑에서 달랑거리는 환도가 제법 거슬렸다.“꽤나 골치 썩이는 놈이었나 본데.”“그래. 놈은 이름난 범죄자야.”이포교가 중얼거렸다.“천우 자네는 모르겠지만, 자네가 처음 곰보에게서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 조금 기뻤다네.”“기뻤다고?”“곰보 놈이 나타났다는 것 때문에 말일세. 이 바닥에서 자질구레하게 악명을 떨치면서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놈이었거든.”이포교는 그리 말하면서도 혹시 골목 어귀에서 곰보 비슷한 놈이 나타나지를 않나 살피는 눈치였다.말마따나, 한양의 수사기관을 성가시게 만든 협잡꾼임은 분명해보였다.“그런데 그 곰보가 금화도감하고는 무슨 관련이 있나?”천우가 물었다.“내가 겪은 곰보는 칼 쓰고 협박하는 강도
‘전해드릴 말이라도 있나? 오늘 돌아오신다면 내가 대신 말씀드리고.‘아닙니다, 딱히 그런 것은…….’‘그럼 조심히들 가시게.’그렇게 김초시와 수작을 마친 두 포교가 집을 나섰다.옆에 함께 걷던 이포교가 어찌나 풀이 죽어 있던지 천우가 되레 눈치를 보며 보폭을 맞출 정도였다.“저기, 음&helli
“일어나게, 이 친구야!”꿈결 속에서 들리는 듯한 목소리였다.천우는 비몽사몽한 와중에 조금씩 눈을 떴다.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몰랐는데, 어느새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찾아들고 있었다.밤새 타오른 군불 때문인지 누워있던 방안 공기가 제법 후끈했다.“언제까지 누워 있을건가? 일어나라니까.”
“과, 과찬이십니다.”천우가 허둥지둥 어리의 말을 받았다.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었기에 더욱 몸이 근질거렸다.“아마 한양에서 나고 자라셨다면.”어리의 말이 이어졌다.“포교님 앞에 여염집 아낙들이 줄을 섰을지도 모르겠군요.”“망극한 소리를 하십니다.”“식객으로 계시는 동안 앞으로도 계속 마주칠 텐데, 서로 좋은 소리 하고 지내면 그것대로 또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천우가 조용히 말했다.“전 이곳에서 오래 식객으로 있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며칠 정도만 신세를…….”“포교님이 여
"거듭 미안하오."천우가 다시 사과했다."나는 정말로 낭자께서, 대군마마의 정인인 줄 알고…….”“아니오. 아닙니다. 포교님께서는 잘못한 것 하나도 없으십니다.”“그렇습니까?”“물론입니다.”“다행입니다. 저는 혹여 낭자께서 불쾌해하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