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다들 전단지 돌리러 나갔어요. 저쪽에서 캐리커처 이벤트로 사람들을 싹 쓸어 가잖아요. 우리 애들도 가만있을 수 없어서 풍선이라도 들고 나갔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소진이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저건… 명백한 반칙이지.”예리가 이를 악물고 낮게 읊조렸다. 당장이라도 매치 랩 부스로 쳐들어갈 기세로 몸을 틀자 소진이 다급하게 예리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팀장님, 참으세요! 오늘 같은 날 싸움이라도 나면 우리만 손해예요. 지금 시청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다 체크하고 있다고요."소진의 말에 예리가 주위를 살피자 정말로 명찰을 목에 건 담당자 몇몇이 부스 주변을 돌며 상황을 기록하고 있었다.예리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거칠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하여튼 매치 랩, 저런 야비한 쪽으로는 머리가 참 잘도 돌아가.”쓰고 있던 모자를 휙 벗어 던진 예리가 헝클어진 머리를 거칠게 뒤로 쓸어 넘겼다.모자 속에 갇혀 있던 머리카락이 찰나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흩어졌다.그 모습을 잠시 넋 놓고 바라보던 은호는 테이블 아래에 설문지 박스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예리의 옆으로 의자를 조심스럽게 끌어당겨 앉았다."어쨌든 팀장님, 유 이사님께 오늘 할 일 좀 설명해 주고 계세요. 저는 우리 애들 상황 좀 보고 올게요."소진이 서둘러 부스 밖으로 사라지자 부스 안에는 순식간에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주위의 소음이 멀어지고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가깝게 들리는 기분이었다.“매치 랩이라는 곳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나 봅니다?”은호가 정적을 깨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리는 대답 대신 은호가 내려놓은 박스에서 설문지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네, 좋다고는 할 수 없죠. 아무래도 업계 1, 2위를 다투는 사이니까요.”단순한 설명이었지만, 은호는 예리의 짧은 대답 속에 그 이상의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음을 직감했다.예리가 설문지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이사님, 어려운 건 아니라 한 번 들으시면 금방 따라 하실 거예요. 고객님들
“죄, 죄송해요!”얼굴이 확 달아오른 예리가 화들짝 놀라며 은호에게서 멀어졌다. 예리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소진이 너스레를 떨며 뒤로 물러났다."자세한 설명은 우리 나 팀장님께 들으시면 됩니다. 팀장님, 이사님께 잘 설명해 드려요!"소진이 사라진 자리, 은호의 시선이 예리에게 머물렀다.예리는 언제 눌러썼는지 모를 모자챙을 더 깊숙이 당기며 고개를 푹 숙였다.은호의 시선을 피하며 그저 그의 운동화 끝만 뚫어지게 응시하던 예리가 겨우 입을 열었다."오늘 하루 저희 인연의 일일 커플 매니저가 되어주시면 돼요. 상담은 저희가 전담할 거니까 옆에서 보조만 해주시면 돼서 크게 어려운 건 없으실 거예요.""네, 알겠습니다. 오늘 제가 와서 방해만 될까 걱정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네요.""그럼, 설문지 보면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설문지가…."예리가 설문지를 찾으려 부스 구석에 쌓인 상자들을 뒤적였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뭉치째 담겨 있던 설문지 박스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어머! 죄송해요 팀장님. 제가 다른 서류랑 착각했나 봐요. 아까 회사 차에 두고 내린 것 같은데, 제가 얼른 가서 가져올게요!"혜린이 당황한 기색으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니에요! 제가 다녀올게요."혜린이 채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예리가 먼저 부스 밖 주차장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어? 팀장님, 제가 가도 되는데….”거의 도망치듯 멀어지는 예리의 뒷모습을 보며 혜린이 얼떨떨하게 중얼거렸다.그 사이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은호가 지체 없이 몸을 틀었다.“저도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보조 역할이라면서요.”팀원들이 미처 말릴 새도 없었다. 은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예리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가람이 눈을 가늘게 떴다.“있냐. 오늘 팀장님, 좀 이상하지 않냐? 안 쓰던 모자까지 찾아 쓰고 말여. 이사님 대하는 게 꼭 죄지은 사람처럼 어색하단 말이지. 두 사람 그날 저녁 같이 묵었다더니….”가람의 눈매가
푸릇푸릇한 잔디가 빈틈없이 자라나 푹신하게 깔린 공원. 그 앞으로는 맑은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공원은 다가올 여름을 앞두고 봄기운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그 열기 속에서 인연 VIP 전담팀은 거대한 천막 밑에서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낮에는 봄이 아니라 아주 여름이고만, 여름이여."가람이 곡소리를 내며 의자 등받이에 축 늘어졌다.“팀장님은 안 더우세요?”옆에 앉은 예리에게 부채를 흔들어주려던 가람이 그녀의 안색을 확인하곤 흠칫 놀라 몸을 일으켰다.“팀장님, 어디 안 좋으세요? 얼굴이 아주 말이 아닌디요.”“아니요. 저 멀쩡해요.”예리의 대답과 달리 초점 없는 눈동자와 퀭한 눈밑은 밤을 꼬박 새운 기색이 역력했다."아닌디. 누가 봐도 잠 한숨 못 잔 얼굴인디. 팀장님, 혹시 뭐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어요?"순간 예리의 머릿속에 어젯밤의 장면이 번쩍 떠올랐다. 자신의 입술 위로 내려앉았던 은호의 부드러운 촉감이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예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허공을 향해 버럭 외쳤다.“아니요! 어제 아무 꿈도 안 꾸고 아주 푹, 잘 잤습니다!”과하게 씩씩한 예리의 대답에 가람이 부채질을 멈추고 옆에 있던 혜린 쪽으로 몸을 슬금슬금 기울였다.“팀장님 아무래도 꿈자리가 거시기 했나 봐, 그치?”가람이 작게 속삭이자 혜린도 예리의 심상치 않은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나저나 이사님은? 오실 때가 된 것 같은디.”가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묻자 혜린이 저 멀리 공원 입구를 가리켰다.“승호가 마중 나갔어. 어, 저기 오네!”멀리서 은호 일행과 함께 걸어오는 승호가 보였다.“아따, 김승호 허리 좀 봐봐라. 어디까지 접혀부렀대.”가람이 아부하느라 은호 쪽으로 몸을 잔뜩 숙인 승호의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에휴, 저러다 좀 있으면 땅에 닿겠다. 거의 폴더폰 아냐?"혜린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높이
“예?! 팀장님 아프시면 진작 말씀하시지! 제가 지금 당장 약국으로 뛰어가서 진통제라도 사 오겠습니다!”"아니에요, 승호 씨. 앉으세요.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예리가 손을 들어 승호를 급히 말렸다. 도리어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기분이었다."박 회장님이 데드라인을 정해 주신 건 아니지만, 솔직히 이거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질 분위기잖아요. 진짜 완전 비상 아니에요? 일단은 수단 방법 안 가리고 계속 소개팅 밀어 넣는 거 말고는 답이 없겠어요."혜린이 심각한 표정으로 노트를 볼펜으로 끄적이며 말을 보탰다."유 이사님께서 소개팅을 계속하실지도 의문이에요. 저번 주말 이틀도 겨우 견디시는 것 같던데, 이러다 아예 안 하시겠다고 선언할까 봐 무섭네요."가람의 분홍색 털 뭉치가 달린 볼펜을 멍하게 바라보던 소진이 조용히 한마디 거들자 팀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정말 방법이 없을까? 당사자 몰래 소개팅시킬 방법이….'잡다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엉키던 그때 예리의 눈이 번쩍 뜨였다."유 이사, 이번에 우리 매칭 현장 참관하기로 한 거 말이에요.""네! 이번 주말 일정 보내드렸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셨습니다."승호가 신이 나서 대답하자 예리가 책상을 가볍게 내리치며 결연하게 말했다."그날, 현장에서 바로 다음 소개팅 이어서 진행합시다.""네? 근데 이사님이 사람 많은 데서 그냥 응해주실까요?"혜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그러니까 대놓고 소개팅인 척을 하면 안 되죠.""팀장님, 그게 어떻게 가능하대요? 아예 감이 안 오는데."가람의 어리둥절한 물음에 예리가 입가에 씨익,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여러분, 그날 하루는 유 이사도 우리 인연 직원인 거예요. 아시겠죠?"***샤워를 마치고 나온 은호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었다. 그때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에서 묵직한 진동이 울렸다.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이 시간에 누구지?’은호가 수건을 목에 걸친 채 테이블로 다가갔다. 무심코 휴대폰을 들
은호는 허탈함이 섞인 눈으로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휴대전화를 책상 위로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갑자기 심상치 않게 변한 분위기에 선우와 지유가 마른침을 삼키며 은호의 눈치를 살폈다.다시 서류에 집중하던 은호가 펜 끝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응시했다."그나저나 이병훈 작가 컨택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직입니까?"지유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작가님께 이번 전시 기획안 전달해 드렸고,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까지는 받아둔 상태입니다.""검토 하나 확답받는 게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이었습니까?"은호의 낮은 목소리가 회의실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지유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달싹이자 은호는 옆에 있던 선우에게 턱 끝으로 고갯짓을 했다.“초반에 작가님 측에서 거절 의사를 완강히 밝히시는 바람에, 다시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습니다.”그 말에 은호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또 형들 때문입니까?”선우가 대답 대신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번에도 유동현 사장님께서 손을 쓰신 모양입니다. 작가님들 사이에서는 이미 저희가 전시 수익을 독점하고 작가를 소모품처럼 부린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퍼진 상태입니다."“…….”은호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선우가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유 사장님 쪽에서 VIP 고객들의 구매력을 담보로 작가들을 회유하는 바람에, 이병훈 작가님도 저희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셨던 것 같습니다."은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법적으로는 한 가족인 당사자가 직접 퍼뜨린 소문이었다. 그 신뢰도 때문인지 사람들은 동현의 말을 더 쉽게 믿어버렸다."우리가 이병훈 작가와 접촉한다는 정보가 대체 어디서 새 나간 건지…. 알겠습니다. 내부 전시 기획안 보안, 지금보다 더 철저히 관리하세요. 그리고 작가님 측에 우리 진정성이 왜곡되어 전달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시고요."“네, 알겠습니다.
예리의 집 앞으로 은호의 차가 매끄럽게 멈춰 섰다. 안전벨트를 푼 예리가 내리기 전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이사님,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출근도 하셔야 하는데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얼른 들어가서 푹 쉬세요."은호가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나 팀장님도 어서 들어가서 쉬세요. 오늘… ."은호가 무언가 덧붙이려다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단단한 목울대가 크게 한 번 일렁였다."고생하셨습니다."예리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예리가 차 문을 닫고 멀어지려는 찰나, 조수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나예리 팀장님!”은호가 창밖으로 상체를 살짝 기울이며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갑작스러운 부름에 뒤를 돌아본 예리가 토끼 눈을 뜨고는 후다닥 차 근처로 다가왔다.창가에 바짝 붙어 선 예리를 확인한 은호가 무언가 결심한 듯 아까보다 훨씬 편안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아까 물으셨던 이상형 말입니다. 방금 생각났습니다.""정말요? 뭔데요?"예리가 눈을 반짝였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은호가 예리와 가만히 눈을 맞추며 대답했다."함께 디저트를 먹으러 가고 싶은 사람이요."'…설마 이거 하나 말하려고 가던 사람을 다시 부른 건 아니겠지?'예리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황당함이 스쳤다. 수첩을 꺼내려 가방으로 향하던 손길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췄다 내려왔다."…그게 끝인가요?"“네, 끝입니다.”은호의 짧고 명쾌한 확답에 예리는 내려가려는 입꼬리를 겨우 붙잡았다."네, 다음 소개팅 리스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그럼 정말, 조심히, 들어가세요. 유. 은. 호. 이사님."예리가 이름 어절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말하며 가볍게 목례했다.은호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까지 확인한 예리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아파트 공동 현관으로 향했다."다정한 사람에, 이제는 함께 디저트 먹으러 가고 싶은 사람이라니. 아니, 그런 건 나중에 메시지로 보내도 되잖아. 난 또 엄청 중요한 거라도 생각난 줄 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