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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7화

Author: 송진
그런데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박한빈은 지금도 태연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에 나갈 땐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여전히 성유리의 표정이 좋지 않자 박한빈은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성유리는 그의 말을 조금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박한빈이 손을 놓아주자마자 곧바로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봤다.

“아직도 화났어요?”

박한빈의 미간은 저절로 찌푸려졌고 눈앞의 상황이 그에게도 조금은 골치 아프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누굴 달래거나 비위를 맞춰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애초에 자신의 일정을 일일이 성유리에게 보고해야 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도시를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 그런 것까지 다 신경 쓰려면 자신이 먼저 지쳐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비록 지금 약혼한 사이라고는 해도 박한빈은 성유리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존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성유리가 자신을 통제하도록 내버려둘 생각도 없었고 박한빈은 그런 자신이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성유리에게 이미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여겼다.

만약 다른 여자가 그의 전화를 두 번이나 받지 않았다면 그 순간 여자는 박한빈의 세계에서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더 이상 여자에게 시간을 쓰거나 말 한마디 허비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성유리가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는 결국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편함을 억누르며 낮게 말했다.

“성유리 씨가 원한다면 앞으로 제 스케줄을 비서한테 정리해서 유리 씨한테도 보내게 하겠습니다.”

성유리는 그 말을 듣고 적잖이 당황했다.

설마 그가 말하는 게 이 문제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고 뭐라 대답하려던 찰나, 성유리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벨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박한빈의 안색은 즉각 어두워졌다.

그는 금요일 겨우 시간을 쪼개 돌아온 참이었다.

이번 주말만큼은 그 무엇도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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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훈은 박한빈의 뜻을 곧바로 이해했다.“알겠습니다, 박 대표님, 제가 전하겠습니다.”박한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서훈이 방금 보내준 것은 금성대학에서 이미 퍼진 영상들이었다.그중 한 편에는 백지환이 다른 사람에게 성유리가 한 달째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박한빈은 영상 속 그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한 달 전?박한빈이 정말 한 달 전에 성유리와 함께 있었다면 오직 한 가지 가능성만 있었다.즉, 백지환은 지금 금성에 없다는 것이었다.어쩌면 이 세상에조차 없을 수도 있었다.박한빈은 웃고 싶었지만 입꼬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몸을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그래서 이 기간 내내 성유리는 이런 상황을 견뎌왔던 거다.그렇기에 그녀가 그에게 원망 섞인 감정을 가졌던 것도 이해가 갔다.그러나 박한빈이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그녀가 왜 이런 일들을 그에게 알리지 않았는지다.박한빈의 일과 생활에 지장을 줄까 봐 두려워서였을까?아니면 백지환에게 죽을 만큼 상처를 주는 게 두려웠던 걸까?머릿속에 드는 이런저런 생각에 박한빈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왜냐하면 차 안에서 성유리가 자신이 전화를 걸어 조사를 하려던 행동을 막았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왜 스스로 해명을 하지 않은 걸까?더러운 소문들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그냥 당하기만 했던 걸까?박한빈은 성유리가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그건 백지환에게 마음이 약해져서였다.그 생각에 박한빈은 망설임 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성유리 방은 오늘 특별히 정리해 놓은 곳이었다.그녀의 방은 그의 침실 바로 옆에 있었다.박한빈이 문을 열려고 했을 때, 성유리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것을 발견했다.‘도대체 누구를 막으려는 거지?’오후에 그가 성유리를 데려왔을 때 집 안엔 둘뿐이었다.그래서 박한빈은 이를 꽉 깨물었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그는 주저하지 않고 서재에서 열쇠를 가져와 문을 열었다.원래는 성유리에게 따지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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