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 버르장머리 없는 가시나를 보았나! 네 어미가 너를 그따위로 가르쳤더냐? 네 어미가 삼청동 집에서 쫓겨나고, 미술관 재단에서 쫓겨나 길바닥에 나앉아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강 회장이 쿵 소리가 나도록 식탁을 내리쳤다. 유라의 입꼬리가 승리감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이 한마디면 이현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빌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이현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서류 한 뭉치를 꺼내 식탁 중앙으로 내던졌다. 서류가 스르륵 슬라이딩하며 강 회장의 찻잔 앞에 멈춰 섰다.
"그 손가락 거두시죠, 회장님."
이현의 낮고 명확한 음성이 거실을 울렸다.
"어머니의 미술관 재단 출연금을 일방적으로 회수하고 회계 장부를 조작하려 하신다면, 내일 아침 국세청과 검찰에 태성그룹 및 강산건설 간의 명의신탁 및 조세포탈 고발장이 접수될 겁니다."
"무... 뭐라고?"
강 회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리고 삼청동 주택의 명도 강제 집행을 시도하신다면, 주거침입 및 불법 점유 이탈죄로 강산건설 법무팀 전원을 형사 고소하겠습니다. 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의거해 임차인의 권리는 완벽히 보호받고 있으니까요."
이현은 한 걸음 다가가 강 회장을 내려다보았다. 사생아의 눈빛이 아닌, 단죄자의 눈빛이었다.
"어머니를 인질로 삼아 절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죄송하지만, 전 이제 법을 압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숨기고 싶어 하시는 그 더러운 비리 장부의 구조도 아주 잘 알고 있죠."
"너... 너 지금 감히 나를 협박하는 거냐?"
강 회장이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질을 했다. 이선희와 유라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모든 과정을 정적 속에서 지켜보고 있던 차도혁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만하고 순종적이던 사생아 여자가, 거대한 권력자인 강 회장을 완벽한 법리로 제압하고 있는 모습. 분노와 질투,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정복욕이 그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었다.
도혁은 이현에게 다가가 그녀의 억센 팔목을 잡아챘다. 차갑고 단단한 손길이었다.
"강이현."
도혁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현의 귓가를 찔렀다.
"제법 날카로운 칼을 품고 돌아왔군. 하지만 착각하지 마. 이 판을 움직이는 건 네가 아니라 나다."
이현은 잡힌 팔목을 털어내지 않은 채, 차도혁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단 한 치의 두려움도 없는, 서늘하고 맑은 눈동자였다.
"판을 움직이는 게 당신이라고?"
이현의 입술 사이로 차가운 조소가 흘러나왔다.
"착각은 당신이 하고 있어, 차도혁 씨. 이제 이 판의 주인은 나야."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히며 팽팽한 스파크를 일으켰다. 거대한 권력의 저택 안에서, 완벽한 반격의 첫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순간이었다.
성북동 대저택 거실을 채운 정적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폭탄과도 같았다.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차도혁의 강렬한 눈동자와 강이현의 차가운 시선이 공중에서 지독하게 부딪혔다.
도혁은 이현의 손목을 쥔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 서늘하고 매끄러운 살결 밑으로 뛰어대는 핏줄이 느껴졌다. 전생의 그녀라면 도혁이 손목을 잡는 순간 두려움에 떨며 시선을 내리깔았을 터였다.
그의 기분 하나에 제 삶의 방향을 맞추려 애쓰던 순종적인 여자. 하지만 지금 그 손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움츠러드는 떨림이 아닌, 당당하고 단단한 반발력이었다.
"이 판의 주인은 나다."
도혁이 나지막하게 조소하며 이현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낮게 깔린 음성에는 은근한 압박감이 서려 있었다.
"강이현. 네가 법조문 몇 개 외웠다고 해서, 이 세계의 질서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법은 힘이 있는 자가 다루는 도구일 뿐이야. 네가 쥐어짜 낸 그깟 법적 지식 따위로 태성그룹과 강산건설의 합작 판을 뒤엎을 수 있을 것 같아?"
이현은 도혁의 눈을 단 한 번도 피하지 않았다. 오만함으로 가득 찬 그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이현은 잡힌 손목을 세차게 비틀어 털어냈다. 도혁의 손에서 빠져나간 이현의 손목에는 붉은 자국이 또렷하게 남았지만, 그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힘 있는 자가 다루는 도구?"
이현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실소가 새어 나왔다.
"틀렸어, 차도혁 씨. 힘 있는 자들이 법을 도구로 삼아 온 이유는, 바로 당신들 같은 부류가 법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야. 완벽하고 흠집 없는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재벌가 후계자에게, 불법과 비리라는 스크래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당신이 더 잘 알 텐데?"
"감히 경찰 출석 통지서가 가문으로 날아오게 만들어? 태성그룹 법무팀에서 방금 연락이 왔다! 도혁 군이 이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고 경고하더구나! 만약 이번 일로 태성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오면 약혼이고 뭐고 전부 파탄 날 줄 알라고!""여보... 그게 아니라 강이현 그 기집애가..."이선희가 변명하려 했지만, 강 회장의 매서운 뺨 때리기가 이선희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찰싹!"입 닫아라!"강 회장이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당장 강이현 그 애한테 가서 사과하고 고소 취하해 달라고 빌어! 안 그러면 너희 둘 다 이 집에서 쫓아내 버릴 테니까!"유라와 이선희는 바닥에 엎드린 채 오열했다. 자신들이 만든 정교한 함정이 오히려 자신들의 목을 베어 버린 꼴이었다. 평생 아래로 보던 사생아 강이현의 발밑에서 처참하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한 달 후.서울의 하늘은 푸르고 드높았으며, 캠퍼스 교정에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한국대학교 법학관 대강당 게시판 앞에는 수많은 학생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은 로스쿨 최종 수석 합격자 및 입학생 명단이 발표되는 날이었다.이현은 민우와 함께 사람들 사이를 뚫고 게시판 앞으로 걸어갔다.민우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현장의 긴장감은 팽팽했다.
도혁의 눈동자 속에는 미친 듯한 집착이 들끓고 있었다."날 이용해라, 강이현. 네가 그 놈들을 단죄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무기를 내가 쥐여주마. 대신..."도혁의 입술이 이현의 귓가로 내려앉았다."너는 평생 내 테두리 안에서 벗어날 수 없어."이현은 도혁의 손을 거세게 털어냈다. 턱 끝에 붉은 손가락 자국이 남았지만, 이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하게 빛나고 있었다.이현은 도혁이 건넨 서류 봉투를 꽉 쥐었다."증거는 고맙게 받겠어, 차도혁 씨."이현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조소가 흘러나왔다."하지만 당신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어.""뭐?""날 이용하라고? 아니, 난 당신이 던져준 이 무기로 강유라와 이선희뿐만 아니라, 당신이라는 족쇄까지 끊어낼 거야."이현은 도혁의 가슴팍을 서류 봉투로 툭 치며 한 걸음 물러섰다."도구는 받아들이겠지만, 당신의 장난감이 될 생각은 없어. 내가 정점에 서는 순간, 제일 먼저 파멸하는 건 당신의 그 오만한 소유욕이 될 테니까."이현은 미련 없이 돌아서서 도로가로 걸어 나가 택시에 올라탔다.도혁은 멀어지는 택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붉게 물든 입술을 깨물었다. 분노가 가슴을 찢는 듯했으나, 동시에 온몸의 피가 뜨겁게 솟구치는 환희를 느꼈다.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칼을 세우
"저는 오늘 오후 서초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본 고발장을 정식 접수할 예정입니다. 입시위원회에서 만약 이 허위 소문으로 인해 저에게 면접 불이익이나 자격 박탈 조치를 내리신다면, 이는 불법 행위에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위원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믿습니다."김 교수는 한참 동안 서류와 이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오만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갖춘 완벽한 실력과 정당성에 대한 굳건한 확신이었다. 전직 대법관으로서 수많은 법조인을 배출해 낸, 김 교수의 가슴 속에서 잊고 있던 전율이 피어올랐다."자네... 진짜 변호사처럼 말하는군."김 교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알았네, 강이현 학생. 입시위원회는 항간의 조작된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다. 자네가 제출한 서류는 정식으로 기록에 남길 것이니, 면접 준비나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게.""감사합니다, 위원장님."이현은 다시 한번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뒤 연구실을 나섰다.연구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이현의 가슴 속에서 차가운 승리감이 번져 나갔다. 첫 번째 장애물은 자신의 힘으로 완벽하게 치워버렸다.---법학관 건물을 나온 이현은 서초경찰서로 향하기 위해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정의 단풍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그때, 정문 앞에 정차해 있던 칠흑 같은 고급 세단 한 대가 이현의 앞을 가로막듯 멈춰 섰다.매끄러운 차체가 햇빛을 받아 서늘하게
이현을 짓밟으려 했던 유라의 조잡한 수작. 하지만 그 수작 앞에서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칼을 뽑아 들고 법학관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현의 모습은 도혁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어 놓았다."비서실장."도혁의 낮고 서늘한 음성이 차 안에 퍼졌다."예, 대표님.""이 글 작성한 IP, 강유라와 이선희 쪽이라는 증거 완벽하게 확보해라. 그리고..."도혁의 눈동자가 비틀린 열망으로 빛났다."강이현이 저 글을 쓴 놈들을 법정으로 끌고 갈 때, 내가 뒤에서 가장 완벽한 증거를 쥐여줄 테니까 준비해."이현이 세운 칼날 위에, 차도혁의 비틀린 집착이 또 하나의 기름을 붓고 있었다. 적이자 지원자, 그리고 정복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내의 위험한 경계선 위에서, 강이현의 정점을 향한 싸움은 이제 막 본격적인 법정극의 막을 올리고 있었다.법학관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밖에서의 어수선한 소음은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대리석 바닥 위로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맑게 울렸다.이현은 2층 입시위원장실 문 앞에 서서 잠시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딥 네이비 수트의 카라를 바르게 펴고, 손에 쥐어진 가죽 가방의 감촉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는 방금 전 출력한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본과 강산건설 미술관 재단의 정식 회계 감사 보고서, 그리고 자신이 직접 작성한 형사 고발장 초안이 차곡차곡 들어차 있었다.똑똑.단호하고 규칙적인 두드림에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
민우의 눈빛 속에는 이현을 향한 존경과 함께, 은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도혁이 내뿜던 소유욕이나 압박과는 완벽하게 다른, 인격체 대 인격체로서의 순수한 호감이었다. 이현 역시 민우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광장을 걸어가던 그때, 주위 학생들의 시선이 이상하게 이현에게 쏠리기 시작했다.여기저기서 학생들이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며 이현을 향해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불쾌하고 음습한 시선들이 이현의 피부를 찌르는 듯했다."저 사람 맞지? 강이현...""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봤어? 대기업 사생아라는데...""엄마 미술관 재단 이용해 편법으로 입시 자료 만들었다는 고발 글 올라왔잖아.""진짜야? 겉으로는 공부 잘하는 척하더니 실상은 집안 배경으로 수작 부린 거였어?"날카로운 속삭임들이 공기를 타고 흘러들었다.민우의 눈썹이 찌릿하게 일그러졌다. 민우는 곧바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로스쿨 준비생 공식 커뮤니티 게시판을 확인했다.게시판 상단에는 [한국대 로스쿨 입시생 K양의 추악한 실체]라는 제목의 글이 실시간 인기글로 올라와 있었다.내용은 지독하게 악의적이었다. 이현이 강산건설 회장의 사생아라는 신분을 이용해 어머니의 미술관 재단 자금을 유용했으며, 그 자금으로 로스쿨 입시용 스펙을 조작하고 대리 논문을 작성했다는 허위 사실들이 정교하게 포장되어 있었다.심지어 이현이 태성그룹 후계자인 차도혁과의 약혼 신분을 이용해 입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찌라시 수준의 음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n
"도혁 씨가 내 전화를 안 받아... 엄마! 이게 말이 돼?"유라가 소리를 지르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어제 저택에서 나온 이후로 도혁 씨가 비서실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심지어 나한테 강이현 건으로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고!"이선희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제 저택에서 이현이 보여준 기상천외한 반격은 강씨 가문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강 회장은 밤새 분을 참지 못해 술을 마셨고, 이선희 역시 이현이 쥐고 있다는 비리 장부의 존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 사생아 기집애가 어디서 그런 자료를 구했는지 모르겠다만..."이선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아버지가 지금 겁을 먹었어. 당장 한서영이 집을 쫓아내는 것도 중단하라고 지시했더구나. 미술관 재단 회계 감사도 철회했고.""뭐라고요? 아버지까지 그 년한테 굴복했다고요?"유라가 비명을 질렀다."그럼 나는 어떡해! 도혁 씨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온통 그 년 신경만 쓰고 있는데! 도혁 씨 눈빛 봤잖아, 엄마! 도혁 씨가 그 년을 바라볼 때 눈빛이 분노가 아니라... 이상하게 집착 같은 거였다고!"유라의 가학적인 질투심이 폭발했다. 평생 자신보다 아래에 있던 하수인, 불쾌한 사생아에 불과했던 이현이 자신과 도혁 사이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었다."걱정 마라, 유라야."이선희의 눈에 악독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