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씨? 서정원 씨!”최성운은 그녀를 안아 들고 얼굴을 살짝 때렸다.“왜 그래요? 괜찮아요?”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렸고 최성운의 말에 대답하는 건지 아니면 혼자 중얼거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어두워... 가지마... 가지마...”‘어둡다고?’‘어둠을 무서워하는 거였군!’최성운은 순간 마음이 누그러졌고 갑자기 예전에 어둠 속에서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하던 여자아이가 떠올랐다.최성운은 왠지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이제 집에 갈
최성운은 순간 화가 났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나오자마자 최성운은 최지연과 부딪치게 되었다. 최지연은 문이 닫히는 순간 침대에 누워있는 서정원을 보게 되었다.“오빠, 왜 지금 서정원의 방에서 나오는 거야?”최성운은 그런 최지연을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최지연은 더욱 궁금해졌다.“설마 어제 서정원 방에서 잔 거야? 둘이 어젯밤에 뭐 했는데?”아침부터 시끄럽게 구는 최지연에 서정원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흩뜨렸고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정리했다.그녀는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젯밤 엉망이 된 모습을 최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서정원은 유기견을 안고 동물 병원으로 달려갔다.아까 그녀가 몸을 날려 강아지를 구하긴 했지만 강아지 앞다리는 이미 차에 치인 것 같았다.하지만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지각할 것이 분명했다.서정원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최성운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죠?”전화를 받은 최성운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사정이 좀 생겨서 늦게 출근할 것 같네요.”서정원은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휴대폰 너머에선 소리가 났다.“이런 사소한 일은 제게 얘기하지 않으셔도 됩니
“백아영 씨, 저 최 대표님이랑 할 얘기가 있어요.”하은별은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를 힐끗 보더니 모든 이들의 이목을 끄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백아영?'서정원은 문득 기억났다. 백아영은 운성 그룹 산하의 청윤 주얼리 디자인팀 부장이었는데 백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친분이 있어 그 덕분에 젊은 나이에 부장이 되었다고 한다.“저도 최 대표님에게 보고를 드려야 하거든요. 하 비서님은 순서라는 게 뭔지 모르는 건가요?”백아영이 불만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최성운은 뒤로 몸을 젖히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서정원을 힐끗 보며 미
하은별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가 불만스러운 투로 서정원에게 말했다.“미안해요.”서정원은 귀를 만지작거렸다.“뭐라고요? 잘 안 들리네요.”하은별은 어쩔 수 없이 목청을 높였다.“미안해요!”“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최성운의 차가운 목소리에서 무한한 위엄이 느껴지자 하은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최성운의 사무실에서 나온 뒤 하은별은 서정원을 노려봤다.그녀는 시골 사람인 서정원이 이렇게 똑똑할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실수로 그녀의 덫에 걸려 최성운의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하은별은 반드시
없다고?그렇다면 어릴 적 그 소녀가 서정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최성운은 금세 눈빛이 어두워졌고 그의 준수한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언뜻 스쳤다.서정원은 영문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침묵했다.'최성운은 무슨 뜻일까? 내가 납치당한 적이 있길 바라는 걸까?'두 사람은 돌아가는 길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이진숙이 최성운에게 빨간색 초대장을 건넸다.“이번 주말은 할아버지 칠순 잔치야. 잊지 마.”손혁수의 칠순 잔치는 해성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로운 호텔에서 열리는데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부 유명 인사들이
“그래요?”서정원이 입꼬리를 당기며 반문했다. 손윤서는 함정을 파놓아 그녀에게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씌울 생각인 듯했다. 그렇다면 손윤서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셈이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손혁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그는 최성운의 약혼녀가 물건을 훔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녀가 확신하는 듯했고 또 직접 봤다는 사람이 있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조금 전에 윤서가 우리한테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여줄 때 서정원 씨가 마침 지나갔거든요. 서정원 씨는 이 다이아몬드 반지가 무척 마음에 드는지 한참
“이건 제 다이아몬드 반지예요!”손윤서는 매우 흥분하더니 경멸 어린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서정원 씨, 역시 당신이 훔친 거였네요! 지금 증거도 나왔고 증인도 있으니 뭐 더 할 말 있어요?”다이아몬드 반지가 본인의 가방에서 나왔으나 서정원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서정원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직원이 그녀를 손가락질했을 때부터 서정원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자기 가방에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녀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 사람은 당연히 손윤서였다.“서정원 씨, 사실 조금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