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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유시아는 너무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한 손으로 몸에 두른 침대 시트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계단 손잡이를 쥐면서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임재욱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한 정장 바지에 위에는 옅은 회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소매는 걷어 올려 그의 탄탄한 팔뚝이 드러났다. 그리고 꽃에 물을 주는 물조리개를 들고 있어서 온화하고 다정해 보였다.

유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

“내 짐가방은 어디 있어요?”

임재욱은 그녀를 덤덤히 바라보며 말했다.

“버렸어.”

감옥 안에서 들고나온 더러운 물건으로 신서현의 집을 어지럽힐 수는 없었다.

유시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참을성 있게 말했다.

“그건 내 물건이잖아요...”

“입 다물지 않으면 너도 밖에 내다 버릴 줄 알아.”

임재욱은 여전히 등 돌린 채 화분대에 놓인 프리지어를 닦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저녁엔 나랑 같이 밖에 놀러 가.”

유시아는 계속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돌아가는 길에 임재욱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심송학 씨가 네 편을 들어줄 것 같아서 나랑 성질부리는 것 같은데 내가 똑똑히 알려줄게. 심송학 씨는 지금 제 코가 석 자야. 그러니까 널 구하러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유시아는 당황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임재욱과 시선을 맞췄다.

유시아의 아버지 유병철은 과거 스턴트맨이었다. 한 번은 우연히 부동산 부자 심송학의 딸 심유현을 구하여 심송학의 운전기사이자 그의 경호원이 되었다. 두 사람은 사이가 아주 좋았고 유병철은 심송학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병철이 자살했을 때 유시아는 남운대에 재학 중이었고, 모든 일은 심송학이 대신 처리해 줬었다.

유시아는 유병철의 하나뿐인 딸이었고 어머니는 어렸을 때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그때 심송학은 그녀에게 거액의 돈을 주었고 유병철의 유골함 앞에서 유시아를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돌아선 임재욱은 경악으로 물든 유시아의 표정을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감옥에 있었던 3년 동안 왜 심송학 씨가 왜 한 번도 면회를 온 적이 없는지, 네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지 않았는지 궁금했지? 그동안 부동산 시장이 많이 위축됐거든. 그래서 심송학 씨도 감히 우리 대우 그룹에 맞설 자신이 없었던 거지.”

그의 말 몇 마디에 유시아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 확실히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의 발목을 붙잡을 자격이 없었고, 심송학이 그녀의 편을 들어주려다가 임재욱의 심기를 건드리게 할 수도 없었다.

정운시에서 대우 그룹은 그 지위가 대단했기에 일개 부동산개발업자가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심송학은 자신의 부하였던 유병철의 딸 유시아에게 이미 할 만큼 해줬기 때문에 더는 그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탁할 수 없었다.

유시아는 서서히 고개를 떨구다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이불 속을 파고들며 자기 몸을 꽉 끌어안았다.

이제 그녀는 정말 혼자가 되었다.

임재욱은 계속해 프리지어를 닦았다. 그러다가 한참 뒤 위층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은 그는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뭔가를 떠올렸다. 그는 곧바로 들고 있던 물조리개를 내려놓고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침실에 아무도 없자 그는 곧바로 침실 안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문은 안에서 잠겨있었다. 임재욱은 순간 당황해하더니 뒤로 한 걸음 물러선 뒤 발을 뻗어 힘껏 문을 걷어찼다. 그 순간 유리문이 부서지며 와장창 소리가 났고 잠시 뒤에야 조용해졌다.

유시아는 침대 시트를 몸에 두른 채로 욕조에 누워있었다. 욕조에 걸친 손안에는 유리 조각 하나가 쥐어져 있었고 손목은 핏자국이 낭자한 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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