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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Author: 임공

제1화

Author: 임공
밤 10시, 로얄호텔.

지시연이 7203호 로얄 스위트룸의 호수를 확인했다.

‘여기구나.’

그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지동성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였다.

[시연아, 네 새엄마가 네가 진 사장을 잘 모시기만 하면, 바로 네 동생의 치료비를 주겠다고 약속했단다.]

이 문자 메시지를 읽은 시연의 창백한 얼굴에 무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이미 신경이 마비되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듯했다.

아버지는 재혼한 후, 시연과 동생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는 계모가 10여년간 두 남매를 가혹하게 학대하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의식주를 마련해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때리고 욕하고 비난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금까지 벌인 학대로도 모자라, 사업상의 빛 때문에 딸 시연이 남자랑 잠자리를 가지게 하다니...

시연이 응답을 하지 않자, 지동성과 새엄마 장미리는 동생 지우주의 치료비를 빌미로 그녀를 핍박하기 시작했다.

시연의 동생 우주는 자폐증을 앓고 있어서 치료를 멈출 수 없었다.

호랑이도 자기 새끼는 건들지 않는 법이거늘... 지동성은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었다!

시연은 동생 우주를 위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시연이 방문 앞에 선 채 깊은숨을 들이마셨고, 이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그녀가 문고리를 살짝 돌리자, 스르륵 문이 열렸다.

방 안은 조금의 불빛도 없이 어두컴컴했다.

시연은 눈썹을 찌푸린 채 더듬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진 사장님, 저예요. 어...”

갑자기 길고 우락부락한 팔이 그녀의 목덜미를 잡더니 벽으로 밀쳤다.

벽에 부딪힌 시연은 등에서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이때, 남자의 거친 숨결이 순식간에 그녀를 휘감기 시작했다.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며 손으로 시연의 목을 조여왔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머릿속이 멍해진 시연은 이것이 도통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흔들며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몰라요...”

그 남자는 시연의 목을 조르던 손을 풀고,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움켜쥐며 자신의 몸과 밀착시켰다.

순간, 남자의 탄탄한 복근이 시연의 부드러운 살결에 닿아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남자의 온몸이 비정상적으로 뜨겁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입을 열자, 뜨거운 숨결이 뿜어져 나왔다.

“기회를 줄게, 날 밀어내고, 당장 여기서 꺼져!”

놀란 시연이 눈을 크게 떴다.

‘꺼지라고?’

‘혹시... 진 사장... 내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서 불만을 느낀 건가?’

‘안 돼, 우리 우주를 위해서라면, 절대 이 방에서 나갈 수 없어!’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물러날 곳도 없고, 인제 와서 부끄러워할 건 또 뭐야?’

“저는 절대 나가지 않을 거예요, 오늘 밤... 저는 당신의 여자가 될 거예요.”

두 손으로 남자의 목덜미를 감싼 시연이 까치발을 한 채 손을 더듬으며 남자의 입술에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몹시 어색하고 서툴렀다.

남자가 흠칫 몸을 떨었는데, 시연의 부드럽고 차가운 입술은 순식간에 그의 마지막 이성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처음이야?”

남자는 점점 거칠어지는 호흡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시연은 따질 틈도 없이 굴욕적으로 눈을 감고 입술을 떨며 말했다.

“처음... 이에요.”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이 말을 마친 그 남자는 시연을 가로로 안아 들고는 침대로 향했고, 그녀와 몸을 밀착시켰다.

“예쁜 아가씨, 오늘 밤만 지나면, 당신은 내 여자가 되는 거야!”

굵직한 손이 시연의 허리를 누르며 그녀를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는데, 남자의 목소리를 굵고 허스키했다.

뜨거운 키스의 열기가 방 안을 뒤덮었고...

수치심과 통증을 느낀 시연은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끝내 그녀는 견디지 못하고 울며 애원했으나, 그 남자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더욱 거센 힘으로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밤새도록 그 남자를 상대한 시연은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그녀는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는데, 그의 몸에서는 옅은 담배 냄새와 박하향 향수 냄새가 뒤섞여 났다.

‘꽤 향기로운데?’

시연을 일어나려다 허리에 가로놓인 팔을 누르고 말았다.

“깼어?”

남자는 몸을 뒤척이며 시연의 몸을 덮쳤는데, 놀란 그녀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예쁜 아가씨, 날 속이지 않았더라? 너는 이제 내 거야.”

서늘한 손끝이 시연의 뺨을 스쳤고, 남자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배어 있었다.

“같이 샤워할까? 아님 혼자? 그것도 아니면... 안아줄까?”

“네?”

시연은 놀라서 두 손을 꽉 쥐고 허둥지둥 거절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머, 먼저 씻으세요...”

“싱겁기는.”

남자는 시연이 여전히 내숭을 떤다며 비웃었다.

“좋아, 내가 먼저 씻을게.”

그가 시연의 뺨을 만지작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조금만 기다려.”

‘기다리라고? 미친 거 아니야?’

‘밤새도록 했는데도 모자란 거냐고!’

욕실에 불이 켜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시연은 결국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아!”

움직이는 순간, 아래쪽에서 밀려오는 통증을 느낀 시연이 짧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무래도 다친 것 같아.’

하지만 시연은 자신의 몸을 살필 겨를도 없이 욕실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빌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을 주워 입고는 방을 뛰쳐나갔다.

호텔 입구를 나서자,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시연이 말했다.

“시키시는 대로 했어요. 우주의 치료비는...”

[네 이 X! 네가 감히 날 엿 먹여?!]

새어머니 장미리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너, 밤새 어디 있었던 거야? 소미를 보내겠다는 걸 한사코 말리면서 자기가 가겠다더니, 어디 숨어 있었던 거냐고! 이딴 짓을 벌이고도 X신 같은 네 동생의 치료비를 달라고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시연이 냉소하며 말했다.

“제가 룸에 들어갔을 때, 진 사장은 샤워하고 있었다고요.”

“설마 돈을 안 주려고 이러시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장미리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당장 들어와! 감히 겁도 없이 진 사장을 화나게 하다니, 그 빚은 네가 다 갚아줄 거니?!]

장미리는 소리를 꽥 지르고 전화를 끊었다.

시연이 아연실색했다.

‘농담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나는 어젯밤에 분명히...’

‘설마, 그 사람... 진 사장이 아니었던 거야? 그럼 그 사람은 누구였다는 거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

호텔 안.

방으로 들어선 주지한이 커튼을 열자, 밝고 따스한 아침 햇살이 밀려 들어왔다.

그 순간, 욕실의 물소리가 멎었고, 안에서 나온 고유건은 허리에 목욕 수건을 걸치고 있었다.

길게 우뚝 솟은 키, 그리고 넓은 어깨와 좁은 엉덩이, 이는 표준적인 남자 모델의 몸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준수하고 깊은 이목구비를 뽐내며 만족스럽다는 듯 나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주지한을 힐끗 본 유건은 방 안을 살폈으나, 어제 자신과 함께‘즐거운 밤’을 보냈던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디 갔지?”

지한이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제가 들어왔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습니다.”

얇은 입술을 치켜올린 유건이 새하얀 침대 시트 위의 야릇한 붉은 색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도망간 건가?”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이렇게 말을 안 듣다니.’

그가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유건은 성인이 된 순간부터 그의 침대로 여자를 불러들이기 일쑤였으나,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사람이 몰래 나한테 쓴 약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어젯밤에 그 여자를 굉장히 안고 싶었는데…’

‘아니면... 그 여자가 특별했기 때문에?’

“지한아, 어젯밤에 있었던 일 좀 알아봐 줘. 그리고... 그 여자애도 당장 찾아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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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71화

    그날 밤, 시연은 또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늘 그렇듯 약을 삼키고 억지로 눈을 붙였다.한밤중.갑자기 속이 뒤틀리며 잠에서 벌떡 깼다. 입을 틀어막은 채, 시연은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변기를 부여잡고 한참을 토해냈다.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듯, 거울에 비친 얼굴은 핏기 하나 없는 유령 같았다.찬물로 얼굴을 적시고서야 겨우 심호흡이 가능했다.‘왜 토한 거지?’제일 먼저 떠오른 건 임신이었다.유건과 함께일 때 늘 조심했지만, 세상에 백 퍼센트 완벽한 피임 따윈 없으니까.‘괜한 추측 말고... 내일 확인해 보면 되겠지.’그날 밤, 시연의 잠은 온통 뒤숭숭했다....다음 날 아침.시연은 강울대병원 앞 약국에서 조심스레 조기 임신 테스트기를 샀다. 진료 사이 짬을 내어 화장실에서 확인한 결과는 임신이 아니었다. 그녀도 안도감이 밀려왔다.‘조이는 아직 아빠랑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는데...’‘내가 어떻게 또 동생을 만들어 줄 수 있겠어. 그렇다면 구토의 이유는 뭘까?’시연은 무의식적으로 배를 쓸어내렸다.‘아마... 요즘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겠지. 고유건도... 언젠가는 잊게 되겠지.’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말처럼......이른 아침, 유건이 병원에 도착했다. 고상훈을 보러 온 길이었다.하지만 그보다 먼저 와 있던 사람이 있었다.마침 간병인의 부축을 받아 고상훈이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 앉던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낯선 여자가 들어왔다. 단정히 틀어 올린 머리, 번쩍이는 보석을 두른 고급 정장 차림.두 걸음 다가서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빛에는 감춰지지 않는 비굴함과 주저함이 섞여 있었다.“어르신...”“음?”고상훈은 순간 멍하니 여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곧 땅에 묻히긴 하나 보네. 이른 아침부터... 죽은 귀신을 다 보는구나.”“어르신!”심화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다. 입술은 떨려 말을 잇기조차 힘들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70화

    “아니에요!”시연은 더는 감출 수 없어, 다급히 터져 나왔다.“우리... 헤어졌어요.”“헤어졌어도...”리슬은 자동으로 받아치다, 문득 멈췄다. 굳은 듯 시연을 바라보며 더듬거렸다.“시연 씨... 지금 뭐라고 했어요? 헤... 헤어졌다고요?”“네.”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헤어졌어요.”리슬은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충격과 혼란이 얼굴에 동시에 스쳤다.“제가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이 나라 말이 좀 서툴러서 그런데, 제가 잘못 이해한 거 아니죠? 헤어졌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사실은 입 밖에 꺼내기조차 힘든 말이었지만, 리슬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시연은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아마 리슬 씨가 이해한 게 맞을 거예요. 헤어졌다는 건... 다시는 함께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리슬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말도 안 돼요...”분명 농담일 거라 생각했다.“장난치지 마요!”“장난 아니에요.”시연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이런 걸 어떻게 장난으로 해요?”“이, 이게...”너무 충격적이라, 리슬의 말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시연은 조용히 일어나며 말했다.“리슬 씨는 앉아 있어요. 제 선배가 오셔서 제가 인사드려야 할 것 같아요.”“네...”리슬은 멍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에게 이 소식은 마치 쓰나미처럼 몰아친 충격이었다.‘말도 안 돼... 두 사람이 진짜 헤어졌다고?’리슬은 믿을 수 없었다. 유건은 그렇게 쉽게 헤어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그런데...‘잠깐만... 두 사람이 끝났다는 건, 지금 고유건... 싱글이라는 거네?’그제야 가슴이 두근거렸다.리슬의 볼은 어느새 달아올라 붉게 물들어 있었다....케이크 커팅이 시작됐다.시연은 아현에게 손을 이끌려 단상 앞으로 섰다. 변이준 옆에는 아현의 아버지 최효강이 서 있었다.“아현아.”최효강이 딸에게 당부했다.“첫 조각은 이준 삼촌께 드려야지. 삼촌, 그동안 고생 많으셨잖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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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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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67화

    주말.시연은 조이를 잘 챙겨 두고 외출 준비를 했다.“엄마.”조이는 아쉬운 얼굴로 엄마를 붙잡았다.“오늘 언제 와요? 오늘은 조이랑 같이 자기로 한 날이잖아요.”어릴 때부터 시연은 조이가 혼자 잘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왔다.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엄마 품을 찾았다. 그래서 시연은 늘 주말엔 함께 자 주겠다고 약속하곤 했다.“엄마 잊지 않았어.”시연은 마음이 짠해 딸아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엄마 다녀오면 바로 옆에 있을 거야. 조이가 눈 뜨면 엄마가 꼭 곁에 있을 거야.”“정말요?”“그럼.”안심한 조이는 얌전히 엄마를 현관까지 배웅했다.“엄마, 기다릴 거예요.”“그래, 알았어.”문을 닫자, 시연의 가슴은 알 수 없는 시림으로 저렸다.‘조이가 요즘 더 나한테 의지하는 게 느껴져...’‘아저씨가 없으니까 이제 엄마밖에 없는 거겠지.’예전처럼 조이가 아저씨를 찾으며 떼쓰진 않았다. 어린 나이지만, 아이 나름대로 어렴풋이 느낀 것이다. 엄마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아직 이렇게 어린데... 이런 눈치까지 봐야 한다니... 시연은 조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시연은 차를 몰고 은수에 도착했다. 초대장을 내밀자 안내 직원이 곧장 그녀를 홀 안으로 인도했다.벌써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화려한 분위기로 북적였다.시연은 난감해졌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이준과 아현뿐인데, 두 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디 가서 뭘 하고 있어야 하지...?’“시연 언니!”익숙한 목소리가 등을 쳤다.돌아보니, 공주 드레스를 입은 아현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아현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시연의 손을 꼭 잡았다.“언니, 진짜 왔네요? 사실 언니 안 올까 봐 걱정했어요.”“왜 안 와?”시연은 핸드백에서 정성스레 포장한 상자를 꺼냈다.“생일 축하해.”“고마워요.”아현은 선물을 받아 들며 코끝을 씰룩였다.“말했어야 했는데... 비싼 건 준비 안 해도 됐어요.”“안 비싸.”시연은 장난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66화

    “정말요?”시연은 놀라 눈을 크게 뜨더니, 이준을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근데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아현이가 성숙해 보이는 게 아니라... 선배가 너무 젊어 보여요.”남자는 원래 노화에서 여자보다 유리했다.게다가 이준은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한 편이었다. 식습관과 생활 리듬을 지키고,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 사람이었다.“아부는 그만.”이준이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내밀었다.“이거, 아현이가 너한테 꼭 전해 달라고 했어.”“저한테요? 뭐죠?”시연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받아 들고 열어 보았다.이준이 옆에서 설명을 덧붙였다.“아현이가 이번 주에 스무 살 되거든. 집에서 생일 파티를 열 건데, 꼭 언니를 초대하라고 당부하더라.”“그래요?”시연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이거 영광인데요? 저도 나름 아이들한테 인기가 있나 보네요.”이준은 피식 웃었다.“넌 나랑 동년배지만, 사실 아현이랑 나이 차이도 몇 살 안 나잖아. 그런데도 ‘아이’라고 부르는 게 웃기지 않냐? 내 눈엔 너희 둘 다 그냥 애들이야.”“에?”시연이 초대장을 확인하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장소가... ‘은수’?”은수... 한동안 잊고 있던 이름이었다.‘예전에... 유건이 한강우한테서 ‘은수’ 그 부지를 따냈을 때, 나도 한몫했었지.’그곳은 시연이 알기로 모두 고급 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생일 파티를 한다고 쉽게 빌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이준은 그녀의 눈빛을 읽고 미리 말을 덧붙였다.“아현이 성이 ‘최’잖아. G시 최씨 가문의 딸이야. ‘은수’ 그곳에서 파티 여는 거, 당연한 거지.”G시의 최씨 가문.도시 상류층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집안이었다.‘아현이가... 그런 집안 딸이었다니.’시연은 새삼 놀랐다.아현은 어디까지나 이준을 따라다니는 귀여운 동생쯤으로만 보였으니까.늘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마치 주인 없는 강아지 같았다.“그러니 꼭 와야 해.”이준은 더 말하지 않고, 두어 번 당부만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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