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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금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중심을 잡고 서기도 전에 따귀가 날아왔다. 뺨이 화끈거렸다.

민하윤은 비틀거리면서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소파 위에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녀에게 닿았다.

민희수는 송해정의 품 안에 안겨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하씨 가문의 경호원에게 쫓겨났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자 큰 굴욕감을 느낀 민희수는 집으로 돌아와 울면서 하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일부러 부풀려 말하며 부모님에게 호소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민하윤은 민희수의 눈빛에서 의기양양함과 도발을 보았다. 민하윤의 친모 송해정은 냉담한 표정으로 혐오스럽다는 듯이 민하윤을 바라보았다.

“어떤 놈의 아이야?”

민성현이 씩씩대면서 추궁했다.

또 똑같은 질문이었다. 그들은 민하윤을 얼마나 문란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걸까?

“아빠, 언니 욕하지 마세요. 적어도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죠.”

민희수는 송해정의 품에 안긴 채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엄마가 임신테스트기 준비해 두셨으니까 한 번 확인해 봐. 내가 오해한 거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민하윤은 민희수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민성현이 민하윤의 뺨을 때리려고 또다시 손을 들었다. 이를 꽉 깨문 모습을 보니 민하윤을 때려죽이고 싶은 듯했다. 자기 몸 간수 하나 못하고 다른 남자랑 뒹굴어 진씨 가문에서 파혼하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게 하고, 이제는 결혼하기도 전에 아이를 가졌으니 민성현은 민하윤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다.

줄곧 말이 없던 송해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윤아, 아빠 화 돋우지 말고 임신 테스트기 챙겨서 테스트해 봐. 우리는 그동안 너를 키우면서 그 남자의 치료 비용까지 댔어. 우리는 그동안 할 만큼 했어.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배은망덕한 짓을 할 수 있니?”

배은망덕하다는 말이 우스웠다. 그동안 그들이 민희수를 편애했던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송해정이 가볍게 말했다. 민하윤의 편을 드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위협이었다.

민하윤이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임신 테스트기를 챙겨서 화장실로 향했다.

민하윤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와중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민하윤은 세면대 앞에서 헛구역질했다.

임신 테스트기에 빨간 줄이 두 개 떴다.

임신이 맞았다. 하도진은 절대 그럴 수가 없다고 했지만 결국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

민하윤은 이제 곧 피바람이 불 거라고 예상했음에도 자신의 친부모님이 얼마나 매정하고 무자비한 인간인지를 과소평가했다.

민하윤이 두 줄이 뜬 임신 테스트기를 들고나왔을 때 거실에 나이 많은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는 머리숱이 굉장히 적었고 흰 머리카락 몇 가닥이 유독 눈에 띄었다.

민희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개했다.

“아저씨, 이쪽은 제 언니 민하윤이에요.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죠?”

처음에 민하윤은 그 노인이 민성현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이러한 상황에 불안감을 느꼈다. 특히 노인이 음흉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불안감이 더 강해졌다.

“희수야, 예의를 갖춰야지. 하윤이가 결혼하게 되면 호칭을 바꿔야 하는 거 알지?”

송해정이 민희수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면서 말했다. 그 다정한 모습에 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렸다.

민하윤은 똑똑한 사람이었기에 민씨 가문 사람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 바로 눈치챘다.

그녀는 빠르게 다가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테이블 위에 쾅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빨간 줄이 두 개 보였다.

민성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으나 안지욱이 그 자리에 있어 참을 수밖에 없었다.

민하윤이 수화를 썼다.

[저 임신했어요.]

민희수의 예상이 맞았다.

민성현은 분을 참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이런 추접스러운 짓을 하다니, 제가 딸을 잘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

안지욱은 말 못 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탄광 두 군데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명원의 유명한 재벌가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역시도 부자였기에 예쁜 여자는 많이 봤었다.

그러나 사진 속 민하윤의 모습을 본 순간 안지욱은 민하윤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민하윤은 사람을 홀릴 듯한 미모를 가진 동시에 예쁜 두 눈에서 순진무구함이 느껴져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보호 욕구를 자극했다.

순수해 보이면서도 욕망을 자극하는 미인이었다. 게다가 푸른색의 원피스를 입으니 피부도 더욱 하얘 보였고 몸매도 더 좋아 보였다.

안지욱은 민하윤을 본 순간 피가 끓는 것 같았다. 그는 발기부전 때문에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고 효과가 매우 좋다는 약도 많이 먹어 보았지만 이렇게 바로 효과가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 안지욱은 민하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당장 민하윤을 데려가서 잡아먹고 싶었다.

“민 대표님, 그때 하신 말씀 아직 유효합니까?”

안지욱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민하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정말 따님을 제게 시집보낼 겁니까?”

“안 대표님께서 괜찮으신다면...”

민성현은 거기까지 말한 뒤 난감한 얼굴로 테이블 위 임신 테스트기를 바라보며 속으로 조신하지 못한 딸을 저주했다.

안지욱은 교활한 민성현의 속마음을 간파했다. 안지욱은 세 번이나 이혼했었고 여자들도 많이 만났었다. 첫 번째 아내가 딸을 낳아주긴 했지만 나머지 여자들은 한 명도 임신하지 않았다. 50대 초반이 된 안지욱은 병 때문에 어쩌면 앞으로도 쭉 후계자를 둘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하윤과 결혼하여 그녀와 여러 번 잠자리를 가진다면 민하윤이 언젠가는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안지욱은 자꾸만 몸에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아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입술을 핥았다.

“장사라는 것도 자손이 번성해야 잘 되는 법이죠. 정말로 결혼하게 된다면 제가 그깟 아이 하나 키우지 못하겠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성현은 살짝 당황했다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안 대표님은 참 마음이 넓으시네요.”

민하윤은 싸늘한 얼굴로 친부모님이 자신을 상품처럼 내다 파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로 안지욱에게 팔려 가게 생기자 민하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덜덜 떨렸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개진 채 필사적으로 수화를 했다.

[전 죽어도 저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울분을 쏟아낸 뒤에는 힘없이 두 팔을 내려뜨렸다. 민하윤은 다른 사람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히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 순간 송해정의 무심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잘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거야. 너희 양아버지는 많이 편찮으시니 말이야. 그동안 우리 집안이 자금을 지원해 준 덕에 지금까지 겨우 살아있는 거잖니? 그리고 이 결혼도 다 너를 위해서야.”

민하윤은 순간 두 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집에서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다급한 벨 소리에 민하윤은 서둘러 전화번호를 확인했고 바짝 긴장한 채로 덜덜 떨면서 전화를 받았다.

“민하윤 씨, 들리시나요?”

전화 너머 사람은 아주 다급해 보였다. 민하윤은 가쁘게 숨을 쉬며 황급히 휴대전화 화면을 톡톡 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동안 양아버지의 간병인에게서 전화가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아주 다급한 상황이 아니면 그들은 늘 문자로 소통했었다. 민하윤은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편하게 전화로 소통할 수가 없었다.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민하윤은 다급히 입술을 달싹였지만 알아듣긴 힘든 소리만 났다.

소리가 들리자 간병인은 목청을 높이며 말했다.

“민하윤 씨, 조금 전에 사모님께서 연락이 와서 저를 해고하겠다고 하셨어요. 간호사도 조금 전에 찾아와서 곧 퇴원할 거냐고 묻더라고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심지어 사모님께서 이번 달 월급이라면서 제 계좌에 미리 돈을 입금해 주셨어요.”

민하윤은 당혹스러웠다.

민하윤의 양아버지는 두 다리를 잃었고 뇌 손상까지 입어서 의식조차 없었다.

그런데 퇴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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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진의 차는 길가에 멈춰 섰다.희뿌연 새벽빛 아래 세상은 짙은 안개에 잠겨 있었다.하도진은 문득 헛웃음이 터졌다.‘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아직 철없는 애송이처럼 이렇게 무모하고 충동적이라니. 내 멘탈이 이렇게나 형편없단 말인가.’민하윤이 손가락 하나 까딱해 유혹하기만 해도 하도진은 그토록 하찮고 값싸 보이는 꼴이 되고 말았다.하도진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해가 뜨기 전에 담배를 한 개비 물었다.그때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 댔다.하도진은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차창을 올린 뒤 전화를 받았다.“형 지금 어디야? 은율 누나가 주민혁한테 끌려갔어!”수화기 너머로 진호영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준오 형은 해외 나갔고 나도 그 새끼 사람들한테 맞았어. 형, 지금 어디야?”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켠 뒤 대뜸 욕부터 퍼부었다.“생각이란 게 있긴 해?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걔 마음대로 날뛰게 두지 말고 주민혁의 술집에서 바로 데리고 나오라고 했지. 사람 말이 그렇게 알아듣기 어려워? 꼭 일이 이 지경까지 터져야 정신 차리냐?”“나가던 길에 하필 그 새끼랑 마주쳤어. 형 지금 어디냐고? 은율 누나 아직 취해 있어. 진짜 큰일 날까 봐 무서워.”진호영의 목소리는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하도진은 욕설을 뱉으며 핸들을 틀고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하도진은 이런 귀찮은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주민혁 그 개자식이 자기를 향한 원한 때문에 귀신처럼 달라붙어 자기 주변 사람들까지 건드리는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차는 고가도로 위를 미친 듯이 달렸고 짙던 안개도 조금씩 걷혀 갔다.하도진은 차 문도 제대로 닫지 않은 채 주민혁의 라운지 바로 안으로 들이닥쳤다.1층 댄스 플로어에서는 조금 전까지 남녀들이 디제이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고 있었지만 다음 순간 새하얀 스포트라이트가 번쩍 켜지자 모두 멍하니 서로 얼굴만 바라봤다.하도진은 2층 룸 문을 발로 걷어찼고 방 안의 상황을 본 순간 숨이 턱 막혔다.주민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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