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anda / 사극 로맨스 / 설야팔부 (雪夜八部) / 제152화 — 곳간의 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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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 곳간의 자수

Penulis: moominkiller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4 21:44:54

한겸의 파발을 받은 밤, 곳간에서 손님이 왔다. 새 당주의 소식이 산을 넘어 곳간까지 닿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했던 것이다.

휘월이었다. 죄인은 궁 안에 발을 들이지 않는 제 법을 처음으로 어기고, 대전 곁방의 문밖에 서서 청했다.

"들일 것이 있다. — 자수(自首)다."

방 안의 눈들이 굳었다. 자백할 죄는 얼음여울에서 이미 다 자백한 줄 알았던 것이다.

노인은 방에 들어 앉지 않았다. 문지방 밖에 선 채로, 문 안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궁려에서의 여덟 해 — 내가 얼음만 벼린 것이 아니다."

늙은 목소리는 며칠 전 담을 쌓던 목소리와 같은데, 그 밑이 달랐다.

"심법을 거꾸로 파는 연구를 했다. 물소리를 듣는 법이 있으면 — 물소리를 끊는 법도 있어야 셈이 맞지. 듣는 귀를 막고, 흘리는 손을 묶고, 임자와 강을 갈라놓는 법. 나를 지운 형에게 언젠가 그 법을 쓸 작정이었다. 형의 심법을 — 형수에게 간 그 심법을 — 끊어 놓을 작정으로."

방 안이 얼음이 되었다. 등잔 불빛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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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55화 — 심지

    어머니의 덤은 여름의 끝과 나란히 줄어들었다.마루의 볕 걷기가 반의 반 바퀴에서 문지방까지로, 문지방에서 창가로 줄었다. 어머니는 그 줄어듦을 태연하게 살았다. 창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며 — 구름의 종류와 새의 이름과 여리가 마당을 가로지르는 횟수 같은 것들로 하루의 살림을 꾸렸다.운설의 침은 이제 병을 잡는 침이 아니었다.편안하게 하는 침이었다. 통증을 걷고, 숨을 고르고, 잠을 부드럽게 하는. 의녀는 그 전환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고, 알면서 매일 침통을 열었다. 지는 싸움에도 싸우는 법이 있었다. 곱게 지는 법이."잇는 법 말이다."어느 저녁 침을 맞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궁려의 벽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빌려주는 쪽이 제 소리를 반은 태운다지. 그 법 — 어미한테는 쓸 생각 마라.""어머니.""셈을 해 보아라. 어미의 강은 심지가 다한 등잔이다. 네 소리를 반을 태워 부어도 — 심지 없는 등잔은 못 탄다. 기름만 아깝지." 어머니는 딸의 손을 토닥였다. "네 소리는 아껴 두어라. 심지가 남은 등잔이 어두워지는 날을 위해서. 그런 날이 — 사는 동안 꼭 온다."심지가 남은 등잔이 어두워지는 날. 운설은 그 말을 받아 적듯 새겼다. 어머니의 말들은 요즘 다 유언의 결을 하고 있어서, 새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무렵 궁은 남행의 채비를 조용히 시작하고 있었다. 사백이 길을 그렸고, 사수가 제 발로 남행에 이름을 얹었다. "남쪽 물길은 제가 언니보다 낫습니다." 그 한마디에 사냥막 자매의 열여덟 해가 반쯤 접히는 것을, 곁의 우르가 코를 훌쩍이며 들었다.남쪽의 소식은 나빠졌다.한겸의 파발이 끊긴 지 한 달이 되었다. 마지막 파발은 새 당주가 재조사 청원자들을 하나씩 잡아들인다는 내용이었다. 남궁완의 세가 연통이 그 뒤를 이었는데, 그 연통도 보름째 조용했다. 조용한 것이 제일 나쁜 소식이었다."남행을 준비해야 한다." 혈비가 말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종이 전쟁이 지고 있다면 — 산 증인들이 내려가는 수밖에 없어.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54화 — 타고 남은 것

    닷새 길을 사흘에 달렸다. 검은 연기의 그림이 밤마다 눈꺼풀 안쪽에서 타올라, 잠을 줄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말 위의 사흘 동안 그는 제 겉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둘렀다. 돌려주면 도로 둘렀다. 세 번째부터 그녀는 돌려주지 않았다. 연기 냄새를 실어 오는 바람 속에서, 그 옷자락 하나만 사람의 온도였다.말을 갈아타고, 잠을 줄이고, 마지막 고개는 밤에 넘었다. 고개 위에서 내려다본 궁은 — 서 있었다. 지붕들이 온전했다. 타오른 것은 궁이 아니었다.산신당이었다.벌판 어귀의 산신당이 뼈대만 남아 있었다. 그 곁의 곳간도. 부수 노인이 평생을 산 자리와, 휘월이 반년을 산 자리가 — 재였다.마당에서 흑요가 일행을 맞았다. 노파의 낯이 사흘 새 십 년을 늙어 있었다."닷새 전 밤이었습니다. 낯 검은 자들 여섯이 산신당에 불을 놓고 — 곳간을 뒤졌습니다. 뒤지고, 못 찾고, 물러갔습니다.""못 찾다니. 무엇을.""휘월 어른을요." 흑요가 답했다. "어른이 궁려로 떠난 것을 모르고 온 겁니다. 잡으러 왔든 지우러 왔든 — 빈 곳간만 태우고 갔지요."끊는 법을 떠 간 자들이, 법의 임자까지 지우러 온 것이다. 법을 아는 산 입을 없애면 해독도 반박도 사라지니까."부수 노인은."흑요의 침묵이 반 호흡 길었다. 그 반 호흡에 운설의 심장이 떨어졌다."산신당에서 — 불을 끄려다 들보에 — " 노파가 말을 골랐다. "살아 계십니다. 한데 연기를 오래 드셨고, 연세가 연세라."낯 검은 자들의 자취는 사백이 이틀을 밟았으나 남쪽 관도에서 끊겼다고 했다. 여섯이 말을 갈아타며 내려간 길은 곧고 빨랐다. 온 길을 아는 자들이었고, 갈 길이 정해진 자들이었다. 실패의 보고가 남으로 내려가면 — 다음 손은 여섯으로 오지 않을 것이었다.부수는 제 방에 누워 있었다. 벌판을 십팔 년 돌본 노인이, 이제 제가 돌봄을 받는 자리에 있었다. 운설이 맥을 짚었다. 연기에 상한 폐가 가쁘게 오르내렸다. 진눈의 폐를 오래 본 손이라 — 이 폐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도 보였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53화 — 얼음 궁려

    궁려는 북쪽 끝, 세상이 흰빛 하나로 줄어드는 땅에 있었다.여름에도 눈이 안 녹는 고원이었다. 닷새를 오르는 동안 초록이 줄고, 바람이 늘고, 마지막 이틀은 발밑이 온통 만년설이었다. 휘월은 그 길을 지팡이 하나로 걸었다. 열여덟 해 전 압송되던 길을, 이번에는 제 발로.만년설의 밤들은 숨이 얼 만큼 추웠다. 한 장막 안에서 그가 그녀의 언 발을 끌어다 제 무릎 밑에 넣었다. 혼인하고 처음 나선 먼 길이 얼음 감옥행인 것을 두고 그가 미안한 낯을 짓자, 그녀가 답했다."당신하고면 어디든 소풍입니다.""저기다."노인이 가리킨 것은 설원 한가운데의 낮은 언덕이었다. 언덕인 줄 알았던 것이 가까이 가자 지붕이 되었다. 얼음과 돌로 지은, 반쯤 눈에 삼켜진 — 감옥.문은 열려 있었다.열린 지 오래된 문이 아니었다. 문틀의 눈이 최근에 밟혀 다져져 있었고, 다져진 눈 위에 발자국이 얼어붙어 있었다. 여럿. 무거운 짐을 진 걸음."늦었군." 사백이 낮게 말했다. 사냥꾼의 목소리에 좀처럼 없던 것이 섞여 있었다. 낭패였다.들어서기 전에 휘월은 문틀에 손을 얹고 잠깐 서 있었다. 여덟 해를 산 집이자 여덟 해를 갇힌 감옥. 사람이 제 지옥의 문 앞에서 짓는 낯을, 운설은 처음 보았다. 그리움과 몸서리가 한 낯에 있었다.안은 얼음의 뱃속이었다.여덟 해를 산 사람의 살림이 얼음 속에 화석처럼 남아 있었다. 돌침상. 물그릇. 그리고 벽 — 사방의 얼음벽 안쪽에, 빽빽하게,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손톱으로, 돌조각으로, 여덟 해 동안 새긴 글자들. 물소리를 듣는 법과 끊는 법이, 미친 정밀함으로 벽 네 면을 채우고 있었다.한데 그 벽의 한 면이 — 비어 있었다.비운 것이었다. 끌 자국이 얼음 위에 어지러웠다. 벽째 떠 갈 수 없으니 — 얼음을 얇게 떠 내고, 그것도 안 되는 자리는 탁본을 떴는지 먹 자국이 남아 있었다."끊는 법의 벽이다." 휘월이 그 빈 면 앞에 섰다. 노인의 목소리가 얼음 속에서 낮게 울렸다. "듣는 법도, 잇는 법도 안 가져갔어.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52화 — 곳간의 자수

    한겸의 파발을 받은 밤, 곳간에서 손님이 왔다. 새 당주의 소식이 산을 넘어 곳간까지 닿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했던 것이다.휘월이었다. 죄인은 궁 안에 발을 들이지 않는 제 법을 처음으로 어기고, 대전 곁방의 문밖에 서서 청했다."들일 것이 있다. — 자수(自首)다."방 안의 눈들이 굳었다. 자백할 죄는 얼음여울에서 이미 다 자백한 줄 알았던 것이다.노인은 방에 들어 앉지 않았다. 문지방 밖에 선 채로, 문 안의 사람들에게 말했다."궁려에서의 여덟 해 — 내가 얼음만 벼린 것이 아니다."늙은 목소리는 며칠 전 담을 쌓던 목소리와 같은데, 그 밑이 달랐다."심법을 거꾸로 파는 연구를 했다. 물소리를 듣는 법이 있으면 — 물소리를 끊는 법도 있어야 셈이 맞지. 듣는 귀를 막고, 흘리는 손을 묶고, 임자와 강을 갈라놓는 법. 나를 지운 형에게 언젠가 그 법을 쓸 작정이었다. 형의 심법을 — 형수에게 간 그 심법을 — 끊어 놓을 작정으로."방 안이 얼음이 되었다. 등잔 불빛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흔들렸다."약이다. 침향에 몇 가지를 섞으면 — 향으로도, 물에 타서도 듣는다. 임자는 반 시진 안에 제 강의 소리를 잃는다. 소리를 잃은 강이 어찌 되는지는—" 노인이 거기서 운설을 보았다. 어린 눈이 처음으로 늙게 흐려져 있었다. "너희가 짐작하는 그대로다. 고삐 없이 날뛴다. 임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 들리지 않는 것은 달랠 수 없으니."물소리를 끊는 독. 폭주를 만드는 약.운설은 제 안의 강에 손을 얹어 보았다. 낮게 흐르는 소리. 태어나 한 번도 끊긴 적 없는 소리였다. 물마당에서도 급류에서도 얼음 둑에서도 — 사나웠을지언정 들리기는 했다. 들리지 않는 강이라는 것을 그녀는 상상할 수 없었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제일 무서운 법이었다.곁의 선우현이 물었다. "해독은. 끊긴 소리를 잇는 법도 벽에 새겼소?""새겼다." 휘월이 답했다. "법에는 늘 반대 법을 같이 적는 것이 내 버릇이라. 한데 해독은 — 다른 물이 곁에서 임자의 강에 제 소리를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51화 — 덤의 날들

    혼례 이튿날 아침, 신방의 문이 늦도록 안 열렸다.궁 사람들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발소리를 죽였고, 발소리를 죽이는 저희끼리 눈짓으로 웃었다. 해가 중천에야 문이 열렸을 때, 나온 두 사람은 서로 딴 데를 보며 걸었고, 그것이 온 궁의 그날 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덤의 날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머니의 말대로 셈이 없는 날들이라 — 셈 없는 날들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도 아무도 세지 않았다. 여름이 산기슭의 초록을 짙게 밀어 올리고 있었다.셈이 없는 날들이었다. 아침이면 약방에 환자가 들고, 낮이면 그가 기수들에게 검을 봐 주고, 저녁이면 한 상에서 밥을 먹고, 밤이면 — 등잔이 꺼졌다. 큰일이라고는 타간의 국 간과 여리의 땋음머리 순서 다툼뿐인 날들. 열여덟 해 치 소란을 치른 사람들에게 세상이 처음으로 내주는, 이자 없는 날들.어머니는 그 날들을 아껴 살았다.아침마다 묵할멈과 후원을 반 바퀴 걸었다. 반 바퀴가 힘에 부치는 날은 반의 반 바퀴를 걸었고, 걷지 못하는 날은 마루에 앉아 볕을 걸었다. 딸들이 번갈아 그 곁에 앉았다. 언니는 궁의 일을 어머니에게 물어 가며 했다. 물을 것이 없어도 물었다. 물음이 곧 곁이었다.운설은 어머니의 맥을 아침저녁으로 짚었다.실낱은 실낱인 채였다. 다만 실낱이 이상하게 — 편안했다. 낡아 가는 맥이 아니라, 다 낡은 것이 제 낡음과 화해한 맥. 의녀의 손은 그 차이를 알았고, 아는 것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내기를 하나 하자." 어느 볕 좋은 마루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어미가 첫눈을 보는지 못 보는지.""어머니.""너는 어느 쪽에 걸겠느냐.""보는 쪽에요." 운설은 맥을 짚던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제 침이 아직 안 졌습니다. 진눈의 내기도 이기고 있고요.""그럼 어미는 못 보는 쪽에 걸마." 어머니가 웃었다. "그래야 네가 이기면 어미가 첫눈을 보지. 지는 게 이기는 내기가 세상엔 있는 법이다."지는 게 이기는 내기. 운설은 그 말을 웃으며 받았고, 받고 나서 혼자 오래 곱씹었다.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50화 — 보름의 혼례

    혼례는 눈마당에서 치러졌다. 지난겨울 운설이 처음 궁에 들던 날 눈을 쓸던 그 마당이었다.눈은 없는 계절이었다. 한데 아침부터 온 궁이 마당에 흰 천을 깔았다. 삭월 신부는 눈 위를 걸어 시집가는 법이라고, 눈이 없으면 눈을 지어서라도 깐다고 — 흑요가 법도를 밝혔고,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신부는 흰 천의 길을 걸었다.수 놓인 족두리가 머리에 있었다. 어머니가 심지를 아껴 태워 완성한, 눈밭에서도 얼지 않는다는 족두리. 활옷 소매에는 세가의 격이 놓은 매화가 피어 있었다. 신부의 손을 잡고 길을 이끈 것은 운백천이었다. 열여덟 해 전 강보를 안고 눈길을 걸었던 사람이, 다 자란 딸의 손을 잡고 흰 길을 걸었다.흰 길의 양쪽에 온 궁이 도열해 있었다. 유민들, 기수들, 만군에서 눌러앉은 병졸 몇, 사냥막의 자매, 그리고 상석의 어머니와 언니. 신부가 지나갈 때 사람들은 삭월의 축원을 낮게 웅얼거렸다. 눈처럼 오래, 눈처럼 고요히. 축원의 뜻을 운설은 걸으면서 처음 배웠다.신랑은 길의 끝에 서 있었다.검은 예복에, 빈 허리에. 검신은 혼례에 검을 차지 않았다. 오늘 지킬 것은 검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초례상 앞에서 두 사람은 마주 섰다.맞절이 오갔다. 표주박의 술이 오갔다. 반쪽씩 나눈 것이 도로 하나가 되는 잔이었다. 그리고 삭월의 법식 하나가 더 있었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의 이름을 — 온전한 이름을 — 마당의 모두가 듣도록 부르는 것."설야."그가 불렀다. 위급이 고르던 이름이, 혼례상 앞에서 처음으로 위급 없이 불렸다."현."그녀가 불렀다. 김 서린 온천의 밤에 처음 넘었던 이름이, 백일하에 불렸다.마당이 뒤집어졌다. 우르가 제일 크게 울었고, 울면서 제일 크게 웃었다.잔치는 해가 지도록 갔다. 열여덟 해 치 잔치를 하루에 몰아 하는 사람들이라, 흥이 바닥나지 않았다. 타간의 국은 그날따라 간이 맞았다 — 고 다들 우겼다. 더운돌 영감은 무릎을 두드리며 젊은것들의 춤을 훈수했고, 여리와 연지는 신부의 족두리를 번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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