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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Author: 금소
민하윤은 어이없어서 입을 비죽였다.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앱으로 예약한 택시 기사님께서 오고 있었다. 민하윤이 차에서 내리려고 문손잡이를 잡은 순간 하도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고개를 돌린 민하윤은 하도진의 싸늘한 두 눈을 보게 되었다. 하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짓궂게 말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성격이 왜 이렇게 더러워? 내가 달래줘야 해?”

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심지어 하도진의 셔츠에 나는 은은한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것은 차 안의 우드 향과는 살짝 달랐다. 오히려 꽃향기에 가까웠는데 아주 익숙했으나 당장은 어떤 향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의 감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비록 민하윤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신에 청각과 후각이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했다.

“민하윤, 나 오늘 피곤하니까 귀찮게 굴지 마. 널 달래줄 기분 아니야.”

하도진이 민하윤의 손목을 놓으면서 덤덤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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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79화

    민하윤은 책상 위의 마지막 서류까지 가지런히 정리한 뒤 기지개를 켰다.블라인드 너머로 보이는 사무실 자리는 반 이상 비어 있었고 민하윤은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원증부터 목에서 뺐다.민하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하도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하도진은 심심한 듯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리고 있었다.옆에서는 삼색이가 가방 안에서 앞발로 벽면을 긁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하도진이 고개를 돌려 보니 삼색이는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잔뜩 서운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사람과 고양이가 그렇게 눈싸움을 벌였다.“너도 하윤이 보러 가고 싶어?”하도진은 차 문을 열고 내렸다.고양이 가방을 앞쪽으로 멘 채 검은색 얇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자 늘씬하고 곧게 뻗은 몸이 드러났다.하도진이 신은 가죽 구두는 저녁 햇빛을 받아 번들거렸다.딱 퇴근 시간과 겹쳤기에 하도진은 사람들의 흐름을 거슬러 태유 은행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덕분에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도진에게 쏠렸다.심플한 셔츠와 바지 차림이었지만 하도진은 이상하리만큼 눈에 띄었다.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길게 뻗은 체형도 그랬고 얼굴까지 워낙 잘생겼다.그런 남자가 앞쪽으로 반려동물 가방까지 메고 있으니 묘한 반전 매력이 더해졌다.그러니 하도진을 돌아보는 사람이 없을 수가 없었다.하도진은 삼색이를 안은 채 태유 은행 로비로 들어가더니 젊은 직원에게 작업용 카드까지 빌려 출입 게이트를 통과했다.“임원실은 몇 층이죠?”“중간 관리자 이상은 거의 다 꼭대기 층의 사무 구역에서 근무해요.”“고마워요.”하도진이 입꼬리를 휘며 웃자 젊은 여직원은 홀린 듯 그를 바라봤다.“연락처 하나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여직원은 용기를 내 먼저 말을 붙였다.“저도 고양이 키우거든요. 가끔 정보 공유해도 좋을 것 같아서요.”하지만 하도진은 고개를 저었다.그러더니 손가락으로 가슴 앞의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얘 엄마가 워낙 관리가 엄해서요.”“아...”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78화

    민하윤은 늘 하도진을 놀라게 했다.하도진은 민하윤의 고집과 질긴 생명력을 오래전부터 봐 왔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소중한 정의감까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민하윤은 한 번도 하도진의 손바닥 위에서 길러지는 금실 좋은 새장이 아니었고 절대 하도진이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민하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도진 씨도 많이 변했네요.”“퇴근하고 내가 널 데리러 가도 돼? 삼색이가 곧 새끼 낳을 것 같아서 병원에 한 번 더 데려가야 해.”예전의 하도진은 늘 제멋대로였다.민하윤의 기분을 먼저 헤아리는 법도 없었고 하물며 진지하고 평등하게 대화한다는 건 더더욱 기대할 수 없었다.시간은 참 좋은 스승이었다.사람에게 더 잘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니까 말이다.민하윤은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다.“네. 알겠어요.”“하윤아, 우리 내일 혼인신고 다시 하러 가면 안 돼?”“안 돼요.”“그럼 언제는 되는데?”“도진 씨의 행동을 봐서요.”민하윤은 잠깐 생각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제 기분도 봐야 해요.”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하윤아, 어젯밤에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벌써 잊은 거 아니지?”민하윤은 가만히 떠올려 봤다.숙취 때문에 어젯밤의 기억은 온통 야릇한 일들만 뒤섞여 남아 있었다.민하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제가 뭐라고 했는데요?”“내가 잘한다고 하면서 나한테 명분이라도 줘야겠다고 했잖아.”하도진은 전혀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화가 난 얼굴이었다.민하윤이 돌아서는 속도는 책장 넘기는 속도보다 빠르다고 생각했다.하도진은 얼굴을 굳힌 채 따져 물었다.“잊었어? 진짜 하나도 기억 안 나?”민하윤은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렸고 그 순간,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도진 씨 좀 보세요. 또 성질내네요.”“내가 언제 성질냈어? 너 지금 어디야? 와서 우리 얼굴 보고 똑바로 얘기하자. 하윤아, 나 진짜 어젯밤에 녹음 안 한 게 너무 아쉬워. 네가 어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77화

    하도진은 차체에 기대선 채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속의 담배를 꺼냈다.손마디는 완전히 감각을 잃은 듯 굳어 있었고 손가락도 마음대로 구부러지지 않았다.간신히 손바닥으로 담배를 쳐서 한 개비를 빼낸 뒤 고개를 숙여 물었다.하도진은 금속 라이터를 더듬어 꺼내 몇 번이나 켜려고 노력한 끝에 겨우 불을 붙였다.불꽃이 담배 끝을 핥았다.하도진은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가 몸을 숙인 채 심하게 기침을 터뜨렸고 담배를 문 채, 외울 정도로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우통 인터내셔널 하버.민하윤은 다리에 힘이 풀린 채 겨우 발을 옮기며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식빵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고 있었고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뜬금없이 울렸다.민하윤은 발신자 이름을 힐끗 보는 순간 혼이 빠진 사람처럼 휴대폰을 뒤집어 식탁 위에 엎어 놨다.하도진은 고집이 황소 같은 사람이었다.벨소리는 한 번, 또 한 번 끊임없이 울렸고 대리석 상판 위에서 휴대폰이 이상한 진동음을 냈다.민하윤은 결국 못 참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아직도 화났어?”하도진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무심코 입꼬리를 올렸다.눈을 감은 채, 수화기 너머에서 민하윤이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부루퉁하게 서 있을 모습을 그려 보고 있었다.“할 말 있으면 빨리 해요. 헛소리...”민하윤은 갑자기 말을 멈췄고 손가락을 깨물며 속으로 기겁했다.‘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대담할 수 있지? 머리보다 입이 먼저 움직이다니...’“민하윤, 너한테 할 말이 있어.”하도진은 정말 딴사람처럼 들렸다.낮고 거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전류음을 타고 민하윤의 귀에 스며들었다.“내 말 좀 들어 줄래?”민하윤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못 이기는 척 작게 대답했다.“네...”“먼저 잘못부터 인정할게. 고은율의 일 때문에 주민혁을 거의 절반 죽여 놨어.”“뭐라고요?”“고은율이 술에 취한 상태로 주민혁한테 강제로 끌려갔어.”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켠 뒤 잠시 말을 골랐다.“주민혁 그 자식은 너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76화

    하도진의 눈빛은 알 수 없을 만큼 깊었고 눈 밑으로 핏빛이 서서히 번졌다.주민혁의 그런 말을 듣는 순간, 하도진은 가슴속의 어딘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하도진은 주민혁의 멱살을 거칠게 틀어쥐고 주먹을 말아 쥔 채 미친 사람처럼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넌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고은율은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었고 얼굴에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은율은 하도진이 마치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걸 건드린 사람처럼 주민혁에게 정말 손을 봐주지 않고 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더니 사람을 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친 뒤 느릿하게 넥타이를 풀었다.그러더니 주먹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하도진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가득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번호 하나를 눌렀다.하도진의 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담담했다.“도련님, 바쁘십니까? 와서 동생 시신이나 수습하시죠.”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상관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 버린 하도진은 발끝으로 피범벅이 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진 주민혁을 한 번 툭 건드렸다.하도진은 길게 숨을 내쉰 뒤, 고은율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등을 돌렸다.그대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도진아.”고은율은 넋이 나간 얼굴로 하도진을 불렀다.고은율의 목소리는 몹시 떨렸고 공포와 울음이 뒤섞여 있었다.“도진아, 또 네가... 날 구해 줬네.”하지만 하도진의 마음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아주 오래전 어느 날, 하도진 역시 혼자 룸 안으로 뛰어들어 처참하게 짓밟히던 고은율을 구해 낸 적이 있었다.“고은율,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려고 해.”고은율은 눈물을 쏟아 내며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맨발로 바닥을 딛자 고은율의 하얀 발가락에는 피가 묻었다.고은율은 하도진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끝까지는 안 갔어. 나 당하지는 않았어. 도진아, 제발 날 버리지 마. 응?”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75화

    하도진의 차는 길가에 멈춰 섰다.희뿌연 새벽빛 아래 세상은 짙은 안개에 잠겨 있었다.하도진은 문득 헛웃음이 터졌다.‘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아직 철없는 애송이처럼 이렇게 무모하고 충동적이라니. 내 멘탈이 이렇게나 형편없단 말인가.’민하윤이 손가락 하나 까딱해 유혹하기만 해도 하도진은 그토록 하찮고 값싸 보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하도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해가 뜨기 전에 담배를 한 개비 물었다.그때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 댔다.하도진은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차창을 올린 뒤 전화를 받았다.“형 지금 어디야? 은율 누나가 주민혁한테 끌려갔어!”수화기 너머로 진호영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준오 형은 해외 나갔고 나도 그 새끼 사람들한테 맞았어. 형, 지금 어디야?”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켠 뒤 대뜸 욕부터 퍼부었다.“생각이란 게 있긴 해?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걔 마음대로 날뛰게 두지 말고 주민혁의 술집에서 바로 데리고 나오라고 했지. 사람 말이 그렇게 알아듣기 어려워? 꼭 일이 이 지경까지 터져야 정신 차리냐?”“나가던 길에 하필 그 새끼랑 마주쳤어. 형 지금 어디냐고? 은율 누나 아직 취해 있어. 진짜 큰일 날까 봐 무서워.”진호영의 목소리는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하도진은 욕설을 뱉으며 핸들을 틀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하도진은 이런 귀찮은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주민혁 그 개자식이 자기를 향한 원한 때문에 귀신처럼 달라붙어 자기 주변 사람들까지 건드리는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차는 고가도로 위를 미친 듯이 달렸고 짙던 안개도 조금씩 걷혀 갔다.하도진은 차 문도 제대로 닫지 않은 채 주민혁의 라운지 바로 안으로 들이닥쳤다.1층 댄스 플로어에서는 조금 전까지 남녀들이 디제이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고 있었지만 다음 순간 새하얀 스포트라이트가 번쩍 켜지자 모두 멍하니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하도진은 2층 룸 문을 발로 걷어찼고 방 안의 상황을 본 순간 숨이 턱 막혔다.주민혁은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74화

    “그러면 우리는 지금 무슨 사이야? 단순히 잠자리만 하는 사이라는 말은 하지 마. 난 너랑 섹파 안 해.”민하윤은 침대에서 뛰어내리더니 서랍장을 열어 지폐 다발을 꺼내 침대 위에 내던졌다.“이 정도면 돼요?”“지금 뭐 하자는 거야?”하도진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식었다. 음산하게 가라앉은 얼굴에 보는 사람마저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하지만 민하윤은 물러서지 않았다. 두 다리는 후들거릴 만큼 힘이 풀려 있었지만 목소리만큼은 단호했다.“기억 안 나요? 저랑 처음 잔 다음에 도진 씨도 저한테 이랬잖아요. 두툼한 돈다발을 던졌죠.”“하윤아, 지금 날 돈 받고 몸을 판 남자 취급하는 거야?”하도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숨까지 흐트러졌다.민하윤은 얼굴을 돌린 채 말했다.“그때 도진 씨가 저한테 한 만큼 저도 똑같이 해 주는 거죠.”하도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민하윤이 이렇게까지 독할 줄은 몰랐다.‘진짜 당한 만큼 그대로 돌려주는구나. 좋아.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지?’하도진은 침대 위의 돈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침대 가장자리를 툭툭 두드렸다.“자, 이만큼 줬으면 소중한 손님이 손해 보게 하면 안 되지. 이리 와. 내가 계속 서비스를 잘해 줄게.”민하윤은 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기에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아... 아니에요. 안 해도 돼요.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러웠어요.”하도진은 차갑게 웃으며 일부러 돈다발을 흔들어 보였다.“그럴 리가... 이 돈은 너무 많잖아. 우리 손님 손해 보면 안 되지. 올라와. 이만큼이나 받았으니 제대로 해 줄게.”민하윤은 머리를 세차게 저었고 겁에 질린 듯 침만 꿀꺽 삼켰다.민하윤은 애초에 자기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몰랐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 입만 멋대로 움직였다.“아니에요. 남는 건 팁으로 해요.”‘팁? 팁이라고?’하도진은 입꼬리를 올렸지만 웃음은 눈까지 닿지 않았다.‘이 여자가 진짜 날 돈 주고 부르는 남자 취급한 거네.’하도진의 시선이 천천히 민하윤의 몸 위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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