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면접 전날까지도 읽었던 산신과 요물이 등장하는 1950년대 판타지 웹소설에 빙의했다. 해솔은 깊은 산속에서 붉은빛이 감도는 회색 털과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거대한 늑대를 마주한다. “너는 이곳의 아이가 아니로구나.” 해솔은 다정하고 부드러운 산신과 얽히며 차츰 서로에게 빠져들고, 시대를 초월한 깊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평온함도 잠시, 커다란 사건이 터지며 산신은 해솔을 지키기 위해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꿈처럼 되돌아온 현실. 모든 것이 환상이었을까 절망하던 해솔의 눈앞에 산신이 한층 더 짙어진 소유욕을 품은 채 나타났다. “다시 만났구나, 나의 해솔아.”
Ver más01.
해솔의 머릿속은 요즘 온통 단 하나의 세계로 가득 차 있었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선 웹소설이 선사하는 판타지의 깊이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1950년대 특유의 고즈넉하고 쓸쓸한 공기 감, 그 뒤편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산신과 요물들의 이야기는 기존의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매력을 풍겼다. 글귀를 따라갈 때마다 해솔은 매일 밤 몽환적인 꿈길을 거니는 듯한 아찔한 설렘에 젖어 들었다.
산의 주인인 호랑이 산신과 여주인공 사이에 흐르는 애틋하고 아련한 로맨스, 그리고 산신이 동료들과 합을 맞춰 요물을 사냥할 때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평소 웹소설을 즐기지 않는 해솔조차 이 작품만큼은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묵직한 현실감과 환상적인 아우라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소설 속 세계관은 그의 상상력을 사정없이 자극했다.
“아, 진짜 미쳤다… 범이님은 어쩜 이렇게 매력적이지?”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침대 헤드에 푹 기댄 해솔의 입가에서 깊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고단했던 하루의 끝에서 오롯이 소설 속 세계에 몰입하는 이 짧은 시간이야말로 그에게는 유일하고도 달콤한 숨구멍이었다.
하지만 눈을 돌린 현실은 전혀 녹록지 않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문대 2학년. 본격적인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당장 내일,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 온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중압감을 내려놓고 자신만을 위한 안식에 빠져들고 싶었다.
“어휴, 이제 진짜 자야지. 내일 면접인데 이러다 못 일어날라.”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핸드폰을 엎어놓은 해솔은 냉장고로 걸어가 어머니가 차곡차곡 모아두신 마스크팩 하나를 꺼냈다. 시원한 팩을 얼굴에 얹고 침대에 눕자 금세 기분 좋은 한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져든 그의 밤은 소설의 여운으로 다시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귀를 찌르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 해솔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 진짜 말도 안 돼… 꿈에까지 나올 건 뭐람.”
꿈속에 나타난 건 호랑이 산신이 아닌 다른 산신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야릇하고 달콤한 분위기가 감돌던 장면들만 잇따라 펼쳐졌다. 깨어나자마자 대부분의 잔상은 안개처럼 희미해졌지만,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을 향해 짓던 남자의 따뜻한 미소만큼은 잔향처럼 남아 가슴을 간질였다.
“정신 차리자, 박해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해솔은 볼을 살짝 꼬집어 얼얼한 감각으로 잡념을 털어냈다. 오늘은 그 오랫동안 꿈꿔왔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었다. 쿵쾅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는 현실의 전장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 * *
“25번 강수호 님, 26번 김은우 님, 27번 박해솔 님. 면접실로 들어가세요.”
“네!”
이름이 차례로 불리자, 해솔은 조여드는 긴장감을 누르며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일렬로 선 면접관들과 차례로 눈을 맞추며 부드럽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마지막 자리에 앉아 있는 면접관과 시선이 닿는 순간, 해솔의 발걸음이 멈칫거렸다.
‘어… 잠깐만, 이 사람…?’
분명 익숙한 얼굴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틀림없는데도 가슴 깊은 곳에서 익숙함이 몰려왔다. 무엇보다 해솔을 바라보는 그 남자의 눈빛에는 마치 그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해솔은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졌지만, 입술을 짓씹으며 가까스로 자리에 앉았다.
그 남자는 한참이나 해솔을 그윽하게 응시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면접 질문을 써 내려갔다.
해솔은 자신이 그저 어젯밤 꿈의 여운과 피로 때문에 착각한 것이라 자신을 다독이며 질문에 집중하려 애썼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묻고 답하는 소리가 이어졌고 면접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면접이 모두 끝나고 엘리베이터 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해솔은 가슴 한구석이 유독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네. 꿈에서 본 사람이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해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잡념을 떨쳐내려 했지만, 자신을 향해 살포시 짓던 남자의 미소가 환영처럼 잔상에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웹소설 속 환상의 한 페이지에 가볍게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현실과 비현실을 나누던 아슬아슬한 경계가 차츰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소설에 너무 심취했나…”
해솔은 실소 섞인 혼잣말을 읊조리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걸린 엘리베이터 앞은 직원들로 빽빽했다. 해솔은 잠시 망설이다 짧은 한숨과 함께 발걸음을 돌렸다.
“2층인데 그냥 계단으로 가자.”
곡선을 그리며 늘어선 원형 계단을 따라 차분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두어 칸쯤 내려갔을까 공기를 가르고 어딘가 익숙한 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해솔아…”
자신을 부르는 듯한, 다정하면서도 은밀한 울림. 해솔은 흠칫 놀라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계단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묘한 정적이 묵직하게 가라앉은 순간, 발밑에서 차가운 이상 기류가 맴도는가 싶더니 이내 몸 전체가 허공으로 붕 뜨는 듯한 아득한 느낌이 찾아왔다.
“어… 뭐야, 이거…!”
다음 순간, 귓가를 찢는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해솔의 의식이 단숨에 암전되었다. 얼굴에 닿는 희미한 통증에 눈꺼풀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뜬 해솔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빛바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투박한 나무 기둥들, 그리고 창살 너머로 비스듬히 흘러드는 따스한 햇살. 눈앞의 모든 풍경이 또렷한 현실이면서도 동시에 꿈보다 더 비현실적인 오라를 풍겨내고 있었다.
“해솔아, 정신이 좀 들어? 괜찮아?”
귓가를 어지럽히는 걱정 어린 목소리에 해솔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온 건 익숙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생소한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이었다. 형, 찬솔이었다. 하지만 머릿속 톱니바퀴가 겉돌기 시작했다. 형은 지금 해외에서 일하고 있어야 했다.
“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형? 아버지? 여기… 도대체 어디예요?”
“해솔아, 우리 제대로 보이느냐? 계단에서 굴러서 반나절이나 정신을 못 차렸어.”
민식과 찬솔의 걱정스러운 얼굴 너머로 낯선 이들이 보였다. 빛바랜 옷을 갖춰 입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해솔은 멍한 정신을 추스르며 침대 위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07.2층 방문 넘어 들려오는 찬솔의 목소리에 해솔은 책을 덮고 1층 거실로 내려갔다. 탁자 위에는 마을 과수원에서 막 따온 듯한 신선한 과일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이 시대의 강원도에서는 망고나 파인애플 같은 남국 과일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지만, 대신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제철 사과만큼은 매일 질리도록 맛볼 수 있었다.게다가 집안이 대대로 고위 군인 집안인 덕분에, 종종 남쪽 지방이나 멀리서 재배된 희귀한 과일들까지 상자째 배달되어 오곤 했다.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대접받는 일상을 누리며, 해솔은 문득 씁쓸하면서도 솔직한 생각에 잠겼다.‘소설 속이든 현실이든, 역시 금수저로 태어나는 게 제일이네.’간혹 마을 아래로 내려가면, 조그마한 손으로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일하는 어린아이들을 자주 목격하곤 했다. 그런 참담한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해솔은 자신이 누리는 이 안락함이 얼마나 커다란 특권인지 절실히 깨달았다.하지만 그 편안함의 그늘에서도 불쑥불쑥 피어오르는 불안감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지금이야 가문의 그늘에 여유롭게 지낸다 해도,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 독립하거나 가정을 꾸릴 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특히나 이 서슬 퍼런 1950년대의 보수적인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모질고 고단한 삶일지, 해솔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유 중 하나였다.“해솔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해?”“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생각에 잠겨 있던 해솔은 찬솔의 다정한 물음에 대충 얼버무리며 사과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찬솔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기분 좋은 표정으로 새로운 제안을 건넸다.“내일 우리 바닷가에 갈까?”“바닷가?”해솔은 약간 의아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족여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해솔에게는 점차 아득하고 낯선 개념이 되어가고 있었다.어릴 적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이곳저곳 다녔지만, 찬솔이 머리가 자란 이후부터는 가목 여행에
06.이후로도 두 사람은 미래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중에 어디선가 나타난 작고 귀여운 다람쥐 한 마리가 해솔의 어깨를 재빠르게 타고 올라가더니 자연스럽게 산신의 어깨 위로 톡 옮겨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고요한 산속의 적막을 깨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랑이님, 랑이님!”“으악! 모, 뭐야, 다람쥐가 말해?!”깜짝 놀란 해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랑이님, 큰일 났어요!”산신은 제 어깨 위에서 삐약거리듯 쫑알대는 다람쥐의 진지한 보고를 차분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솔은 입을 떡 벌린 채 그 기이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놀라지 말거라. 이 녀석은 저 아래쪽 작은 동산을 수호하는 다람쥐란다. 아무래도 내 손길이 필요한 일이 생긴 모양이구나.”랑의 나직하고 부드러운 음성에 해솔은 이내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내렸다. 비록 산신과의 만남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낯선 세계에 홀로 떨어져 짓눌려 있던 마음이 묘하게 보듬어지던 시간이었다. 이 위안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끝난다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저… 혹시, 나중에 여기에 다시 오면 산신님을 또 만날 수 있을까요?”해솔의 망설이는 물음에 랑은 그윽한 미소를 머금으며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고말고. 나는 언제나 이 산자락에 깃들어 있단다. 네 이름이 해솔이지? 내 이름은 ‘랑’이다. 산에 올라 부르면, 언제든 너를 맞이하러 오마. 오늘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해솔아.”“네…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다람쥐님도 만나서 반가웠고요.”산신 랑이 다시금 나직하고 신령스러운 어조로 인사를 건네자, 해솔은 퉁퉁 부은 눈을 하고서도 배시시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솔은 랑에게 다정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뒤, 그의 어깨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다람쥐에게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그러자 다람쥐는 제 폭신한 꼬리를 꼭 붙잡은 채,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해솔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 앙증맞고
05.산신은 훤히 들여다보이는 해솔의 부루퉁한 표정을 읽었는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나직하게 웃었다.“체구는 자그마한 놈이 성질은 또 제법 대단하구나. 네가 이 거대한 섭리를 깨고 이곳에 떨어진 데에는 분명한 까닭이 있을 터. 언젠가는 그 이유를 자연스레 깨닫게 되지 않겠느냐?”“저, 그렇게 작은 키 아니거든요! 그리고 언젠가 이유를 알게 된다니요, 그게 대체 언제인데요! 언제까지 이 낯선 시대에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집에 돌아가고 싶단 말이에요… 흑…”항변하던 해솔의 목소리가 점차 얇게 떨리더니, 끝내 서러운 억울함으로 일렁였다. 산신은 해솔의 눈물에 순간 멈칫하며, 다부지던 태도를 거두고 짐짓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이런… 아이야, 울지 마라. 내 네게 핀잔을 주려 한 것이 아니다.”“아이 아니라고요! 내가 군대도 갔다 오고 나이가 몇인데요!”하지만 남자의 다정한 위로 한마디가 둑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물꼬가 되어버렸다. 해솔은 눌러 참았던 만감과 서러움을 마침내 왈칵 터뜨리며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캑캑거리며 훌쩍이던 소리가 점차 서글프게 목이 멘 곡소리로 변해갔고 해솔은 두 손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꽉 가린 채 멈추지 않는 눈물을 쏟아냈다.서럽게 울음을 터뜨린 해솔을 마주한 산신은 순간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난감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그는 커다란 손을 천천히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그의 부드러운 손짓에 맞추어 산바람이 싱그럽게 스쳐 지나가더니, 흙길 위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던 나뭇잎들이 거짓말처럼 붕 떠올랐다. 공중으로 솟아오른 잎사귀들은 해솔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며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유려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뭐… 뭐 하시는 거예요?”“예쁜 꽃을 꺾어 주고 싶었으나, 살아 숨 쉬는 생명을 함부로 해할 수는 없으니, 이것으로 대신 마음을 받아주려무나. 홀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인데, 내가 눈치 없이 말실수한 모양이구나.”산신의 나직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를
04.늑대가 사라진 그 자리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붉은 기운이 은은하게 섞인 회색 머리카락이 어깨선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깊고 차분한 황금빛 눈동자는 여전히 해솔의 얼굴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었다.남자는 푸른빛이 오묘하게 감도는 한복을 걸치고 있었으며, 짐승일 때의 신령한 아우라를 조금도 흩트리지 않은 채였다. 짐승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의 존재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해솔은 입을 멍하게 벌린 채 눈을 깜빡였다. 목구멍이 막힌 듯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장황한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남자가 조용히 한 걸음 다가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해솔의 목덜미 가까이 고개를 숙여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으악, 뭐, 뭐 하시는…!”당황한 해솔이 흠칫하며 몸을 물리려 했지만, 남자의 묵직한 시선에 사로잡혀 팔다리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해솔의 살냄새와 숨결을 차분히 살피던 남자는 이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나직하고 깊은 웃음을 흘렸다.“민식이네 둘째 아이구나. 하지만… 네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묘하구나.”남자의 혼잣말에 해솔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신령한 존재는 단번에 해솔이 이 몸의 온전한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꿰뚫어 본 것이었다.“너는 이곳의 아이가 아니로구나.”순간, 캄캄하던 해솔의 머릿속에 희미한 희망의 줄기가 번개처럼 꽂혔다. 해솔은 절박한 마음에 물러서던 발걸음을 돌려 덥석 다가서며 외쳤다.“맞아요! 저는 원래 이 세계 사람이 아니에요. 혹시… 제가 살던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을 아시나요?”산신은 해솔의 절박한 부르짖음을 가만히 듣더니, 차분하게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곤 해솔의 영혼까지 파헤치려는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선을 천천히 옮겼다.“나는 이곳에 다다르는 법도 다른 세계로 발을 딛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궤도를 벗어나 이곳에 깃든 너의 영혼 역시 이미 정해진 섭리였을 터. 정해진 운명은 곧 하늘의 뜻이다.”해솔은 그 무심한 대답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