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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作者: 금소
민하윤은 초조한 마음에 끙끙 소리를 내면서 상대에게 보이지도 않을 텐데 필사적으로 수화를 하며 간병인을 막으려고 했다. 민하윤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휴대전화 화면 위로 떨어졌고, 민하윤은 떨리는 손으로 타자했다.

[퇴원은 안 돼요. 전 동의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계속 저희 아버지를 돌봐주세요. 병원 쪽은 제가 따로 얘기해 놓을게요. 그리고 앞으로 월급은 제가 직접 드릴게요. 돈 더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저희 아빠를 두고 가버리지 말아 주세요. 아빠는 혼자서는 생활할 수가 없어요.]

문자를 보내자 잠시 뒤 간병인에게서 알겠다는 답장이 왔다.

민하윤은 그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녀는 넋이 나간 채로 아주 오랫동안, 하이힐 때문에 발가락 살갗이 까질 때까지 길을 걸었다. 심장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은 괴로움 때문에 결국 민하윤은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민하윤은 오랫동안 진정할 수가 없었다.

민하윤은 그런 가족이라면 차라리 존재하지 않기를 바랐다.

민하윤은 민씨 가문에서 손을 쓸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팔을 뻗어 택시를 잡았고 임신 테스트기를 손에 꼭 쥔 채 차에 탔다.

택시는 하씨 가문 저택 앞에 멈춰 섰다. 파티에 참석했던 손님들은 전부 돌아갔고 정원에서는 직원 몇 명이 청소하고 있었다. 민하윤은 눈물을 닦은 뒤 홀로 조용히 문밖에 쭈그려 앉았다.

하늘이 저물자 민하윤은 손발이 조금 저렸다. 그녀에게는 하도진의 연락처가 없었기에 이렇게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길쭉한 두 다리와 반짝이는 구두, 예쁘게 다려진 맞춤 정장이 민하윤의 시야에 들어왔다.

하도진이었다.

민하윤은 빨개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하도진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마음이 바뀌었어? 그래서 날 협박하려고 온 거야?”

비아냥대는 하도진의 목소리가 서늘한 가을 밤보다 더욱 싸늘했다.

민하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애처로운 미소가 걸렸고,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은 하도진의 반짝이는 구두 위로 추락했다.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민하윤이 물로 이루어진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민하윤은 임신 테스트기를 하도진의 앞에 내밀었지만 하도진은 손을 뻗어 그것을 건네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빨간 줄 두 개가 뜬 임신 테스트기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무슨 꿍꿍이야?”

민하윤은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허둥지둥 수화를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과 무력함을 전부 쏟아냈다.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이 아이는 그쪽 아이예요.]

하도진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난 수화 몰라. 그러니까 그만해. 아이는 지워.”

민하윤은 순간 힘이 빠진 듯 손을 축 내려뜨렸다. 그녀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눈앞의 오만하면서도 냉담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모든 희망과 바람이 산산이 부서졌다.

민하윤은 입술을 깨물며 휴대전화 메모장에 글을 적었다.

차오른 눈물 때문에 자꾸만 시야가 흐려졌고 병원에 누워 있는 아빠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민하윤은 더 이상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저는 그쪽이랑만 잤어요. 이 아이는 정말로 그쪽 아이예요. 저는 지금 곤란한 상황이에요. 가족들은 저를 늙은 남자한테 팔아버리려고 해요. 그 남자는 제 뱃속에 아이가 있어도 상관없다고 했어요. 저는 그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의식 불명인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제 아빠를 볼모로 절 협박했어요. 저는 돈이 없어요. 그러니 돈을 조금만 빌려주세요. 그리고 병원을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제발 부탁이에요.]

하도진은 자신을 협박하는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 그는 눈앞의 여자가 어느 집안 사람인지, 어떤 신분인지 전혀 몰랐다. 그리하여 민하윤의 말 몇 마디로 그의 의심이 사라질 리가 없었고 그가 민하윤을 동정할 리도 없었다.

하도진은 민하윤을 발로 찬 뒤 옷에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사람처럼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야. 널 도와줄 의무도 없어. 아이는 낳고 싶으면 낳아. 하지만 내가 내 아이로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하씨 가문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아이인 거야.”

상처가 되는 말에 민하윤은 온몸에 힘이 빠져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순간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민하윤은 비참한 꼴로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길가에서 미친 듯이 헛구역질을 했다.

매정한 하도진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장 길가에 멈춰 서 있는 검은색 벤틀리로 향했다. 잠시 뒤 그 차는 민하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씨 가문 저택 3층의 서재. 집사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자세히 보고했고 하도진의 할머니 김옥자는 염주를 굴리며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표정을 해 보였다.

오히려 옆에 있던 하준혁과 채선화 두 사람이 매우 흥분했다. 평생 손주를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그들은 귀국하자마자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두 사람은 마음이 조급했는데 뭐라고 하면 하도진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걱정돼서 감히 재촉할 수 없었다.

옆에 서 있던 집사는 두 사람이 길가에서 나눴던 대화 중 하도진이 한 말만 전했다.

“어머님, 그 아이 말을 못 하는 건가요?”

채선화는 조금 전까지 손주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에 젖어 있다가 곧바로 실망했다. 그녀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김옥자는 염주를 굴리다가 멈춘 뒤 테이블 위에 놓인 쪽지에 시선을 두었다. 꾸깃꾸깃한 쪽지 위에는 힘이 느껴지는 수려한 글씨체로 글이 적혀 있었다.

김옥자는 가만히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준혁아, 넌 어떻게 생각하니?”

“도진이는 약을 잘못 먹어 불임이 되었고 그동안 어머니께서는 도진이를 치료하려고 의사를 찾아다니며 애쓰셨잖아요. 만약 저 아이가 정말로 임신을 했다면 낳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어렵게 얻은 아이잖아요. 게다가 하씨 가문에 후계자가 없으면 안 돼요.”

김옥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 옆에 있는 집사를 향해서 말했다.

“그러면 내가 얘기한 대로 해. 도진이에게는 내가 얘기할게.”

하씨 가문의 며느리인 채선화는 당연히 시어머니의 말에 대놓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말을 못 하는 아이를 며느리로 받아주기는 힘들어서 결국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어머님, 일단 저 아이를 별장으로 데려가서 아이부터 낳게 하는 건 어때요? 도진이를 말도 못 하는 아이와 결혼시키는 건 좀 그렇잖아요.”

김옥자는 덤덤한 눈길로 채선화를 힐끗 보며 언짢은 듯이 말했다.

“왜? 손주는 보고 싶은데 며느리로 받아주고 싶지는 않아? 우리 하씨 가문은 그런 비열한 짓은 하지 않는다.”

“도진이에게 저런 아이와 결혼하라고 하는 건... 너무한 것 같아요.”

채선화가 용기를 내서 말을 이어갔다. 옆에서 남편이 그만하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씨 가문은 명원의 재벌가 중에서 정점에 서 있는 가문이었다. 채선화의 친정은 굉장히 부유했고 하씨 가문도 엄청난 가문이었으니 채선화는 절대 자기 아들이 말을 못 하는 여자와 결혼하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김옥자는 채선화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기에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동안 도진이가 아무 여자나 만나는 거 본 적 있니? 도진이 친구들은 그동안 수도 없이 여자들을 갈아치웠어. 설마 도진이가 몸가짐이 깨끗한 아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도진이는 병 때문에 겁을 먹어서 그러지 않은 거야. 도진이는 은율이랑 아주 오래 만났는데 그동안 은율이는 임신 한번 한 적 없어. 어떤 사람들은 자식 복이 많게 태어났어. 그런 아이가 도진이에게 가장 잘 어울려. 그리고 그 아이를 본 적도 없으면서 왜 별 볼 일 없는 아이일 거라고 단정 짓는 거야? 비록 말을 못 하긴 하지만 외모도, 분위기도 아주 뛰어났어. 명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야. 그리고 도진이가 정말로 관심이 없었으면 그 아이랑 잤겠니? 게다가 임신까지 시켰는데.”

김옥자는 나이가 많다 보니 말을 거침없이 했고, 그녀의 말에 하준혁과 채선화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겸연쩍은 표정을 해 보였다.

채선화는 재벌가 딸로서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노골적인 말을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결국 채선화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어머님 말씀에 따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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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homejoa
훌륭한 집안 어르신이네. 후손은 소중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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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9화

    새해가 되자 민하윤은 세뱃돈을 받느라 손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하도진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침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돈을 세는 아내를 바라봤다.하도진은 돈에 눈이 반짝이는 민하윤의 모습이 못마땅한 듯 말했다.“돈이 그렇게 좋아?”하지만 민하윤은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설날인데 괜히 하도진과 말다툼할 생각은 없었다.평소에는 어른들이 주는 돈을 선뜻 받기도 애매했지만 명절만큼은 마음 편히 세뱃돈을 받을 수 있었다.게다가 올해는 두 아이 덕분에 유난히 세뱃돈 봉투가 많았다.하나같이 두툼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예 통 크게 주주와 연이 앞으로 각각 통장까지 하나씩 만들어 줬다.하도진이 혀를 차며 말했다.“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네. 침까지 흘리겠어. 난 당신이 이렇게 돈 좋아하는 사람인 줄은 예전엔 몰랐는데...”민하윤은 놀림을 받아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실실 웃으며 말했다.“이게 말로만 듣던 돈 세다가 손 아픈 기분인가 봐요.”하도진은 침대에 앉아 아무 봉투나 두어 개 집어 안을 훑어봤다.축하 문구는 거의 비슷했다.하회주, 하명연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 새해의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이 가득했다.하도진이 두툼한 봉투 두 개를 집어 민하윤 앞에서 일부러 흔들었다.“근데 이거 당신한테 준 거 맞아? 아무리 봐도 우리 두 아들의 세뱃돈 같은데...”민하윤은 바로 눈을 흘기며 봉투를 낚아챘다.“뭘 몰라서 그래요. 제가 잠깐 대신 보관해 주는 거예요. 대신 보관이라고요. 설마 제가 몰래 써 버리기라도 하겠어요?”하도진은 피식 웃더니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팔을 베개 삼아 침대에 드러누웠다.민하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돈부터 감쌌다.“어라, 거기 눕지 마요. 일어나요.”하도진은 눈꺼풀만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렇게 돈을 좋아하면서 내가 준 카드는 왜 한 번도 안 써? 내가 사 준 가방이랑 옷, 보석은 왜 밖에 하고 나간 적도 없지?”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이며 시선을 내렸고 작게 중얼거렸다.“너무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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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7화

    하도진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본가에 들어설 때까지도 그런 미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주주와 연이는 요즘 할 줄 아는 말이 점점 많아졌다.두 아이는 작은 머리를 맞댄 채 거실에 쪼그려 앉아 증조할아버지가 새로 들인 앵무새를 구경하고 있었다.“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앵무새는 초록빛이 감도는 화려한 깃털을 가졌고 부리 주변에는 선명한 붉은빛이 돌았다.앵무새는 반짝이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제법 사람 흉내를 내 말도 따라 했다.연이는 깔깔 웃으며 따라 외쳤다.“새야, 안녕.”그러다 뒤를 돌아봤다가 아빠가 한쪽 무릎을 꿇고 엄마의 신발을 벗겨 주는 걸 발견했다.연이는 곧장 쪼르르 달려가 민하윤의 손을 잡고 새장을 가리키며 자랑했다.“새! 새!”민하윤은 아들을 안아 올려 볼에 뽀뽀하고는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새?”“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앵무새가 새장 안 횃대 위를 왔다 갔다 하며 사람만 보면 영리하게 외쳤다.“안녕하세요!”하지만 두 아이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몇 분 놀더니 금세 앵무새를 거실에 내버려두고 가사 도우미에게 딸기를 씻어 달라고 졸랐다.저녁 식탁에서는 김옥자가 두 아이의 생일 이야기를 꺼냈다.나이가 들수록 집안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좋다며 이번에는 호텔에서 제대로 생일잔치를 열자고 했다.민하윤은 어른의 호의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 생각을 말릴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때 하도진이 갑자기 식탁 아래로 손을 뻗어 민하윤의 왼손을 잡았다.민하윤은 살짝 당황해 하도진을 흘겨보며 손을 빼려고 했다.하지만 하도진은 턱을 아주 조금 들어 김옥자 쪽을 한번 바라봤다.의미는 너무나 분명했다.민하윤은 얼굴을 찌푸리다가 곧바로 알아차렸고 더는 손을 빼지 않고 하도진이 잡은 채로 내버려뒀다.그때 하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할머니, 애들이 아직 얼마나 됐다고 벌써 호텔까지 잡아서 생일잔치를 해요? 별로 상관도 없는 사람들 잔뜩 불러 놓고 괜히 번거롭기만 하잖아요.”말투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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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5화

    백누리가 공항에서 엉망으로 울어 화장까지 번진 사진은 무려 일주일 동안 연예 뉴스 메인을 장식했다.소속사 홍보팀 직원들이 어떻게든 기사를 내리려고 애썼지만 끝내 실패했다.나은지는 새로 계약한 남자 배우를 데리고 지벤의 레드카펫 행사에 다녀온 참이었다.돌아오자마자 연예 뉴스 실시간 검색어에 떡하니 걸려 있는 기사를 보고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화가 났다.백누리를 처음부터 지금 자리까지 끌어올린 사람이 바로 나은지였다.가장 힘들었던 시절, 백누리는 웹드라마에서 이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단역밖에 맡지 못했다.한 달 내내 촬영장에서 고생하고 받은 돈이 고작 70만 원이었다.그마저도 작품이 공개되고 나니 무능한 제작자가 편집을 엉망으로 해 백누리의 장면은 몇 컷밖에 남지 않았다.데뷔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버텨 왔다.그동안 겪은 일들은 남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았다.나은지가 백누리를 아끼는 만큼 지금의 분노도 컸다.방바닥에는 구겨진 휴지가 잔뜩 널려 있었다.나은지는 그 한가운데 서서 백누리의 코앞을 가리키며 쏘아붙였다.“너 미쳤어? 인생의 첫 여우주연상을 받는 날에 시상식에서 도망쳐서 공항까지 가더니 화장이 다 번지도록 울고 그 꼴을 행인들한테 찍혀 인터넷에 올라가게 해?”“내가 네 경쟁 배우들이었으면 자다가도 웃다가 깨겠어. 넌 지금 네 커리어를 스스로 박살 내고 있는 거야!”“장 감독님한테도 제대로 찍혔고 업계 사람들한테는 웃음거리까지 됐어!”나은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일하기 싫으면 그냥 말해. 스무 살 넘은 어린 애들이 네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줄 서 있어.”“경쟁 배우들은 네가 한 번만 삐끗하길 기다렸다가 네 명품 광고 다 뺏어 가려고 난리라고!”백누리는 두 무릎을 끌어안은 채 얼굴을 파묻고 있었고 퉁퉁 부은 눈가에는 물기가 번들거렸다.지금의 백누리는 깨져 버린 도자기 인형처럼 위태로워 보였다.말도 없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평소 같았으면 벌써 실실 웃으며 나은지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4화

    “네.”임형섭은 모르는 척 짧게 대답했지만 시선은 계속 엘리베이터 쪽을 향하고 있었다.백누리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하윤이한테도 인사하고 가실래요? 제가 전화할게요. 조금만 늦게 비행기를 타시면...”하지만 임형섭은 고개를 저으며 백누리가 전화를 걸려는 걸 막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얼굴을 볼 용기는 없네요. 보면... 못 떠날 것 같아서요.”백누리는 코를 훌쩍이고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물었다.“다른 사람을 좋아해 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보셨어요?”임형섭은 대답을 피했고 그저 웃으며 가방을 메고 돌아섰다.탑승구로 들어가기 전, 임형섭은 백누리가 있는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백누리도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손을 흔들어 답했다.야위고 훤칠한 뒷모습이 터미널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백누리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백누리는 울면서 민하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왜 안 왔어? 왜 배웅하러 안 왔어...”백누리는 울먹이며 따지듯 말했다.“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데...”민하윤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울음과 원망 섞인 목소리를 듣기만 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백누리는 결국 전화를 끊더니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엉엉 울었다.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휴대전화를 들어 백누리를 찍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카메라를 가려 주는 사람이 없었다....하도진은 인삼 생강차를 끓여 민하윤 앞에 가져다 놓으며 물었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민하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리고 먼저 다가가 하도진을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넓고 단단한 등에 얼굴을 묻자 속눈썹 끝에 맺혀 있던 눈물이 셔츠를 서서히 적셨다.하도진은 놀라 급히 뒤를 돌아보려 했다.하지만 민하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하도진의 어깨를 꽉 붙잡고 돌아보지 못하게 했다.“무슨 일인데?”민하윤의 몸이 희미하게 떨렸다.민하윤은 계속 고개만 저으며 입술을 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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