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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소문」

작가: moominkiller
last update 게시일: 2026-07-14 16:36:01

배사례는 그렇게 끝났다. 아니, 끝나지 못했다.

단목현이 "예는 끝났다" 한마디를 남기고 그녀를 데리고 나왔고, 장로원은 "봉인의 내력을 밝히는 조사"를 공식으로 청했고, 백리유음이 그 조사를 자신이 맡겠다고 나서며 시간을 벌었다. 설봉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사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어볼 수가 없었다. 삼백 년 전 그 계집. 그 말이 나온 순간의 사부의 등을 봤기 때문이다. 사람의 등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베인 자리를 정확히 다시 베인 사람의 등. 그 등에 대고 "그 여자가 누구예요"라고 묻는 것은, 벌어진 상처에 손가락을 넣는 일 같았다.

그래서 연소하는 다른 데서 답을 찾기로 했다.

기회는 금방 왔다. 백리유음이 '봉인의 내력 조사'를 명목으로 설봉과 본문을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사라고 해봐야 차를 마시고, 문양을 그려 가고, 올 때마다 앵두에게 강남의 귀한 찻잎을 쥐여 주는 게 전부였지만 — 덕분에 설봉과 본문 사이에 길이 났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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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50화 「국수는 셋이서」

    위지란이 눈을 뜬 곳은 설봉이었다.객채의 제 방. 각 잡아 개어두고 떠났던 이불 속. 창밖에는 일곱 번째 봄의 매화가 피어 있었고, 머리맡에는 국수 한 그릇이 김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 팔짱을 낀 앵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아흐레 만이에요. 저승 갔다 오면 다예요? 백 그릇에서 시작했는데 이자 붙어서 백열두 그릇이에요. 오늘부터 하루 세 그릇씩 드세요.""…몸이 예전 같지 않은데. 반 그릇씩 하면 안 되나.""흥정 금지."몸은 정말 예전 같지 않았다. 삼백 년 마기가 빠져나간 자리는 도력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백발은 돌아오지 않았고, 어검비행은커녕 설봉 계단에서 숨이 찼다. 마교에는 사직서를 보냈다 — 교주 자리는 처형식 날 도망치지 않고 남아서 뒷수습을 한 젊은 축들에게 넘겼다. 놈들이 마교를 어떻게 바꿀지는 놈들의 몫이었다."그러니까," 마루에서 국수를 넘기며 그가 물었다. "너희 둘이 왔었다는 거지. 그 강가에.""네.""몸은 여기 두고, 혼만.""한 쌍의 도는 서로가 서로의 닻이니까요. 한쪽 혼이 나가도 다른 쪽이 몸을 붙들어 주면 돌아올 수 있대요. 둘이 같이 갔다 같이 돌아오는 건 — 개벽 이래 처음이었다고, 사자님이 장부에 특기 사항으로 적었어요.""하늘 장부가 아주 너희 부부 전용 일지가 됐군.""당신 이름도 두 줄 적혔어요. '산 자로서 겁화를 인도함. 국수를 좋아함.'""…뒷줄은 거짓말이지.""진짜예요. 사자님이 물어봐서 앵두가 대답했거든요."그해 봄은 길었다.백리유음이 올라와 보름을 묵었다. 연합은 마겁의 소멸을 공식 선포했고, 삼백 년 묵은 금기들이 하나씩 문서고에서 풀려났다. 그녀는 이제 근신이 아니라 태허문의 새 장경각주였다 — 지워진 기록들을 다시 적는 자리. 파문록의 먹칠 위에 덧쓰인 새 기록의 첫 줄은 그녀의 글씨였다. 『연소하. 태허문 제자. 세상을 두 번 구하다.』"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인데." 앵두가 옆에서 투덜댔다. "국수 간까지 고쳤잖아요."여름에는

  •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49화 「강가에서」

    망자의 강은 소리 없이 흐른다.수억의 혼불이 물길을 따라 바다처럼 밀려가고, 저승의 시간은 고여 있어 강가의 모래밭에는 발자국 하나 남지 않는다 — 는 것이 이 강가의 삼천 년 묵은 상식이었는데."…발자국이 찍히는데."산 자가 걸어왔기 때문이다. 검은 옷의 반백 사내가, 가슴에 세상의 마지막 겁화를 담고, 모래밭에 또박또박 발자국을 찍으며 강가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승의 관리들이 총출동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맨 앞에 선 것은 — 이제는 고참이 된, 삼백여 년 전 어느 흰 옷의 사내에게 겁도 없이 말을 붙였던 바로 그 관리였다."사, 산 자는 이곳에 올 수 없습니다!""하늘의 허가증이 있다." 위지란이 금빛 문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특별 운송이야. 비켜라, 무거우니까."무겁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강가에 닿았을 때 그의 무릎은 반쯤 꺾여 있었고, 세었던 머리는 뿌리까지 하얗게 바래 있었다. 그는 물가에 무릎을 꿇고 — 제 가슴에 손을 얹었다."자, 도착이다. 내리시지."『….』"왜. 이제 와서 무섭나."『…처음이다. 갇히는 것도, 삼키는 것도 아니고 — 그냥 가는 것은.』"다들 그렇게 가. 처음인 채로." 위지란은 강물을 바라보았다. 수억의 혼불이 반짝이며 흘러가고 있었다. "부럽군. 나는 표가 없어서 못 타는 배인데."『위지란.』겁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따뜻했다. 너의 삼분지 일도.』"…그래. 잘 가라. 다음에는 — 뭐가 되든, 배고프지 않은 걸로 태어나라."그가 가슴을 열었다.검은 것이 흘러나왔다. 강줄기도 화신도 아닌, 이제는 그저 작고 검은 불꽃 하나가. 그것은 잠시 그의 손바닥 위에 앉아 있다가 — 하늘로 힘을 다 반납한, 겨우 혼불 하나 크기의 그것이 — 강물 위로 떠내려갔다. 수억의 혼불 사이로. 구분도 되지 않게. 그냥, 수억 분의 일로.관리들이 장부에 적는 소리가 들렸다. 신규 등재. 이름 없음. 출신 — 폐허. 행선지 — 미정. 고참 관리가 붓을 멈추고 물었다. "이름을…

  •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48화 「청원」

    "빨리도 오시네요. 부를까 말까 하던 참인데."『장부에 없는 것이 실체를 얻으면 하늘이 안다. 본래는 즉시 소거 대상이다.』사자의 얼굴 없는 얼굴이 화신을 향하자, 화신이 — 세상을 삼키는 겁화가 — 반 발짝 물러나 연소하의 뒤로 비켰다. 그 광경에 위지란이 헛웃음을 흘렸다. "재앙이 사람 뒤에 숨는 건 개벽 이래 처음 보는군.""소거 말고 다른 안건이 있어요."연소하가 앞으로 나섰다. 육 년 전 설봉 마당에서 하늘에 대고 "그 법이 틀렸네요"라고 말한 그 자세 그대로."청원할게요. 이 아이 — 마겁의 윤회 편입이요."『겁화는 혼이 아니다. 윤회는 혼의 것이다.』"혼이 뭔데요? 기억하고, 원하고, 지겨워하고, 허락을 구하는 게 혼 아니에요? 얘 방금 다 했어요. 사자님도 봤잖아요."『…계속하라.』"얘가 가진 힘 — 세상을 태울 겁화의 힘은 전부 하늘에 반납할게요. 우리가 승선첩 태우고 도력 반납한 것처럼. 힘을 뺀 나머지, 기억하고 원하는 그 알맹이만 — 혼으로 쳐서 윤회의 강에 넣어줘요. 다시 태어나게. 벌레로 태어나든 들꽃으로 태어나든, 장부에 적히는 무언가로."사자는 오래 침묵했다. 장부 넘기는 소리만 폐허에 울렸다. 한 장. 두 장. 백 장.『겁화의 힘을 반납한다 — 그 힘이 얼마인지 아는가. 삼백 년 전 하늘이 통째로 태워 없애려던 양이다.』"그러니까 하늘도 남는 장사죠. 태우려다 실패한 걸 자진 반납받는 건데."『….』『선례가 없다.』"우리가 선례잖아요. 장부에 없던 혼, 뇌겁으로 존재 증명하고 새로 적혔어요. 육 년 전에. 사자님이 직접 적었으면서."『그것은 혼이었고 이것은 겁이다.』"그럼 시험을 내요. 뇌겁이든 뭐든. 통과하면 적어주고."『겁에게 겁을 내리라?』 사자의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 흔들렸다. 웃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늘의 장부 만 년 역사에 이런 청원은 없었다.』"만 년이나 됐으면 새 장 하나쯤 만들 때 됐네요."침묵이 길었다. 위지란이 나중에 증언하기를, 그 침묵 동안 하늘의 구름이 세 번

  •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47화 「들어가도 되느냐」

    들어가도 되느냐.세상을 삼키는 겁화가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무너진 분화구 한가운데서, 수만 명이 도망친 폐허 위에서, 얼굴 없는 화신은 정말로 — 기다리고 있었다. 대답을."…이상하네요."연소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검을 든 채로, 그러나 검끝은 어느새 반쯤 내려가 있었다."삼백 년 전에 너를 삼킬 때, 나는 허락 같은 거 안 구했어. 그냥 삼켰지. 뇌옥이라고 불렀고. 가뒀다고 생각했고. 근데 너는 — 그 안이 집이었다고 하네."『따뜻했다. 삼백 년 내내. 나가고 나서야 알았다 — 그것이 따뜻함이라는 것을.』"지금 너를 다시 삼키면, 나는 또 뇌옥이 되는 거야. 너는 또 갇히는 거고. 삼백 년이 지나면 또 이 짓을 반복하겠지. 내 딸이나, 내 딸의 딸이, 또 제 몸을 뇌옥으로 내놓으면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는 집이 아니야. 그냥 대물림이지."『…그러면.』화신의 형상이 흔들렸다. 목소리에 처음으로, 아주 오래된 피로 같은 것이 배어 나왔다.『나는 어디로 가나. 하늘은 나를 지우려 하고, 인간은 나를 삼키려 하고, 그릇 아닌 것들은 나를 탐하다 먹힌다. 갈 곳이 — 장부 어디에도, 나는 없다.』장부 어디에도 없다.연소하는 그 말에 숨을 멈췄다. 어디서 들어본 말이었다. 아니 — 들은 게 아니라, 들었던 선고였다. 장부에 없는 혼. 기록되지 않은 환생. 회수 대상."…사부님.""그래."단목현도 같은 곳에 도착해 있었다.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았고, 위지란만 영문을 몰라 반백의 머리를 긁었다."뭐냐. 둘이서만 아는 얼굴 하지 말고.""위지란. 하늘의 장부에 없는 존재가 살아남는 법이 하나 있어요. 우리가 해봤거든요. 육 년 전에, 벼락 아홉 대 맞으면서.""…설마.""존재 증명이요." 연소하가 화신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장부에 없는 존재를 지우려 들지만 — 규칙도 있어요.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면, 새로 적어준다는 규칙."『나를… 적는다고. 하늘이.』"겁화 말고 다른 것으로. 너 방금 스스로 증명했잖아. 배고픔에

  •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46화 「처형식 (하)」

    마겁이 실체를 얻는 것을, 수만 명이 보았다.허공의 검은 강줄기가 소용돌이치며 뭉치더니 — 사람의 형상 비슷한 것이 되었다. 얼굴 없는 검은 화신(化身). 하늘의 사자와 닮았는데 정반대인 것. 그것이 처음 한 일은 제일 가까운 것을 삼키는 일이었다.혁련탈은 비명도 다 지르지 못했다.삼백 년을 갈망하던 힘이 그를 한 모금에 삼켰다. 그릇이 아닌 것은 담지 못하고 — 먹힐 뿐이었다. 대 위에는 옷자락 하나 남지 않았다. 수만의 함성이 수만의 비명으로 뒤집히고, 아홉 층 전각에서 마교도들이 쏟아져 도망치기 시작했다."셋째다! 즉흥이라던 그 셋째!"위지란이 사슬을 끊으며 외쳤다. 적출로 텅 빈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그는 두 사람 쪽으로 달렸다. 열두 마인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단목현이 부러진 매화검을 뽑았고, 연소하가 소매를 뽑았다. 화신이 — 그 얼굴 없는 얼굴이 — 천천히 이쪽을 향했다.정확히는, 연소하를 향했다."소하, 물러—"물러날 수 없었다. 몸속의 삼분지 일이 진법의 인력에 끓고 있었고, 화신은 그 끓음을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유설십이식의 검진을 펼쳤다. 낙매, 유설 — 검광이 화신의 몸을 몇 번이나 갈랐지만, 강물을 베는 것과 같았다. 갈라진 자리가 그대로 아물었다.그때 화신이, 말했다.목소리가 아니었다. 삼백 년 전 봉인의 밤처럼 — 몸 안쪽에서 직접 울리는 것이었다.『기억한다.』연소하의 검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 목소리를 그녀는 알았다. 삼백 년 전 균열 앞에서, 제 가슴을 열며 들어오라고 했을 때 — 쏟아져 들어오던 것이 마지막으로 냈던 소리. 꿈에서도 몇 번인가 들었던, 벽 너머에서 웅웅대던 그 울림이었다.『어둡고, 좁고, 따뜻했다. 삼백 년. 네 안에서. 심장 소리가 들렸다. 네가 우는 날에는 벽이 흔들렸고, 네가 검무를 추는 날에는 벽이 노래했다.』"…뭐라는 거야, 너."『밖은 넓고 차다. 삼키는 것은 배고픔이고, 배고픔에는 끝이 없다. 끝이 없는 것은 — 지겹다.』화신의 얼굴 없는 얼굴이, 그녀의 앞에서

  • 설산에 꽃이 피기까지 삼백년   45화 「처형식 (상)」

    처형식 날의 흑요산은 검은 유리가 울 만큼 북소리로 가득했다.분화구를 둘러싼 아홉 층 전각마다 마교도 수만이 들어찼다. 진법의 아홉 겹 원에 불이 들어오고, 중심의 대 위에 혁련탈이 섰다. 그 맞은편 — 쇠사슬에 묶인 위지란이 끌려 나왔다. 반백이던 머리는 이제 칠 할이 세어 있었다.연소하와 단목현은 진법 바깥 단상에 '귀빈'으로 앉혀졌다. 결박은 없었다. 대신 열두 명의 마인이 반원으로 둘러섰고, 두 사람의 몸속 마겁 조각이 진법의 인력에 이미 웅웅 울고 있었다. 도망은 애초에 계산에 없었다. 계획이 있었으니까. 어젯밤 창살 너머로 위지란이 속삭인, 세 줄짜리 계획이.첫째, 놈들이 적출을 시작하게 둔다.둘째, 겁이 제 집을 기억해 낼 때까지 기다린다.셋째 — 그다음은 즉흥이다."셋째가 즉흥인 게 계획이에요?" "마교식 계획이다. 원래 삼 할은 비워두는 거야."단상의 연소하는 제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매화 다섯 잎이 진법의 고동에 맞춰 명멸하고 있었다. 곁의 단목현도 같을 것이다. 몸속의 조각들이 형제를 부르고 있었다.북소리가 멎었다."마교의 아들딸들이여!" 혁련탈의 목소리가 분화구를 울렸다. "삼백 년 전 우리는 하늘의 겁화를 눈앞에서 놓쳤다! 선문의 계집이 훔쳐 갔고, 선문의 위선자들이 나눠 가졌다! 오늘 — 그 힘이 집으로 돌아온다!"수만의 함성. 연소하는 그 함성 속에서 위지란과 눈을 맞췄다. 그는 사슬에 묶인 채로 — 웃고 있었다. 늘 그렇듯 눈은 웃지 않는 웃음이 아니라, 이번에는 눈만 웃는 웃음이었다.적출이 시작됐다.아홉 겹의 원이 차례로 점화되며 진법 전체가 굉음을 냈다. 마문 수만 개가 핏빛으로 타올랐고, 위지란의 몸에서 검은 것이 — 실오라기부터 밧줄, 밧줄에서 강줄기로 —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이를 악물지도 않았다. 다만 뽑혀 나가는 검은 강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 위의 혁련탈을 향해 크게 외쳤다."혁련탈!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유언인가. 말해보게.""금서를 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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