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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장. 운명사냥꾼 (2)

Autor: 새싸7ㅣ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21 11:01:10

 "기어이 마지막까지 오다니, 여전히 이기적이군-."

 "똑같은 말을 하러 온 거면 굳이 대답하지 않겠어. 에너지 낭비는 질색이라서."

 "유감스럽지만, 오늘은 다른 질문. 이렇게까지 환생하려 하는 이유가 뭐야?"

 "..."

 '환생하려는 이유.'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던 옛날과 지금은 달랐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묵묵히 해오던 그때와는 확실하게.

 마지막 단계까지 온 그녀에게 지금까지 쌓아온 수행은 인간들과의 추억을 실었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들이 보여준 무조건적인 따뜻함.

 그리고 이유를 붙이지 못하는 한사람을 향한 한없는 미움.

 다양한 감정, 다채로운 생각.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인간의 생.(生)

 하늘의 수행만 섬겨오던 월명에게는 자신이 가져보지 못한 낯선 것들 이었다.

 '언젠가 인간이었던 전생에도 나는, 이런 다채로운 삶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그렇다.

 분명 과거에 무언가 때문에 이 길을 도전했을 것일테지.

 그러나 운명사냥꾼들은 기억을 찾으면 안 된다.

 기억을 찾는 순간 그동안 해왔던 수행은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무(無)의 상태가 되어버리면 장생(長生)의 단계로 갈 수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그녀도 정확한 이유보다는 몸이 주는 감각으로 어렴풋이 느끼는 게 있었을 것이다.

 이 일은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왜 갑자기 벙어리가 되셨나?"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며 깐족거리는 남자의 목소리와 눈에 조롱과 비웃음이 잔뜩 담겼다.

 이때다 싶어 실실거리는 남자의 눈을 월명은 가늘게 뜬 눈으로 무심히 맞추며 입을 열었다.

 "난 내 할 일을 할 테니 넌 네 할 일을 해."

 "내 할 일은 이건데?"

 으쓱-. 어깨를 들썩인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반문했다.

 "네가 인간을 미워하는 거랑 내 할 일을 방해하는 거와는 달라. 늘 하던 대로 인간들 질투나 계속해."

 "하하-, 그런 말은 섭하지. 내가 오히려 인간을 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건 모르시나?"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냥."

 "고양이는 빠져주시고요."

 "뭣...!! 아까부터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하얀 고양이?"

 꼬리부터 등을 바싹 세우며 잔뜩 언짢은 기분을 내비치는 설냥을 월명의 한 손이 저지했다.

 저런 거에 말리지 말라는 뜻인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설냥이의 반응에 입을 가리고 킥킥 웃는 남자의 본새가 월명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으니.

 월명이 설냥이를 저지하자 흥미로운 표정이 바로 진 빠진다는 듯 잔망스럽게 빠졌다.

 "시시해."

 고개를 설레 저으며 툴툴거린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인간은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한다고. 네 알량한 소망 탓에 선택적으로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것, 그거야말로 차별 아니야?"

 "... 그래서 네가 선택받지 못한 거다. 네 지나친 증오 때문에 스승님은 네 그릇이 작다고 판단하셨을 테니까."

 "..."

 "개처럼 네 주인에게 충성이나 해."

 "뭐? 너 이씨. 죽인다."

 "아. 늑대는 개과잖아. 그러니 개같이 충성하라는 걸 알려준 거 뿐이야. 오해 마시길."

 한쪽 입꼬리를 슬 올려 한 번 더 자신의 말을 되짚은 월명은 몸을 돌려 으르렁거리는 남자의 시야에서 점점 작아져갔다.

 '선택적이라고?'

 아니. 하늘이 선택한 그 인간들의 운명은 보상받아야만 마땅할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환생은 하늘의 균형을 맞춘 자신에게 내려오는 합당한 보상, 그뿐.

 "늘 시비 걸러 오는 것도 안 지치나보다 냥."

 설냥이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월명을 바라보았다.

 "그것 또한 저 애의 숙명.. 아니, 업(業)이라 생각하는 수밖에."

 월명은 마음 한켠에 조금 측은한 목소리를 담고 고개를 저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인간을 증오하는 불쌍한 녀석.

 지금 자신이 모시고 있는 스승의 그릇된 진리를 믿게 된 걸 그저 안타깝다고 생각해 주는 수밖에.

 "일단 스승님께 가보는 게 좋겠군."

 "좋다 냥, 가면서 다시 이야기해 주겠다 냥."

 월명은 설냥이를 어깨에 올리곤 지붕을 훌쩍훌쩍 뛰어넘었다.

 해월사로 향하는 지붕을 하나둘, 뛰어오를 때마다 시원한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매만졌다.

 -

 -달칵.

 "이제 오는구나."

 마치 월명과 설냥이 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은 역술가, 용순은 제 앞에 책상을 검지로 톡톡 쳤다.

 "오늘도 뵙습니다. 스승님."

 "그래."

 월명의 문안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용순은 포트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내 끓어오른 물을 제 앞에 있는 컵에 따라 담고는 달그락거리며 커피를 휘 저었다.

 다크커피의 진한 향이 책상을 중심으로 솔솔 퍼져나갔다.

 ".. 하실 말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

 "참으로 신기하지않느냐-."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인간들의 사주가 말해주는 전생의 필연(必然)들이 말이다."

 "..."

 "올해가 마지막이로구나."

 "네. 스승님."

 "올해가 마지막인 만큼, 네게 요구하는 하늘의 지령도 더 많아질 것이다."

 "..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아마 변수도 많을 것이고.. 지금까지 네가 해왔던 수행과는 다를 테지."

 "..."

 "... 두렵느냐?"

 ".. 아니요."

 "운명의 굴레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단다."

 "..."

 용순의 말에 월명은 눈을 흘겼다.

 그렇다. 이제 정말 마지막.. 끝이 머지않았다.

 이제부터 어떤 일이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 이제부터는 낮에도 움직여보거라."

 마치 큰 힌트는 던져줬으니 잘 알아차려 보라는 듯 온화한 미소를 띤 용선은 커피를 후 불어 한 모금 마시곤 손을 내저었다.

 그런 용순의 손 사인에 월명과 설냥은 꾸벅 인사를 올리곤 해월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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