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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Penulis: 임공
시연이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을 때, 머리가 반쯤 벗겨진 뚱뚱한 중년 남자가 거실 소파에 앉은 채 장소미를 노려보고 있었다.

“고작 별거 아닌 연예인 주제에 날 무시해?! 내가 너랑 결혼해 주겠다는데도 날 밤새워 기다리게 한 거냐고!”

소미는 간신히 굴욕을 참아냈다.

‘이 진 대머리가 이런 핑계로 여자를 농락한 게 어디 한두 번이야? 설령 저 사람이 정말 결혼을 원한다고 할지라도, 여자 입장에서 그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누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어?’

‘하... 내가 얼마나 재수가 없었길래 저 남자의 눈에 띈 거야?’

‘부모님께서는 나를 아끼는 마음에 지시연한테 대신 가라고 하셨지만...’

‘지시연이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장미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진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가 철이 없어서 그런 거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지동성도 설설 기며 말했다.

“맞습니다, 화 푸십시오, 진 사장님.”

“화를 풀라고?”

진광수는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

“웃기는 소리! 장소미 씨가 원하지 않는 이상, 나도 억지로 할 생각은 없어! 그냥 파산하고 감옥에 갈 준비나 하는 게 좋을 거야!”

몸을 일으킨 그가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가려다가 시연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진광수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느 집 계집애길래 이렇게 예쁜 거지?’

시연은 화장기가 없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청아하고 아름다운 이목구비와 탄력 있는 피부를 뽐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짙은 이목구비를 가진 전형적인 미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가씨는 누구?”

시연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진 사장이구나.’

‘어젯밤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 남자가 훤칠한 키에 탄탄하고 힘 있는 근육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 눈앞의 이 사람은 절대 아니었단 말이지!’

‘우리 우주를 위해서 존엄과 순결을 바쳤는데... 상대를 잘못 찾았던 거야?’

‘하긴... 지금 생각해 보니까 어젯밤의 그 ‘진 사장’은 조금 이상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러면 뭐 해?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늦었는걸...’

장미리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정당치 못한 중매꾼 역할을 시작했다.

“진 사장님, 제 막내딸인 시연입니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G시에서 저희 막내딸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을 거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장소미도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으나, 지시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진광수가 소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상황에서도 지동성 부부는 지시연을 진광수에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정말 그러네!”

진광수가 연거푸 칭찬했다.

장미리가 마음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진 사장님, 시연이는 아직 남자 친구가 없습니다. 사장님만 괜찮으시다면, 시연이를 아내로 삼는 건 어떠신지...”

“나랑 어울릴 것 같긴 하군. 그럼...”

진광수가 거리낌 없이 시연을 훑어보며 더욱 만족스러워했다.

“오늘 저녁에 데리러 올 테니 우선 한번 해보자고. 다시는 실수하지 말고!”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그러지 않을 테니까요!”

진광수가 떠나자 시연이 창백한 얼굴로 지동성을 바라보았다.

“또 저를 팔아넘기시려고요?”

막 입을 떼려던 지동성을 장미리가 막아섰다.

“팔아 넘기다니? 널 여태 키워 놨는데, 이 정도 힘은 보태야 하지 않겠니? 오히려 진 사장이 널 원하는 걸 다행히 여겨야 한다고!”

말을 끝나자마자 장미리가 소미에게 지시했다.

“당장 방문을 걸어 잠그고, 도망가지 못하게 해!”

“알겠어요, 엄마.”

“아빠!”

시연은 이를 악물고 지동성을 노려보았다.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

‘장미리는 내 계모지만, 아빠, 아빠는 제 친아빠잖아요!’

시연도 지동성이 자신을 향한 어떠한 연민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아버지’를 생명의 지푸라기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그래도 한 번쯤은 날 도와주지 않으실까?’

그러나 지동성은 시연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등을 돌리며 딸을 무시할 뿐이었다.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거라. 설마 네 아버지가 파산하고 감옥에 가는 꼴을 보고 싶은 건 아니겠지?”

소미가 시연을 잡아당겼다.

“가자고!”

“이거 놔!”

시연이 노발대발하며 소미를 뿌리쳤다.

“내 발로 갈 거야!”

소미는 시연의 뒤를 바짝 쫓아 2층까지 올라왔고, 방문을 열어 시연을 밀어 넣고는 눈을 부라리며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야, 나대지 좀 마.”

“지우주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치료가 지체되면 좋을 게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지.”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방문에 자물쇠를 채웠다.

시연은 한스러워서 온몸을 떨었다.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우주를 개의치 않을 수도 없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는 우주는 누나인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마 정말로 또 내 몸을 팔아야 해?’

그녀는 벅차오르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냈다.

“엄마, 나 이제 어떡해요?”

어머니는 지시연이 여덟 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의 우주는 겨우 한 살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49재가 지나기도 전에 지동성은 장미리와 장소미를 데리고 시연의 앞에 서서 재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우스운 것은 장소미가 뜻밖에도 지동성의 친딸이라는 것이었으며, 시연보다 두 달 일찍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지동성은 일찍이 자기 본처를 배신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연은 자신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동시에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엄마가 계셨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그녀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몸을 일으킨 시연이 서랍을 뒤적거리더니 상자를 하나 꺼냈고, 품에 안더니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용서해 주세요.”

상자 안에는 비취 팔찌가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전화번호 하나가 적힌 쪽지가 깔려 있었다.

“아직도 이 번호가 연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숫자를 하나씩 눌러 전화를 걸자, 놀랍게도 수화기 너머에서 연결음이 들려왔다!

시연은 긴장감을 느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도 않았고, 엄마도 돌아가셨는데... 날 알아보시려나?’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숨을 깊게 들이마신 시연이 부드럽고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고상훈 어르신이세요? 혹시 부명주 씨를 기억하고 계시는지... 저는 그 분의 딸입니다...”

“네, 곧 뵙겠습니다.”

‘세상에나! 나를 단번에 알아보시잖아?’

전화를 끊은 후, 시연은 팔찌를 챙겨 가방에 넣었고, 옷장에 있던 침대 시트 몇 장을 엮어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괜찮을 거야, 여기는 2층이고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니까.’

침대 시트 한쪽을 고정한 시연은 가방을 멘 채 침대 시트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고 순조롭게 착지했다.

그리고 그녀는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마당을 뛰쳐나가 고상훈이 준 주소를 따라 고씨 저택으로 향했다.

...

주지한이 대표실 문을 열며 말했다.

“형님, 이 집사님께서 오늘 저녁에 오실 거냐고 여쭤보셨습니다.”

고유건이 잠시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갈 거야.”

그는 원래 자기 집인 SKY전원주택단지에 살았지만, 최근 할아버지가 몸이 좋지 않아 고씨 저택을 자주 찾던 참이었다.

무언가를 떠올린 유건이 물었다.

“시킨 건 어떻게 됐어?”

“누가 형님께 약을 먹인 건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지한이 말했다.

“아, 그 여자분은 찾았는데, 연예인이더군요. CCTV에 정면이 찍히지는 않았지만, 호텔 출입자 명단에 이름이 있었습니다. 본래 진성그룹의 진광수 사장의 방에 들어가려 했다는데... 확실히 그 일과는 관련이 없는 것 같았어요.”

“알겠어.”

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아주 두려워하더라니…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부당한 요구를 받았기 때문에 내키지 않았던 거라고.’

‘하지만 앞으로는 아무도 그 여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할 수 없을 거야.’

“그 여자, 이름이 뭐야?”

“장소미입니다.”

지한이 핸드폰을 켜고 유건에게 건네주었는데, 화면에는 장소미의 사진이 있었다.

어젯밤 약물을 섭취한 유건은 의식이 분명하지 않았던 데다가, 불도 켜지 않아서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예쁘네.’

‘할아버지의 건강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으셔. 원래도 나의 혼사를 걱정거리로 여기던 분이셨는데, 요즘은 부쩍 더 자주 말씀하시는 것 같고.’

‘나는 같은 피를 나눈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여전히 결혼할 상대를 찾지 못했잖아?’

‘물론 일찍이 할아버지께서 혼사를 정했던 약혼녀가 있긴 하지만… 할아버지도 그 여자애의 부모와 연락이 끊긴 지 한참 되었다고 난감해하시던 참이었고…’

‘그런데 마침 장소미가 나타난 거야.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이자 내 첫 번째 여자, 그리고 내게 순결까지 준 여자라…’

이렇게 생각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 결국 찾았어요,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원하시던 손자며느리를요!’

“지한아, 장소미의 집으로 가자.”

지씨 자택.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지시연을 데리러 온 진광수가 그녀가 도망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노발대발하며 외쳤다.

“나를 물 먹이는 데 재미라도 들린 건가?!”

“저희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쓸데없는 소리 좀 집어치워! 이렇게 된 이상, 빈손으로 갈 수는 없겠어!”

진광수는 장소미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동생만큼 예쁘지는 않아도 꽤 쓸모가 있겠군! 오늘 밤은 네가 나와 있어 줘야겠어!”

그가 소미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안 돼요, 싫어요, 엄마, 아빠!”

놀란 소미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진 사장님, 소미는 아직 어려서 사장님을 잘 모시지 못할 겁니다. 시연이가 돌아오면...”

“저리 꺼지지 못해?!”

소미에게 다가가던 장미리가 진광수의 발에 차이고 말았다.

“엄마, 엄마!”

진광수는 끝내 울부짖는 소미를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지씨 저택 앞.

검은색 벤틀리 뮬산이 멈춰서자 지한 말했다.

“형님, 여기입니다.”

차에서 내려 천천히 안으로 향하는 유건은 온몸에서 신사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진광수가 소미를 잡아당기는 것을 본 순간, 뼛속에서부터 음침한 포악함이 폭발하는 듯했다.

‘저 새X가 감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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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6화

    “응, 좋아.”“이렇게 하면요, 내일 유건 씨 공항 갈 때 딱 하고 갈 수 있어요.”“그래. 하고 갈게.”시연은 고개를 숙이고, 정성스럽게 목도리 마무리 코를 잡았다.“다 됐어요.”그리고 다시 유건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며 말했다.“예쁘든 안 예쁘든 이렇게 가야 해요. 싫다고 하면 안 돼요.”“싫을 리가 없지.”어떻게 싫을 수 있을까?“눈이 정말 많이 오네요. G시는 눈이 올까요?”“왔어. 꽤 많이.”“그래요? 그럼 조이가 아주 좋아했을 텐데... 진아랑 부 대표님이 조이랑 같이 눈사람 만들어줬겠죠?”“내가 돌아가면, 만들 거야. 이를테면 우리 세 가족 같은 거.”“좋아요.”밖에서는 눈이 조용히 쌓이고, 방에서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유건도, 시연도 말하지 않은 채 어깨를 나란히 붙이고, 유리창 너머의 하얀 정원을 바라봤다....새벽 5시 조금 넘은 시간.해는 아직 뜨지 않았고, 하얀 눈발의 기운만 유리창을 통해 은은히 들어왔다.방 안은 불을 켜지 않아 흐릿한 그림자만 깔렸다.유건이 먼저 눈을 떴다.옆에 잠든 시연을 내려다보고 조심스레 품에서 떼어 소파에 눕히고, 부드러운 담요를 덮어주었다.“시연...”유건은 아주 작게 이름을 불렀다.허리를 굽혀 점점 길어지는 시연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나 간다...”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유건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깨우진 않을게. 혼자 가면 돼. 굳이 나 배웅 안 해도 돼. 나는...”유건은 이별의 순간을 버티지 못할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여기서... 이대로 인사하자.”유건은 몸을 숙여 시연의 이마를 가린 앞머리를 살짝 넘기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시연... 잘 있어.”유건은 천천히 일어섰다.시연을 깊게, 오래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크게 걸음을 내디뎠다.심지어 문소리도 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소파에 누운 시연은 눈을 꼭 감았지만, 떨리는 어깨를 숨길 수는 없었다. 눈물이 조용히, 눈가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5화

    유건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말했다.“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나한테 그런 말은 하지 마...]“아니야.”유건은 진심으로 고마웠다.하지만 또다시 지하에게 부탁해야 했다.“이틀만 더. 딱 이틀만 더 고생해 줘.”[또 기다리라고?]“응. 아직... 할아버지 유골함을 기다리고 있어.”그 말을 들은 순간, 지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건이 그 일을 위해 CA국까지 갔었다.그런데 빈손으로 돌아올 순 없지 않은가.[알겠다.]지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 돌아오고 나서 뭔가 이상하게 되어 있더라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라.]“그건 당연하지.”전화를 끊자, 유건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고상훈의 유골함을 위해 온 게 맞지만, 지금 유건의 마음은 복잡했다.고장민이 유골함을 어디 숨겨뒀는지 몰라서 경찰과 레오의 사람들은 계속 찾고 있었다.유건 마음속엔 아주 불효한 생각마저 스쳤다.‘조금만... 조금만 더 늦게 찾아도 괜찮아.’그렇게 되면 시연과 함께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늘어나니까.이 꿈 같은 유토피아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으니까. ...승하는 경찰서에서 유건을 만나고 난 뒤 바로 죄를 인정했다.이제 고장민은 꼼짝없이 끝이었다.그리고 마침내, 레오의 부하들은 고상훈의 유골함을 찾아냈다.부드러운 천으로 덮어 조심스레 들고 와 유건 앞에 내밀었다.“고맙습니다.”유건은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아서 들었다.며칠, 몇 주 동안 조여 있던 마음이 그제야 제자리로 내려앉았다.“할아버지, 제가... 모시러 왔어요.”유건의 바로 뒤에서 시연은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부명주는 딸의 팔짱을 살짝 끼며 낮게 속삭였다.“듣자 하니, 고장민 침대 밑에서 나왔다더라.”“네...?”시연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어쩐지 지금까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고장민과 그 집안은... 정상이 아니었다.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수준이었다.그래도 이제 모두 끝났다.하지만 시연은 유건을 보며 마음이 먹먹했다.‘이 사태가 끝났다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4화

    시연은 결국 참지 못했다.“푸하하...”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나 놀리는 거야?”유건도 웃으며, 시연을 꼭 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나 많이 냄새나?”“네, 맞아요!”“맞아?”“하하하...”유건 품 안에서 시연은 아무리 몸을 비틀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잘못했어요... 하하...”“이제 그런 말 안 할 거야?”“안, 안 해요... 라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하하...”한바탕 웃고 떠든 후, 결국 유건도 자기 체취에 눈썹을 찡그렸다.그러고는 얌전히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했다. 다시 내려왔을 때, 다이닝룸에는 향긋한 냄새가 퍼져 있었다.가사도우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시연만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씻고 왔어요?”시연은 정좌한 채 맞은편을 가리켰다.“앉아요.”유건이 자리에 앉아 보니, 앞에는 파스타 한 접시와 보르시 수프.시연 앞에도 같은 메뉴였고, 그 두 사람 사이엔 큼지막한 양다리 구이가 놓여 있었다.“상 엄청 푸짐한데?”“그럼요.”시연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얼른 먹어봐요. 맛있는지.”“응.”유건은 별생각 없이 포크로 면을 한 입 먹고, 수프도 한 숟가락 떴다.“어때요?”시연이 기대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좋은데...”그제야 유건은 문득 생각이 미치며, 믿기지 않는 듯 시연을 바라봤다.“이거... 네가 한 거야?”“히힛.”시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네.”“대단한데.”유건의 눈매가 부드러워졌다.“솜씨 좋아졌네.”“그럼요.”시연은 턱을 자랑스럽게 들고 말했다.“지난 며칠 동안 유건 씨 따라다니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거, 괜히 한 일이 아니었어요. 저 똑똑해요. 전에는 그냥 안 배운 것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못 배우는 게 어디 있어요?” “그래?”유건은 웃음을 참으며, 가운데의 양다리 구이를 가리켰다.“이것도 네가 했어?”“네에...”시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약간 죄지은 얼굴이 되었다.“크흠, 손질하고 양념한 건 아주머니가 하셨어요...”“아, 그러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3화

    순간, 승하가 손을 들어 뺨을 감싸 쥐었다.“아...”승하가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젠장! 고장민이랑 심화연, 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아...”유건은 울고 있는 승하를 보며, 예전에 승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승하는 다시 고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고, 피를 잇는 자식으로서 인정받고 싶어 했다.그리고 그날, 유건 어머니의 묘비 앞에 홀로 서서 절을 올리던 그 모습까지...창백하게 질린 승하의 얼굴을 보며 유건의 마음속에서 무거운 의문들이 쌓여갔다.결국 입을 열었다.“네 몸... 왜 그래?”“응?”승하가 손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들었다.“나 말이야?”아직 눈물 자국도 마르지 않은 얼굴로, 승하가 웃었다.“봤어? 나 말이야, 곧 죽어. 고장민이랑 심화연이 사람 짓을 안 한 벌, 다 나한테 떨어졌지. 하하하...”유건은 시선을 거두고 뒤돌았다.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아 답답했다.이제 유건은 떠나도 됐다.레오가 불러온 변호사가 이미 모든 서류를 처리해 놨고, 기사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렇게 문을 나서는데, 거기 또 한 사람이 있었다.바로 고장민이었다.“유건아!”유건은 차갑게 눈을 들어, 자신에게 달려오는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그렇다. 노인이었다.며칠 보지 않았을 뿐인데, 고장민은 눈에 띄게, 놀랍도록 급격히 늙어 있었다.유건 앞에 선 고장민은 어디에다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서 어색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그... 너, 너... 잘 있었냐?”유건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당신이라면, 들어가서 고승하 안 만날 거야. 당신 안 보면, 고승하가 며칠은 더 버틸지도 모르잖아.”그 말만 남기고, 유건은 더 말하지 않았다.뒤돌아 걸었다.고장민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 섰고, 그 한순간 사이에 또 열 살은 늙어버린 것처럼 보였다....“왜 이렇게 안 오지?”별채 안에서, 부명주는 시연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시연은 아침부터 연락받았다.오늘 유건이 돌아온다고.하지만 어느덧 거의 정오였다.마침내 검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2화

    유건은 말없이 승하를 바라보았다.‘뭐가... 그렇게 싫다는 거지?’“싫다고. 내 부모!”승하는 수갑 찬 두 손을 들어 올리더니, 금속이 쾅 하고 책상에 부딪힐 만큼 세게 내려쳤다.핏기 하나 없는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커지며, 그 안에서 끓어오르는 증오가 그대로 드러났다.“너희, 상상이나 해봤어?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사람들이랑... 얼마나 오랫동안 억지로 살아야 했는지!” 그 말에 유건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내려앉았다.‘그 둘... 고장민, 심화연.’유건은 잠시 숨을 들이켰다.“이상해?”승하는 유건의 눈빛을 읽은 듯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렸다.“난 운이 없는 거지, 대가리가 없는 게 아니야. 너도 싫어하고, 할아버지도 버린 인간들인데... 내가 어떻게 좋아하겠어?”승하는 한순간 숨을 고르고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난 안 가고 싶었어. 고장민이랑 심화연 따라가고 싶지 않았어. 나한텐 할아버지도 있었고, 날 사랑하던 엄마도 있었고, 똑똑한 동생도 있었는데...”승하는 고개를 떨궜다.“근데 선택지가 없었어. 할아버지는 날 버렸고, 엄마는 날 미워했어. 그런 내가... 어디로 가겠냐?”유건은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가슴 깊이, 묘한 무언가가 밀려왔다.“도망친 적 있어.”승하가 고개를 들어 유건을 보았다.눈동자가 이상하게 반짝거렸다.“한 번이 아니야. 여러 번. 진짜 여러 번. 근데 어린 내가... 어디까지 가겠어? 고장민이랑 심화연한테서 벗어나면, 나는 살 수가 없었어. 하, 웃기지?”승하는 자신을 비웃듯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도망쳐도 결국 돌아가는 거야. 싫어 죽겠는데, 붙어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한테.”이어지는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엄마가 죽고, 그 둘 옆에 있어야 했던 매일이... 다 지옥이었어. 매일, 매순간...”유건의 목젖이 천천히 움직였다.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승하는 갑자기 이를 꽉 물며 말했다.“심화연은 죽어 마땅해.”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친언니 남편이랑 몰래 붙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1화

    유건의 손바닥이 시연의 양 볼을 부드럽게 감싸 올렸다.입가까지 차올랐던 말들이 너무 많아, 막상 내뱉으려니 몇 마디밖에 남지 않았다.“잘 있어. 이틀이면... 금방 돌아올 거야.”“네.”시연은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였다.“나... 유건 씨 목도리 뜨고 있을 거예요.”유건의 눈매가 금방 풀리며 웃음이 번졌다.“토마토색이랑 같은 빨간색, 나 진짜 좋아해. 내가 돌아오면... 그 목도리 바로 쓸 수 있을까?” “음...”시연은 잠깐 망설이며 말했다.“최대한 노력해 볼게요.”입술을 꼭 깨물고 난 뒤, 유건은 시연의 볼에서 천천히 손을 떼었다.“나 간다.”“네...”시연은 애써 밝게 대답했지만, 그 아쉬움은 숨길 수 없었다.“걱정하지 마라.”레오가 조용히 말했다.“이미 다 조치해 놨어. 제임스가 고 대표 괴롭히는 일 없게 내가 보증할게.”시연은 유건이 작은 별채를 나서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았다.문이 닫히는 순간, 별채는 마치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그날 밤.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시연은 잠이 오지 않았다.레오가 보증했다고 해도 유건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마음이 가라앉을 리 없었다.결국 시연은 포기하고, 무릎 위에 실뭉치를 올려놓고 밤새 목도리를 뜨기 시작했다.한 코, 한 코.실을 넣고, 빼고, 또 넣고.‘이렇게라도 해야 불안이 좀 사라지는 것 같아.’...경찰서.조사는 순조로웠다.이틀 밤낮의 취조 끝에 기환의 진술과 경찰의 조사로 승하의 죄는 거의 확정적이었다.문제는 승하가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들숨과 날숨조차 미동이 없고, 마치 오래된 쇠문처럼 마음을 닫아 버렸다. 그러던 중, 밖에서 누군가 들어와 제임스에게 속삭였다.“제임스 경무관님, 레오 회장님 쪽에서 묻습니다. 고 대표님... 돌려보내도 되냐고요.”제임스가 ‘가능합니다’라고 말하려고 할 때, 승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날 듯 몸부림쳤다.“누구라고?”수갑으로 의자에 고정돼 있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제임스에게 달려들 기세였다.“너 말고.”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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