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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Author: 금소
명원시 국제 공항.

탑승교 출구는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민하윤은 흰 셔츠에 청바지, 그 위로 검은 트렌치코트를 걸친 채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냈다. 옅게 번진 다크서클을 어떻게든 가리려는 몸부림이었다.

해외 자금 프로젝트는 고작 일주일 만에 정리됐다. 현지 회사 법무팀이 자료를 죄다 정리해 한 장의 소장을 만들어, 오염된 원료를 납품한 해외 업체를 법정에 세웠다. 협력 은행 직원인 민하윤 일행도 당연히 따라붙어 야근했다. 시차도 못 풀고 회의실에 모여 과일이니 간식이니 음료니 다 갖춰 놓은 채, 몇 날 며칠을 밤새웠다.

예정보다 일찍 파견 업무를 끝내고 나니, 아드린에서 휴가를 즐길 마음 같은 건 싹 사라졌다. 다들 최대한 빨리 귀국하자는 걸로 의견이 모였다.

사람들은 캐리어를 밀며 웃고 떠들면서 출구로 빠져나갔다. 민하윤은 멀찍이 맨 뒤에서 따라갔다. 쉼 없이 돌린 일정 탓에 머리가 핑 돌았, 당장 공항만 벗어나 호텔방 하나 잡아 쓰러지듯 잠들고 싶었다.

다른 부서 직원들이 떠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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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63화

    돌아오는 길, 하도진은 차 좌석에 기대 눈을 감은 채 쉬고 있었고 두 사람은 차 안에서 내내 말이 없었다. 민하윤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벚꽃잎이 차가 빠르게 스쳐 지나갈 때마다 잠깐씩 허공으로 흩날렸다.하도진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하도진 친구들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민하윤은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잘 보내지 못했다. 그곳에서 민하윤의 수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하도진뿐이었다.사람들은 주식 이야기, 투자 이야기, 정책 흐름 이야기를 끊임없이 주고받았다. 민하윤도 대학에서 경영 관련 과목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교과서로 배운 지식은 어디까지나 얕았다. 그들이 실제 자금을 굴리며 시장에서 체득한 느낌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결국 민하윤은 대부분의 시간을 구석에 앉아 잣을 까며 보냈다. 휴지 위에 껍데기가 작은 산처럼 쌓이고 나서야 하도진이 술기운이 오른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민하윤은 뒤에서 붉은 테일램프를 밝힌 차가 멀어지는 걸 끝까지 바라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마당 쪽 철문을 열었다. 그리고 술 냄새를 잔뜩 풍기며 다가오는 하도진에게 조용히 길을 내줬다.하도진은 피식 웃었다.두 손을 민하윤의 어깨 위에 올린 채, 반짝이는 두 눈으로 민하윤을 내려다봤다. 밤바람이 살짝 불어오자 그나마 얼굴에 오른 취기가 조금 가셨다.“이상하게 실감이 안 나.”하도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고 느렸다.“너무 행복해서 이게 다 꿈일까 봐 무서워. 눈을 뜨면 또 네가 차갑게 굴고, 나 가까이 못 오게 할까 봐...”입술을 다문 채 괜히 시선을 내린 민하윤은 괜히 찔렸다.“하윤아, 이제는 너무 늦었어.”하도진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민하윤 쪽으로 기대어 왔다. 턱이 민하윤 어깨 위에 닿고 목울대가 민하윤의 쇄골 근처에서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하도진의 목소리는 점점 더 낮아졌고 긴 속눈썹 아래로 그림자가 드리웠다.하도진은 작고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 아무래도 널 사랑하게 된 것 같아.”민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62화

    노래가 끝나자 룸 안에는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술에 잔뜩 취한 진호영은 산에서 내려온 원숭이처럼 소리를 질러 대며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고은율은 감정을 간신히 추스른 뒤,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 순간, 룸 안이 조용해졌다. 민하윤은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을 천천히 거두고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누나!”진호영은 눈이 풀린 채 마이크를 들고 있다가 거의 억지로 고은율의 손에 쥐여 줬다.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들도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구준오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송지훈을 흘겨봤다.그러자 송지훈은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잠깐 한눈판 사이에 술에 취한 진호영이 또 사고를 쳤다.하도진은 입술을 다문 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 주려는 뜻도 있었고 민하윤 앞에서 굳이 전 여자 친구인 고은율과 더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그런데 진호영이 재빨리 하도진 팔을 붙잡았다.“잠깐만... 형이랑 은율 누나는 예전에 맨날 같이 듀엣 곡을 불렀잖아. 그 노래 뭐였더라? 모일 때마다 형이랑 누나가 꼭 불렀던 그 노래 말이야.”그 말에 하도진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진호영, 너 취했어.”하도진의 한마디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지만 이미 술에 취한 진호영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에이, 그러지 마.”진호영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소처럼 하도진의 팔을 마구 끌어당겼다. 목소리에는 어느새 울먹임까지 섞였다.“형, 우리 진짜 너무 오랜만에 모였잖아. 요즘 형은 우리랑도 안 어울리려고 하잖아. 예전에 매년 한 번씩 가자고 했던 여행도 누나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그냥 흐지부지됐잖아.”진호영은 술기운을 빌려 마음속에 있던 말을 쏟아냈고 감정은 점점 더 격해졌다.“우리 어릴 때부터 같이 큰 사이잖아. 형이랑 은율 누나가 헤어졌다고 해서 이제 친구도 못 하는 사이가 된 거야?”고은율은 이미 고개를 돌렸지만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고 코끝을 훌쩍이며 목이 메었다.송지훈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민하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61화

    하도진은 마이크를 가볍게 두드려 소리가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한 뒤, 그대로 입을 열었다.“진호영, 다음에 술 취하면 호수에라도 뛰어들어. 머리 좀 식히게.”“왜요?”진호영은 억울하다는 듯 입을 벌리고 더 따져 묻으려 했지만 보다 못한 송지훈이 곧바로 마이크를 뺏어 갔다.송지훈은 진호영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얌전히 가서 술 깨.”그러고는 진호영의 귀에 바짝 붙어 뭔가를 낮게 속삭였다.그 말을 들은 진호영은 술이 절반쯤 깬 얼굴로 민하윤을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진호영은 입만 벙긋거릴 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민하윤은 그 자리에 선 채 온몸이 달아오르는 듯했다. 어색함과 민망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송지훈이 방금 진호영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했는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하도진은 민하윤의 마음을 눈치챈 듯 시끄러운 반주 소리 사이로 조용히 물었다.“내 노래 듣고 싶어?”민하윤은 고개를 들어 하도진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가슴을 짓누르던 미묘한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민하윤은 조금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노래 듣고 싶은데?”하도진은 민하윤의 손을 잡은 채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더니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민하윤의 손끝을 천천히 쓸며 말했다.“네가 골라 봐.”민하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도진 씨가 부르는 거면 뭐든 다 돼요.]하도진은 굳이 더 묻지 않았다.그대로 선곡기 앞으로 걸어가 손끝으로 화면을 몇 번 넘겼다. 곧 방 안에는 피아노 선율이 부드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하도진은 한 손으로 스탠드 마이크를 쥐었다. 긴 다리는 높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걸쳤고 한쪽 발만 바닥에 댄 채 박자에 맞춰 가볍게 움직였다.순간 룸 안 조명이 확 어두워졌다.오직 한 줄기 흰빛만이 비스듬히 하도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잘생긴 이목구비, 매끈하게 떨어지는 얼굴선, 검고 깊은 눈매가 불빛 아래에서 더 또렷해졌다. 너무 잘생겨서 시선을 떼기 어려울 정도였다.하도진은 낮고 깊은 목소리로 홍콩 록밴드 출신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60화

    그 순간, 뒤에서 주민혁의 휘파람 소리가 건들거리듯 울렸다.“아, 맞아. 민하윤 씨는 진짜 예쁘네. 방송에 나오는 걸 못 본 건 좀 아쉬워.”그대로 걸음을 멈춘 하도진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하도진은 몸을 돌려 주민혁의 음침한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하도진은 정말 후회됐다.그때 괜한 인정 따위 베풀지 말아야 했다. 그때 주민혁의 목숨을 살려 둔 게, 결국 자기 발밑에 끝도 없이 터질 지뢰를 묻어 둔 셈이 됐다.그때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이 가볍게 하도진의 손끝을 감쌌다.민하윤이었다.민하윤은 고개를 저으며 괜히 상대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주민혁의 얼굴이 순간 굳었고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도 그대로 얼어붙었다.‘도대체 언제부터 둘 사이가 저렇게 가까워진 거야? 민하윤은 하도진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하도진은 민하윤이 놀랄까 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겨우 화를 눌러 삼킨 채 민하윤의 손을 잡고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주민혁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복도에 멍하니 서 있었다.서로 바짝 붙어 걷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자, 주민혁은 가슴속에서 질투와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가늘게 찢어진 눈을 가늘게 뜬 채 주민혁은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자신이 민하윤에게 품은 감정이 예전과는 달라졌었다.그런 감정은 원래 하도진이 아끼는 걸 부숴 버리겠다는 목적과 점점 어긋나고 있었다....하도진이 방문을 열자, 진호영이 노래방 기계 옆 의자에 한쪽 발을 올린 채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시끄러운 록 메탈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완전히 취한 사람처럼 놀고 있었다.하도진과 진호영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곧장 진호영의 시선은 하도진을 넘어서 뒤에 선 민하윤에게로 옮겨 갔다.순간 진호영 얼굴에 민망함이 번졌고 노래도 그대로 뚝 끊겼다.“왜 멈춰? 계속해.”하도진은 웃음을 겨우 누른 채 손을 들어 보였다.진호영더러 자기들 신경 쓰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록의 세계에서 마음껏 날뛰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59화

    검은색 마이바흐는 콜드 블루 클럽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왼쪽에는 선명한 노란색 페라리, 오른쪽에는 은백색 투톤의 맥라렌 세나가 세워져 있었다.차는 두 대 사이 빈자리에 정확히 멈췄다.기사는 시동을 끄고 먼저 내려 두 사람이 따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민하윤은 한 손을 문손잡이에 얹은 채, 의아한 얼굴로 옆에 앉은 하도진을 바라봤다.[왜 그래요?]민하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수어를 했다.[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하도진이 너무 빤히 쳐다보는 바람에 민하윤은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민하윤은 영문도 모른 채 손등으로 자기 뺨을 한 번 문질렀다.하도진은 저도 모르게 민하윤의 볼을 가볍게 꼬집듯 만졌다.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저 안에 있는 애들은 다들 좀 제멋대로야. 혹시 누구 때문에라도 불편해지면 바로 나한테 말해.”민하윤은 옅게 웃었다.그러자 민하윤의 볼에는 아주 작고 얕은 보조개가 스쳤다.콜드 블루 클럽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고급 회원제 휴식 공간이었다. 예약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 보안도 철저했고 휴식과 오락이 한데 섞인 상류층 전용 사교 공간에 가까웠다.두 사람은 둥근 아치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눈앞에는 몇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인공 암석이 솟아 있었고 아래쪽 샘에서는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가짜 바위산과 졸졸 흐르는 물길을 돌아서 구불구불 이어진 긴 복도를 지나던 민하윤은 문득 익숙한 실루엣 하나를 스치듯 봤다.민하윤이 다시 확인하려는 순간, 하도진의 목소리가 생각을 끊어 놓았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완전히 넋이 나갔는데?”민하윤은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아마 잘못 본 걸 거라고 자신을 달랬다. 주민혁 그 변태 같은 남자는 한동안 민하윤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하도진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맨 위층 버튼을 눌렀다.벽에 등을 기대고 선 하도진은 그대로 눈을 감고 잠시 쉬는 듯했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58화

    민하윤은 재빨리 차창을 내리고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듯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름 모를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들어왔다.반면 하도진은 입가를 한 번 핥으며 여운을 음미하듯 웃고 있었다.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진짜 변태, 뻔뻔한 강도에 완전 양아치야.’민하윤은 속으로 하도진을 있는 대로 욕했다.하도진은 곁눈질로 민하윤의 얼굴을 훑었다. 볼을 잔뜩 부풀린 채 삐진 듯 붉어진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괜히 더 기분이 좋아졌다.이런 상황에서 뽀뽀 한 번 더 안 하면 그게 바보였다.천천히 감정을 쌓자고 한 것뿐이지 진짜 하도진더러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 중처럼 살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유 기사님은 역시 베테랑 기사였다. 뒷좌석 분위기가 얼마나 요란하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묵묵히 운전만 했다. 속도도 안정적이었고 차는 거의 흔들림 없이 미끄러지듯 달렸다.하도진은 긴 다리를 포개고 앉은 채, 조금 전 입맞춤의 감촉을 아직도 곱씹고 있었다.그때 뜬금없이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하도진은 고개를 돌려 민하윤을 한 번 보고는 느긋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런데 상대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곧바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하도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한 손으로 민하윤의 귓불을 천천히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응. 안 가.”수화기 너머로 진호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아, 왜? 여긴 분위기 벌써 다 달아올랐는데... 송지훈 그 일벌레도 왔고, 은율 누나도 광고 촬영까지 미뤘어. 근데 형만 안 온다고?”하도진은 얼굴을 굳힌 채 옆 창문을 조금 내렸다. 그러자 바람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난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안 간다고 했으면 안 가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를 할 시간이 없어.”“뭔 중요한 일인데? 형, 주민혁이 주해에서 돌아오자마자 집안 어르신한테 집에 갇혀서 못 나가게 된 거 알아?”“네 형수님이랑 시간 보내느라 몰랐어.”하도진은 미간을 한 번 누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81화

    민하윤은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끝 쪽에 있는 소파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민하윤은 오랫동안 머리 위 샹들리에를 바라보다가 눈이 시려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조명이 가려지며 그녀의 위로 그림자가 졌다.벌떡 일어나 앉은 민하윤은 두 손으로 몸을 지탱한 채로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하도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두려움과 경계심이 가득했다.하도진은 민하윤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는 민하윤의 머리 옆을 짚었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민하윤은 손으로 옷깃 쪽을 가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7화

    전상훈은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민하윤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었다. 민하윤은 혹시라도 들키게 될까 봐 불안해했다.“민하윤 씨.”전상훈의 목소리에 민하윤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며 그를 바라보았다.“이거 떨어뜨리셨어요.”전상훈은 조금 전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우면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민하윤을 바라보았다.민하윤은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할까 봐 황급히 자신의 물건들을 챙겼다. “하윤아, 잠시 뒤에 회식에 갈 때 내 차 타.”임형섭은 민하윤이 들고 있던 가방과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68화

    “이 영화 투자자가 도망갔대. 지금 한창 촬영 중인데 제작사에서는 위약금을 배상할 처지가 안 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거야.”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15층에 도착했다.“이 프로젝트는 임원들이 지정한 거야. 하지만 필요한 심사 절차와 서류는 하나도 빠뜨리면 안 돼. 그래서 우리가 오후에 직접 촬영장에 나가서 확인해 봐야 해.”세심한 임형섭은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민하윤이 먼저 나가게 했다.민하윤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눈앞의 텅 빈 자리들을 바라보며 의아한 얼굴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62화

    하도진은 열심히 공부하라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하도진은 민하윤이 자신의 가족들과 많이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민하윤은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느꼈고 사교는 그녀에게 꽤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하도진은 고개를 숙이며 애잔한 얼굴로 자신의 품속에서 자는 민하윤을 바라보았다. 하도진은 민하윤이 하씨 가문에 녹아들기 위해 힘들어하는 걸 원치 않았다.처음에는 마음이 아리고 안타까웠었다. 하도진은 민하윤에게 육체적으로 끌렸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젠 민하윤을 향한 감정이 살짝 달라진 게 느껴졌지만 그걸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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