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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죄로
사랑이라는 죄로
Author: 은별

제1화

4월 16일, 길일. 결혼하기 좋은 날.

3년 전, 검은색 안경을 낀 점쟁이가 붉은색 종이 위에 그 몇 글자를 적어 놓고 듣기 좋은 말을 해줬다. 부부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 것이고 자손도 많이 볼 것이라고 말이다.

고작 그 몇 글자에 유시아는 기분이 좋아져 점쟁이에게 큰돈을 쥐어줬었다.

그러고는 들뜬 채로 그 붉은색 종이를 들고 임재욱의 곁으로 달려갔다.

“재욱 오빠, 점쟁이가 그러던데 4월 16일이 길일이래요. 우리 결혼식 이날로 하는 거 어때요? 길일이라니 좋잖아요!”

임재욱은 미소 띤 얼굴로 유시아를 바라보았다.

“좋아. 시아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그러나 점쟁이의 말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3년 전 4월 16일은 화창하고 따뜻한 날이었다.

결혼식장은 화려하게 꾸며졌고, 입구에는 아름다운 여자들이 가득했으며 유명 인사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유시아는 고급 수제 웨딩드레스를 입고 정교한 화장을 했다. 이제 막 결혼식이 열릴 호텔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유시아는 신랑 임재욱에 의해 경찰차에 타게 됐다. 그녀가 들고 있던 새빨간 에콰도르 장미꽃은 바닥에 떨어져 피처럼 보였다.

그때 호텔 입구의 LED 전광판에서 그녀와 임재욱이 함께 찍은 웨딩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배경음악은 결혼 행진곡이었다.

그날, 반 이상의 정운시 사람들이 유시아의 얼굴과 그녀의 신분을 기억했을 것이다.

대우 그룹 사모님 유시아가 결혼식 당일 감옥에 갔으니 말이다.

3년이 지나 또 4월 16일이 되었다. 유시아는 너무 커서 몸에 잘 맞지 않는 연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짐이 든 가방을 챙겨 정운시 여자 교도소 입구에 서있었다. 고개를 돌린 유시아는 등 뒤의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니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려 3년이다. 그녀는 저 안에서 천여 일이 넘는 시간을 버텼다.

여자 교도소 앞의 흙길을 따라 유시아는 한참을 걸었다. 두 다리가 시큰해질 때쯤 되어서야 그녀는 조금 넓은 아스팔트 길을 밟을 수 있었다.

길가에 선 유시아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달려오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버스는 멈춰 서지 않고 그대로 그녀의 앞을 지나쳐 갔다.

버스 기사는 차 안에서 경멸에 찬 눈길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유시아는 멍해 있다가 고개를 숙여 자신이 든 가방을 보았다. 그 위에 정운시 여자 교도소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걸 본 그녀는 자조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예상대로 감옥에 갔었던 사람들은 남들에게 업신여겨졌다.

조금 전 그 버스가 그랬듯이 다음 버스도 똑같을 것이다.

차를 타는 건 가망 없는 것 같아 유시아는 몸을 돌려 정운시 방향으로 향했다.

자유가 바로 지척에 있는데 그곳까지 가는 길에는 여전히 작은 가시넝쿨이 잔뜩 깔려있었다.

유시아는 더 이상 3년 전의 순진무구한 유시아가 아니었다. 그녀는 전과가 있는, 오점이 있는 여자였다. 그러니 그녀의 길은 남들보다 훨씬 더 고달플 것이다.

검은색 벤틀리 리무진이 그녀의 맞은편에서 달려와 그녀의 앞에 멈췄다.

차 문이 열리고 정장 바지를 입은 긴다리가 먼저 보였다.

“시아야, 오랜만이네.”

유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들고 있던 가방을 꼭 쥐었다. 그렇게 해야만 떨거나 바로 몸을 돌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만? 오랜만이라고?’

할 수만 있다면 유시아는 평생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천국에 보냈다가 지옥으로 밀어 넣은 임재욱을 말이다.

3년이란 시간이 흘러서인지 임재욱은 더욱 여유로워진 듯했다. 넓은 어깨에 긴 다리,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는 그는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 양쪽 눈썹은 위로 치켜 올라갔다. 가늘고 긴 눈매를 가진 그는 실눈을 뜨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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