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조금 전까지의 근심이란 주름이 조금은 옅어진 용선은 목적지를 바꿨다.
원래는 사주를 본 후 집으로 곧장 향하려 했으나, 집에 가봤자 반겨주는 작은 생명 하나조차 없다는 걸 지금 순간만큼은 느끼고 싶지 않았기도 했다. 오늘은 유난히 그녀가 반겨줬던 이들과 함께한 기억이 머릿속을 조금씩 흩뿌려 뿌리를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 예전에는 자주 갔었는데. 나는 딸 사진을 찍어주는 걸 참 좋아했는데 말이야.' 그녀 볼을 간지럽히던 바람에 화답하듯 머릿속에 그녀가 소중히 했던 딸과의 순간들이 술술 불어오고 있었다. 간만에 특별한 응원을 받은 탓이었을까? 한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용선은 눈을 슬-. 감았다 뜨곤 주머니에서 와인색 케이스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카페. 스위트. 손가락으로 글자를 담을 듯 꾹꾹 눌러 장소를 검색한 여성은 휴대폰을 들어 올려 빤-히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401번. 직행버스가 있어서 다행이다. 평화로운 정류장 아래에 따사로운 햇살을 피해 선 용선은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버스가 오는 도로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의 무료함에 못 견뎠는지 그녀의 뇌는 처음 가족을 만났던 그 순간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전신주 위에서 그런 용선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한 젊은 여자가 올곧게 서서는 입을 열었다. "... 김용선. 을축(乙丑)일간. 저 사람인가?" "맞다 냥. 저 사람이다 냥." "굳이 지금 찾아오지 않아도 어차피 밤에 꿈꿀 텐데. 스승님은 왜 굳이 낮부터 관찰하라 한 걸까." '이제부터는 낮에도 움직여라.' 스승이 남긴 말은 생각보다 간단명료한 조건이었다. 몸은 힘들겠지만, 여전히 속뜻은 알기가 힘들었다. '설냥이에게 지령전달을 지시하면서 했어도 될 말이었던 것 같은데..' 의구심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월명은 미간을 찌풀였다. "월명. 이동한다. 냥." "아.. 응." 전신주 위에 올곧게 서 있던 월명은 어깨에 고양이를 이고 버스의 이동속도에 맞춰서 지붕 위를 성큼성큼 뛰었다. 버스에 오른 여자는 자리에 앉아 창밖의 배경을 흘려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정류장은, 푸름대학교. 푸름대학교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삐익. 내려야 할 정류장임을 인지한 용선은 손을 뻗어 빨간색 정차 벨을 눌렀다. "..."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장의 작은 울림에, 용선은 가슴 위로 손을 살포시 올렸다. 간지럽기도 하고, 어딘가 어색하기도 하고. 간만에 느껴보는 새로운 설레임. 와인색 핸드폰 케이스에 낀 교통카드를 집어 들고 환승구에 서서 카드를 찍고는 손잡이를 올곧게 쥐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버스가 정류장에 점점 다가가며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버스의 관성에 맡겨진 몸이 왼쪽으로 쏠렸다가 다시 바로 세워졌다. 이내 용선은 열리는 버스 문으로 걸음을 옮겨 사뿐히 보도블록을 밟았다. 그런 용선의 머리 위를 햇살은 내리쬐며, 바람은 살랑이며 환영했다. 대학교 앞에 위치한 이 정류장, 이 거리는 올 때마다 청춘들의 풋풋함이 다채로운 파스텔 색감의 향기로 날리는 것 같다.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거리. 용선도 이 거리를 딸과 함께 걷는 걸 좋아했다. '내가 보는 봄은 이런데.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엄마?' '글쎄~ 엄마는 뭐 딸 그림 다 좋으니까.' '그게 뭐야-. 나 요즘 슬럼프인가 봐. 단 걸 먹으면서 힐링 좀 해야겠어.' '늘 그것만 먹는 거 안 질려?' '전-혀! 스무디를 먹으면서 멍때리다가 엄청난 영감이 떠오르는 쾌감이 있단 말이야! 나한텐 그 스무디가 보물이야.' 영감을 얻어야 한다며 이 거리를 걸으면서 마지막엔 꼭 오른쪽 귀퉁이에 위치한 스위트 카페를 들러 레인보우 스무디를 마시는 딸이 머리에 그려졌다. 딸은 그녀에게 자랑이자, 선물이자, 친구였다. -딱. "...?" 딸을 회상하던 그 소중한 순간에, 누가 손가락을 튕기며 방해하나 싶어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머리에만 그렸던 딸의 잔상이, 자신의 눈앞에서 사뿐한 걸음으로 춤추고 있었다. 그때와 같은 원피스, 그때와 같은 표정, 그때와 같이 태연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너무나도 그리웠던 모습. "... 딸.." 손을 뻗어보았지만 역시나 닿지 않는다. 이것이 환상이 맞다는 사실만을 자각시키려는 듯 잔인하게. 하지만 이대로라도 좋았다. 눈앞의 형체가 어떠한 것이라도, 그것이 내 딸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아니, 오히려 더... "..." -터벅-. 터벅-. 느린 걸음으로 딸과 함께 걷던 거리들을 걸었다. 마치 딸에게 걸음을 맞췄던 거처럼 느릿느릿, 가로수 한 개, 두 개, 세 개를 지나 유럽풍 가로등 두 개 중 오른쪽 가로등 뒤로 돌았다. 그러자, 아담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고, 용선은 그 스위트 카페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 흡.." 분명 여기를 찾아오려고 온 건데, 속에 자리 잡은 미묘한 울렁거림이 그녀 발걸음을 망설이게 했다. - "... 뭐지.." "그러게... 이상하다 냥. 가려고 마음먹었다면 일단 가봐야.." "아니, 그거 말고." 월명은 턱에 손을 올린 채, 눈을 감고 천천히 용선의 모습을 떠올렸다. 갑작스레 뒤를 돌아본 후 손을 휘젓던 용선의 모습. 게다가.. 그 후 어딘가를 응시하며 걷는 듯한 모습. '아까 느낀 미묘한 파동이 맞다면.. 단순한 헛것은 아니다.' 그래. 그것은 분명 무언가를 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닮아있었다. "월명..? 괜찮냐 냥...?" 대답없는 월명을 바라보며 꼬리를 늘어뜨린 채 이리저리 움직이던 설냥은 다시 고개를 돌려 용선을 바라보았다.-딸랑."엄마야.""아,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닌데. 죄송합니다. 손님. 편하게 들어오셔도 돼요."혼자 고민하며 가게 문 앞을 서성이던 용선이 갑작스레 눈앞에 열린 문과 함께 깜짝 놀랐다.아무래도 이리저리, 앞으로 뒤로 왔다리 갔다리 하는 모습이 여대생 눈엔 영 수상쩍어 보였나 보다.하긴, 문 앞에서 웬 아줌마가 왔다 갔다 하면 무서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딸과 비슷한 미소를 지닌 여대생이 내민 순수한 친절을 건네받으며 가게 안으로 수줍게 들어와보니, 괜히 민망함이 내려앉아서 그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고마워요, 아가씨.""아뇨. 뭘요. 편하게 고르시고 주문해 주세요."용선을 향해 빙긋 웃음을 지어 보인 여대생은 종종걸음으로 카운터 안쪽에 들어섰다."... 저는 레인보우 스무디로 한잔 부탁해요.""네, 감사합니다.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주세요!"카페 입장과는 다르게 메뉴는 단번에 주문을 마쳤다.용선에게 사실 다른 메뉴들은 고려 대상도 아니었지만."... 진동벨은..""아, 한가로운 시간에는 가져다드리거든요. 조금만 앉아 기다려주세요.""친절하네요.""에이, 저는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 뿐인걸요."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끄덕인 여대생을 뒤로하고 용선은 창가 쪽에 자리한 연분홍빛 목재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그 목재 책상 앞에 살며시 앉자, 살랑이며 불어오는 바람을 쐬는 딸의 모습이 다시 눈앞에 아른거렸다.'엄마, 나 사진 찍어줘.''또??''그냥. 오늘도 영감을 찾아 헤매는 예술
조금 전까지의 근심이란 주름이 조금은 옅어진 용선은 목적지를 바꿨다. 원래는 사주를 본 후 집으로 곧장 향하려 했으나, 집에 가봤자 반겨주는 작은 생명 하나조차 없다는 걸 지금 순간만큼은 느끼고 싶지 않았기도 했다. 오늘은 유난히 그녀가 반겨줬던 이들과 함께한 기억이 머릿속을 조금씩 흩뿌려 뿌리를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 예전에는 자주 갔었는데. 나는 딸 사진을 찍어주는 걸 참 좋아했는데 말이야.' 그녀 볼을 간지럽히던 바람에 화답하듯 머릿속에 그녀가 소중히 했던 딸과의 순간들이 술술 불어오고 있었다. 간만에 특별한 응원을 받은 탓이었을까? 한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용선은 눈을 슬-. 감았다 뜨곤 주머니에서 와인색 케이스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카페. 스위트. 손가락으로 글자를 담을 듯 꾹꾹 눌러 장소를 검색한 여성은 휴대폰을 들어 올려 빤-히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401번. 직행버스가 있어서 다행이다. 평화로운 정류장 아래에 따사로운 햇살을 피해 선 용선은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버스가 오는 도로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의 무료함에 못 견뎠는지 그녀의 뇌는 처음 가족을 만났던 그 순간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전신주 위에서 그런 용선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한 젊은 여자가 올곧게 서서는 입을 열었다. "... 김용선. 을축(乙丑)일간. 저 사람인가?" "맞다 냥. 저 사람이다 냥." "굳이 지금 찾아오지 않아도 어차피 밤에 꿈꿀 텐데. 스승님은 왜 굳이 낮부터 관찰하라 한 걸까." '이제부터는 낮에도 움직여라.' 스승이 남긴 말은 생각보다
"기어이 마지막까지 오다니, 여전히 이기적이군-." "똑같은 말을 하러 온 거면 굳이 대답하지 않겠어. 에너지 낭비는 질색이라서." "유감스럽지만, 오늘은 다른 질문. 이렇게까지 환생하려 하는 이유가 뭐야?" "..." '환생하려는 이유.'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던 옛날과 지금은 달랐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묵묵히 해오던 그때와는 확실하게. 마지막 단계까지 온 그녀에게 지금까지 쌓아온 수행은 인간들과의 추억을 실었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들이 보여준 무조건적인 따뜻함. 그리고 이유를 붙이지 못하는 한사람을 향한 한없는 미움. 다양한 감정, 다채로운 생각.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인간의 생.(生) 하늘의 수행만 섬겨오던 월명에게는 자신이 가져보지 못한 낯선 것들 이었다. '언젠가 인간이었던 전생에도 나는, 이런 다채로운 삶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그렇다. 분명 과거에 무언가 때문에 이 길을 도전했을 것일테지. 그러나 운명사냥꾼들은 기억을 찾으면 안 된다. 기억을 찾는 순간 그동안 해왔던 수행은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무(無)의 상태가 되어버리면 장생(長生)의 단계로 갈 수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그녀도 정확한 이유보다는 몸이 주는 감각으로 어렴풋이 느끼는 게 있었을 것이다. 이 일은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왜 갑자기 벙어리가 되셨나?"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며 깐족거리는 남자의 목소리와 눈에 조롱과 비웃음이 잔뜩 담겼다. 이때다 싶어 실실거리는 남자의 눈을 월명은 가늘게 뜬 눈으로 무심히 맞추며 입을 열었다. "난 내 할 일을 할 테니 넌 네 할 일을 해." "내 할 일은 이건데?" 으쓱-. 어깨를 들썩인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반문했다. "네가 인간을 미워하는 거랑 내 할 일을 방해하는 거와는 달라. 늘 하던 대로 인간들 질투나 계속해." "하하-, 그런 말은 섭하지. 내가 오히려 인간을 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건 모르시나?"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냥." "고양이는 빠져주시
"살려.." "목을.." "..." 오늘도 역시 같은 시간에 여자는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 한가운데 묶여있는 사람. 그 주위를 둘러싼 활활 타오르는 횃불. 그를 둘러싼 처형에 관해 열띤 사람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한 생명.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울렁거려 쓰러질 때즈음 꿈에서 깬다. 벌써 한 달째. 똑같은 꿈에 시달리며 거슬리는 밤을 보내고 있으나.. 그런데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이전에도 같은 꿈으로 시달린 적이 있었지만,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최근에 또 다른 내용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 신경 쓰지 말자." 수행자에게 그런 신경은 사치일 뿐,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 그저 뜻이 있다면 언젠간 알게 되리라. "끄응-." 찝찝한 기분과 함께 몸을 일으킨 여자는 두 손을 쭈욱 천장을 향해 뻗었다. 오른쪽으로 한번, 다시 왼쪽으로 한번 가볍게 눌러주곤 다시 좌우로 두 번씩. 어두운 밤하늘을 닮아 남색의 짙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의 이름은 월명. 월명은 단정하게 머리를 쓸어올려 하나로 치켜 묶곤 곰곰이 표정을 지었다. '오늘의 수행 타깃은 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인간의 삶은 업(業)의 굴레.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 사실은 전생에 지은 업을 청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인연들은 사실, 전생에서 풀지 못한 숙제일지도 모른다. 하늘의 뜻에 따라 꼭 만나야 할 인연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그녀의 임무. "오늘도 너무 아픈 삶을 가진 자는 아니길." 하늘의 뜻을 받든 자들. 운명사냥꾼들의 수행은 그런 것이었다. -콩콩. -콩콩콩콩콩. 저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열어줄 텐데, 괜히 심술이 난 월명은 소리가 나는 창가 쪽으로 가 얼굴을 들이밀고는 입을 비죽였다. "그렇게 재촉해도 빨리 안 열어 줄 건데." "... 장난하는 거냐 냥?" 무표정한 얼굴로 툭 내뱉은 장난이었지만 고양이에겐 좀처럼 장난처럼 느껴지진 않나 보다. 심술을 잔뜩
시작의 해라니. 역술가가 저 정도로 말할 정도면 올해 사고라도 나는 것이 아닌가. 용선은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상황을 그리며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 용선을 지그시 바라보던 역술가 용순은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다시 열었다. "그동안 참으면서 사느라.. 힘들었죠?" "...!" '참으면서 사느라 힘들었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었고, 누구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흔하디흔한 이 말이 왜 이토록 가슴에 화살처럼 쿡 박힌 걸까. 용선은 자신의 마음 아래에서 밀려오는 감정을 한숨과 함께 크게 삼켰다. "올해부터는 내가 나를 좀 챙기게 되겠네." "아.." "그동안 자신을 못 돌보았던 일들이 올해부턴 잘 보이게 될 거야." 올해 화(火)의 해를 시작으로 재물이 어쩌구, 인연이 어쩌구.. 용선이 살아온 삶을 오늘 처음 본 사람이, 그것도 지켜본 듯이 말하는 건 소름 돋았지만 그만큼 무언가.. 홀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정신이 뚜렷하게 기억하는 건 남편 이야기부터였던 것 같다. 관성(官星)이 세서 강압적인 남편을 만났다는 이야기.. 그랬다. 용선은 무뚝뚝한 남편 아래 열심히 가정을 지켜왔던 아내였다. 어쩌다 보니 이혼했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노라니 사주를 보고 있다기 보다는 홀린 듯이 심리 상담을 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순간 머쓱해져서 얼굴을 붉히곤 머리를 긁적이니 용순은 의아한 목소리로 의문을 건네왔다. "무슨 문제라도..?" "아.. 그냥 제가 이렇게 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요.." "후후. 그건 딱 사주에도 나와 있어요. 용선 씨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자기희생이라고 생각해서 그래." "..."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그랬던 거 같다. 내가 말하느니 차라리 참고 말지 하면서 넘기다 보니, 어느새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어색해져 있던 용선만이 남았던 거 같다. 무언가 중요한 걸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기분.. 이라고 해야 할까. "... 감사합니다.
*본 이야기는 명리학의 기초만 따와 재해석한 이야기로, 실제 사주풀이와는 상이합니다. 감상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후우." 여자는 어쩐지 수상해 보이는 문 앞에 서서 잔뜩 긴장한 듯 연신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은 입가 주변의 팔자주름 깊이, 중간중간 새어 나온 새치로 보아 상당히 깊은 고민을 안고 이곳에 찾아온 듯 보였다. 그래서인 걸까, 보는 사람이 의아할 정도로 문손잡이에 손을 내미는 것조차 망설이며 우물거렸다. 아닌가, 그저 단순히 눈앞의 건물이 내뿜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에 압도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겠다. -달칵. "아..!" "앗.. 뭐야." 문 앞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듯, 여고생은 자신의 앞에 마주한 중년 여성을 바라보며 이마를 한껏 찌푸렸다. 놀란 건 여성도 마찬가지인데... 순간적으로 욱 해서 올라온 감정은 억울함이었으나, 무얼 어찌하리. 그래도 제 딸아이 같은 아이를 보며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그냥 먼저 사과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듯 보였다. "인성 봐! 죄송하다고 해야지!" "아, 놀라서 그런 거거든? 지금 사과드리려 했어." 다행히 나쁜 학생들은 아니었나 보다. 나무라는 학생을 가자미 눈으로 흘겨봤던 학생은 다시 눈을 고쳐 매 여성에게 사과를 건넸다. 여성은 싱긋-, 미소로 화답하고는 재잘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학생들을 눈으로 배웅했다. "근데 정말 리뷰 안 써도 되는 걸까?" "그러게. 요즘은 리뷰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 텐데 말이야." "근데 그런 거 있잖아, 너무 유명해지면 그건 또 싫어. 나만 알고 싶은 곳이랄까?" "ㅋㅋㅋ 그게 뭐야,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되게 잘 맞추고 친절했는데.. 내년에도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ㅋㅋㅋ" 쓰러져가는 건물 외관과는 다르게 주인은 친절한가 본데? 다행이야. 조금은 용기를 얻은 듯 보이는 여성은 힘껏 문을 열었다. -달칵. "온다..! 온다 냥!!" "조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