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민하윤은 각진 핸드백 하나를 골라 집을 나섰다.아침부터 전쟁처럼 화장하고 머리를 손질하고 옷을 갈아입느라 정신이 없었던 탓에 민하윤은 간밤 복도에서 겪은 아찔한 일은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자신을 뒤따르던 그 낯선 남자에 대한 기억도 완전히 밀려나 버렸다.은행에서 보낸 차량이 민하윤을 데리러 왔다. 검고 차분한 아우디 세단이었다. 눈에 확 띄지도 않으면서 격도 떨어지지 않는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이었다.기사는 민하윤을 연회장 앞에 내려 주었다. 입구 분수대 주변에는 온갖 고급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멀리서 훑어봐도 번호판은 죄다 명인시, 호성시, 항도시 쪽 차량이었다.“민 행장님, 연회 끝나기 전에만 미리 연락 주세요. 바로 모시러 오겠습니다.”민하윤은 깊게 숨을 들이켠 뒤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한 번 더 꼼꼼히 덧발랐다. 그리고 기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는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린 채 차에서 내렸다.오늘 입은 드레스는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었고 민하윤이 앞뒤로 통틀어 두 번밖에 입지 않은 옷이었다. 보통 술자리에는 이렇게까지 갖춰 입을 필요가 없었고 이런 만찬 같은 자리에나 가끔 꺼내 입어 체면을 세우는 정도였다.롱드레스는 민하윤의 몸매를 바짝 잡아 주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더 돋보이게 했다. 원래도 키가 큰 민하윤은 이 드레스를 입자 눈처럼 흰 피부가 한층 더 도드라져 보였다.흔들리는 드레스자락 아래로 큐빅 장식이 박힌 흰 하이힐이 밝은 로비 바닥을 밟자, 걸음걸이마다 꽃이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드레스의 등 부분은 과감하게 파인 디자인이었다. 느슨하게 풀어 내린 긴 웨이브 머리가 등을 덮고 있었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처럼 하얀 등이 언뜻언뜻 드러났다.민하윤은 은빛 핸드백을 든 채 한 손으로 치맛단을 정리하며 유유히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웨이터가 샴페인을 건네자 민하윤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잔을 받아 들었다.민하윤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다.예전의 민하윤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싫었다. 명예와 이해
“옆집 2202호도 비어 있어요. 아직 임대가 안 나갔거든요. 그쪽이 평수도 좀 더 큰데 한번 보실래요?”그때 민하윤은 막 항도시에 자리 잡은 참이었고 앞으로 돈 들어갈 데도 많았다. 혼자 살면서 방 세 개짜리 집에 들어온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사치였다. 굳이 몇백만 원을 더 얹어 더 큰 집을 빌릴 필요는 없었다.그래서 민하윤은 그 자리에서 중개인의 제안을 거절했다.지금의 민하윤은 가방을 꼭 움켜쥐었고 심장이 쿵쿵 빨리 뛰었다.혼자 사는 여성이 집까지 범죄자에게 미행당했다는 뉴스를 떠올리는 순간 좋지 않은 상상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민하윤은 걸음을 재촉했다.지문으로 문을 열고 틈을 조금만 벌린 뒤 재빨리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문을 닫기 직전 마지막 순간, 뒤에 있던 남자가 분명 걸음을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민하윤은 곧바로 현관문 렌즈로 밖을 내다봤다.그런데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조금 전까지 따라오던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민하윤은 그제야 크게 숨을 내쉬었다.가방도 던져 놓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이 일은 단지 안 보안팀과 관리사무소에 꼭 얘기해야 했고 가능하면 CCTV도 한번 확인해 봐야 했다.임대 계약은 아직 1년이나 남아 있었지만 이참에 집을 다시 알아봐야 할지도 몰랐다.민하윤은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은 더없이 어지러웠다.예고도 없이 마주친 하도진과의 재회가 겨우 잠잠해진 마음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그 순간, 민하윤의 머릿속에는 하도진의 얼굴이 점점 또렷하게 떠올랐다.시간은 하도진을 참 후하게 대해 줬다.이미 서른을 훌쩍 넘겼는데도 외모는 여전히 뛰어났다.이십 대 초반의 젊은 남자들과 견줘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돈이 만들어 낸 압도적인 분위기와 타고난 품격이 어우러져 하도진은 손끝 하나 움직이는 것까지도 유난히 귀티가 났다.몸에 딱 맞춘 맞춤 정장이 하도진의 긴 팔다리와 탄탄한 골격을 더 돋보이게 했다.잘생기고 홀쭉한 얼굴에 또렷하게 살아 있는 이목구비, 무심한 눈빛으로
“고은율, 너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진짜 별로네.”하도진은 차갑게 고은율을 한번 쳐다보더니 어깨에 걸쳐져 있던 검은 캐시미어 코트를 벗어 팔에 툭 걸쳤다.그 말에 고은율은 시선을 내리깔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마 자신의 속내를 정면으로 들킨 탓이었다.“도진아, 너랑 민하윤 씨는 이미 이혼한 거 아니야? 지금 너도 미혼이고 나도 미혼인데 코트 하나 걸쳐 준 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말을 심하게 해야 해?”고은율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고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고은율은 하도진을 너무 잘 알았다.하도진은 태어나서부터 귀하게 자란 사람이고 뼛속까지 오만하고 냉정한 사람이었다.그런데 그런 남자가 고작 한 여자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었고 결혼이라는 관계 안에서는 오히려 약자의 자리에 서 있었다.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고개 숙이게 만드는 감정이 사랑 말고 또 무엇이겠는가.고은율은 나름 속이 쓰렸다.자기가 7년을 쏟아도 얻지 못한 순수한 사랑이지만 민하윤은 고작 1년 반 만에 너무 쉽게 손에 넣어 버렸다.고은율은 전에 구준오 일행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두 사람은 이혼 직전까지도 심하게 싸웠고 민하윤은 하도진의 아이까지 지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명원시를 떠났다더니 결국 항도시로 온 모양이었다.“민하윤은 내 아내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앞으로도 그래.”하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이번 생에서 다른 여자랑 결혼할 생각은 없어. 그래. 난 아직도 미련이 남았어. 민하윤이랑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고 싶고 관계도 회복하고 싶어. 우리 사이에는 아직 풀어야 할 오해가 너무 많아.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둘 문제야. 그러니 너는 이제 더 끼어들면 안 돼.”고은율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하도진은 결국 말을 아주 분명하게 해 버렸다.둘 사이에는 더는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었고 계속 매달려 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그 말에 고은율의 눈가가 금세 젖었다.“나도 내 행복을 위해 한 번쯤 욕심내 보면 안 돼?”“
달콤하고도 아련한 흥얼거림은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뚝 끊겼다.하도진은 담배를 비벼 껐다.그리고 민하윤이 더는 물러설 곳도 없게 바짝 몰아붙인 채, 입가에 처참한 미소를 지었다.하도진은 처절한 눈빛으로 민하윤을 바라보았고 자기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네가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르는 줄은 정말 몰랐네.”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 하나가 세워진 것만 같았다.민하윤은 그제야 완전히 술이 깬 채,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시간이 겨우 아물려 놓은 상처는 하도진을 다시 보는 순간, 다시 깊게 찢겨 나갔고 갑자기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가 된 것 같았다.“민하윤, 또 내 앞에서 벙어리인 척하는 거야?”하도진은 사실 놀랍고 기쁘기도 했지만 표정은 오히려 섬뜩했다.하도진의 눈 밑에는 얇은 분노가 떠올랐고 비틀린 입꼬리에는 비아냥이 가득했다.“말해. 또 연기할 거냐고. 내 앞에서 그렇게까지 연기하는 게... 넌 안 힘들어?”하도진의 몰아치는 질문 앞에서도 민하윤은 그대로 서 있었다.애써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손톱은 이미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고 있었다.하도진의 시선이 몸에 구멍이라도 낼 듯 뜨겁게 꽂히는데도 민하윤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하도진은 그런 민하윤을 보다가 문득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이 여섯 달 동안 하도진은 매일 밤 텅 빈 별장에 돌아올 때마다 이상하게도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길고 긴 밤은 특히 더 고되었고 불을 끄고 나면 끝도 없는 서늘함과 외로움이 밀려왔다.그런 외로움을 달랠 방법이 없어서 하도진은 결국 민하윤이 쓰던 침대에 누웠다.민하윤이 베던 자리에 머리를 묻고 이불에 남아 있는 향기를 욕심내듯 맡았다.꿈속에서는 거의 매일 밤 민하윤이 수어를 하며 우는 모습이 나타났다.그런데 지금 눈앞의 민하윤은 이미 자기 기억 속의 민하윤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고작 여섯 달이 지났을 뿐인데 마치 몇 생은 지난 것만 같았다.민하윤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다.성격은 전보다
민하윤은 취기가 올라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속이 뒤집히듯 울렁거렸고 겨우 옆 기둥을 붙잡고서야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알코올에 감각이 무뎌진 민하윤은 수백만 원짜리 가방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그대로 복도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민하윤은 문득 허리를 숙여 두 발을 괴롭히던 하이힐을 벗어 던졌다.벗겨진 하이힐 두 짝은 이리저리 나뒹굴었고 민하윤은 맨발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밟았다.물빛이 감도는 분홍색 캐시미어 코트의 앞부분이 살짝 벌어져 있었고 민하윤이 안에 입은 흰색 정장 스커트는 짧았다.그래서 곧고 희고 매끈한 다리가 그대로 드러났다.그 당시는 겨울밤이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하도진의 가슴 한복판에는 불이 붙었다.민하윤은 다시 정신을 추슬렀다.허리를 숙여 하이힐을 집어 들고 다른 손에는 가방을 쥔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12월의 찬바람이 몸에 밴 술기운을 걷어 내자 의식도 조금씩 또렷해졌다.민하윤은 그대로 회랑을 따라 느긋하게 걸었다.오늘 밤, 민하윤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술도 헛마시지 않았고 속이 쓰린 고통을 참으며 버틴 보람도 있었다.또 한 번 큰 계약을 따냈다.항도시 100대 기업인 윈마 테크가 앞으로 3년 동안 운용할 융자 펀드를 태유 은행 항도시 지점에 고정 계좌로 개설한 것이다.그러면 매달 적어도 수십조 이상의 자금이 오갈 예정이었다.온몸에 술기운을 머금은 채, 민하윤은 정자 밖의 하늘을 올려다봤다.밤하늘은 새까맣고 흐릿해서 끝이 보이지 않자 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였다.참 아쉬웠다.계약 한 건 때문에 모처럼 내린 눈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를 놓쳤으니 말이다.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일이었다.하도진은 눈을 내리깐 채 민하윤만 바라봤다.시선은 자꾸만 민하윤의 맨발로 향했고 미간은 저절로 좁혀졌다.‘이렇게 추운 날씨에 맨발로 돌바닥을 밟다니... 아예 두 발을 못 쓰게 만들 셈인가?’항도시는 참 넓었다.하도진은 눈가가 젖어 드는 느낌이 들었다.무
하도진은 잠시 넋이 나간 듯 서 있었다.머릿속에 터무니없는 생각 하나가 스쳤지만 이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자신을 비웃었다.하도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망상이고 혼자만의 헛꿈이라고 생각했다.하도진이 항도시 금융 포럼에 참석한 건 분명 사심이 있어서였다.아무 말도 없이 자기 곁을 떠난 민하윤을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다.민하윤은 정말 매정하고 차가운 여자였다.아무 소리 없이 명원시를 떠났고 번호를 바꿨고 하도진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다.하도진이 다른 경로로 민하윤의 행방을 알아보려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별별 수를 다 써 봤지만 누구 하나 선뜻 민하윤의 연락처를 알려 주지 않았다.심지어 백누리조차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번호 바꿨어요. 저도 연락이 안 돼요.”하도진은 한때 민하윤의 양아버지가 있는 요양원까지 찾아간 적도 있었다.하지만 그곳에 근무하던 간병인은 딱 한 마디만 남겼다.“하윤 씨는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보내 줘요. 급한 일이 생기면 임형섭 씨께 연락하라고 했어요. 어디 갔는지 왜 떠났는지는 하 대표님이 더 잘 아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하도진은 나중에 결국 알아냈다.민하윤은 항도시로 갔고 지점에서 15개월 과정의 연수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이 여섯 달 동안 하도진은 틈만 나면 항도시로 날아왔다.어떤 날은 혼자 목적도 없이 거리를 떠돌았다.어떤 날은 지점 근처의 작은 술집 창가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하지만 하도진의 뜻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 도시에서 열 번도 넘게 오갔지만 단 한 번도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과 마주치지 못했다.예전의 하도진이었다면 민하윤의 행방을 알게 되는 순간 미친 사람처럼 은행 안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민하윤을 붙잡아 차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리움을 전부 쏟아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하도진은 겁쟁이였다.비겁하고도 나약한 겁쟁이 그 자체였다.민하윤은 명원시를 떠나기 전 공개 SNS 계정에 누구도 차
명원시 국제 공항.탑승교 출구는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민하윤은 흰 셔츠에 청바지, 그 위로 검은 트렌치코트를 걸친 채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냈다. 옅게 번진 다크서클을 어떻게든 가리려는 몸부림이었다.해외 자금 프로젝트는 고작 일주일 만에 정리됐다. 현지 회사 법무팀이 자료를 죄다 정리해 한 장의 소장을 만들어, 오염된 원료를 납품한 해외 업체를 법정에 세웠다. 협력 은행 직원인 민하윤 일행도 당연히 따라붙어 야근했다. 시차도 못 풀고 회의실에 모여 과일이니 간식이니 음료니 다 갖춰 놓은 채, 몇 날 며칠을 밤새웠다.예정보다 일
구준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도진아, 뭐 찾는 거야?”하도진은 자신이 보고 싶던 사람을 찾지 못해 조금 실망했으나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아 감정을 추스른 뒤 덤덤히 말했다.“서 비서는?”서명인은 조금 놀랐다. 그동안 수년간 묵묵히 고생하며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하도진의 비서가 된 보람이 있었다. 하도진은 비록 평소에는 차갑고 냉정하며 무자비해 보였지만 큰 고비를 넘긴 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서명인을 찾았다.서명인은 감동을 받고 코를 훌쩍이면서 횡설수설 말했다.“저 여기 있어요. 대표님, 무슨 지시 있으신가요?”하
다들 고은율의 신분을 묵인했다. 오직 서명인만이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교통사고 같은 큰 일을 집안 어른들에게 얘기하지 않는 것은 어른들을 괜히 걱정시키는 일이라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하도진과 결혼하여 그의 아내가 된 민하윤에게까지 비밀로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아내도 아닌 고은율까지 이 사실을 아는데 정작 하도진의 아내인 민하윤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건 이상했다.서명인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간 뒤 거듭 망설이다가 민하윤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세리 엔터에서 나오자마자
감독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며 난처한 얼굴을 했다. 최대 투자자에게 이 얘길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뭐... 말씀하기 곤란한 사정이라도 있어요?”고은율이 먼저 부드럽게 분위기를 풀었다. 고은율은 하도진의 팔을 더 꼭 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하 대표님은 겉보기에는 무뚝뚝해 보여도,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에요. 걱정되는 게 있으면 편하게 말씀하세요.”감독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 감독은 결국 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 투자자가 결국 결정을 내릴 사람이니 임시로 출연자를 추가할지 말지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