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33화

Author: 조십일
어르신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을 비치는 거울과 같이 뭐든 다 보아낼 수 있었다.

어르신은 곧 아흔 살의 장수 노인이다. 하지만 근 몇 년동안 어르신의 자식들은 다 이 세상을 떠났으며 마지막 남은 자식도 반신불수로 병상에 누워있다.

자식들을 먼저 보내고 나니 손주들과의 감정도 점점 멀어지면서 어르신은 고향 집에서 외롭게 지냈다. 하지만 고향 집의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효자"들이 나타나 효자 노릇을 하려고 했다.

그러니 어르신은 그들의 생각을 다 꿰뚫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어르신의 철거 보상금을 노리고 있다.

어르신은 이미 돈을 중요시하는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돈을 나누어주고 나면 정작 아프다고 해도 보러와 줄 이는 없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니 자식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짐만 되었다.

이 돈이라도 손에 쥐고 있으니 한주시에 오겠다고 했을 때 그나마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고 어르신의 뜻에 따라 행동했다. 하지만 그들의 신경은 전부 그 돈에 있었다.

병실에서 환우들과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사람들은 전부 프로그램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지만 어르신은 스크린에 비친 유현진을 보며 문득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증손녀가 보고 싶어졌다.

유현진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 그녀는 어르신이 달콤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았으며 담배와 술도 공제했다. 게다가 한밤중에 감기라도 걸릴까 봐 에어컨의 따뜻한 바람도 틀어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탕을 입에 넣고서도 어르신이 속상해할까 봐 맛있다고 말해주던 아이였다.

그녀는 누구보다 착했다.

유현진은 눈물을 참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꼭 강씨 가문 사람들이 사과하게 할게요."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교양 없는 어린애랑 뭔 말을 한다고."

어르신은 유현진의 손을 잡더니 통장을 쥐여주며 말했다. "어서 숨겨. 아무도 못 보게."

병실 밖에서 둘째 작은어머니가 뒤꿈치를 들고 병실을 염탐했다.

하지만 칸막이 커튼 때문에 두 사람의 행동을 볼 수 없어 속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4화

    넷째 삼촌이 넷째 작은어머니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그만 말하라는 눈치를 주었다.유상수의 공장에서 출근하는 처지에 이런 거로 서로 책임을 밀며 시시콜콜 따지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았다.유상수는 이 못난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병원비 내라는 말은 안 할 테니 걱정하지 마!""아주버님, 그 말이 아니라요. 병원비가 얼마나 한다고요? 할아버지 연세도 많으시고 게다가 이렇게 다치기까지 했으니 건강이 점점 더 안 좋아질게 뻔하잖아요. 이렇게 두는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퇴원한 뒤에 누구랑 같이 살아야 할지 의논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맞는 말이다.어르신이 쌩쌩할 때도 그들은 이 문제로 몇 번이고 의논한 적 있었다.다들 어르신의 철거 보상비를 노리고 있으니 누구나 열정적이었다.하지만 어르신이 고집을 부려 아무 데도 안 가겠다고 하니 당시 이 일은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병상에 누워있게 되었으니 이 말은 다시 한번 칼도마에 오르게 되었다.유상수는 그 돈은 성에 차지 않았지만 고향 집에 있는 땅이 욕심났다. 하지만 어르신은 여태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유상수는 마침 이번 사건을 기회로 해서 어르신과 감정을 배양한 뒤에 빼앗아 내려고 했다.다들 어르신의 부양권을 얻기 위해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유현진은 병실 문 앞에 서서 이 사람들의 연극을 지켜본 뒤에야 어르신이 왜 통장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유현진은 병실 문 앞에서 한참 동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사람들이 한창 얼굴을 붉혀가며 의논하고 있을 때, 유현진이 문을 열고 나왔다.사람들은 유현진을 보더니 이내 하던 말을 끝냈다.둘째 작은어머니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떠나지 않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어 물었다. "현진아. 할아버지 뭐라 하셔?"유현진은 쌀쌀하게 말했다. "별말 없으셨어요. 물 한 잔 마시고 쉬고 계셔요."둘째 작은어머니가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물 한 잔 마시는 게 이렇게나 오래 걸렸어? 다른 말씀은 없었고?"유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5화

    만약 유현진이 강민서에게 손을 댄다면 일은 더 복잡해질 것이 뻔하니 강한서는 유현진을 이 일에 얽히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유현진은 강한서가 강민서를 두둔하는 줄로 알고 마음이 차가워졌다."강 대표 일 처리가 별로네. 증조할아버지가 어떻게 해결해?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실까? 그 나이에 똑같이 돌려주기라도 할까? 이거 놔!"강한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꼭 잡은 채로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당신이 하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유현진, 너 진정하고 생각 좀 해봐. 너 여기서 얘 따귀 때리면 뒷수습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어?"유현진은 손을 움찔하더니 입술을 깨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한서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계속 말했다. "증조할아버지 아직도 누워계시는데 당신이 이 일로 우리 집안과 등진 거 알게 되면 마음이 편하실까?"유현진은 쌀쌀한 눈빛으로 강한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강민서만 아니면 증조할아버지 저렇게 안 됐어.""그래서 사과시키려고 데려왔어. 직접 사과드리게 할게. 증조할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릴 거야."유현진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강한서, 모든 일이 돈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야. 난 그냥 못 지나가."말을 끝낸 유현진은 강한서의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한 발 옮겼다.유현진은 충동적으로 손을 휘두르지 않고 그저 쌀쌀하게 서 있었다.유상수는 신미정이 집안사람을 대동해 어르신의 병문안을 온 일에 대해 너무 고마워서 꼬리를 흔들며 어르신이 휴식하든 말든 상관 안 하고 병실로 모셨다.어르신은 잠에 들지 않았다. 어르신은 강한서를 보더니 표정을 가다듬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강한서, 이놈."강한서는 입꼬리를 내렸다. 어르신의 목소리는 많이 허약해졌다.강한서는 어르신의 허약한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머리를 돌려 강민서에게 말했다. "앞으로 와."두 경호원은 억지로 강민서를 앞으로 끌어왔다. 강민서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와 대충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죄송해요. 고의는 아니었어요."강한서는 미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6화

    유상수는 흠칫하더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럼."모두의 눈길은 어르신에게로 향했다. 어르신은 평온한 눈길로 유상수를 향해 말했다. "카드 돌려드려."신미정이 다급히 말했다. "이 일에 대한 보상이에요."둘째 작은어머니도 다급히 말했다. "저 집안 딸이 아니면 이렇게 다치지도 않으셨을 테니 받아 마땅한 돈이에요. 병원비도 내야 하고요."어르신은 둘째 작은어머니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내가 넘어져 다친 것도 아니고 보상받을 이유가 없어. 받으면 잘못된 거야!" 어르신은 또다시 유상수에게 말했다. "당장 돌려드려."보는 이도 많고 어르신도 견결하니 유상수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카드를 돌려주었다.신미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것 필요하시면 말씀하셔도 좋아요."어르신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사과도 받았으니 다들 돌아가시게."유상수는 신미정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나지막한 목소리로 어르신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사부인 금방 도착하셨어요."어르신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앉을 곳도 없고 다들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숨쉬기도 힘들어. 이건 뭐 숨 막혀 죽겠네."유상수는 어쩔 바를 몰라 했다.신미정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직접 사과드리러 왔건만 어르신은 그들을 반가워하지 않았을뿐더러 체면도 봐주지 않았다.신미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만 갈게요. 민서야, 가자."강민서는 경호원의 손을 뿌리치고 신미정을 따라나섰다.유상수는 다급히 뒤를 쫓아가 말했다. "사부인, 제가 바래다 드리지요."둘째 작은어머니도 아무도 자기를 못 봤으니 슬그머니 뒤쫓아갔다.병실의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고 강한서와 유현진만 남게 되었다.어르신은 유현진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현진아, 나 배고파. 내려가서 만두나 사 와."유현진은 강한서를 힐끗 보고는 이내 알아차렸다. 어르신은 강한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유현진은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 "무슨 만두 드실 거예요?"어르신은 늘 그렇듯이 미소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7화

    유현진은 흠칫하더니 벌떡 몸을 돌리며 말했다. "뭐라고?"강민서는 그런 그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유씨 집안은 정말 흡혈귀 같은 존재야. 그러니까 한 가족이겠지. 둘째 작은어머니라는 사람이 너나 네 증조할아버지보다 훨씬 솔직하더라고."말을 끝낸 강민서는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저녁에 어디서 만난다고? 또 노을이야? 알았어. 이따 봐…"유현진은 멀어져가는 강민서의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강한서는 특별히 간호인을 고용해 어르신을 돌보았다.유현진은 병실에 있다가 촬영장에 볼일이 있다면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강한서는 병상 옆에 앉아 어르신에게 귤을 발라 드렸다.어르신은 식욕이 없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돌아가. 현진이 오늘 기분 안 좋아 보이던데 일찍 가서 같이 있어 줘."유현진이 자기를 바라보던 눈빛을 떠올리니 강한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이것만 드시면 갈게요."어르신은 이내 강한서가 발라 준 귤을 입에 넣으며 강한서에게 얼른 가라고 손을 저었다. "어서 가, 어서 가. 나 잘 거야."강한서는 간호인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병원을 나섰다.차에서 대기하던 민경하가 강한서를 보자마자 물었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 '법역' 촬영장."민경하는 이내 차를 돌려 출발했다.촬영장으로 가는 길에서 강한서는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냈다. 바로 어르신이 준 것이다.어르신은 유현진에게 주는 예단이라고 했다.어르신은 유현진이 많이 가지고 들어가야 시댁에서 만만하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같이 있은 지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어르신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강한서는 감시카메라에 찍힌 강민서의 말이 떠올라 통장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강민서의 신용카드를 포함한 모든 카드 정지시켜요. 그리고 회사 재무팀에 정기 배당을 제외하고 두 사람에게 일전 한 푼 주지 말라고 알리세요."민경하는 깜짝 놀랐다.두 사람이란 강민서와 신미정이었다.두 사람은 처음에 회사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8화

    몇몇 사람이 차에 올라타 문을 닫더니 이내 차가 출발했다.송민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송가람에게 말했다. "나 여기 급한 일 생겼으니 이따가 전화할게. 먼저 끊는다."전화를 끊고 송민준은 다급히 박해서에게 말했다. "앞에 차 따라가. 눈치 못 채게 너무 바싹 따라붙지 말고."박해서는 시동을 걸고 검은색 밴을 따라갔다.검은색 밴은 아주 조심성 있게 CCTV를 피해서 작은 길로 들어갔다.박해서는 이 길에 대해 아주 익숙했는지라 다른 길로 에돌아 작은 길의 길 어구로 바로 갔다.하지만 길 어구에서 한참 기다렸지만 하얀색 밴만 지나갔을 뿐 검은색 밴은 보이지 않았다.박해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 길은 1킬로미터도 안 되고 중간에 빠져나갈 길도 없어서 이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어요."송민준은 흠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를 따돌린 거네.""어떻게…" 박해서도 흠칫했다. "설마 아까 하얀색 밴 말씀하시는 거예요?"이 길은 고작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너비다. 그런데 하얀색 밴만 나왔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중간에서 차를 바꾼 것이 틀림없다.박해서는 놀라웠다. "눈치 못 채게 거리 유지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요?"송민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뭔가 알아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조심스러웠던 것일 수도 있어. 꽤 총명하네.""대표님, 어떻게 할까요?"하얀색 밴은 이미 떠난 지 오래라 지금 따라가기에는 늦었다.송민준은 의자를 툭툭 치더니 입을 열었다. "CCTV가 없는 길이 어느 쪽이지?""서쪽 길에 CCTV 없어요.""그럼 그쪽으로 가."같은 시각, 혼미 상태의 강민서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눈앞은 무언가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입은 테이프로 막혀 있었으며 손발은 꽁꽁 묶여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강민서는 점점 더 커지는 두려움에 온 힘을 다해 바둥거렸지만 입도 가려져 있어서 거친 숨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유현진은 무표정으로 그녀 앞에 서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39화

    그녀는 눈을 찌푸리고 손으로 불빛을 가렸다.차는 이내 전조등을 껐다. 벤틀리 한 대가 그녀의 앞에 차를 세우더니 차창을 내렸다. 차 안에서 송민준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현진 씨. 여기서 보네요."유현진은 멈칫하더니 경계심을 드러내며 입술을 오므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송 대표님."송민준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시간에 혼자 여기서 걷고 있었어요?""차가 고장 나서 택시 기다리고 있었어요." 유현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여기 택시 없는데. 타세요, 태워다 드릴게요.""사양할게요. 저 콜택시 불렀어요."송민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한서한테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까요? 이 시간에 여자 혼자는 위험해요. 봤는데 모르는 척하기도 그렇고."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 "한서는 야근 중이에요." 유현진은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 "그럼 송 대표님이 저 좀 태워주세요."차에 탄 유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얼굴색이 창백했으며 손가락에는 핏줄이 생생하게 보였다.밖은 추웠고 그녀는 다소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송민준이 말했다. "해서야, 히터 틀어."유현진은 머리를 돌려 고맙다고 인사했다.송민준은 조용히 그녀를 훑어보다가 시선을 그녀의 귀에 있는 점에서 멈추었다.유현진은 송민준의 눈길을 느꼈는지 뒤돌아보았다.송민준은 이내 물 한 병을 넘겨주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현진 씨, 물 마실래요?"송민준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착각했다고 생각했다.유현진은 물을 받지 않고 말했다. "괜찮아요, 고마워요."송민준은 그녀의 긴장한 표정을 알아챈 듯 말했다. "아름드리 펜션으로 가."유현진이 말했다. "아름드리 펜션 말고 병원으로 갈게요."송민준은 그녀를 훑어보며 물었다. "현진 씨 어디 아파요?""아니요." 유현진은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 "가족이 병원에 있어서요."송민준은 더는 묻지 않고 박해서에게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병원에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40화

    강민서는 오늘 새벽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입가에는 온통 피범벅이었으며 혼미 상태로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사람들은 경찰서에 신고하고 그녀를 병원에 데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소지품에서 휴대폰과 주민등록증을 발견하고 신미정에게 연락했다.병원에 도착한 신미정은 얼굴이 삽시에 창백해지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강민서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고 입속에는 아직도 돌덩어리를 감싼 천 뭉치가 있었다. 얼굴이 부어있어 스스로 입을 벌려 뱉을 수가 없었다.의사는 수술 가위로 그녀 입안의 천을 조금씩 베어가면서 돌덩어리를 꺼냈다. 그제야 그녀의 상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강민서의 입 속은 온통 미세한 상처들이 가득했다. 치명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도 다치지 않았지만, 촘촘한 상처들은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였다.구강 내부는 피부와 달리 점막이라 타액이 부단히 분비되기 때문에 상처가 아무는 데 시간을 훨씬 더 소요한다. 강민서의 상처로 보았을 때 아마 그녀는 약 반 달간 말을 하기도 힘들뿐더러 음식을 먹기도 힘들 것이다.음식 섭취는 구강으로부터 시작되며 만약 구강 내부의 상처에 음식이 닿으면 통증은 더 격해질 것이 뻔하다.그녀의 주치의는 크고 작은 외상을 많이 보았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창자가 나온 환자는 많이 봐왔지만, 얼굴만 집중 공격당한 환자는 처음 본다.그렇다고 상처가 심한 것도 아니지만 가히 모욕적이고 괴로울 것이다.신미정은 강민서가 고통스럽다는 듯이 신음을 내는 소리에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왔다."대체 누구 짓이야!"강민서는 뻥진 얼굴로 입술을 오므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경찰이 노크하고 들어왔다. "환자 상태는 어때요? 상황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강민서가 머리를 끄덕이자 신미정은 눈물을 닦고 빨간 눈을 하고 말했다. "들어오세요."강민서는 입을 벌릴 수 없었다. 그래서 경찰이 묻는 말에 대답은 휴대폰으로 타자를 한 뒤에 보여주었다.경찰은 어젯밤의 일을 상세하게 물었다.강민서는 그저 화장실로 갔고 누군가 입을 막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341화

    강한서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 "잘못했으면 반성할 줄 알아야지 술 마시러 가? 엄마가 오냐오냐하니까 이런 일 생긴 거 아냐!"신미정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강한서! 너도 내가 키웠거든!"경찰은 두 사람의 싸움에 얼떨떨해서 말했다. "유현진이 누구죠?"신미정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 머리를 돌려 경찰에게 어제 일을 말했다. "어제 일로 앙심을 품은 게 틀림없어요. 그래서 사람을 보내 민서를 이렇게 만들었을 거예요. 민서는 누구랑 원한을 살 아이가 아니에요. 그런데 하필 어제 일이 생겼으니 유현진밖에 없어요."경찰은 신미정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어디 있죠?""같이 가요."강한서는 앞을 막아서서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 "이따가 내가 직접 데리고 갈게요. 지금 병간호 중이에요."경찰은 강한서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며 말했다. "강한서 씨, 우리는 절차대로 움직이는 것뿐이에요. 혐의가 없으면 절대 오래 걸리지 않아요. 몇 가지 질문만 하는데 별거 아니지 않나요?"신미정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어 앞장서 어르신의 병실로 향했다.강한서는 얼굴을 굳힌 채로 병실에서 나와 민경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CCTV에는 얼굴이 잡히지 않았어요. 인근 술집도 모두 10시 좌우의 CCTV는 조작된 상태예요. 경찰 측에서는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중이며 아직 다른 소식은 없어요.""누가 조작한 건지 알 수 있어요?""아니요, 책임자는 휴가 신청을 하고 고향에 갔다네요.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요."강한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해요.""알겠어요."______"조금만 더 드세요." 유현진이 나지막한 소리로 어르신을 달래고 있었다."이따가 먹을게."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기 간병인도 있는데 넌 집에서 좀 쉬려무나. 왜 아침부터 왔어?"유현진은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습관 돼서 그래요. 7시만 지나면 잠이 안 오더라고요."어르신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어제 강한서 그놈이랑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3화

    어두운 표정으로 이번 일의 경위를 할 번 곱씹은 홍혜림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해금은 항상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 번도 어긋난 적조차 없었다. 조금만 먼저 얘기를 꺼냈다면 의심을 살 수 있었고 조금만 늦으면 도와줄 기회를 놓칠 수 있었다. 서해금은 늘 홍혜림이 더는 손 쓸 방법이 없는 타이밍에 나타났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 당연히 홍혜림은 평소처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손길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서해금이 어떤 인간인데?’서해금은 이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거지도 아버지로 모실 수 있었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친아버지도 아버지라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 인간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도와줄 리가 없어.’‘애초부터 이 모든 것이 서해금이 꾸민 짓이라면 말이 되긴 하지.’‘하지만 대체 왜?’홍혜림은 순간 자신에게도 조향대회의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또 올렸다. ‘설마 그것 때문에?’서해금 의도를 파악하게 된 홍혜림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가식적인 X. 감히 날 두고 수작을 부려?’생각에 잠긴 홍혜림이 인상을 폈다 찌푸렸다를 반복하며 가끔은 이를 악무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윤이 걱정스레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홍혜림이 감정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역겨운 일이 떠올라서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래.”아직 어린 나이라 홍혜림 말의 의미를 눈치 채지 못한 진윤이 말했다. “엄마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전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제가 신고까지 했으니 저희가 여기저기 부탁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저희에게 사정을 해야겠죠. 엄마도 이젠 회사로 나가 보세요. 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너만 괜찮으면 엄마는 아무것도 겁나지 않아. 회사에는 네 아빠와 형이 있어. 내가 할 일은 널 지키는 거야.”그 말에 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떠올렸다.“너한텐 좋은 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2화

    진윤: ...진윤이 흥, 콧방귀를 꼈다. “네가 얘기 안 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아? 한성 그룹 대표지?”진윤이 머리가 떨어질세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엄마, 형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언변이 장난이 아녜요. 게다가 맞는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요. 전엔 우리 형이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형도 그 형님 앞에선 꼬마에 불과한 것 같아요.”진윤의 뒤통수를 툭 치려던 홍혜림은 그의 머리에 감싸진 붕대를 보고는 시선을 내려 엉덩이를 차버렸다. “형이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팔이 밖으로 굽어?”진윤이 바지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 “좋은 건 당연히 형이 더 좋죠. 하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형님이 더 뛰어난 것 같아요..”강한서를 향한 콩깍지가 두껍게 쓰인 진윤의 모습에 홍혜림은 괜히 질투가 났다. 하지만 상대방이 강한서라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정인월이 직접 교육한 아이였으니 성품이 우수하고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진수 그룹과 한성 그룹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지 않은 탓에 협업하는 일이 거의 없어 연계가 잦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윤은 한성 그룹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와 관련된 전공을 하고 있었고 강한서는 IT 업계의 정상급 인물이었다. 그러니 강한서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진윤에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홍혜림은 강한서가 아무 이유 없이 진윤을 도울 리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한서가 여자친구 대신 자신에게서 서해금의 일을 알아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홍혜림은 그 일엔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를 지고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한 적도 없어 오히려 홍혜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서 대표에게 우리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은근슬쩍 오 교수님을 귀띔하게 한 것도 너의 그 스승님 생각인 거야?”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도와주겠다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1화

    입가를 파르르 떨던 홍혜림이 진윤의 손을 툭, 쳐냈다. “저리 가. 엄마한테 그런 농담하지 마.”진윤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 홍혜림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러자 홍혜림이 진윤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얌전히 앉아있기나 해. 넌 애가 다치고도 얌전히 있지를 못 해.”잠시 말이 없던 홍혜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엄마한테 얘기도 안 하고 신고했어? 오 교수님께도 비밀로 하라고 하면서 말이야. 대체 무슨 생각인데 이렇게 수상하게 구는 거야.”“엄마, 만약 학교 측에서 빨리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었다면 진위 여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얼른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을 거예요. 저희가 오 교수님께 부탁할 시간 같은 건 주지도 않았을 거라고요.”“그럴 시간이 있었다고 해도 학교 명예가 걸린 일인데, 누가 그 책임을 지려고 하겠어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이 멈칫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학교에서 너한테 처분을 내렸다는 말이 가짜라는 얘기야?”진윤이 말했다. “엄마, 서화 대학은 엄마와 아빠가 수많은 인맥과 돈을 들여 고르고 고른 대학이에요. 업계에서의 명성도, 학교 분위기도 말 할 것 없이 좋고요. 오랜 세월을 지내며 명성을 쌓아온 학교예요. 그만큼 수많은 일을 겪어왔다는 얘기잖아요.”“그런 학교가 고작 이런 여론에 궁지로 몰려 학생에게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우려고 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지금은 예전과 달라요. 요즘은 순식간이면 소문이 퍼진다고요. 이런 일은 조금만 미숙하게 처리해도 오히려 힘들게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봐도 학교 측에서는 함부로 저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오히려 진실을 파헤치는 편이 학교의 명성을 지키는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잠시 조용하던 진윤이 말을 이었다. “엄마, 만약 엄마가 학교 이사진이라면 부정행위가 사실이었다는 결론과 부정행위가 루머였다는 걸론 중 어떤 게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홍혜림이 미간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0화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9화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8화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7화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6화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5화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