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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뒷골목 (2)

Penulis: 이온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3-11 23:58:30

“이보슈, 나그네 양반.”

패거리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천우를 불렀다. 얼굴 반쪽이 곰보로 뒤덮여 남 보기에 흉측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거 보아하니, 과거 치르기 전에 미리 올라와 숙식하려는 서생이신거 같은데 여기서 붓 한번 못 잡아보고 죽으면 억울하지 않겠소?”

천우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만 눈을 굴리며 패거리의 위치, 무기, 그리고 퇴로를 확인할 뿐이었다.

“골방에 박혀 책만 뒤적이던 분이라 너무 순진하셨소.”

곰보가 이어 말했다.

“계집년들 분냄새에 아랫도리가 뜨끈뜨끈하시던가? 겁도 없이 들치기 하는 놈을 쫓아오다니 말이오.”

그러면서 자기 옆을 기웃거리는데, 아까 복주머니를 채어 달아나던 사내가 낄낄 웃고 있었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기생들과 들치기, 곰보 모두가 한패였다.

완전히 당했다.

“맛난 것도 급히 먹으면 체하는 게 세상 이치요, 서생 양반.”

곰보가 살벌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리는 식성이 워낙 좋은 천것들이라서. 사람이고 양반이고 다 잡아먹는다고.”

“원하는 게 뭔가?”

천우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기생들 앞에서 어리바리하던 때와는 달리 상당히 결기가 어려 있었다.

“가진 거 다 내놓으시오.”

곰보가 중얼거렸다.

“그럼 포청에 신고 못하게 혀만 자르고 보내드리지.”

“못하겠다면?”

“그럼 죽어야지.”

곰보가 양옆을 돌아보며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낫을 든 두 패거리가 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인의(仁義)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사냥하기에 바쁜 짐승의 눈을 한 채였다.

패거리가 천우의 이마를 향해 낫을 찍었다.

그리고 동시에, 천우의 지팡이가 허공을 갈랐다.

금속에 비친 햇빛이 일순간 번쩍 광채를 뿜었다.

“으아아악!”

패거리가 고통에 찬 괴성을 질렀다.

어느새 잘려나간 그의 손목이 낫과 함께 땅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검붉은 피가 울컥울컥 분수처럼 쏟아지는 반쪽 팔을 감싼 채, 패거리가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아마 팔이 잘린 격통(激痛)에 의식을 잃은 것이리라.

모두가 말을 잃었다. 천우는 그 틈을 타 다른 패거리의 앞쪽으로 파고들었다. 패거리가 함부로 낫을 휘둘렀고, 가볍게 피한 천우는 이번에는 패거리의 무릎 위를 노렸다.

쐐액- 가늘고 긴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창포검(菖蒲劒). 지팡이로 위장한 도검이었다. 천우와 그의 부친이 직접 쇠붙이를 녹여내고 제련해 만든 것이었다.

예리한 검끝이 어김없이 패거리의 다리에 깊은 상처를 냈다.

핏줄기가 쏟아졌다.

“으헉!”

순식간에 둘이 쓰러지자 나머지도 당황한 것 같았다. 곰보도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던지 범 발견한 토끼눈이 되어 허둥거렸다.

“야! 다 같이 덤벼!”

남은 4명은 모두 칼을 들고 있었다. 그래봤자 대장간에서 쌀 몇 되 주고 대충 벼려낸, 칼이라기보다는 날이 선 톱에 가까웠다.

곰보를 제외한 셋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조급하게 찌르고, 베고, 휘두르는 칼날이 성급하게 공기를 갈랐다.

조악하기 짝이 없는 몸짓……. 혼자서도 능히 감당해낼 수 있는 작자들이었다.

천우는 우선 비렁뱅이부터 잘라냈다. 삽시간에 놈의 귀가 떨어져나갔다.

“끄어어어!”

비렁뱅이가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며 칼을 떨어뜨렸다.

곧이어 같은 패거리의 칼이 비렁뱅이의 목줄기를 관통했다. 천우를 노리고 찌른 것이 빗나간 것이었다. 비렁뱅이는 그대로 절명했고, 천우는 당황한 패거리의 텅 빈 명치를 향해 힘껏 정권(正拳)을 날렸다.

우둑-

갈빗대 두어 개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패거리가 침과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빠른 발, 뛰어난 검술,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강한 완력. 3박자가 모두 어우러진 천우의 싸움 실력은 뒷골목 왈패들이 감당할 겨를이 없었다.

남은 하나는 이미 질겁하고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쳐야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데 얼굴에 공포가 그득했다.

그러다 천우의 등을 벨 기세로 칼을 크게 쳐들었다.

푹-!

이미 천우의 창포검이 아랫배를 찌른 뒤였다. 패거리가 뒤를 노릴 것을 예감한 천우가 자기 옆구리 밑으로 역수로 쥔 칼을 쑤셔 넣은 것이었다.

배에 구멍이 난 패거리가 한마디 신음과 함께 주저앉았다.

천우는 숨을 고르며 칼을 거둬들였다. 몸에서 더운 열기가 솟았다.

이제 살아있는 패거리는 곰보 단 한명 뿐이었다.

곰보가 곱게 죽지는 않겠다는 듯 자기 칼을 빼들었다.

“이 개 같은…….”

곰보가 덮쳐왔다. 상박(上膊)을 옆구리에 붙이고 크게 반달 모양으로 베어내는 자세였다. 그러나 천우는 곰보가 속임수를 쓰고 있음을 간파했다.

맞붙는 순간에 좌완을 비틀어 칼날이 겨드랑이를 수평으로 베어내도록 수를 쓸 것이다.

‘다 보인다.’

들어맞았다. 곰보의 칼이 천우를 반으로 가를 기세로 날아왔다.

천우는 얼른 창포검을 반대 손으로 바꾸어 쥐었다.

쨍강-!

십(十)자로 부딪힌 두 칼이 요란한 쇳소리를 냈다. 두 남자는 서로의 목을 향해 칼을 겨눈 채 목숨을 건 힘겨루기를 했다.

곰보는 다른 놈들과는 달랐다. 한 합(合)이나 일격에 제압하기는 힘들었다.

제 아무리 별 것 없는 뒷골목 왈패라 할지라도 우두머리는 우두머리라 이건가.

하지만 이미 승부는 났다. 곰보는 점점 중심을 잃고 있었다.

‘얼굴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게 뭔 힘이 이렇게 세…….’

안간힘을 쓰던 곰보가 안 되겠다 싶었던지 몸을 뺄 기색을 보였다. 그러다 흘끗 천우의 목에 걸려있던 뭔가를 발견하고 일순간 야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갑자기 곰보가 남은 손으로 천우의 목을 할퀴었다.

삼베끈을 꼬아 만든 목걸이 줄에 연결된 비취(翡翠)장신구 하나가 떨어져나갔다.

놀란 천우가 목걸이를 회수하고자 했다.

그러나 곰보가 천우의 검을 흘려 넘김과 동시에 빙그르르 몸을 틀었다. 그리고는 목걸이를 탈취해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쳤다.

“서라!”

천우가 고함을 지르며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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