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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Author: 금소
민하윤은 인턴에게 안긴 채 응급실로 들어갔다.

서용우는 정신없이 뛰면서 사람들을 향해 비켜 달라고 크게 외쳤고 그 바람에 병원 로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접수창구 앞에 줄 서 있던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무심코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가 젊은 남자가 안고 있는 사람 얼굴을 확인한 순간 안색이 확 바뀌었다.

‘저 여자는 왜 하윤이랑 똑같이 생겼지? 세상에 저렇게 닮은 사람이 또 있을 수 있어? 우연일까... 아니면...’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쯤 명원시의 별장에 있어야 할 민하윤이 왜 서북의 병원에 있는 건지, 그것도 젊은 남자 품에 안긴 채 왜 여기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도진이 당장 따라가 확인하려고 발을 떼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고개를 돌리자 고은율의 물기 어린 눈이 마주쳤다.

“도진아, 어디 가?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하도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억지로 이성을 되찾았다.

‘방금 본 건 아마 내 착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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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9화

    민하윤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뭐라도 쏘아붙이려는 순간 휴대폰이 미친 듯이 울렸다.잠금을 풀어 보니 이남주가 몰래 보낸 메시지였다.[어디예요? 스타 라이트의 대표님이 벌써 회의실에 들어오셨어요. 임원진도 다 와 있어요. 빨리 오세요!][임 행장님께서 연락해 보래요. 두 분이 싸우셨어요?]민하윤은 숨을 한 번 고른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시락통을 든 채 본관 쪽으로 뛰어갔다.하도진은 허겁지겁 달아나는 민하윤의 뒷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민하윤은 도시락과 가방을 1층 로비 안내 데스크에 맡긴 뒤 바로 카드를 찍고 최상층 회의실로 올라갔다.이남주는 업무용 노트북을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나란히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하이힐 굽이 흡음 카펫 위를 연달아 두드렸다.“스타 라이트의 대표님이 진짜 잘생겼어요. 전에도 신용대출팀에서 연합 회의할 때 스타 라이트 사람들이랑 몇 번 부딪힌 적 있는데 다들 성격 좋고 일도 깔끔해서 같이 일하기 편했거든요. 근데 대표님은 잘생기기는 했어도 진짜 까다로워요.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서 프로젝트가 진짜 엎어질 수도 있어요. 우리 부서 직원들이 몇 달 동안 고생한 게 다 물거품 될 판이에요. 이따가 발표하실 때 절대 저 사람 눈에 띄지 마세요. 본점 주주들도 다 왔고 중간 이상 간부들도 전부 회의실에 앉아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거의 틀어질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우리가 뒤집어쓸 수는 없잖아요. 그건 막아야죠.”이남주는 쉴 새 없이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다.민하윤은 눈썹을 살짝 모은 채 거친 숨과 콩닥콩닥 빨리 뛰고 있는 심장을 가라앉혔다.그러고는 손을 펴 노트북을 받아 들고 마지막으로 자기 차림새를 점검했다.“제 머리나 입술은 괜찮죠?”그러자 이남주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손가락으로 민하윤의 뺨 한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여기 하얀 게 뭐가 묻었어요.”민하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화장까지 지워질까 봐 덜컥 겁이 나 얼른 휴지를 꺼내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8화

    하도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민하윤의 얼굴을 감싸 쥔 뒤 가볍게 입을 맞췄다.“어때? 생각 다 했어? 네가 고개만 끄덕이면 내가 서 비서를 시켜서 바로 사직 처리하게 할게.”“싫어요. 제가 앞으로 30년도 더 일하면 은퇴할 텐데 그때 가서 도진 씨가 말한 사모님 같은 생활을 해도 안 늦어요.”민하윤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꿨다.방금까지 다정하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더니 민하윤은 하도진의 손을 탁 쳐내며 말했다.“비켜 주세요. 저 진짜 늦어요.”“너처럼 멍청한 여자는 처음 봐.”하도진은 어이없다는 듯 숨을 들이켠 채 계단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는 가느다란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민하윤은 아직도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였다.5센티가 되는 하이힐을 신고 걷자니 발걸음이 더 비틀거렸다.그때 서명인이 검은색 포르쉐 918 옆에 서서 민하윤의 앞을 막아섰다.“사모님, 타시죠.”“네? 저를 뭐라고 부르셨어요?”민하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한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서명인은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말을 고쳤다.“민하윤 씨, 타시죠. 지금 출발하면 10시 반 전에는 은행에 모셔다드릴 수 있을 겁니다.”‘10시 반? 10시 반이라고!’민하윤은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기사님은요?”민하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동자를 굴리다가 창문에 기대어 조심스레 물었다.“설마 서 비서님께서 저를 데려다주시는 건 아니죠?”그러자 서명인은 예의 바르게 미소만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그러더니 차 옆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본능적으로 내리려던 순간, 하도진이 바깥에서 차 문을 붙잡더니 손으로 민하윤의 머리를 다시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하도진은 서명인이 가져온 새 맞춤 정장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온몸에서 상쾌하고 말끔한 기운이 돌았다.하도진은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도진 씨가 직접 운전하시게요?”민하윤은 눈을 크게 뜬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7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민하윤은 꿈꿀 새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민하윤은 두 팔로 하도진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하도진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민하윤이 조용하게 잠든 얼굴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하지만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하도진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속눈썹에도, 코끝에도, 입술에도, 턱에도 차례로 입을 맞췄다.“읍... 아파요.”민하윤은 본능적으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손으로 하도진을 밀어냈다.“따가워요.”하도진은 피식 웃었다.제 까슬한 수염이 예민한 민하윤을 찔렀다는 걸 알아차린 하도진은 손을 뻗어 민하윤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난 회사에 나가야 해. 넌 좀 더 자.”민하윤은 웅얼거리며 몸을 뒤척였다.그러다가 반쯤 감긴 눈으로 물었다.“지금 몇 시예요?”하도진은 침대 머리맡에 놓인 시계를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9시 40분...”“네... 네? 뭐라고요!”민하윤은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그러다가 바로 뭔가 떠올랐는지 황급히 몸을 가리며 소리쳤다.“눈 뜨지 마세요!”하도진은 웃음을 터뜨렸고 느긋하고도 뻔뻔한 눈빛으로 민하윤을 바라봤다.“이제 와서 부끄러운 척하는 건 좀 늦지 않았어? 내가 안 본 데라도 있어? 응?”‘진짜 나쁜 사람이야!’베개가 손에 잡히자 민하윤은 바로 집어 던졌다.하지만 하도진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베개를 받아냈다.분위기가 다시 묘하게 달아오르려는 기색을 보이자 민하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주 공손하게 두 손까지 모으면서 말했다.“부탁드릴게요. 저 오늘 지각하면 안 돼요.”하도진은 결국 또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정말 순순히 등을 돌렸다.“그래... 빨리 가... 안 볼게.”민하윤은 더 지체할 틈이 없었다.이불을 걷어내고 맨발로 바닥을 딛자마자 서둘러 움직였다.그러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한마디를 덧붙였다.“몰래 보면 안 돼요!”“허리 쪽에 있는 점이 진짜 예쁘네.”하도진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6화

    “미안해. 내가 술에 너무 취했나봐. 너한테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나 때문에 놀랐다면 정말 미안해.”하도진은 비웃듯 눈을 내리깔며 일부러 몸을 숙여 민하윤의 목덜미와 쇄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민하윤은 이를 악문 채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하도진이 더 선을 넘을까 봐 긴장한 탓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묘하게 굳어 버렸다.“하윤아, 듣고 있어? 나 아직 할 말이 있는데...”그러자 하도진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이마에 내려온 잔머리 끝에서 땀방울이 뚝 떨어졌고 까맣게 가라앉은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음침했다.그 시선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할 정도였다.“저는... 선배, 저는 선배한테 화난 거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그냥 여기까지만 할게요...”민하윤은 다급히 임형섭의 말을 끊고 휴대폰을 빼앗아 전화를 끊어 버렸다.“민하윤, 넌 지금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하도진은 민하윤의 두 무릎 바깥에 몸을 둔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싸늘한 얼굴에는 비웃는 기색이 옅게 번져 있었다.“도진 씨,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왜 남의 전화를 마음대로 받아요?”민하윤은 몸을 가린 채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러더니 하도진의 목덜미를 노려보다가 홧김에 입을 벌려 한입 물어 버리려 했다.그런데 마침 하도진이 움직이는 바람에 그대로 하도진의 목울대를 세게 깨물고 말았다.하도진은 낮게 신음을 삼켰다.그러더니 큰 손으로 민하윤을 받쳐 올리며 낮게 말했다.“하윤아, 늦었어. 이 불은 네가 붙인 거잖아.”민하윤은 깜짝 놀라 입을 떼었다.그러자 하도진의 목울대 위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이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그걸 확인한 순간, 민하윤은 괜히 불을 질렀다가 자기가 먼저 타 버린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몸소 깨달았다.‘이걸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거구나. 내가 괜히 도진 씨를 건드렸다가 제대로 화를 자초한 거라고...’낡은 집에 불나는 게 괜히 무서운 게 아니었다.민하윤은 정신이 흐릿한데도 또렷했고 또렷한데도 자꾸만 아득해졌고 머릿속에는 이상한 생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5화

    민하윤은 그때 형편이 무척 가난했다.대학에 붙은 뒤로는 민씨 가문과 거의 인연을 끊고 살다시피 했고 이른바 친부모라는 사람들은 민하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민하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업을 이어 갔다.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일을 몇 개씩이나 함께 했다.그때는 돈이 너무도 절실했다.등록금, 생활비, 양아버지의 병원비, 그리고 간병인 서정아의 월급까지 챙겨야 했다.그 모든 것이 산처럼 민하윤의 위에 얹혀 있었다.그런 연애소설을 읽으며 민하윤은 그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좋아. 그럼 나중에는 아주 많은 돈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면 되지. 사랑 같은 건 잡히지도 않는 허상일 뿐이니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겠지.’하지만 민하윤은 몇 년 뒤 자신이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하도진의 아내가 되고 운 좋은 결혼 한 번으로 모든 삶이 바뀔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런데 정작 그렇게 되고 나니 민하윤은 많은 돈에는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게 됐다.오히려 정말로 원하게 된 건 아주 많은 사랑이었다.사람이란 늘 그런 법이었다.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손에 넣지 못한 것이 늘 가장 좋아 보인다.민하윤은 잠시 멍해졌다.콧잔등이 시큰해졌고 그 시절의 막막함이 떠오르자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하도진은 담담한 얼굴로 민하윤보다 먼저 손을 뻗어 뺨 위의 눈물을 닦아 내며 물었다.“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데?”“메헤...”“응?”하도진은 몇 초 멍하니 있다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물었다.“갑자기 왜 양 울음소리를 내는 거야?”민하윤은 빵 터질 뻔했다.조금 전까지 가슴을 짓누르던 먹먹함도 단번에 걷혀 버렸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도진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서른넷 먹은 남자가 이런 유머에 익숙할 리 없었다.“그냥 애교 섞인 추임새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민하윤은 애써 설명했다.“난 그저 양이 우는 소리 같은데?”하도진은 여전히 이해 못 하겠다는 얼굴이었다.그러던 하도진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대로 민하윤을 눌렀다.그 순간, 공기가 순식간에 뜨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84화

    “그게 왜 문제야?”하도진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고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한 얼굴이었다.“여자들은 원래 다 명품 가방이랑 다이아몬드나 보석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하도진은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하도진이 속한 세계에서는 재벌 가문의 아가씨들이든 사모님들이든 체면을 세우기 위한 명품쯤은 기본이었다.민하윤은 하도진의 아내가 되었고 하도진은 민하윤을 조금도 부족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일부러 돈을 들여 민하윤의 드레스룸을 가득 채웠다.에르메스 한정판 가방과 구하기 힘든 다이아몬드 액세서리, 불꽃처럼 반짝이는 컬러 스톤, 패션쇼에서 막 내려온 최신 기성복 세트까지 수두룩했다.자기 능력 범위 안에서 수많은 여자가 탐내는 것들이라면 하도진은 전부 민하윤에게 안겨 줬다.그런데 어째서 그게 잘못이 되는 걸까.하도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무슨 말인지 분명히 물어보려던 참에 민하윤이 하도진의 볼을 콕 꼬집었다.“여자들은요?”민하윤은 예민하게 그 한마디를 물고 늘어졌고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그럼 누구한테 또 줘 봤는데요?”하도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순간 스쳐 간 표정에는 찔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하도진은 차마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도 낭만을 표현하는 법도 서툴렀다.예전에 고은율과 함께했던 7년 동안에도 가방을 수십 개는 사 줬고 보석 세트도 몇 번이나 선물했다.물론 그 값이 결코 적은 건 아니었다.하지만 하도진은 고은율이 자기한테 바친 7년에 비하면 그 정도는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래서 하도진은 자신이 내린 선택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았다.문제는 그걸 민하윤 앞에서 어떻게 설명하느냐였다.이제 막 다시 마음을 돌려 보려고 애쓰는 마당에 전 여자 친구의 이야기까지 꺼내는 건 스스로 지뢰를 밟는 꼴 아니겠는가.“진짜 듣고 싶어? 대신 화내면 안 돼.”하도진은 거짓말은 하기 싫어서 조심스럽게 떠봤다.그러자 민하윤은 즉시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누구 얘기인지 안 들어도 뻔했다.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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