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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네 해 늦은 서찰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9 23:09:52

첫 번째 붉은 혼서는 쇄성각 가장 안쪽 궤에 들어갔다.

장은은 옥사로, 아이를 안은 여자는 대리시 보호방으로 옮겨졌다. 어느 쪽도 그 종이의 주인을 정하지 못했다. 예부는 가짜 관인을 폐기하라 했고, 호부는 그 전에 일곱 여자의 호적부터 가져오라 했다.

사흘 동안 경연은 청묵재에 오지 않았다.

소의는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대리시 소경이 사건 밖의 일로 세필골을 찾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런데 해가 기울 때마다 묵정 계단을 오르는 장화 소리에 붓끝이 한 번씩 멈췄다.

네 번째 날, 문을 연 사람은 경연이 아니었다.

먼 길을 온 여자가 흙 묻은 장화를 벗지도 않고 들어섰다. 볕에 그을린 얼굴, 낡은 갈색 겉옷, 손톱 가장자리에 밴 푸른 차물이 먼저 보였다. 여자는 자기 이름보다 물었다.

“올봄 연경의 첫물차 값이 얼마였습니까?”

곡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람을 찾아온 겁니까, 차를 팔러 온 겁니까?”

“둘 다요. 값을 모르고 사람부터 믿으면 밭을 잃습니다.”

여자는 설난정이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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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혼서   184화. 지워진 두 줄

    허온이 추천장을 주웠다.“아직 쓰지 않았습니다.”“왜 받았는지 물었어요.”문지기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허온은 봉투를 접어 품에 넣었다.“안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자 현도언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부낭중의 관복을 입은 그는 접수대에 조회 공문을 놓고 서리들에게 차를 사오라 했다.옆자리 서리가 허온의 팔꿈치를 쿡 찔렀다.“형부에서 데려간다며? 내 야간 당직부터 맡아주고 가.”허온은 웃지 못했다.도언이 소의를 보았다.“민간 필사인이 서고까지 드나들게 되었나?”소의는 접수패를 내놓았다.“어제 신청한 대조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기다리는 자리는 바깥이오.”허온은 소의가 물러나는 것을 보고도 붙잡지 않았다. 그녀는 나가기 전 어제 받아둔 접수지를 당직 책임자에게 보여주었다.“이 두 이름의 인계첩이 대조 중이라는 사실은 남겨주세요.”도언의 손가락이 찻잔 뚜껑 위에서 멎었다.서고 안은 밤새 닫아둔 습기로 눅눅했다. 허온이 동쪽 책궤를 열자 도언이 조회 공문 옆에 별지를 폈다.유혜진 사망. 유혜란 전출.“같은 집에서 중복으로 올라온 것이오. 이 두 줄이 든 인계 책을 폐기 대기분으로 옮기시오.”허온은 별지 아래를 보았다. 형부의 조회 인은 있었으나 예부의 이관 결재는 없었다.“혼적청 책은 저희 주사 결재가 있어야 합니다.”“그건 내가 받아오겠소.”“먼저 받으시면…….”도언이 찻잔을 내려놓았다.“허 서리 부친은 밤에 기침이 심하다지.”허온의 입이 닫혔다.“조용한 곳으로 옮겨 드리면 좋겠소. 의원도 가까운 곳으로.”도언은 아침에 보냈던 추천장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허온은 책궤 뚜껑만 만졌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혔다.“옮긴 뒤 어디로 인계합니까?”“그건 총관이 알려줄 것이오.”밖에서 서리 하나가 새 혼서를 들고 뛰어왔다. 도언을 보고 허리를 굽힌 뒤 허온에게 몰래 눈짓했다.“좋은 자리 가기 전에 이것도 끝내게. 신랑 쪽이 아까부터 난리야.”허온은 책을 안고 나왔다.폐기 대기 창고는 뒤뜰

  • 붉은 혼서   183화. 네 해짜리 엿

    허온은 ‘부친을 데려가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라고 적었다.윤채는 그의 어깨 너머로 읽었다. 그 아래로 붓이 내려가자 물그릇을 옮겼다. 허온은 창고 문을 연 시각, 수레가 들어온 쪽문, 짐꾼 수를 차례로 적었다.관직을 주겠다는 말을 처음 들은 날은 쓰지 않았다.“여기까지면 되겠지.”윤채는 대답하지 않았다.“기억나는 건 다 썼어.”그녀는 남편의 얼굴을 보다가 등잔에 기름을 조금 더 부었다. 허온은 종이를 접지 못했다.날이 밝자 아버지가 안방 문을 밀고 나왔다. 허온이 서둘러 일어섰으나 노인은 부축을 물리쳤다.“밤새 둘이 책을 썼나.”윤채가 씻은 그릇을 꺼냈다. 보리밥은 어제보다 묽었다. 허온은 두 숟갈을 뜨고 진술서 쪽으로 눈을 돌렸다.아버지가 찬장 위의 엿봉지를 집었다.“이게 아직 있네.”“딱딱해요. 드시지 마세요.”“이가 없다고 입까지 없는 건 아니다.”노인은 칼등으로 엿을 내리쳤다. 탁, 두 번 치자 세 조각이 났다. 가장 자잘한 것을 제 물그릇에 넣고 나머지를 부부 앞에 밀었다.허온은 제 몫을 윤채 쪽으로 옮겼다. 윤채가 그대로 돌려놓았다.아버지는 못 본 척 장기판을 폈다. 모서리가 닳은 졸 하나가 없어 한참 찾다가 밥상 다리 밑에서 꺼냈다.“누가 이걸로 상을 괴었어?”“아버님이요. 그저께.”“그랬나.”윤채가 웃다가 그릇을 들었다. 허온은 그 짧은 웃음을 보고 엿을 입에 넣었다. 너무 굳어 볼 안쪽이 아팠다.문밖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현씨 집 총관이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허온의 낡은 신발부터 내려다봤다.“밤일이 고되겠네.”허온은 뒤로 문을 당겼다. 윤채가 밥상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끝까지 닫지 못했다.총관은 얇은 봉투를 내밀었다.“낭중 대인께서 실무를 아는 사람이 필요하시다네. 형부 쪽 자리가 나면 자네 이름을 올리시겠다고.”“저는 예부 사람입니다.”“그러니 추천이 필요하지.”허온은 봉투를 받지 않았다. 총관은 그 위에 약재전의 외상 내역을 얹었다. 윤채가 어젯밤 대추를 깎던 바로 그

  • 붉은 혼서   182화. 요 위의 열쇠

    윤채가 허리를 굽히자 허온의 손이 먼저 나갔다.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허온이 손을 거두었다.“제가 가져가겠습니다.”그는 소의를 향해 말했지만 윤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소의가 열쇠를 집어 접수대 위에 놓았다.“어느 문 열쇠입니까?”“옛 인계 창고입니다. 지금 쓰는 서고 말고, 폐기할 책을 잠시 두는 곳.”“혼적청 안에 있습니까?”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의는 창고 위치와 그의 이름을 접수지에 적었다. 열쇠를 빼앗을 권한은 없었다.“내일 조사관이 오면 같은 말을 해주세요.”윤채가 식함을 들었다. 허온은 쏟아진 밥을 치우지도 않고 뒤따랐다.문적방 뒤편 살림방까지 가는 동안 부부는 말하지 않았다. 윤채는 약재전 앞에서 멎어 말린 대추를 샀다. 두 알을 덜어내고 값을 깎는 사이 허온은 식함 손잡이를 받아들려다 말았다.집에 돌아오니 늙은 부친이 방 사이의 얇은 문을 열어놓고 앉아 있었다.“약이 넘친다.”윤채가 달려가 솥을 들었다. 허온은 아버지를 부축하려 했으나 노인은 먼저 벽을 짚고 안방으로 들어갔다.“둘이 나가면 누가 불을 보나.”“죄송해요. 물 더 붓겠습니다.”윤채는 타버린 약재를 건져냈다. 허온이 부채를 들자 그녀가 손에서 가져갔다.“창문 열어. 연기부터 빼게.”밤바람이 들어와 이불 귀퉁이를 들췄다. 허온의 허리띠에 감춰져 있던 열쇠가 이번에는 요 위에 놓였다.윤채는 약함 아래에서 바느질 삯을 꺼냈다. 다시 지을 약값을 세고 남은 돈을 넣었다.“그 열쇠, 아직도 갖고 있었어?”“반납할 곳이 없었어. 담당자가 바뀌어서.”“네 해 동안?”허온은 대답 대신 열쇠에 묶인 낡은 끈을 풀었다. 매듭이 단단했다. 손톱으로 파다가 끈만 보풀이 일었다.네 해 전에도 윤채는 그 매듭을 만졌다. 늦게 들어온 남편의 옷을 털다 열쇠를 찾아냈고, 묻는 순간 손목이 요에 눌렸다. 아침에는 바늘을 잡을 때마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허온이 고개를 들었다.“당신까지 알면 위험할까 봐 그랬어.”윤채는 문틈을 보았다. 안방에서 숟가락이 약그릇

  • 붉은 혼서   181화. 혼적청의 밤문

    “팔 잡지 마! 겨드랑이 밑으로!”복례가 물동이를 걷어차며 달려들었다. 만복의 오른쪽 소매가 불에 붙은 채였다. 젖은 어깨받이 천을 덮자 치익 소리가 났다. 만복은 비명을 지르려다 검은 침을 토했다.“내리라 했잖아.”그는 골목 건너를 가리켰다. 교대 마부가 포졸 둘을 데리고 뛰어오고 있었다.“저놈까지…… 잡힐까 봐.”복례는 더 묻지 않았다. 만복이 일어나려 하자 무릎으로 그의 다리를 눌렀다.“이번에는 가만있어. 제발.”말끝이 갈라졌다. 만복이 멀쩡한 손을 내밀었지만 복례는 붕대를 자르느라 잡아주지 못했다.소의가 소식을 받은 곳은 정례헌 서쪽 물품문 앞이었다.혜란과 자온은 이미 나와 있었다. 약재 수레 바닥에 싸놓은 것은 달력 두 장과 약봉지, 아이의 책 보퉁이였다. 부엌에서 따라 나온 늙은 시비가 물품문을 닫으려 하자 혜란이 손바닥으로 막았다.“안에서 잠그지는 마.”시비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손을 뗐다.소의는 두 사람이 백류나루로 가는 것을 확인한 뒤 대리시로 돌아갔다. 경연은 포졸이 그린 골목 그림을 펴놓고 있었다. 불을 붙인 자들은 놓쳤고 만복은 의원에게 옮겼다는 말에, 소의가 책상 모서리를 짚었다.“빈 수레면 다치지 않을 줄 알았어요.”경연은 접었던 수색 명령을 다시 폈다.“내가 교대할 골목을 정했소.”소의는 대답하지 못했다. 경연도 다른 말을 붙이지 않았다. 젖은 신발 자국이 책상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그때 백류나루에서 돌아온 포졸이 문밖에 섰다.“자매가 만났습니다. 아이들도 무사합니다.”소의가 그제야 책상에서 손을 뗐다.*혼적청 정문은 닫혔고 옆문 아래로만 불빛이 샜다. 밤 접수대에는 반쯤 먹다 만 보리밥과 식은 찻잔이 놓여 있었다.젊은 서리가 소의의 서류를 받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혼적 대조는 내일 오셔야 합니다.”“접수만 해주세요. 곡우의 호적 조회는 호부로 넘길 인계도 필요하고요.”“호부 쪽은 동쪽 담을 돌아서…….”“밤에는 이곳에서 받는다고 들었습니다.”서리가 서류를 다시 쌓았다. 유혜진과

  • 붉은 혼서   180화. 갈라진 수레

    자온은 옥패를 줍지 않았다.혜란도 아이에게 돌려주라고 하지 않았다. 보호방에서 나온 뒤 옥패를 밟지 않도록 옆으로 지나갔다.“정례헌에 가겠습니다.”경연이 회랑 끝에서 걸음을 멈췄다.“허락할 수 없소.”“허락을 받으러 말한 게 아닙니다.”혜란은 침방 약장 뒤의 달력과 처방, 서쪽 물품문 열쇠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자온도 자기 책과 옷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혜진은 한 수레에 같이 타겠다고 나섰다. 혜란이 거절했다.“내가 옆에 있으면 무엇이 달라져?”“언니는 내가 멈추면 끌고 갈 거야.”“혼자 가다 또 문이 닫히면?”“그래서 만날 곳을 정하는 거야.”혜진은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같이 있는 것과 버리지 않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짚은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내가 가는 길을 따라오지 마.”“남겨두고 가지 말라며.”“다시 만날 곳을 정하고 가자는 뜻이었어.”자매는 백류나루 검량장 앞에서 해 질 무렵 만나기로 했다. 혜진은 명산과 아완을 데리고 먼저 나루로 가고, 혜란은 정례헌을 거쳐 뒤따르기로 했다.“해가 져도 안 오면?” 혜진이 물었다.“두 각만 기다려.”“그 뒤에는?”“대리시에 알리고 와. 혼자 찾으러 들어가지 말고.”혜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 약조를 억지로 삼켰다. 혜란도 언니가 약조를 지킬지 믿지 못해 자온에게 같은 말을 다시 들려주었다.경연은 군졸 여섯과 봉쇄패부터 불렀다. 소의가 그의 말을 끊었다.“군졸이 정문을 막으면 혜란 부인은 다시 안채에 갇힙니다.”“현도언 쪽에서 이미 사람을 붙였소.”“그러니 본인에게 방법을 설명하고 고르게 하세요.”두 사람 목소리가 동시에 낮아졌다. 강 위에서 미끼 수레를 두고 다투던 날과 같은 얼굴이었다.“또 사람을 미끼에 태울 생각입니까?” 소의가 물었다.“빈 수레를 보낼 것이오.”“그 말을 먼저 하셨어야죠.”경연은 반박하지 않았다. 소의가 지도 위에 몸을 숙이자 흐트러진 소매 끝만 접어주었다. 전 같으면 지도를 자기 쪽으로 가져왔을 손이었다.

  • 붉은 혼서   179화. 가마 안에서 나온 말

    빈칸 셋을 베껴온 종이는 소의의 소매 안에 들어갔다.그는 곧장 혼적청을 뒤지지 않았다. 대리시 여성 보호방에서 혜란이 기다리고 있었다.혜란은 아침부터 두 번 돌아가려 했다. 첫 번째에는 자온이 정문에서 붙잡았고, 두 번째에는 요분이 나가려면 서쪽 회랑으로 가야 한다며 일부러 먼 길을 가리켰다. 혜란이 그 거짓말을 알아차렸을 때는 차가 나온 뒤였다.방문은 활짝 열어두었다. 요분은 문밖 회랑에 의자를 놓고 앉아 남자 서리와 조졸을 돌려보냈다. 허리 왼쪽의 열쇠 꾸러미가 사람이 지날 때마다 철컥거렸다.“문 닫으면 기록이 잘 안 들린답니다.” 젊은 서리가 말했다.“네 귀가 나쁜 걸 왜 이 방 문으로 고치니.”요분은 서리 손의 문서판까지 빼앗아 복도 끝에 놓았다. 자기는 방문 옆에 앉았지만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콩 다섯 알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며 지나가는 사람 수만 셌다.혜란은 상에서 가장 먼 자리에 앉았다. 뒤로 물러나면 바로 문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자리였다.소의는 붓과 종이를 혜란 쪽으로 밀지 않았다. 자기 앞에 두고 기다렸다.“첫날부터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첫날부터 써야 뒤가 반복이었다는 걸 알잖아요.”혜란은 품에서 접은 달력을 꺼냈다. 젖어 붙은 장은 아직 펴지지 않았다. 펼치려다 손톱 밑이 찢어지자 그대로 상에 내려놓았다.“이것을 보이면 모두 날짜부터 셉니다.”“오늘은 보지 않겠습니다.”소의가 달력을 혜란 쪽으로 밀어 돌려놓았다.혜란은 네 번 닫힌 문부터 말했다. 첫 번째 문 밖에는 문객이 있었고, 두 번째 문에서는 자온의 시비가 등을 들었다. 세 번째 문 뒤에는 아무도 따라오지 못했고, 네 번째 문에서 자기가 싫다고 말했다.그다음 일은 말하지 않았다.대신 다음 날 버린 피 묻은 속옷과 찢어진 옷고름을 말했다. 시어머니가 몸을 덥힌다며 내린 약, 약을 토했다가 시비 하나가 뺨을 맞은 일도 말했다.달아나려 서쪽 물품문을 연 날도 있었다. 열쇠가 맞지 않았고, 안채 총관은 밤새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다음 날 도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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