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33화

Author: 금소
오전 내내 민하윤은 컴퓨터 앞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민하윤의 긴 머리카락이 얼굴 반을 가리고 작은 머리가 자꾸만 앞으로 떨어졌다.

이남주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마침 민하윤은 노트북에 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남주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360도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그런데 앵글을 바꾸다가 그만 카펫에 발이 걸렸다.

몸이 앞으로 확 쏠리면서 손목은 책상 모서리에 툭 부딪히고 얼굴은 아래로 엉덩이는 위로 들린 채 엎어졌다.

그래도 한 손만큼은 끝까지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민하윤은 그제야 퍼뜩 잠이 깨서 멍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뭐 하시는 거예요?”

그러자 이남주는 히죽 웃으면서 대답했다.

“일단 좀 일으켜 줘요.”

민하윤은 이남주를 바닥에서 겨우 일으켜 세웠다.

이남주는 옷에 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어내는 시늉을 하더니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어젯밤 몇 시에 잤어요? 왜 이렇게 졸려 보여요?”

민하윤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술에 취한 뒤 기억이 중간부터 끊겨 있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17화

    민하윤은 코를 훌쩍였지만 여전히 창밖만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같은 공간에 머물렀고 하도진에게는 그런 침묵 속의 1분 1초가 유난히 길고 답답하게 느껴졌다.입원한 지 사흘째가 되어서야 민하윤의 열은 더 이상 오르내리지 않고 안정되기 시작했다.하도진은 퇴근만 하면 곧장 병원으로 왔고 낮에는 미룰 수 없는 해외 영상회의까지 병실에서 처리했다.두 사람은 마치 예의를 차리는 남처럼 지냈다.하도진은 세심하게 민하윤을 챙겼고 민하윤은 그럴 때마다 담담하게 고맙다고만 했다.친밀한 부부라기보다는 서로 선을 긋고 대하는 사이인 것 같았다.민하윤은 여전히 하도진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까지 피하지는 않았다.며칠 동안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민하윤은 집에 있는 산후 도우미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주주와 연이는 밤이 되면 엄마를 찾았다.화면으로 민하윤의 얼굴을 보고 나면 오히려 더 서럽게 울어 대다가 결국 지칠 대로 지쳐서야 겨우 잠이 들곤 했다.그날 민하윤은 흉부 CT 촬영을 하러 갔다.하도진은 민하윤의 숄과 휴대전화를 들고 검사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산후 도우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자마자 산후 도우미가 몹시 당황해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목소리까지 떨리는 걸 보니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무슨 일이에요?”하도진은 불안한 기색을 억누르며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 끝으로 이동했다.상대는 잠시 말을 멈췄다.민하윤에게 건 전화인데 하도진이 받은 게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었다.“하윤이는 검사 중이에요. 무슨 일인지 그냥 말하세요.”“주주가 열이 나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평소보다 기운이 없더라고요. 몸도 뜨거워서 체온을 재 봤더니 열이 있었어요.”산후 도우미의 목소리가 더 다급해졌다.“마침 근처에 사는 송지훈 씨가 오늘 쉬는 날이라 잠깐 봐 주셨어요. 집에 있던 해열제 먹이고 겨우 재웠는데 두 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16화

    “병원은 싫어요! 그냥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하도진은 이를 악물었다.정말 민하윤의 머릿속을 열어 보고 싶을 정도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39.4도까지 열이 올랐는데 잠만 자면 괜찮아진다고 우기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프면 치료를 받아야지. 버틴다고 낫는 게 아니잖아.”하도진은 뜨겁게 달아오른 민하윤을 품에 안은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하도진은 마음이 점점 더 다급해졌다.민하윤은 입술은 하얗게 질려 있는데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품 안에서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채선화가 바로 알아차렸다.“하윤이가 추운가 봐. 열 때문에 오한이 오는 것 같아.”채선화는 곧장 사람을 시켜 담요를 가져오게 한 뒤 민하윤의 몸을 감싸 주었다.하도진도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현관 앞에는 이미 기사가 차를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다행히 퇴근 시간대가 지났고 길이 막히지 않았기에 차는 거의 쉬지 않고 병원까지 달렸고 민하윤은 곧바로 응급실 진료를 받은 뒤 입원해 수액을 맞았다.검사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폐에 가벼운 염증이 있었고 조금만 더 늦었으면 심근염으로 이어질 뻔했다.민하윤은 정신없이 3시간가량 잠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병실 안은 조용했다.민하윤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하도진이 보이지 않자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입원한 곳은 독립된 VIP 병실이었다.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소파와 정수기, 작은 냉장고까지 필요한 건 전부 갖춰져 있었다.손등에는 아직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잠시 뒤 간호사가 들어와 체온계로 다시 열을 쟀다.“38도네요. 아직 열이 좀 있어요. 물 많이 드세요.”민하윤은 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저를 데려온 사람은 갔나요?”“아까까지 여기 있었어요. 3시간 동안 계속 옆에 있으면서 수액 맞는 것도 지켜봤는데... 잠깐 나간 것 같네요.”간호사는 차트에 무언가 적으며 말을 이었다.“그분이 환자분이랑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15화

    “열이 나는 거 아니야?”하도진은 민하윤이 일부러 거리를 두는 걸 굳이 따지지 않았다. 대신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평소 차분하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다.민하윤도 머리가 조금 어지럽기는 했다.하지만 오후 내내 햇볕을 쐰 데다가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잔 탓이라고 생각했다. 민하윤은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하도진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하도진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집에 체온계 있어요?”민하윤과 더 실랑이할 생각도 없이 곧장 가사 도우미에게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체온계를 몇 번 털어 온도를 내린 뒤 민하윤에게 내밀었다.민하윤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 뿐 손을 뻗지 않았다.그러자 하도진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어르신들이 곁에 있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낮게 말했다.“내가 직접 재 줄까?”민하윤은 순간 멈칫하더니 곧바로 매섭게 노려봤다.“제 몸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열이 나는 게 아니에요.”하지만 하도진은 믿지 않았다.손에 느껴지는 감각보다 체온계에 찍히는 숫자를 더 믿었다.무엇보다 하도진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늘 민하윤의 건강이었다.민하윤이 화가 나서 자신을 피하는 것도 말을 섞기 싫어하는 것도 다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민하윤의 몸이 좋지 않은 지금만큼은 달랐다.싸웠든 냉전 중이든 그런 건 전부 뒤로 미뤄야 했다.민하윤의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결국 민하윤도 더는 버티지 못했고 어른들의 앞에서 계속 실랑이를 벌여 분위기를 더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속으로는 화가 치밀었지만 민하윤은 마지막 체면은 지키며 체온계를 받았다.잠옷 단추 두 개를 풀고 겨드랑이에 끼웠다.그제야 김옥자도 두 사람이 싸웠다는 걸 눈치챘다.어쩐지 민하윤이 하루 종일 기운 없이 가라앉아 있었고 웃는 얼굴도 한 번 보이지 않았다.민하윤이 아침부터 짐을 싸서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려 했던 것도 이제야 이해가 됐다.민하윤은 점점 더 어지러워졌다.머리가 멍해지고 자꾸 눈이 감겼으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14화

    “와, 다들 밖에 나와 있었네요. 이렇게 더운데 왜 안에 안 있고 다들 마당에 있어요?”“네 할머니가 에어컨 켜 둔 방에 애들이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을까 봐 그러셨어. 해도 거의 졌고 해서 잠깐 바람 쐬러 나온 거야.”아빠를 발견한 주주와 연이는 동시에 장난감을 내려놓고 통통한 두 팔을 활짝 벌렸다.그건 하도진더러 안아 달라는 뜻이었다.하도진은 마음이 금세 풀려 한 아이씩 품에 안아 들고 번갈아 볼에 입을 맞췄다.김옥자가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오늘 저녁은 하윤이랑 여기서 먹고 같이 가. 내일 애들은 기사 시켜서 다시 데려오면 되잖아. 여기 애 봐줄 사람 많으니까 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김옥자는 두 사람이 크게 다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저 집 안에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 주는 두 증손주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반면 채선화는 어젯밤 일을 대충 알고 있었다.채선화는 하도진을 한번 흘겨보더니 손주의 입가를 닦아 주는 척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타박했다.“애들은 봐줄 사람 있으니까 얼른 올라가서 네 아내부터 달래.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아내랑 툭하면 싸우고 삐지는 거야? 네가 잘한 게 뭐가 있다고 그래? 네 아버지한테 한 소리 제대로 들어야 정신 차리겠어?”그 순간, 하도진의 입가에 있던 웃음이 굳었다.“또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으셨어요?”“그런 눈으로 보지 마. 하윤이가 나한테 일러바친 게 아니야.”채선화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어젯밤에 애들이 계속 울더라. 하윤이가 이 애를 안았다가 저 애를 안았다가 번갈아 달래느라 한밤중까지 고생했어. 그런데 넌 어디 있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하윤이는 아무 말도 안 하더라.”하도진은 눈을 내리깔고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요.”이번에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품 안의 두 아들만 가볍게 달랬다.두 아이가 팔 안에서 신나게 몸을 움직이던 그때, 하도진의 시선이 갑자기 멈췄다.주주와 연이의 목과 팔 여기저기에 작은 붉은 자국이 몇 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13화

    하도진은 술에 취해 디진 라운지 클럽 꼭대기 층의 룸에서 그대로 밤을 보냈다.다음 날 술에서 깼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명원은 한창 8월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연일 폭염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날씨가 뜨거웠다.하도진은 샤워를 마친 뒤 서명인에게 깨끗한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휴대전화에는 밤사이 연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채선화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열 통도 넘게 와 있었고 평소 아들과 별다른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하준혁까지 웬일로 문자 한 통을 보내 집에 들어오라고 재촉했다.하도진은 소파에 기대앉아 다시 맨 위에 고정된 대화창을 바라봤다.여전히 조용했다.새로 온 문자는 하나도 없었다.하도진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어젯밤 마신 술이 아직 덜 깼는지 머리가 지끈거린 하도진은 지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옆에 던져 버렸다....하씨 본가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집 안은 조용했지만 어딘가 묘하게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런 사정을 모르는 건 주주와 연이뿐이었다.두 아이는 가사 도우미와 산후 도우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신나게 놀고 있었다.민하윤은 창가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무릎 위에는 책 한 권이 펼쳐져 있었고 오후 햇살이 집 안으로 가득 들어와 옆얼굴을 비췄다.따뜻한 빛에 감싸인 민하윤의 모습은 평온하고 고요해 보였다.채선화는 사람을 시켜 보양차를 끓여 민하윤 앞에 가져다주며 말했다.“뭐라도 좀 먹어. 그 녀석도 참 철이 없어. 애 아빠까지 된 사람이 아직도 성질을 못 죽이고 한밤중에 뛰쳐나가서는 밤새 집에도 안 들어오다니 말이야.”채선화는 자기 아들이라고 감싸 줄 생각이 전혀 없었고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화가 나서 얼굴이 굳었다.새벽 한두 시쯤이었다.목이 말라 물을 마시러 나온 채선화는 복도 끝 침실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 알아챘다.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자 아기 둘이 번갈아 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채선화는 문을 가볍게 두드린 뒤 조심스럽게 열었다.그 순간, 한 손으로 우는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12화

    “보통은 내가 무슨 일을 말하는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하지만 하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준오는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고 손등에 핏줄까지 불거질 만큼 화가 치밀었다.“넌 아직도 날 친구로 생각하긴 하냐? 송지훈이랑 둘이 입 맞춰서 나한테 숨기고 그 자식이 내 동생과 만나는 걸 빤히 보고만 있었어?”구준오는 이를 악물었다.“둘도 참 대단하네. 결국 너희 둘만 친구였던 거네. 난 동생도 뺏기고 친구까지 잃게 생겼으니 말이야.”“둘이 사귀는 건 알고 있었어. 임신한 건 두 시간 전에 처음 알았어.”구준오가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하 대표는 소식도 참 빠르시네. 이런 일이 벌써 네 귀에까지 들어갔어?”그러더니 표정이 더 싸늘해졌다.“설마 송지훈 그 자식이 일부러 소문낸 건 아니겠지? 우리 가문이 어쩔 수 없이 이현이를 자기한테 시집보내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하도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완전히 말도 안 되는 걱정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었다.요즘 세상에 결혼 전에 임신했다고 해서 무조건 손가락질받을 일은 아니었다.다만 구이현처럼 명원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딸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그런 가문일수록 딸의 명예를 중요하게 여겼다.이 일이 밖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구씨 가문 역시 여러 상황을 따져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지도 몰랐다.그때 구준오가 차갑게 말했다.“이현이는 평생 결혼 안 해도 내가 먹여 살릴 수 있어. 남들이 뭐라고 떠들든 알 게 뭐야.”술잔을 움켜쥔 구준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송지훈이 정말 그런 치졸한 수를 쓴 거라면 내가 악역이 되는 한이 있어도 절대 가만 안 둬. 그 자식이랑 친구는 못 해도 난 내 동생 하나 못 지킬 것 같아?”하도진은 눈을 내리깔았다.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아직 소문난 건 아니야. 네가 송지훈을 병원에 실려 갈 만큼 패 놨다길래 내가 가서 봤어. 그 일은 내가 캐물어서 직접 들은 거고...”구준오의 표정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