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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못 놔줘

Author: 꽃길마다
만성그룹의 공사 현장은 상상보다 훨씬 컸다.

수십 대의 타워크레인이 하늘을 가르며 움직이고, 인부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굉음은 쉼 없이 울려 퍼졌고, 공기는 쇳내와 먼지로 가득했다.

유 대표는 안전모를 직접 챙겨주며 웃었다.

“주 대표님, 강 비서님, 이쪽으로 오시죠. 안전 장비는 다 준비해 두었어요.”

시아는 안전모를 눌러쓰고 시우 뒤를 따라다니며, 유 대표의 설명 하나하나를 꼼꼼히 기록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문제점도 빠짐없이 메모했다.

공사장은 바닥이 울퉁불퉁했고, 철근과 자재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몇 번이나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

“조심해요!”

비탈길을 내려오던 순간, 시아의 몸이 휘청이자 시우가 재빨리 손을 뻗어 붙잡았다.

겨우 중심을 잡은 시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을 뺐다.

“감사드려요.”

그러나 시아는 눈치채지 못했다.

멀리 굴착기 뒤편, 누군가가 카메라 셔터를 은밀히 눌렀다는 것을.

오전 내내 이어진 현장 점검이 끝났을 때, 시아의 노트는 빽빽한 글씨로 가득했고, 발목은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욱신거렸다.

“강 비서는 참 성실하네요.”

유 대표가 생수병을 건네며 웃었다.

“주 대표님, 좋은 조력자를 두셨네요.”

시우는 물을 받으며 시아의 발목을 흘끗 보았는데 붉게 부어오른 것이 눈에 띄었다.

“병원에 가보는 게 어때요?”

“괜찮아요.”

시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돌아서려는 순간, 자재를 나르던 인부가 갑자기 옆에서 달려 나와 그대로 부딪힐 뻔했다.

“위험해요!”

시우가 시아의 허리를 감싸며 재빨리 끌어당겼다.

시아는 불쑥 품에 안겼고, 안전모가 삐뚤어졌다.

놀라 몸을 곧추세운 순간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셔터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고개를 돌린 시우의 시선이 즉시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카메라를 든 채 달아나고 있었다.

“기자일지도 모르죠.”

유 대표가 당황한 듯 이마의 땀을 훔쳤다.

“최근 프로젝트가 이목을 끌다 보니 종종 언론인이 몰래 들어와요.”

시아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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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제302화 진심이에요

    “하 대표님?”하연이 피같이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손가락을 지호의 눈앞에서 흔들었다.“이 트러플 푸아그라는 특별히 주문하신 거잖아요. 안 드시면 식겠는데요.”지호가 시선을 거두었다.“식으면 안 먹으면 되죠.”하연이 낮게 웃었는데 붉은 입술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걸렸다.“이제 알겠네요. 왜 여자를 먼저 불러내지 않는 대표님이 오늘은 갑자기 저를 저녁 자리에 초대했는지.”하연은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며 말을 이었다.“저를 총알받이로 삼으려는 거였군요.”그 말에 지호가 미간을 올렸다.“역시 소 대표는 똑똑하군요.”“아내 쫓아다니는 중인가요?” 하연이 슬쩍 시아 쪽을 보았다.“음, 밀당 전략이라고 하죠?”“너무 티 났나요?”“제 드레스의 깊은 V라인만큼 뻔했죠.” 하연은 와인을 들이켜고는 덤덤히 말했다.“하지만 대표님, 이런 수는 사람 따라 달라요.”하연은 의도적으로 등을 곧게 편 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게 시아 씨한테는 통하지 않을 거예요.”그 말에 지호가 처음으로 하연을 똑바로 보았다.“제 아내를 아시나요?”“물론이죠. 구승준 인생 최대의 실패가 바로 시아 씨를 잃은 거니까요.” 하연이 잔을 내려놓았다.“대표님은 눈이 좋으시네요. 진짜 보물을 건진 거예요.”지호의 시선이 부드러워지며 낮게 말했다.“맞아요, 이 보물 내가 십 년을 지켜왔죠.”한편, 시아와 시우의 저녁 식사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오늘 조사에서 꽤 건진 게 많았어요.” 시우가 서류를 덮었다.“강 비서, 생각보다 훨씬 전문적이더라고요.”“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시아가 자료를 챙기며 시계를 보았다.“내일 여덟 시에 모델하우스 가는 거죠?”시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깊은 눈빛으로 시아를 보더니 불쑥 말했다.“내가 투자한 프로젝트가 수없이 많지만 가장 성공한 투자는 바로 강 비서죠.”이에 시아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웃어버렸다.“대표님, 그런 말은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진심이에요.”시우가 계산을 요청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제301화 가서 준비해

    지호의 눈빛에 흥미 어린 장난기가 번지자, 성민도 덩달아 신이 난 듯 평소보다 말이 훨씬 가벼워졌다.“사모님이 지금 반감을 가지는 건 대표님의 과도한 통제욕 때문입니다. 조금 더 대범하게 보이시면, 어쩌면...”지호가 눈을 들어 성민을 바라봤다.“그래서? 구체적인 제안이라도 있나?”성민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미소를 지었다.“내일 사모님이 만성그룹의 모델하우스를 보러 간다던데, 거기엔 로맨틱한 옥상 정원이 있답니다.”“요점만 말해.”“우연 아닌 ‘우연한 만남’을 연출하시면 됩니다. 다만 절대로 질투하는 모습은 보이지 마셔야 합니다.” 성민은 점점 흥분해 목소리가 높아졌다.“오히려 일에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시고, 사모님의 일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시죠. 그렇게 하면 성숙하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주실 수 있을 겁니다.”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가서 준비해. 잘하면 상을 줄 테고, 망치면 다리 온전할 생각은 접어.”그 말을 들은 성민의 얼굴빛이 굳었다.“그, 그건 대표님,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실 수 없습니까?”“늦었어.” 지호가 손가락을 두드렸다.“가서 준비해.”성민은 울상을 지으며 방을 빠져나갔고, 속으로 이미 자기 입방정을 수십 번도 넘게 욕하고 있었다.방 안에 남은 지호는 다시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확대했다.시아의 놀란 얼굴과 시우가 본능적으로 감싸는 보호적인 자세가 눈에 거슬렸다.이에 지호는 번호 하나를 눌렀다.“주시우의 최근 통화 기록을 조사해. 특히 진은채와의 통화 내역을 중심으로.”전화를 끊은 지호는 창가로 걸어가 구영시의 전경을 내려다봤다.햇살이 지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비추었지만 눈속의 먹구름을 거두지는 못했다.시아가 말했던 대로였다. 사람은 언제나 남이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그러나 지호의 여자가 된다면 평생 비 한 방울조차도 맞지 못하게 할 것이었다.천해만 1호의 꼭대기 레스토랑.통유리 밖으로 펼쳐진 천해만의 야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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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그룹의 공사 현장은 상상보다 훨씬 컸다. 수십 대의 타워크레인이 하늘을 가르며 움직이고, 인부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굉음은 쉼 없이 울려 퍼졌고, 공기는 쇳내와 먼지로 가득했다.유 대표는 안전모를 직접 챙겨주며 웃었다.“주 대표님, 강 비서님, 이쪽으로 오시죠. 안전 장비는 다 준비해 두었어요.”시아는 안전모를 눌러쓰고 시우 뒤를 따라다니며, 유 대표의 설명 하나하나를 꼼꼼히 기록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문제점도 빠짐없이 메모했다.공사장은 바닥이 울퉁불퉁했고, 철근과 자재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몇 번이나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조심해요!”비탈길을 내려오던 순간, 시아의 몸이 휘청이자 시우가 재빨리 손을 뻗어 붙잡았다.겨우 중심을 잡은 시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손을 뺐다.“감사드려요.”그러나 시아는 눈치채지 못했다.멀리 굴착기 뒤편, 누군가가 카메라 셔터를 은밀히 눌렀다는 것을.오전 내내 이어진 현장 점검이 끝났을 때, 시아의 노트는 빽빽한 글씨로 가득했고, 발목은 무리한 움직임 때문에 욱신거렸다.“강 비서는 참 성실하네요.” 유 대표가 생수병을 건네며 웃었다.“주 대표님, 좋은 조력자를 두셨네요.”시우는 물을 받으며 시아의 발목을 흘끗 보았는데 붉게 부어오른 것이 눈에 띄었다.“병원에 가보는 게 어때요?”“괜찮아요.” 시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그러나 돌아서려는 순간, 자재를 나르던 인부가 갑자기 옆에서 달려 나와 그대로 부딪힐 뻔했다.“위험해요!”시우가 시아의 허리를 감싸며 재빨리 끌어당겼다.시아는 불쑥 품에 안겼고, 안전모가 삐뚤어졌다.놀라 몸을 곧추세운 순간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셔터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고개를 돌린 시우의 시선이 즉시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카메라를 든 채 달아나고 있었다.“기자일지도 모르죠.” 유 대표가 당황한 듯 이마의 땀을 훔쳤다.“최근 프로젝트가 이목을 끌다 보니 종종 언론인이 몰래 들어와요.”시아는 마

  •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제299화 강 비서답네요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맞부딪혔는데 공기 중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는 듯했다.결국 지호가 먼저 시선을 거두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정리했다.“술도 마셨고, 할 말도 다 했으니 주 대표님, 좋은 밤 보내시죠.”문이 닫히자 지호의 뒷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시우의 얼굴에서 서늘한 미소가 천천히 지워졌다.남자는 창가로 걸어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하지호가 이 지역에서 어떤 인맥을 가졌는지 조사해. 그래, 전부 다.”한편, 지호 역시 방으로 돌아와 곧장 고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아침 일곱 시까지, 만성그룹의 모든 내역을 보고해. 특히 유 대표와 거래한 고객 명단은 빠짐없이.”전화를 끊은 지호는 창가에 서서 시선을 돌렸는데 멀리서도 시우 방의 불빛이 보였다.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맞섰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도가 세차게 부딪히고 있었다.아침 일곱 시, 시아는 막 세안을 마치고 나왔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도어 뷰어로 확인해 보니 성민이 서 있었고, 남자의 손에는 정갈한 상자가 들려 있었다.“사모님, 좋은 아침이에요.” 성민이 미소 지으며 상자를 내밀었다.“저희 대표님께서 보내신 거예요.”이에 시아는 상자를 받아 들며 묻는다.“이게 뭐예요?”“직접 확인해 보시라네요. 그리고 오늘 하루 일 잘되시길 바란다고 전해달라고 하셨고요.”문을 닫고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고급 브랜드의 운동화 한 켤레가 들어 있었다.방수와 통기성이 뛰어나 공사 현장에 제격인 제품이었다.게다가 상자 안에는 반창고와 땀 흡수 양말까지 곱게 챙겨져 있었다.시아의 손끝이 천천히 신발 위를 쓰다듬었다.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피어올랐다.정작 마음은 없으면서도, 지호의 이런 세심한 배려는 사람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이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주시우의 메시지였다.[아침 여덟 시, 로비 집합. 만성 공장 현장 점검.]시아는 시간을 확인한 뒤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출발하기 전 잠시 망설이다가 새 운

  •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제298화 친절한 충고

    시아는 냉소를 터뜨렸다.“내가 정말 ‘하지호의 아내'라는 명패가 필요했다면, 애초에 이혼을 선택하지 않았겠죠.”그 말은 칼날처럼 지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당신은 그렇게까지, 나랑 얽히는 게 싫어?”“싫은 게 아니라...” 시아는 말을 멈추고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이해할 리 없죠. 내일부턴 제발 내 일에 끼어들지 마요.”잠시 침묵하던 지호는 갑자기 일어나 식탁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좋아.”너무 단호한 대답에 시아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하지만 조건 하나 있어.”지호는 역시나 덧붙였다.“여긴 구영시랑 달라. 항상 조심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시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지호의 얼굴에 오늘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지호가 말끔히 식사를 치우고 문을 나서려던 찰나, 다시 돌아보며 물었다.“나, 주시우 대표랑 술 마시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뭐라고요?” 시아는 물잔을 놓칠 뻔했다.“당신이 주 대표를 만난다고요?”“남자끼리 대화 좀 하려는 거야. 안심해, 주먹질은 안 할 테니까.”시아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이내 급히 외쳤다.“당신 제발 사고 치지 마요!”하지만 시아의 말은 문 닫히는 소리에 묻혔다.2809호, 막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닦던 시우가 문을 열자, 지호가 와인을 들고 서 있었다.“하 대표님?”“얘기 좀 할까요?” 지호가 들어 보인 건 호텔에서 방금 배달된 82년산 라피였다.시우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몸을 옆으로 비켰다.“이런 영광이.”넓은 스위트룸. 창 너머로는 S시의 화려한 야경이 반짝였다.지호는 바에 다가가 유리잔 두 개를 꺼냈다.“하 대표님, 의외로 여유가 있네요. 이 밤에 자기 라이벌하고 술자리를 하다니.”시우는 소파에 앉으며 비아냥거렸다.“라이벌이요?” 지호의 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그저 와인을 따르며 가볍게 웃었다.“주 대표님, 스스로를 너무

  •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제297화 정말 눈치 못 챘어?

    호텔 복도의 불빛은 부드럽고 황금빛으로 번졌다.시아는 객실 앞에 서서 카드키를 손가락으로 꼭 쥐었고,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너무 익숙했다.바로 지호였다.결국 또 따라온 것이라 생각한 시아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카드를 찍어 문을 열어 들어가려 했다.“난 2807호야. 당신 바로 맞은편. 필요하면 언제든...”쾅!자호의 말은 시아가 힘껏 닫아버린 문소리에 묻혔지만 두꺼운 문을 사이에 두고도 지호의 목소리가 따라왔다.“아까 거의 못 먹었잖아. 내가 룸서비스 시켜놨으니까 곧 올 거야.”그러나 시아는 대꾸하지 않았다.구두를 벗어 던지고 가방을 소파 위에 던져둔 뒤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기 시작했다.따뜻한 물줄기가 얼굴의 파운데이션을 씻어내릴 즈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룸서비스입니다.” 밖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아는 손을 닦고, 고개를 숙여 도어 뷰어로 확인한 후 문을 열었다.“주문하신 저녁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푸시카에는 정갈한 딤섬과 김이 오르는 완탕면이 놓여 있었다. 그 유명한 집 메뉴였고 다 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었다.“필요 없어요. 제가 시킨 게 아니에요.” 시아는 맞은편 문을 흘깃 보며 딱 잘라 거절했다.시아는 정말로 저녁을 거의 먹지 않았기에 속은 이미 텅 빈 상태였다.그러나 직원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2807호 하지호 님께서 주문하셨습니다. 결제도 완료하셨습니다.”시아는 또 거절하려 했지만, 배가 먼저 ‘꾸르륵’ 하고 항의했다.이에 직원은 못 들은 척, 여전히 미소를 유지했다.“들여놓으세요.”푸시카가 막 안으로 들어오려는 순간, 문이 닫히기 직전 한 손이 문을 붙잡았다.지호가 고개를 내밀며, 손에는 포장 박스 두 개를 들고 있었다.“혼자 먹으면 쓸쓸하잖아. 내가 밥친구 해줄게!”시아는 황당해 웃음까지 났다.“당신 진짜 한가하나 보네요?”“아니야, 엄청 바쁘지.” 지호는 태연하게 들어오며 포장 박스를 열기 시작했다.“아내 밥 챙기느라 바쁘거든.”“누가 당신 아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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