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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모두에게 보이지 않게

Penulis: 6jay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1-01 22:35:35

“그럼 이름을 내야지.” 태경이 휴대폰을 탁자에 놓는 소리 위로 박수가 겹쳤다. 무대에서는 특별상 수상 소감이 한창인데, 얇은 임시 회의실 벽은 그 소리를 조금도 막아 주지 못했다.

“우리 배우가 당했는데 왜 우리가 조심해? 백민우, JS, 출입증 빌려준 애까지 다 내.” 채린은 수정이 만든 자료에서 출입증 사진을 지웠다. 이름뿐 아니라 생년월일과 바코드까지 보이는 사진이었다.

“출입증 빌려준 사람은 오늘 안 왔어요. 어디까지 알고 빌려줬는지 저희도 몰라요.”

“그러니까 빨리 밝혀야지.”

“밝히는 건 담당자가 할 겁니다. 대표님이 이 사진 올리시면 전화는 그 직원 집으로 가요.” 태경이 의자를 뒤로 밀었다.

“좋게만 말하면 기사 안 나간다. 너도 알잖아.”

모를 리가. 상대 회사 이름이 찍힌 자료라면 지금 쓰던 수상 기사도 멈추고 달려들 사람들인데. 채린도 백민우에게 같은 수모를 돌려주고 싶었고, 그가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났다.

지웠던 사진을 다시 띄우자 보조 스태프의 어색한 미소가 화면을 채웠다. 채린은 그 얼굴을 잠깐 바라보다 창을 닫았다.

“우선 장소부터 고칠게요. 대기실 밖에서 막은 일이고, 채원 씨 물건도 아니에요. 그건 지금 설명할 수 있어요.”

“그걸 누가 읽어.”

“읽게 전화하겠습니다. 제가.” 수정이 바로 끼어들었다.

“제가 나눠서 합니다. 은 본부장은 행사 쪽 확인 받아야 해요.” 채린이 돌아봤을 때 수정은 벌써 휴대폰을 귀에 댄 뒤였다.

태경은 한동안 문을 바라보다가 앉았다. 단체방에 올리려던 글을 지우는 손끝이 거칠었다.

“최소한 우리도 잘못한 게 없다는 건 써.”

“명의 확인 없이 접수된 요청까지 잘한 일은 아니에요. 저희도 그 부분은 확인 중이라고 하겠습니다.”

입안에 쓴맛이 남았다. 전날 메일을 제대로 읽지 않은 자신이 떠올라도, 사라진 하루의 잘못까지 오늘의 발표문에 적을 수는 없었다. 대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일, 자기 이름 때문에 요청이 통과했던 부분을 남겼다.

자료를 전달하러 나간 복도에서 시상을 마친 이헌과 마주쳤다. 객석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

“JS 이름 내는 겁니까?”

“지금은 아니에요.”

“대표님이 좋아하시겠네.”

“아주 조용히 화내고 계세요. 벽이 얇아서.” 이헌이 회의실 쪽을 보더니 웃음을 삼켰다. 채린은 무심코 그의 넥타이 쪽으로 손을 들었다가 멈췄다.

“왼쪽으로 조금 돌아갔어요.”

그런데 반대쪽으로 당기는 바람에 매듭은 더 틀어졌다.

“배우님 기준 왼쪽이요.” 그가 다시 매듭을 만지는 동안에도 채린의 손은 허공에 남아 있었다. 이제 어디로 치워야 자연스러울까 싶어 파일 쪽으로 돌리자 이헌이 물었다.

“남의 넥타이가 그렇게 신경 쓰여요?”

“이제 겨우 신경 쓸 여유가 생겼네요.”

“내 넥타이가요?”

“틀어진 게 눈에 보일 정도의 여유요.”

이헌이 잠깐 그녀를 보았고, 채린은 그제야 자기가 든 파일을 다시 고쳐 안았다. 남의 옷깃을 볼 시간이 생겼다는 말을 그렇게 길게 해명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는 거울 대신 복도 창에 비친 모습을 보고 매듭을 바로잡았다. 채린은 파일을 품에 끌어안고 지나갔다.

잠시 뒤 공동 인터뷰 모니터 앞을 지나는데 이헌에게 같은 질문이 나왔다. 같은 회사로서 상대 이름을 밝힐 생각이 없느냐는 말에, 채린은 그대로 멈춰 섰다.

“저희 회사가 확인한 내용을 드렸다고 들었습니다.”

“좀 소극적인 대응 아닌가요?”

“이름을 모르는 직원들 얼굴부터 공개하는 게 적극적인 건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지금 대응에 동의합니다.” 이헌의 답은 거기까지였다. 더 보태지 않는 화면 속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수정에게 전화가 왔다.

“하나 고쳤어. 최초 게시물 받아쓴 데에서 정정문 낸대.” 화면 속 기사 제목에서 채원 대기실이라는 단어가 빠지고 행사 반입구라는 위치가 들어갔다. 채린이 정정된 링크를 목록에 옮겨도, 옆 칸에는 예전 제목의 캡처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채린은 다음 매체 번호를 누르려다 광고주 담당자의 메시지를 열었다.

아까 대체 모델 제안받았다고 말씀드렸죠. 같이 온 파일도 보내 드립니다.

첨부파일에는 채원의 광고 계약을 끝낼 때 쓰라는 문안이 들어 있었다. 해지 사유까지 이미 채워진 채였다. 오늘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채린은 광고주에게 바로 전화했다.

“이 문안도 오후 3시 40분에 받으신 게 맞습니까?”

“네. 저희가 해지를 요청한 적도 없는데 같이 보내 왔어요.” 바깥에서 올해의 배우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채린은 박수 대신 문서의 수신 시각을 다시 확인했다.

사건이 터지기도 전에 누군가는 빈자리를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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