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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집안 대대로 사랑이 끝나는 날짜를 보는 저주를 받은 결정사 ‘인연’의 팀장, 나예리. 그녀 앞에 재계 1위 해상 그룹 박 회장의 수상한 의뢰가 떨어진다. 제 아들 유은호에게 ‘최악의 결혼 상대’를 매칭해 달라는 것. 회사의 존폐 위기 앞에 의뢰를 수락했지만, 타겟인 유은호에겐 어찌 된 일인지 유효기간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얼음 왕자라던 소문과 달리, 그는 지독한 로맨스 드라마 덕후였다. “저도 나 팀장님처럼 팬지꽃의 힘을 믿습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그 말을요.” 순수한 눈망울로 운명을 말하던 그의 손목에 마침내 문양이 나타난다. 그런데 정해진 날짜가 없다니? 심지어 그 문양이 가리키는 상대가 바로 나다! 당황도 잠시, 예리는 직접 세상에서 가장최악의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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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5화
계약서에 서명을 마친 은호가 고급 만년필의 뚜껑을 닫아 서류 위로 내려놓았다.“작가님, 이번 전시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잘 살피겠습니다.”병훈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은호의 손을 마주 잡았다.“네, 저도 해상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 이사님.”그간 골머리를 앓던 거장 이병훈 작가와의 계약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자,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직원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은호가 맞잡은 손을 놓으려 할 때였다.“저, 이사님….”병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은호가 의아한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는 선뜻 입을 떼지 못한 채 직원들을 힐끔거렸다.“잠시 자리 좀 비켜주시죠.”은호의 차분한 지시에 눈치를 보던 직원들이 하나둘 각자 서류와 짐을 챙겨 회의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들이 모두 나가는 동안 병훈은 조용히 굳은살 박인 손끝만 내려다보았다.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정적이 회의실을 감돌았다.“이제 말씀하셔도 됩니다. 제게 하실 말씀이 어떤 건가요?”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 병훈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사실… 계약 직전까지 고민이 아주 많았습니다.”불길한 이름이 머릿속을 스치자, 은호는 씁쓸하게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저희 형들 때문입니까?”병훈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주변에서 다들 말리더군요. 굳이 해상과 일하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냐고….”병훈이 창가로 시선을 옮겼다. 해상 아트센터를 감싸안고 있는 드넓은 호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은호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유동현 사장님이 백화점 VIP 컬렉터들과 거래 갤러리들을 움직이기 시작한 뒤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상 아트센터와 손잡으면 대형 컬렉터들이 등을 돌릴 거라는 말이 업계에 퍼졌어요. 그래서 계약을 망설이는 작가들이 적지 않습니다.”은호의 턱선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동안은 아트센터에서 직접 접촉한 작가들에게만 훼방을 놓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업계
Last Updated: 2026-07-16
Chapter: 84화
“목상에서 다음 촬영 일정이 어떻게 되죠?”“내일부터요.”“그럼, 제가 일정을 다시 조율해서 연락드릴게요. 그때 목상에서 직접 뵙는 걸로 하죠. 그리고….”예리는 아윤의 손목을 잠시 응시했다.“저와 함께 일하시는 동안은 손목 액세서리 금지입니다.”“맞아, 언니! 그래야 좋은 기운이 안 막힌다나 뭐라나.”주은이 제 소매를 걷어붙이면서까지 열변을 토했다.아윤은 마치 용한 무당의 비방이라도 전해 들은 것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명심할게요.”“그럼, 상담은 이쯤에서 마무리해도 될까요? 저도 곧 다음 회의가 있어서요.”“앗, 네! 오늘 진짜 감사했습니다. 주은아, 너도 예리 씨 소개해 주고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정말 고마워.”주은이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손사래를 쳤다.“아휴, 우리 사이에 무슨! 이번에 꼭 잘됐으면 좋겠다. 예리야, 우리 아윤 언니 건은 정말 잘 부탁해!”예리가 알겠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소진에게 시선을 돌렸다.“강 비서님, 아윤 씨께 사전 설문지 전달해 주세요.”“알겠습니다. 잠시 이쪽으로 오시겠어요?”소진이 문고리를 돌리려는 찰나, 타이밍 좋게 바깥에서 정갈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단정하게 검은색 슈트를 차려입은 은호의 비서, 선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밖으로 향하는 소진과 아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다가와 차분히 고개를 숙였다.“이사님. 외부 미팅 시간 다 되어서 모시러 왔습니다.”은호가 클래식한 손목시계를 내려다보곤 소파에서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재킷 끝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옷매무새를 정리한 그는 예리를 내려다보았다.“저는 미팅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몸을 돌려 문으로 향하려던 은호는 멈칫하더니, 다시 몸을 돌려 예리와 시선을 맞추었다.“목상군 출장 일정 정해지면 바로 공유해 주시죠. 제 스케줄 맞추겠습니다.”“네, 알겠습니다.”인사를 건넨 후 선우의 뒤를 따라 문으로 향하는 은호의 발걸음은 오늘따라 유난히 더뎠다.문이 닫히고
Last Updated: 2026-07-15
Chapter: 83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난 주은이 사색이 되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 절대 말 안 했어! 그냥 너한테 가면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고만….”손사래를 치던 주은이 살려달라는 듯 아윤을 바라보자, 아윤이 테이블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을 거들었다."맞아요. 요즘 결혼정보회사들은 AI 기술이 워낙 정교해서, 데이터만 넣으면 심리 분석까지 전부 가능하다면서요?”“아… AI 기술이요.”예리가 한 쪽 눈썹을 삐딱하게 꿈틀거리며 주은을 짓씹을 기세로 훑었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타까운 표정으로 무릎 위로 깍지 낀 손을 내려놓았다.“음, AI… 아니, 저희 회사 시스템으로 상대방의 호감 여부를 분석해 드릴 수는 있어요. 다만, 정말 그게 전부예요. 분석 결과가 어떻든 아윤 씨의 마음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오로지 상대방의 선택에 달린 문제니까요.”“저는 그거면 충분해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게 만들 자신은 없지만,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사랑하게 만드는 건 자신 있거든요.”“…….”“만약 제 착각이 아니라 그 사람도 날 좋아하는 게 맞다면, 내 모든 걸 걸고서라도 그 사람 마음 얻어낼 거예요. 하지만….”잠시 말을 멈춘 아윤이 쓸쓸히 미소 지었다. 그러곤 주먹을 꼭 쥐어 가슴께에 얹었다.“그게 아니라 정말 나 혼자만의 기우라면… 깨끗하게 포기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예리 씨.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이 어떤지만 확인해 주세요.”잠시 말없이 아윤을 바라보던 예리가 물었다.“…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는 보셨나요? 본인을 좋아하는지?”아윤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물어봤죠. 그런데 그 사람은… 저를 이성으로 본 적이 없대요. 하지만… 그때 그 사람의 눈빛은 정반대였어요! 저 연기하는 사람이에요. 눈빛이 진심인지 가짜인지 정도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요. 심지어… 결정적인 사건도 있었어요.”“결정적인 사건이라뇨?”그때 일을 떠올리는지 아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제가 촬영
Last Updated: 2026-07-14
Chapter: 82화
“주은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롤모델인 선배라고 하도 자랑을 해서요.”“어머, 정말요? 주은이가 과장이 심했네.”생각보다 낮은 음조가 예리의 귓가를 감쌌다. 앳된 얼굴 뒤에 숨겨진 지적인 저음과 아나운서처럼 정확한 발음. 그 반전 매력 하나만으로도 예리는 왜 대한민국의 모든 시나리오가 그녀에게 쏟아지는지 단번에 납득했다.“예리 씨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천사라고, 주은이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걸요?”“천사요…? 제가요?”예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보자, 주은은 슬쩍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러더니 양손으로 파닥파닥 천사 날갯짓을 해 보였다.하여튼, 하는 짓만 보면 친구가 동생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예리는 속으로 혀를 차며 다시 아윤에게 시선을 돌렸다.“오늘 어떤 일로 저를 찾으신 걸까요? 혹시, 커플 매칭 때문인가요?”아윤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듯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뜸을 들였다.달그락.유리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그녀가 예리와 시선을 정확히 맞췄다. 조금 전의 수줍던 미소는 지워진 채, 배우 오아윤만 보여줄 수 있는 단호하고 흡입력 있는 눈빛이었다.아윤이 차분하게 입을 뗐다.“저는 커플 매칭이 필요하지 않아요.”“…네?”“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덤덤하게 흘러나온 메가톤급 폭탄 발언에 소진과 은호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아무리 주은의 친구라지만 오늘 처음 본 예리에게 서슴없이 사적인 내용을 털어놓는 그녀의 태도에 예리 역시 말문이 막혔다. 정작 폭탄을 던진 본인은 평온한 얼굴로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실은 지금 찍고 있는 사극 촬영 때문에 요 몇 달 동안 ‘목상군’이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어요.”‘목상군?’예리의 머릿속으로 홈쇼핑 쇼호스트가 사과즙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목상군 유기농 햇사과로 짠 최상품!'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혹시, 사과로 유명한 그 목상군 말씀인가요?”“네, 맞아요. 촬영장 근처에 사과 과수원이 하나 있거든요. 쉬는 시간에 스태프들
Last Updated: 2026-07-13
Chapter: 81화
“나예리 씨! 너무 보고 싶었어! 왜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지? 예쁜 내 새끼!”예리가 파고드는 주은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주은은 가볍게 무시하며 예리의 볼에 제 얼굴을 비벼댔다.“문주은. 손님도 계시는데 적당히 좀 하지?”“아유, 괜찮아. 아윤 언니도 우리 이런 사이인 거 진작 알고 있거든? 그치, 언니?”사무실을 둘러보던 아윤이 예리와 눈이 마주치자, 청량한 음료 광고의 한 장면 같은 미소를 지었다.“저는 정말 괜찮아요. 주은이랑 오랜만에 회포 좀 더 푸세요.”아윤을 바라보던 예리가 한숨을 삼키며 주은을 흘겼다.“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인데? 원수 사이? 그리고 나 오후에 바로 회의 있어서 너랑 이러고 놀 시간 없어.”“맞다! 내 정신 좀 봐!”주은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떼어냈다. 그 틈을 타 예리가 주은의 뺨이 닿았던 곳을 벅벅 문지르는데, 주은이 예리의 양손을 낚아채며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나예리! 진짜 완전 비상사태야!”주은이 예리의 등을 떠밀어 소파 쪽으로 향했다.“이거 해결해 줄 사람이 너밖에 없어… 어…?”주은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소파에서 일어나 멀뚱히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은호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잠시 주춤하는가 싶던 주은이 성큼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은호의 코앞으로 불쑥 들이밀었다.“쓰읍, 분명히 낯이 익는데….”금방이라도 눈을 찌를 기세로 겨눠진 손가락을 흘끗 내려본 은호가 주은을 따라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저는 초면입니다.”“아닌데? 진짜 분명히 봤는데….”주은이 이번에는 눈을 더 가늘게 뜨며, 은호의 얼굴과 박치기라도 할 기세로 코끝을 가까이 들이밀었다.“문주은!”주은이 괜히 눈치 없이 은호의 정체나 낯익은 기억을 헤집을까 봐, 예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그게 뭐가 중요해! 지금 아윤 씨 계속 서 계시는 거 안 보여?”예리가 아까 전부터 소파 뒤에 조용히 서 있던 아윤을 다급하게 가리켰다.“아, 맞다! 언니, 얼른 여기 앉아.”냉
Last Updated: 2026-07-12
Chapter: 80화
예리가 마우스 휠을 빠르게 굴렸다. 모니터 속 세월을 머금어 노랗게 바랜 종이가 쉼 없이 넘어갔다.“쯔….”마우스를 내팽개치듯 내려놓은 예리가 의자에 몸을 기댔다.‘좋아.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자.’유은호의 손목에 문양이 나타났고, 강렬한 붉은빛을 내뿜었다.그걸 보고 있는 제 머리통을 울리던 초침 소리. 온몸을 짓누르던 열감까지. 하나같이 아직도 생생했다.예리의 입술 사이로 참았던 한숨이 길게 새어 나왔다.“이거 완전 빼도 박도 못하잖아.”유은호는 나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그것도 진하게.힘없이 고개를 든 예리가 오른쪽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아직까지 아무런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그럼에도 가라앉은 그녀의 기분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산 넘어 산이라더니. 겨우 하나를 넘었다 싶었는데,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도대체 유은호는 정체가 뭐야? 어떻게 사람이 사랑에 유효기간이 없을 수가 있냐고.”지금까지 사랑의 유효기간은 사람마다 하나씩만 지닐 수 있었다. 즉, 그 문양의 기간이 끝나야만 새로운 문양이 생기는 시스템이었다.그런데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의 문양에는 유효기간이 없었다.‘年 月 日’만 남겨진.맹세코 처음 보는 형태였다.“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하필이면 왜, 왜, 왜!”나를 향한 거냐고!예리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뒷말을 삼켰다. 아직까지는 소진도 모르는 저만 아는 1급 기밀이었기에 차마 뒷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의 만료일을 기다리는 수밖에.“하아…….”예리가 힘없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갑자기 두통이 몰려왔다. 진통제라도 먹어야지, 안 그러면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예리가 관자놀이를 꾹 누른 채 서랍 제일 위 칸을 열어 진통제가 담긴 통을 찾아 뒤적일 때였다.똑, 똑.예리가 채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제 멋대로 사무실로 들어온 그는 예리에게 한 마디도 건네지 않고 소파에 널
Last Updated: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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