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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Author: 금소
하도진은 몇 계단 아래로 내려와 민하윤 앞에 섰고 입가에는 아주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민하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하도진을 올려다봤다.

“왜 웃어요?”

“이번에는 우리가 진짜 해피 앤딩이면 좋겠어.”

하도진은 계단 백 개쯤 오르는 걸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 두 사람이 혼인신고 하러 갔을 때는 차를 구청 앞에 세우고 그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하도진은 지금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장소가 바뀌고 절차가 바뀐 만큼 두 사람 앞에 놓인 미래도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도진은 더 말하지 않고 아래로 한 계단 더 내려섰다.

“잠깐...”

민하윤은 단번에 하도진이 자길 안아 들려고 한다는 걸 눈치챘다.

그래서 민하윤은 급히 작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사람들 이렇게 많은데... 저를 안아 올리지는 마요.”

하도진은 등을 돌리더니 민하윤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안 안을게. 업어 줄게.”

“네?”

민하윤은 눈을 깜빡였다.

코끝에는 땀이 송골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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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71화

    구준오는 얼굴이 굳어 있었다.괜히 입 가벼운 진호영한테 말해 줬다 싶어 눈빛으로라도 당장 진호영의 입을 막아 버리고 싶었다.원래 진호영의 입이 가벼운 건 알았지만 아까는 진짜 말해 주지 말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구이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단호하게 부인했다.“아니거든... 오빠, 괜히 이상한 말 지어내지 마.”구준오는 달래듯 구이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알았어. 근데 이 테이블에 있는 남자들하고는 다 좀 거리를 둬. 오빠 말 좀 들어. 이 자식 중에 멀쩡한 놈은 단 하나도 없어.”민하윤은 휴대폰을 뒤집어 테이블에 놓았다.배가 고파 어지러울 지경이었지만 잠깐 당황한 얼굴의 어린 구이현을 흘끗 한 번 바라봤다.민하윤은 주머니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포장을 뜯어 허기를 달래려 했다.그런데 다음 순간, 누군가가 그걸 가로채가 버렸다.하도진의 손은 참 곱게도 생겼다.하도진은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를 이어 가면서도 자연스럽게 포장을 대신 벗겨 줬다.“배고파?”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창백해진 민하윤의 얼굴이 영 마음에 걸렸다.민하윤은 고개를 저었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아니요. 그냥 저혈당이 온 것 같아서 그래요. 괜찮아요.”그러자 하도진은 바로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고 미리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갈비찜, 생선탕...”하도진은 메뉴판을 빠르게 넘기며 줄줄이 메뉴를 불렀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한번 쭉 둘러봤다.“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각자 시켜.”진호영은 손을 번쩍 들어 직원을 자기 쪽으로 부르더니 메뉴판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이것도... 전부 빼고 나머지는 다 하나씩 주세요.”직원은 잠깐 멍해졌다가 방금 적어 놓은 메뉴 몇 개를 다시 줄줄이 지워 버렸다.“너 미쳤어? 그렇게 시켜서 다 먹기나 하겠어?”구준오는 진호영을 한 번 노려본 뒤,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맵지 않은 메뉴 몇 가지를 더 추가했다.그런데 직원이 의아하다는 듯 대답했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70화

    “방금 룸 안에서 주웠어.”송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둘 사이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 꼭 사람 마음을 홀리는 것처럼 들렸다.“이현아,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이제 걔는 다른 여자랑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이제 좀 포기할 수 없겠어?”송지훈은 연한 파란 셔츠에 회색 니트를 겹쳐 입고 있었다.깨끗하고 단정해서 대학생처럼 보였지만 몸에 밴 지적인 분위기가 너무 짙어서 구이현은 그런 ‘모범생’ 타입이 늘 조금 어려웠다.구이현은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아직은...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도진 오빠의 삶에 제가 끼어들 일은 없어요.”송지훈은 구이현을 가만히 바라봤다.목울대를 한 번 굴리더니 오랫동안 마음속에 눌러 두었던 말을 끝내 삼켰다.구이현은 고개를 들어 송지훈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제 비밀은... 지켜 주실 거죠?”그러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또렷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오빠.”그러자 송지훈은 티슈를 내밀었다.“응. 눈물 닦고 일단 들어가자. 다들 아직 기다리고 있어.”구이현은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다.“네.”송지훈이 물었다.“예전에는 왜 네 오빠한테라도 한번 부탁해 보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도진의 가까이 있으면 기회도 먼저 잡을 수도 있었잖아.”하지만 구이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제 오빠는 절대 안 받아들일 거예요.”송지훈은 고개를 돌려 구이현을 바라봤다.“왜?”“저랑... 도진 오빠는 10년 8개월이나 차이가 나요. 오빠는 제가 그렇게 나이 많은 남자랑 만나는 걸 절대 허락 안 할 거예요.”말한 사람은 별 뜻 없이 한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 마음에는 다르게 들렸다.송지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걸음을 멈췄고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럼 너는? 너도 나이 차이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해? 상대가 너보다 나이가 많이 많아도 괜찮아?”구이현은 의아한 얼굴로 뒤돌아봤다. 그러더니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저는 나이 차이를 별로 신경 안 써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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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68화

    그러자 구준오는 준호영을 한번 흘겨봤다.“넌 대체 누구 편이야? 그 자식이 내 동생보다 나이가 몇 살은 더 많은데... 늙은 소가 여린 풀을 뜯어 먹는 것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어?”두 사람이 그런 얘길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서빙 직원이 문을 열자 하도진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띤 채 민하윤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오, 형, 축하해! SNS에서 봤어. 완전히 대놓고 자랑하시던데? 형수님, 안녕하세요? 돌고 돌아 결국 진짜 제 형수님이 되셨네요.”술이 둬 잔 들어가자 진호영은 말 조절이 안 됐다.하도진은 혀를 차며 진호영을 밀어냈다.그러더니 민하윤을 감싸듯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네 와이프가 임신했어?”구준오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졌다.그 한마디에 민하윤은 거의 피를 토할 뻔했고 머리 위에서 벼락이라도 친 것 같았다.“뭐야? 초음파 기계도 아니고... 한 번 보고 내가 임신한 걸 안다고?”하도진은 미간을 좁히고 구준오를 봤다.“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민하윤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서 있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긴장했다.하도진이 그렇게 묻자 민하윤도 바로 귀를 세우고 구준오의 대답을 기다렸다.“그렇게 급하게 다시 혼인신고부터 하고 또 옆에서 조심조심 챙기는 걸 보니까 그런 거지. 방금도 진호영이 스치기라도 할까 봐 경계하던데? 임신이 아니면 뭐겠어?”하도진은 민하윤에게 의자를 빼 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하윤이를 다시 아내로 맞은 건 아이 때문이 아니야. 다른 남자가 내 와이프 가까이 오는 게 싫은 것뿐이지. 그게 별문제라고 생각해?”그러자 진호영은 곧바로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문제없어. 당연히 아니지!”민하윤은 그제야 티 나지 않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스타 라이트 게임사와 태유 은행은 거래가 있어서 민하윤도 얼마 전에 구준오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민하윤이 구준오에 대한 인상은 대체로 세 가지였다.첫째는 머리 좋은 사업가, 둘째는 동생한테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67화

    “하, 그래서 우리를 여기에 다 불러 모았구나. 축의금 받으려고.”구준오는 피식 웃으며 사진을 눌러 봤다.송지훈은 무심코 입꼬리를 올리며 구이현을 힐끗 봤다.구이현은 얼굴빛이 눈에 띄게 안 좋아져 있었다. 입술은 일자로 꾹 다물렸고 두 손도 힘없이 축 늘어졌다.진호영은 재빨리 바닥으로 떨어질 뻔한 자기 휴대폰부터 챙겨 들었다.“이현아, 왜 그래? 어디 아파?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졌어?”진호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구이현의 곁으로 다가갔고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은 신경도 쓰지 못했다.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난 구준오도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죄송해요.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구이현은 억지로 웃어 보였지만 손끝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구준오가 낮게 물었다.“어디 속이 안 좋아? 오빠가 데리고 들어갈까?”“괜찮아. 신경 쓰지 마.”퉁명스럽게 잘라 말한 구이현의 얼굴에는 대놓고 자신을 좀 그냥 내버려두라는 짜증이 떠올라 있었다.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구이현은 깊게 숨을 들이켠 뒤 다시 말했다.“오빠, 나 좀 혼자 있게 해 줘. 별일 아니야.”구준오는 뭐라도 더 말하려 했지만 누군가가 구준오의 팔을 잡았다.구이현은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주위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방을 나갔다.“이현이가 왜 저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잖아?”진호영이 머리를 긁적이며 잔뜩 의아한 얼굴을 하자 구준오는 못마땅한 얼굴로 뒤돌아봤다.“방금 왜 날 말렸어?”송지훈은 술 한 모금을 마신 뒤 눈꺼풀을 느슨하게 들어 올렸다.“여자애들은 한 달에 며칠쯤은 기분이 안 좋은 날이 있잖아. 친오빠라는 사람이 그 정도 개인 공간도 안 주는 거야?”그 말에 구준오의 얼굴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구준오는 다시 자리에 앉아 술잔을 들었다가 문득 뒤늦게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 동생이 지금 그런 시기라 안 좋다는 걸 말이야. 친오빠인 나보다 네가 이현이를 더 잘 아는 거야?”그러자 진호영이 눈을 확 크게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66화

    “도진 씨가 저한테 화를 냈는데 제가 우는 것도 안 돼요? 진짜 너무하시네요. 정말 독불장군 끝판왕이에요.”민하윤은 한참 망설였지만 결국 콧물을 다른 사람 옷에 닦는 짓은 못 하겠다고 생각했다. 코를 훌쩍이는 민하윤은 더 서러워졌다.하도진은 처음 듣는 이상한 표현에 한숨을 쉬었다.“화를 내지 않을게. 내가 잘못했어. 그만 울어. 이러다 누가 보면 내가 널 납치해서 혼인신고하러 끌고 온 줄 알겠어.”그러자 민하윤은 울먹이며 물었다.“그럼 이제 진짜 화를 안 낼 거예요?”그러더니 홧김에 입을 벌려 하도진의 귓불을 세지 않고 이빨 자국만 남길 정도로 살짝 깨물었다.하도진은 목울대를 한 번 굴리더니 결국 민하윤한테 항복했다.하도진의 목소리도 조금 쉬어 있었다.“화내지 않을 거야.”그제야 민하윤은 더는 말하지 않았고 그저 하도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박하와 차가운 나무 향기가 섞인 익숙한 냄새를 조용히 맡았다.혼인신고 창구 직원들은 슬슬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점심시간까지 이제 10분 남짓한 시간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들 점심 뭐 먹으러 갈지 얘기하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하나같이 흰 셔츠를 입은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게 됐다.하도진은 창구 앞에 서서 서류봉투를 내밀고 예의가 바르지만 거리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혼인신고하러 왔습니다.”접수 직원은 하도진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정말 흔치 않았다.“혼자 오셨어요?”직원은 서류봉투 안의 신분증을 꺼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 순간 하도진의 옆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다.“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여기 기재 먼저 해 주세요.”다른 창구 직원들도 하나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고 다들 속으로 진짜 잘 어울린다고 감탄했고 심지어 몇몇은 휴대폰까지 꺼내 들었다.혹시 연예인이 아니냐며 몰래 검색까지 해 보는 사람도 있었다.민하윤은 눈가가 아직도 붉었다.창구 직원은 민하윤을 두어 번 더 힐끗 보더니 도장을 찍기 전에 일부러 한 번 더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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