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 화

두 사람은 운성 그룹으로 들어갔고 이번 촬영은 아주 순조롭게 끝났다.

임재민은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서정원의 예쁘다는 한마디에 그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임재민은 아주 까다로운 사람이었지만 서정원의 눈빛 하나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임재민은 겁이 많은 사람이었고 그는 서정원에게 맞게 될까 봐 겁먹고 있었다.

원래라면 5시간 이상 걸렸을 촬영이 임재민의 협조로 2시간 만에 끝나버렸다.

촬영을 마친 후, 임재민은 서정원의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정원이 누나, 가자. 내가 밥 살게!”

“됐어. 나 아직 퇴근 전이야!”

서정원은 그의 식사 대접을 거절하였다.

주변엔 아직 회사 사람들이 남아 있었고 회사 단체 채팅방은 난리가 났다.

“대박! 임재민이 서정원에게 식사 대접을 했는데 거절당했어!”

“진짜야? 서정원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래?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이 그렇게나 대단한 사람이었어?”

“재민아 나한테 사줘! 내가 반차를 내서라도 너랑 먹으러 갈게! 아아아아!”

거절을 당한 임재민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아니 누나, 저택에서 세계 일주하는 게 싫어? 왜 굳이 여기 와서 출근을 하는 거야? 아니면 누나네 가문이 파산이라도 하는 거야? 그럼 내가 누나 먹여 살릴게!”

서정원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누나의 세계에 대해 넌 아직 몰라!”

곧이어 서정원은 비서팀으로 돌아가 계속 일을 하였다.

사람들은 임재민이 씩씩대면서 돌아가리라 생각했지만 더욱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줄곧 사람들을 기다려 주지 않던 임재민이 휴게실에서 서정원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최성운은 자신의 대표실에서 나왔고 자리에 있는 서정원을 향해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레스토랑을 예약하셨다고 하니 함께 가서 저녁이나 먹죠. 가요.”

최성운은 원래 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했던 할아버지가 영상통화를 통해 그에게 말했다.

“네가 가지 않으면 난 지금 당장 이 주삿바늘을 뽑겠다!”

그 말에 결국 최성운은 하는 수 없이 가겠다고 말했다.

바로 이때, 임재민이 그들 앞에 다가왔다.

“누나, 정원이 누나! 퇴근이지? 얼른 밥 먹으러 가자!”

안으로 들어간 임재민이 그제야 최성운을 발견했다.

“성운 형?”

‘정원이 누나?’

최성운은 두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서정원은 이내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셋이 같이 갈까요?”

결국 세 사람은 함께 최승철이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오게 되었다.

오는 길에서, 임재민은 쉴 틈 없이 조잘조잘거렸고 서정원은 그의 조잘거림에 맞장구도 쳐주었다.

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임재민은 더욱 바빠졌다. 임재민은 서정원의 의자를 빼주며 각종 음식을 주문하였다.

최성운은 자신이 마치 갑자기 끼어든 제삼자같이 느껴졌다.

“아 참, 누나. 갑자기 왜 운성 그룹에서 출근하게 된 거야? 누나랑 성운 형은 무슨 사이야?”

임재민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절대 심상치 않은 사이라고.

서정원은 최성운을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할아버지가 시키신 거고 나와 최성운 씨는 약혼할 사이야.”

임재민은 마시고 있던 물을 그대로 뿜어냈다.

“뭐?”

그는 잠깐 말이 없었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소문의 성운 형의 시골에서 온 약혼녀가 누나였어?”

서정원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터 많은 소문을 듣긴 했지만 임재민은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정원이 누나는 확실히 시골에서 오긴 했지만 그 시골엔 가치가 200억을 넘는 커다란 저택과 별장 여러 채가 있잖아...’

“그럼 두 사람...”

임재민은 두 사람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없어. 3개월 후면 약혼이 파기될 거야.”

서정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이 놓인 임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설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이번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럼 됐어. 누나가 아까워! 성운 형은 무뚝뚝하고 재미가 없는 사람이야. 차라리 내가 더 나아!”

조용히 식사를 하던 최성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서정원이 아깝다고?’

“임재민, 네가 전에 마음에 들어 하던 그 차를 네 형이 나한테 사주라고 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냥...”

“아니 아니야. 성운 형,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야!”

임재민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식사 시간은 꽤 재미있게 흘러갔고 서정원과 최성운은 레스토랑 입구에서 임재민과 인사를 나누었다.

“정원이 누나, 그럼 내가 나중에 또 놀러 갈게!”

서정원은 다정한 눈길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래, 재민아. 조심해서 가!”

“응!”

서정원은 자신의 집에서 키우는 말라뮤트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최성운의 눈에 조금 다르게 보였다. 최성운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차에 올라탄 후 입을 열었다.

“그렇게 저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단정을 짓더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