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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각자의 속도대로 꾸준히 (1)

Author: 전왠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4 01:10:12

마음 졸일 일 없이 여섯 장의 카드 안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공동의 목표로 달성했겠다, 당분간은 감감무소식을 자처한 녀석.

솔직히 처음에는 웬 꿀이냐 싶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저희 둘은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상황에 이어 대학교 간판까지 고스란히 같게 되었다니까.

그러니 고등학교 졸업식 전까지라도 서로 거리를 두고 지내보는 것도 괜찮겠지 싶었다.

조만간 대학교에 입학해서 새내기 생활을 시작하자면 한때 지율혜가 했던 말 그대로 저와 녀석은 전공을 제외한 모든 교양 수업을 똑같이 맞추고 매일같이 함께하게 될 테니까.

글쎄, 암만 부정해 봐도 눈에 선한 스토리인 만큼 그 부분에 있어서는 바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람이 갑작스럽게 달라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문제라고 하니, 언제까지고 저를 찾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 며칠이었지.

근데 또 잠결에 희미한 시야를 확보하자니 제가 또 괜한 궁금증을 가졌던 게 확실해졌다.

누가 저희 집 문을 열어줬는지 확인하는 건 나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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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어이. 너 또 딴 생각했지? 참고로 너희 집에서 만화방은 꽤나 가까운 위치니까 괜히 운전대 잡을 생각일랑 마.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라고. 괜히 폼 잡겠다 설치지 말고.”“우와~ 내가 딴 생각한 건 어떻게 알았대. 근데 운전은 해봐야 느는 거라며. 나는 있지. 나 혼자 운전대를 잡고 공주까지 쭉 가보는 게 꿈이야. 초장에 찍어먹는 잡채 만두. 그걸로 우리 율혜 꼬셔서 할머니 댁으로 데려가 보게.”혼잣말인 듯 혼잣말이 아닌 시뮬레이션.그새 또 씰룩이는 입꼬리에 고개까지 내젓는 휘안의 원맨쇼였으니 제 자리에서 못마땅한 티 팍팍 내기로 한 도준의 미간이었다.“그래. 말린다고 내 말을 들을 네가 아니지. 어떻게 맨날 지율혜야. 오늘만 예외였지, 너희 둘은 평일이고 주말이고 맨날 만날 거 아니야.”“응. 근데 맨날 봐도 계속해서 보고 싶던데? 봐도 보고 싶고, 안 봐도 보고 싶고. 그냥 내 삶은 온통 다 우리 율혜뿐이랄까.”체리는 리츠에. 리츠에는 리짱. 리짱은 율혜.이것 참 누구 하나 깊게 파고들지 않으면 그 상관관계를 알 길이 없다는 율혜의 여러 이름.특히나 체리라는 이름은 어떠한가.지니가 아니었다면 찾지도 못했을 이름인데.그러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한참이나 눈꼴 시려 보일지는 몰라도 저희 사랑이 다 이길 거라는 확신은 아무도 못 막는다는 거다.작년도, 올해도, 내년까지도 전부 다 말이다.***초인종을 누르고 아무 말 없이 꼬마 눈사람 엽서부터 화면 쪽으로 냅다 들이밀기.그러다 윌 패드를 통해 히죽거리는 웃음이 터지자면 그와 동시에 활짝 열리는 현관문이다.하룻밤 지난 오늘은 새로운 해의 계절.율혜는 저만의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해 주변 이들에게 엽서를 돌릴 계획이라고 했으니까.그러니 율혜의 최측근인 휘안은 그 말을 기억하고 가능하면 제가 1번이기를 빌었다지.“안녕? 스무 살 휘안 오빠~”“헤헤. 율혜다. 할머니 댁에서 딱 하루만 자고 온다는 율혜가 드디어 우리 집에도 찾아왔어. 우리 율혜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치잇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139화> 각자의 속도대로 꾸준히 (1)

    마음 졸일 일 없이 여섯 장의 카드 안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공동의 목표로 달성했겠다, 당분간은 감감무소식을 자처한 녀석.솔직히 처음에는 웬 꿀이냐 싶었다.믿기 힘들겠지만 저희 둘은 같은 중학교,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상황에 이어 대학교 간판까지 고스란히 같게 되었다니까.그러니 고등학교 졸업식 전까지라도 서로 거리를 두고 지내보는 것도 괜찮겠지 싶었다.조만간 대학교에 입학해서 새내기 생활을 시작하자면 한때 지율혜가 했던 말 그대로 저와 녀석은 전공을 제외한 모든 교양 수업을 똑같이 맞추고 매일같이 함께하게 될 테니까.글쎄, 암만 부정해 봐도 눈에 선한 스토리인 만큼 그 부분에 있어서는 바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사람이 갑작스럽게 달라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문제라고 하니, 언제까지고 저를 찾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 며칠이었지.근데 또 잠결에 희미한 시야를 확보하자니 제가 또 괜한 궁금증을 가졌던 게 확실해졌다.누가 저희 집 문을 열어줬는지 확인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잘만 자고 있는 방주인의 머리맡에 서서 단번에 잠을 날려버린 불청객.제가 씻고 나온 사이 녀석은 방바닥에 앉아 콧노래로 불러주는 소악마나 다름없었다.“아니, 나 없이 고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방학을 잘 불태워보겠다며. 오전에는 뭐 했는데? 오전에 한 거 그대로 오후해도 똑같이 하면 되잖아. 그게 뭐가 어렵다고 남의 집 와서 남의 잠을 다 깨우지. 난 진짜 이해가 안 가.”“엄마 손 잡고~ 꽃시장 갔지~”개사 금지, 박수 금지, 율동도 다 금지.평소라면 온갖 금기 사항을 쏟아냈을 거다.그래도 무려 일주일을 훌쩍 넘기고 보름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만난 이웃사촌 격이니 한 번 더 참을 인자를 새기기로 한 도준이었다.“그래. 오전이라도 행복했으면 됐다. 난 또 너 면허증 딴 기념으로 어디 놀러나간 거 아닐까 했는데. 면허만 땄지, 차는 아직 안 모나보다?”“에이, 멀리 놀러나가려 해도 아직은 안 돼. 지금은 딱 동네 한 바퀴 도는 초보 수준이야. 그리고 당장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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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말이야. 휘안이가 이렇게 운전대를 돌리면 토끼 귀도 휙 하고 돌아갔을 테니까 엄청 멋있었을걸. 설마 운전 학원 선생님도 예측 불가능한 휘안이 모습에 반해버린 거 아니야? 왠지 아주 의심이 가는 상황인걸.”“글쎄~ 나한테 반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셨던 거 같기는 해. 연수 끝나고 롭이어 토끼가 뭔지 검색해 보시겠다고 하셨거든.”“거봐. 리짱이 말했던 그대로지? 휘안이는 최고로 귀여운 아기 토끼로서 롭이어 토끼 홍보대사 자격이 충분하다니까. 리짱이 없는 자리에서도 휘안이 행보가 아주 만족스러워.”아,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두 손 모아 입을 가리는 동시에 발도 동동 구르겠다는 율혜라면 주에 한 번 정도는 이 착장 그대로 외출해볼만 할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우리 율혜를 상대로 평생을 지키지도 못할 말이라면 그건 안 내뱉느니만 못한 말.그러니 저 홀로 떠올려본 어설픈 생각일랑 다시금 묻어두고 율혜의 손가락을 제 눈가 쪽으로 이끌며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기분 좋다. 근데 나 그거 말고도 율혜한테 칭찬받고 싶은 게 또 있어. 무려 두 가지나.”글쎄, 우리 율혜 말로 제 애교살을 만질 때면 그 촉감이 슬라임이나 다름없다더니 오늘 역시 제가 이끈 손길을 전혀 거절할 줄 모른다.“두 가지? 그렇다면 바로 맞춰야 하는 건데... 휘안아. 잠깐만 휘안이 시간 좀 멈춰줄래?”하여튼 멀티에도 능숙한 우리 율혜.좀 전까지만 해도 애교살의 통통함을 가늠해나가는 게 제 전부인 것처럼 굴더니, 저에게 새로운 사건이 접수됐음을 인지한 순간부터는 바로 또 탐정 모드에 들어선다.봐라. 지금부터는 제 얼굴을 부여잡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을 이어갈 거라는데.그러니 저는 순순히 또 따라가 준다는 거지.“헤헤. 내 시간까지 멈춰봐야 해? 평소처럼 힌트를 남발하는 입장 같은 건 절대 안 돼?”“응. 휘안이한테는 어려운 입장일 거 알아서 청유형으로 요청했어. 리짱은 말이지. 휘안이 협조가 필요하거든. 입도 꾹 다물고, 바로 쉿!”이미 제 안식처와도 같은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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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빵 하나에 우유 반잔. 근데 계란빵은 두 개부터 먹는 게 기본이니까 우유 한잔부터가 시작이야. 우유의 양은 계란빵 개수의 두 배.”“알았어. 우유 한 잔에 계란빵 두 개. 율혜, 그거 말고 뭔가 더 필요한 건 없다는 거야?”우유 한 잔을 미끼로 내걸면 어디 마트라도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고개를 내젓는 율혜.그건 아마 제 품의 계란빵 온도를 최적으로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탓일 거다.제 딴에는 집으로 바로 가서 따끈따끈한 계란빵을 먹는 게 정답인데 어디 한 군데라도 더 들렀다가는 정답에서 벗어나는 구조라니까.“응. 계란빵이 주인공이니까 주인공 우대를 해줘야 해. 우유 말고 더 필요한 건 없어.”“그래. 근데 때마침 우리 집 냉장고에는 신선한 팩 우유가 마련되어 있다는 말이지. 덕분에 어디 안 들르고 바로 가면 되겠는데.”봐라. 제 뜻대로 모든 게 척척 이루어지자면 그새 또 배시시 웃으며 좋다는 티 다 내는데.이제 감히 예상을 해보자면 이 계란빵을 시작으로 앙꼬가 들어간 호빵, 포장마차에서 파는 길거리 어묵까지 선점할 날이 머지않았다.글쎄, 우리 율혜는 저 홀로 출사하러 다닌 경험도 여럿 돼서 동네 골목들을 잘만 알거든.그러니 저야 우리 율혜가 내딛는 발걸음 그대로 그 곁을 보필하면 그만이라는 거지.***아기 토끼로서 월동을 준비하는 자세.올해 역시 추위에 쉽사리 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단련, 또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물론 마음가짐 하나만 단련한다고 완벽한 월동이 되는 것만은 아니었다.평소 제가 받아온 보은을 떠올리고 어디 소외되는 이 없게끔 주변도 둘러봐야 하지.특히나 올해 가을 끝자락에는 제가 보은을 베풀어야 하는 명단에 한 사람이 더 추가됐다.그건 바로 미래 이모의 첫 번째 아기.글쎄, 이 세상에 태어난 지 두 달 안쪽이라면 무조건 그 실물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시기가 밀리게 되었다.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도 보은 리스트 작성에도 더 진심이 된 율혜는 다음 주에나 성사된 신성한 만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136화> 월동을 준비하는 모자들 (1)

    원체 수능 당일이란 한파가 몰려오는 게 유구한 역사라더니 올해는 눈발 하나 날리지 않고 청아한 푸른색의 하늘만이 전부였다.아니, 어쩌면 그날의 긴장감이 매서운 체감 온도를 잡아먹었다고 표현하는 게 정답이려나.아무튼 전국의 수험생들은 동일한 시간대에 동일한 시험지를 받고 모든 사활을 걸었다니 요즘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막바지 시기였다.물론 우리의 아기 토끼들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단숨에 손에 넣고 만다는 존재로서 제 명성을 자랑한지도 벌써 수일이 흘렀고 말이다.“안녕하세요~ 계란빵 만 원만 하고 싶어요.”“네. 만 원 받았고요. 지금 새로 굽고 있어요. 오 분 정도 걸리니까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네~”겨울 바람결에 바스락거리는 가판대 저 멀리에서부터 솔솔 풍겨온 달콤한 냄새.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계란빵 트럭이 아니란 걸 감지했으니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잠시 우회하기로 한 건 어쩔 수 없었다는 거지.아무래도 남들과 다른 리짱의 선구안이란 지갑에 지폐 두어 장쯤은 꼭꼭 넣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쉽게 증명될 때가 많다니 말이다.“뒤에 계신 손님은 뭐로 하시겠어요?”“아, 죄송합니다. 저희 이렇게 동행이었어요.”아니, 누군데 함부로 동행을 자처하는 거지.여기 리짱 말고 다른 손님이 어디 있다고.하지만 사람의 생각이란 익숙한 향이며 익숙한 촉감을 마주하는 순간 그새 또 다른 방향으로 꺾일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거다.“설마… 설마 리짱을 마중 나온 휘안이일까? 정말이지 리짱은 잠깐만 딴 길로 새기로 한 건데. 그새를 못 참고 리짱에게로 온 거라고?”계란빵 트럭 앞에 자리 잡고 손난로 하나에 의존해 입김 좀 호호 분 게 얼마나 지났다고 뒤에서부터 포근히도 감싸오는 품.이건 정말이지 리짱의 탐정 모드가 발동되기 최적의 상황이었다니 말이다.“응~ 알면 뒤 좀 돌아봐 주지? 막 대답만 응이라고 하고 내가 휘안이가 아니면 어떡해. 율혜도 모르는 외간 남자 품일 수도 있어.”“그럴 리가. 리짱은 냄새 감별사야. 그니까 저 멀리서도 계란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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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 성향이 안 맞는데 억지로 어울리는 건 진짜 못할 일이야. 게다가 이런 상황이 한두 번 반복되겠어? 수없이 반복되는 쪽일 테지.”“응. 앞으로 예린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걸? 그때마다 예린이게게 맞는 사람만을 만날 수는 없어.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는 거지.”“율혜 넌 정말 허투루 사회생활을 했던 거 아니구나. 어쩜 모든 말마다 다 주옥같아.”“치잇~ 아무튼 휘안이한테도 직접 물어보기 어렵다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도 좋겠어. 그 둘이 어떤 관계든 우린 관계자가 아니니까.”이젠 정말이지 고3 수험생 생활의 막바지.그러니 괜한 관심을 돌릴 때가 아니다.한때 저를 좋아했던 거 치고는 저에게 별 같잖은 애로 낙인이 찍혀버린 남자애?한때 제 남자 친구와 제 사이를 부정하려 애쓰고 저에게 못된 말만을 퍼부은 여자애?제 목표에 모든 걸 쏟아 부어도 모자랄 판이니 만큼 그 둘의 발전된 관계란 좀 더 나중에 알은체해도 그만이라니 말이다.***같이 왔다면 꺄르르 웃고 마음껏 좋아했겠지.예쁜 구도를 잡겠다며 카메라를 매만지고 조막만한 얼굴이 렌즈에 가려지든 말든 마음에 든 풍경부터 바로 담아냈을 우리 율혜.아직까지는 남의 대학이 확실한 캠퍼스 호수 근처에 서서 핸드폰 배경 화면을 쓰다듬기.왠지 그 어느 때보다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눈사람과 키를 재고 있는 아기 리짱인 거 같다.글쎄, 남들이 들으면 허무맹랑한 추측일 테지만 저는 그 착각만으로도 다 좋다니까.“보고 싶네. 얼른 가서 꼭 하고 안아줘야지.”마지막 실기 면접을 응원하겠다며 주말 아침 댓바람부터 저희 집 앞을 찾아온 상황 하나.지하철 입구에 다 와서는 미묘하게 달라진 울망울망한 눈꼬리에 웅얼거리는 말주변 둘.뭔가 일찍이 떨어지는 게 아쉽고 그렇다고 속없이 따라가는 건 더 싫다는 속삭임 셋.뭐가 이렇게 투명한 마음씨인지 까딱하면 웃음이 흩어질 뻔 했지만 율혜 나름대로는 진지한 고민인지라 입꼬리를 바로 단속했다.날도 추운데 밖에 오래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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