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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임재욱의 눈빛은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시아는 자신의 눈빛을 거두고는 애써 평정심을 되찾으려 했다.

“임재욱 씨, 우리 사이의 빚은 3년 전 이미 다 청산했을 텐데요. 아닌가요?”

딸이 아버지의 빚을 갚은 것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충분했다.

임재욱은 유시아를 향해 웃어 보이며 빈정거렸다.

“빚을 청산했는지 안 했는지는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지.”

임재욱이 손을 들자 차에서 두 명의 검은색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내렸다. 그들은 각각 유시아의 왼팔과 오른팔을 잡고 다짜고짜 그녀를 벤틀리 안으로 밀어넣었다.

임재욱도 뒤따라 차에 올라타며 운전기사에게 분부했다.

“예운 별장으로 가도록 해요.”

예운 별장이라는 말에 유시아는 화들짝 놀랐다.

예운 별장은 3년 전 임재욱이 그녀와의 결혼 준비를 할 때, 두 사람의 신혼을 위해 샀던 신혼집이었다. 집 안쪽은 마치 궁전처럼 금빛 찬란하게 꾸며져 있었다. 으리으리한 집에 대단한 미인이라도 숨겨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곳에 유시아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임재욱이 그녀를 그곳으로 데려가려는 건 그녀를 모욕하기 위해서가 틀림없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유시아는 과거에도, 현재도 임재욱에게 반항할 힘이 없었다.

3년 전과 3년 후인 지금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40분 뒤, 차가 별장 앞에 멈춰 섰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임재욱은 유시아가 반항을 하든 말든 그녀의 팔목을 단단히 쥔 채로 억지로 그녀를 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유시아는 3년 전에도 이 별장에 온 적이 있었다. 별장은 그때와 거의 달라진 게 없이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벽에 큰 액자가 많이 걸려있다는 것이었다. 액자 속 미인은 스타일도 표정도 제각각이었지만 사실 모두 동일 인물이었다.

그녀는 임재욱이 사랑했던 신서현이었다.

신서현은 과거 아주 잘 나가는 연예인이었다. 매스컴에서는 그녀를 새로 떠오르는 신인이며 전도가 유망하다고 했다.

그러나 4년 전, 뺑소니를 당한 그녀는 TH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언론은 발칵 뒤집어졌고 심지어 포털 사이트는 그 악성 사건 때문에 렉이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뺑소니 범인은 바로 유시아의 아버지 유병철이었다.

그는 차로 사람을 치어 죽인 뒤 두려움에 자살했다.

유병철이 무엇 때문에 사람을 치어 죽였는지 그 이유에 대해 언론에서는 많은 추측을 했었다. 누군가는 졸음운전 때문이라 했고, 누군가는 남녀관계 때문이라 했고, 누군가는 계약으로 인해 다툼이 생겨서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바는 없었다.

유시아 역시 정직하고 선량하던 아버지가 왜 본인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심지어 교집합마저 없는 여배우를 죽였는지 알지 못했다.

물론 임재욱이 보기에 유병철이 신서현을 차로 치어 죽인 이유는 딸의 연적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사건이 분명 유시아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병철이 자살하자 임재욱은 그가 너무 쉽게 죽었다는 생각에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유시아와 결혼하는 척, 결혼식 당일 그녀를 감옥에 보내 3년 동안 괴롭혔다.

신서현의 유골은 그녀의 가족이 인계받아 고향에 묻혔지만 임재욱은 정운시에 그녀의 별장을 하나 남겼다. 그곳에는 그녀의 사진이 걸려있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프리지어가 자라고 있었다.

유시아는 조용히 바라보다가 별안간 무릎에서 통증을 느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그녀는 다소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임재욱은 그녀의 옆에 웅크리고 앉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콱 쥐며 차갑게 말했다.

“서현이에게 사과해. 지금 당장!”

유시아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목덜미에서 전해지는 통증 때문에 눈물이 났다.

“신서현 씨 죽음은 나랑 아무 관계도 없어요. 임재욱 씨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난 당신들의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거라고요. 난 임재욱 씨가 신서현 씨를 그렇게 사랑하는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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